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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Lullaby - 51

불멸에관하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4.09 00:36:49
조회 198 추천 14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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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썩, 엘사는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쓰러졌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무릎에 상처가 나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이봐! 조심하라고 했잖…”


그때, 엘사에게 다가가던 남자는 흠칫 놀라면서 뒷걸음질 쳤다. 갑자기 못 볼 것이라도 본 것일까? 그의 모습에 이상함을 느낀 엘사는 욱신거림도 잊은 채로 그에게 다가갔다.


“무, 무슨 일 있어요?”


“...”


“저기요?”


혹시 흑심을 품기라도 한 것일까? 엘사는 남자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고개를 숙이고 인상을 찌푸렸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 예감은 언제나 그녀를 배신한 적이 없었다.


“어, 어, 어? 아, 아니야.”


그는 갑자기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고 손으로 뺨을 때렸다. 이상한 것이라도 본 걸까? 뭔가에 홀리기라도 한 걸까? 엘사는 의심스러운 마음을 거두지 못한 채로 다시 그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아, 무릎…


걷다 보니 무릎에 다시 통증을 느꼈다. 엘사의 무릎에선 어느새 새빨간 피가 조금씩 맺혀서 다리를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의식하지 않으려 했지만, 그럴 때마다 매번 통증은 더 심해지기만 할 뿐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전에 접질린 발목도 욱신거리고 있었다.


결국 그 통증을 참아내지 못한 엘사는 등에 메고 있던 가방을 바닥에 내려놓고 뒤적거렸다. 그러자 얼마 전에 썼던 진통제를 찾아낼 수 있었다. 열매를 짓이기자 끈적끈적한 진액이 튀어나왔다. 엘사는 손으로 그 진액을 따른 다음 조심스럽게 입에 넣었다.


“아…”


엘사의 입에서 알 수 없는 탄성이 튀어나왔다. 쓰고, 떫고, 텁텁한, 당장이라도 뱉어내고 싶은 맛이었다. 하지만 아주 조금, 그녀의 생각이 뒤집히기에는 짧은 시간이면 충분했다.


“하아…”


엘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와는 다른 한숨이었다. 미약하지만, 그녀의 한숨에는 기분 좋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기분 좋아.


자신의 어머니는 이 열매는 진통제라고 말했었다. 어머니의 말대로, 자신을 잠시 괴롭혔던 통증이 사라졌다. 그 덕분인지 그녀의 기분도 고조되어 있었다.


엘사는 다시 남자의 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통증은 더 이상 그녀를 괴롭히지 못했다. 다리를 타고 흘러내리던 핏방울도 질끈 묶은 천조각에 막혀서 더 이상 흐르지 못했다.


가자!


엘사는 성큼성큼 남자에게 다가갔다. 남자는 어느새 불빛이 보이던 곳까지 도착해 있었다. 그곳에는 커다란 바위가 길을 막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 반쯤 가려진 길목이 보였다.


“끙, 이걸… 좀…!”


남자는 안간힘을 쓰면서 돌을 밀어내려 했다. 엘사도 남자의 옆에 서서 돌을 밀기 시작했다. 둘이 힘겹게 밀자 돌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간신히 사람 하나가 지날 정도의 틈이 벌어지고 나서야 그들은 손을 떼고 숨을 골랐다.


“... 이봐, 아깐 갑자기 왜 그랬던 거야?”


“...”


남자가 정적을 깨고 물었다. 엘사는 그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고 묵묵히 걷기 시작했다. 남자는 저 앞에서 걸어가는 엘사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고, 뭔가 마음에 걸리는 것이라도 있는지 콧김을 한번 내뿜었다.


그들은 다시 아무 말 없이 걷기 시작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엘사는 문득 발목과 무릎에서 다시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나마 피가 흐르던 것은 멎어 있었다. 그러나 통증은 여전히 남아서 그녀를 괴롭히고 있었다.


한번 더 써도 괜찮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떠오름과 동시에 엘사는 가방을 열었다. 가방 한 곳에 수북하게 쌓인 열매들이 엘사를 유혹하듯 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꿀꺽, 엘사는 침을 한번 삼켰다. 머리는 그녀를 말리고 있었지만, 손은 어느새 열매를 향해 뻗고 있었다. 어쩌면, 단 한 번만이라면 괜찮을지도 몰랐다. 통증만 줄이기 위해서니까 아무런 문제도 없을 것이 분명했다.


그래, 괜찮을…


“대장!”


“꺅!?”


한 여자가 소리를 꽥 질렀다. 엘사는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녀는 어느새 다른 동굴에 들어와 있었다. 주변에는 열댓 명 정도 되어 보이는 사람들이 각자 할 일을 하고 있었다. 그중 한 여자가 남자를 보고 소리를 꽥 지른 것이었다.


아, 잠깐, 안돼!


잠시 동안 멍하던 정신이 돌아오자 엘사는 다급하게 몸을 숙였다. 아직 아무도 그녀를 보지 못한 듯 싶어 보였다. 엘사는 다급하게 가방에서 기다란 천을 꺼내고 머리를 감쌌다.


아렌델, 저 사람들이 아렌델 사람이라면, 안돼!


이렇게 해야 그나마 저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볼 확률이 조금 줄어들듯 싶었다. 엘사는 쉽게 고개를 들지 못하고 얼어붙은 것처럼 가만히 서 있었다.






와! 어느새 50편 돌파!

읽어주는 독자분, 추천 눌러주시는 독자분, 댓글 달아주시는 독자분 모두 고마워용

봐주신다는거 자체가 너무 감격입니다 8ㅅ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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