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장편] Lullaby - 50

불멸에관하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4.02 00:30:13
조회 176 추천 20 댓글 5

링크모음집




  똑, 똑.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적막한 동굴 안에 울렸다. 


  “어디까지 이야기 했더라? 아, 맞아. 아무튼, 우리는 결국 여생을 버리고 이 곳에 들어오게 됐어. 적어도 여기에 있으면 미쳐 버린 영혼들을 더 이상 보지 않아도 되니까.”


  갈림길이 나오자 그는 거침없이 한쪽으로 걸어갔다. 문득 이 광경을 보니, 엘사는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리게 되었다. 동굴, 그리고 갈림길. 불과 몇시간 전까지만 해도 어머니와 함께 이런 동굴을 걸었었는데. 어머니는 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도저히 알 방법이 없었다. 


  “이 동굴을 맨손으로 파고 내려갔어. 손톱이 빠지고, 손가락이 부러지고, 받을수 있는 고통이란 고통은 모조리 받았지. 그래도, 뭐… 한때 같이 지냈던 영혼들과 다투긴 싫었으니까.”


  그는 그 말과 함께 손을 내려다보았다. 이상하게도, 그의 손은 그의 말과는 반대로 깨끗하기만 했다. 엘사가 의아함을 느끼자,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저절로 낫더라. 손톱이 갈라져서 피가 나도 감았다가 뜨면 어느새 멎어 있고, 팔이 부러져서 기괴한 각도로 꺾여도 어느새 다시 원상태로 돌아와 있어. 통증까지 없애 준다면 좋았겠지만, 뭐… 큼.”


  “그 말은…?”


  “겉은 멀쩡해 보여도, 고통은 영원히 간단 말이지. 살아 있었다면 진작 나았을 상처같은 것도 영원히 고통받으면서 살아가야 돼.”


  엘사는 그의 말을 듣고, 그를 다시 바라보았다. 


  잠깐만, 죽을 수도 없고, 고통은 평생 간다고? 그 말은… 


  지금 자신의 눈 앞에 서있는 저 남자도, 아까 보았던 술에 취한 사람들도, 쾌락에 미친 사람들도, 그리고 약에 취한 사람들도. 그 모두가 어쩌면 고통을 피하기 위해 그러는 것이 아닐까?


  “... 어쩌면 그래서, 그래서 더 쾌락을 갈구하는 것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건 선을 넘었어.”


  “왜 그렇게 생각해요?”


  “기억하는진 모르겠는데, 내가 데려가기 얼마 전에 만났던 영혼 기억해? 네가 말했던 이름이… 벨자붑? 벨자민? 이름까지 아는 걸 보면 서로 알던 사이였나 본데.”


  “어? 어… 아! 벤자민 씨 말이에요?”


  “맞아. 엘류드니르에 온 지 얼마 안 된 영혼이었지. 그 영혼처럼, 처벌이 끝난 영혼들은 이곳에 오게 돼. 그리고 평생을…”


  “... 평생 영원히 엘듀르니르에서 살아가게 된다. 여기까지는 알고 있는 이야기예요.”


  “엘듀르니르가 아니라 엘류드니르. 아무튼, 그런데 말이야. 쾌락에 물들어 버린 영혼들이, 새 영혼이 보이는 순간 그들에게 쾌락을 바로 권한단 말이지. 네가 처음 왔을 때 네게 술을 권하던 영혼이나, 약을 권하던 영혼처럼 말이야.”


  “아…”


  “너처럼 거절하면 상관이 없는데, 그 유혹을 이겨내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 죗값을 치르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잖아. 그런데 이제 그 힘든 고비도 넘겼고, 마침내 쉴 수 있게 되었다? 넘어가지 않는 게 쉽지만은 않은 일이야.”


  “하지만, 그들은 기억이 남아 있잖아요. 그 기억이 유혹을 뿌리치도록…”


  “그런 경우도 있겠지. 하지만, 그게 오히려 시작점이 될 수도 있어. 그렇게 무너지는 영혼도 더러 봤고 말이야.”


  남자는 발에 걸린 돌부리를 발로 찼다. 저 멀리 튕겨져 나간 돌멩이가 고인 웅덩이에 풍덩 빠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거의 대부분이 저들에게 동화되어서 광기에 취하고 있어. 열 명의 영혼이 오면, 그중 여덟아홉이 취해. 아무리 우리가 그들을 구하려 한들, 그전에 이미 동화되어 버리면 늦잖아, 젠장.”


  “...”


  “아, 거의 다 왔네.”


  저 멀리 보이는 동굴 벽에 횃불이 걸려 있었다. 엘사와 남자는 그 횃불을 향해서 걸었다. 


  “게다가 최근에 엘류드니르로 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어. 신기한 게 뭔 줄 알아?”


  “네?”


  “하나같이 전부 같은 지역 사람이야.”


  “... 어, 어디요?”


  그의 말을 듣는 순간, 엘사는 심장이 갑자기 쿵쾅쿵쾅 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니겠지? 아닐 거야. 


  “그… 어디더라, 서던 제도 위에 있는 나라였는데… 맞아, 아렌델!”


  쿵, 심장이 내려앉는 것만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엘사의 얼굴이 잿빛이 되었고, 그녀의 온몸에선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물어보기만 하면 전부 아렌델 사람들이야. 난 아렌델 사람이 아니라서 모르겠지만, 흠. 아렌델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안나.


  아렌델에 문제가 생겼다는 말을 듣자, 엘사의 머릿속에 떠오른 첫 번째 단어였다. 무슨 짓을 해서든 이 곳에서 빨리 나가고 싶었다. 그러나, 방법이 없었다. 


  “어어, 갑자기 왜 빨라졌어? 진정해!”


  “거의 다 왔다고 했잖아요! 빨리 가도 상관…!”


  “어어, 앞에! 조심해! 앞에 봐!”


  “꺄악!”





머릿속이 온통 안나안나안나

급발진 ON!

추천 비추천

20

고정닉 4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비난 여론에도 뻔뻔하게 잘 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03 - -
공지 음란성 게시물 등록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163] 운영자 14.08.29 167262 509
공지 설국열차 갤러리 이용 안내 [2861] 운영자 13.07.31 439696 286
1123708 디시 이미지 왜 깨져... ㅇㅇ(223.62) 15:50 8 0
1123707 누가먼저 보내나 시합! ㅇㅇ(223.62) 15:42 11 0
1123706 일편단심 안개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4 12 0
1123705 넘쳐나는 go간 [1] ㅇㅇ(223.62) 11:29 20 0
1123704 축 늘어진 흰 옷에서 꼬물꼬물 기어나오는 아기 [1] ㅇㅇ(223.62) 11:27 15 0
1123703 설갤 단점 ㅇㅇ(223.33) 11:08 11 0
1123702 설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1 19 0
1123701 그런가 [2] 설갤러(118.43) 05:34 13 0
1123700 아니 69라고 설갤러(118.43) 05:33 9 0
1123699 크 69가 와버렸다!!!! 설갤러(118.43) 04:50 10 0
1123698 엘산나를 만난게 행운이야 [5] ㅇㅇ(223.62) 06.08 28 0
1123697 배거파 [1] ㅇㅇ(110.47) 06.08 14 0
1123696 오늘막글 ㅇㅇ(223.62) 06.08 10 0
1123695 어 내일이 69잔아 ㅇㅇ(223.62) 06.08 11 0
1123694 쥬미 영화 보러옴 ㅇㅇ(211.234) 06.08 12 0
1123693 안탄절 지나면 엘탄절도 금방 ㅇㅇ(223.62) 06.08 13 0
1123692 모험가 안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8 16 0
1123691 싯발 언제 비 그친거냐 [1] ㅇㅇ(223.62) 06.08 18 0
1123690 수상하게 칼을 잘쓰는 안줌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8 28 0
1123689 뭐지? 결혼식인가? [5] ㅇㅇ(211.234) 06.08 47 4
1123688 정령을 잡아다 예쁘게 묶어 공물로 바치기 ㅇㅇ(223.62) 06.08 18 0
1123687 혐퀘후식사 [2] ㅇㅇ(211.234) 06.08 17 0
1123686 오늘은 자동으로 실내활동 [1] ㅇㅇ(223.62) 06.08 16 0
1123685 자연스레 깊어가는 둘의 관계 ㅇㅇ(223.62) 06.08 16 0
1123684 아찜글 ㅇㅇ(211.234) 06.08 13 0
1123683 새벽글 [1] ㅇㅇ(115.138) 06.08 14 0
1123682 다다음주가 안탄절이네 곧 [2] PeopleOfArendell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8 31 1
1123681 안나가 엘사를 [1] ㅇㅇ(223.62) 06.07 28 0
1123680 엘산나의 금요일 ㅇㅇ(223.33) 06.07 13 0
1123679 여전히 존버중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24 0
1123678 안나vs안나는 기존쎄 대결일듯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31 0
1123677 애틋하게 뺨쓰담 ㅇㅇ(223.62) 06.07 19 0
1123676 눈 깜짝할 새 킹요일 ㅇㅇ(223.62) 06.07 19 0
1123675 원하는 초능력을 얻는 대신 댓글이 부작용을 정해줌 [17] ㅇㅇ(115.138) 06.07 82 0
1123674 크으 모닝갤먹 [1] ㅇㅇ(223.62) 06.07 20 0
1123673 [그림] 원치 않은 신앙 [10] 애호박쥬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96 10
1123672 기억 속에서 지워졌던 창작물 [6] 케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104 11
1123671 세명이서 서로 아래 핥으려면 원을 그려야하냐 [3] ㅇㅇ(223.62) 06.06 49 0
1123670 프로즌 ost는 언제 들어도 좋아 [2] 설갤러(118.43) 06.06 21 0
1123669 크읏 이러다 울룩불룩 설줌이 돼버렷 [1] ㅇㅇ(223.62) 06.06 25 0
1123668 엘사만 만나면 움츠라드는 안줌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33 0
1123667 태어날 때 부터 얀데레 엘사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44 0
1123666 안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20 0
1123665 이럴 때 정신놓으면 갓반인 된다 [2] ㅇㅇ(223.62) 06.06 29 0
1123664 말라간다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22 0
1123663 단편이나 떡밥 내놔!!! ㅇㅇ(211.234) 06.06 22 0
1123662 점심때되니 [1] ㅇㅇ(211.234) 06.06 21 0
1123661 오늘 갓생사는척 함 ㅇㅇ(211.234) 06.06 19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