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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 카페인 - 72

불멸에관하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3.07 23: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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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똑똑.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깜짝 놀란 나는 종이를 구기고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브루니가 그 안에서 눌렸는지 끼엑 비명을 질렀다. 나는 브루니에게 미안하다고 말할 틈도 없이 불청객을 맞이해야만 했다. 


  “시간 됐어요. 어서 나와요.”


  “아, 벌써…”


  “빨리.”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태연하게 그를 대했다. 그는 여전히 심드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제까지 보였던, 조금이나마 친근해 보였던 그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나는 들키지 않을까 마음을 졸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행스럽게도 브루니는 주머니 안에서 꼼짝 않고 가만히 숨어 있었다. 들킬 염려는 없어 보였다. 나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연구원을 따라 방을 나섰다. 


  “여기서 기다려요.”


  연구원은 나를 어느 방에 혼자 내버려 두고 어딘가로 떠나 버렸다. 사람 하나 없는 적막한 방이 나를 반겼다. 여기서 뭘 하면 되는 걸까? 나는 멍하니 주위를 둘러보았다. 용도를 알 수 없는 기계장치들과 방 한가운데에 놓인 텅 빈 의자가 나를 반겨주었다. 나는 공연히 어깨를 움츠렸다. 이 공간이 주는 위압감이 나를 한껏 짓누르고 있었다. 


  저 기계장치는 무슨 용도일까? 궁금한 부분이 없지는 않았지만, 섣불리 들여다볼 수는 없었다. 이번에 내가 받아야 하는 검사와 연관된 장치일 것이 분명했다. 꿀꺽, 나는 마른침을 한번 삼켰다. 천장 너머로 주렁주렁 달린 케이블들이 알 수 없는 기괴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었다. 


  덜컹. 방의 문이 다시 열렸다. 흰 가운을 입은 사람들이 우수수 몰려서 들어왔다.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그들은 다행스럽게도 나에게 별다른 시선을 주지 않았다. 그 대신, 그들은 기계에 다가가서 뭔가를 만지기 시작했다. 


  삑.


  위이잉-


  기계가 굉음과 함께 작동하기 시작했다. 삐그덕거리는 소리가 다시 한번 어깨를 움츠리게 만들었다. 날카로운 고주파가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웠다. 


  “여기 앉고, 가만히 있어요.”


  그들은 나를 의자에 앉히고 온갖 검사기를 붙였다. 이마를 비롯한 온몸이 전선으로 뒤덮이게 되었다. 걱정되어 떨리는 내 마음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그들은 태연하게 기계를 조작했다. 


  “자, 이름이… 안나? 맞나?”


  처음 보는 어느 연구원이 내게 다가와 물었다. 나는 깜짝 놀라서 헉 소리를 내고, 아무 말 없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나를 곁눈질하고, 다시 손에 들고 있는 종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 능력이 조금 특이하더라. 불 맞지?”


  나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자, 방법은 똑같아. 능력을 써봐. 단, 약하게.”


  “... 어느 정도로요?”


  “네가 가능한 만큼.”


  그들은 저번과 정반대의 요구를 했다. 나는 대충 그들의 속내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이대로 가만히 두었다가는 내가 무너질게 뻔하니, 조금이나마 천천히 붕괴하도록 만들고 그동안 내게서 정보를 뽑아낼 생각이리라. 


  좋아, 나쁘지 않아.


  엘사에게 갈 때까지 버텨야 하는 나에게는 어쨌거나 좋은 일이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곧, 내 손에서 자그마한 기운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삑, 삑-


  기계에서 규칙적인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연구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허공에서 미약하게 움직이던 불꽃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 불꽃을 유지하기 위해 정신을 집중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꽃을 유지하기 더욱 힘들어지고 있었다. 


  끄응, 나는 작은 신음과 함께 인상을 찌푸렸다. 온몸이 어느새 땀으로 뒤덮여 있었다. 분명히 힘을 적게 들인다고 한 것이었지만, 어느새 나는 온 힘을 쏟아붓고 있었다. 그런 내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연구원들은 여전히 기계장치에 매달려 있었다. 


  “헉, 헉…”


  의식이 점차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기계장치의 규칙적인 소리가, 연구원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그리고 내 숨소리가 불규칙하게 늘어지고 있었다. 이대로 힘을 거둬야 할까? 당장이라도 혼절할 것만 같았다. 


  “바, 바뀐다!”


  희미한 의식 뒤로 연구원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뭔가에 당황한 모습이었다. 


  삑, 삑, 삐이익-


  하지만 나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힘을 거두었다. 규칙적인 소리가 멈추고, 연구원들이 일제히 침묵했다. 나는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몇 연구원은 당황하면서 기계를 이리저리 만지고 있었다. 또 다른 연구원들은 서류를 뒤지고 있었다. 그들은 내가 힘을 거둔 것에는 전혀 관심도 없어하는 것 같았다. 


  아니, 잠깐… 


  나는 곧 내가 오해했음을 깨달았다. 그들은 무언가 말을 하고 있었다. 그저 내가 그들의 말을 듣지 못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청력은 금방 돌아왔다. 나는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중간에 이렇게 바뀔 수가 있나?”


  “처음 보는 일인데, 빨리 바뀐 걸 스캔해봐!”


  “말 안 해도 하고 있어요. 조금만, 거의 다 됐… 오.”


  삐익- 옆에 놓인 또 다른 기계가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연구원들은 일제히 그 기계를 바라보았다.




혹시 이해 안 가는 부분 있으면 물어봐줘!

영고안 영고엘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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