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크모음집

  “대장, 아까 뭐 때문에 그렇게 급하게 나간 거예요?”

  “아아, 그건…”

  여자의 질문에 남자는 뒤를 돌아서 엘사를 힐끔 바라보았다. 엘사는 천을 머리에 푹 눌러쓰고 남자와 그 옆에 서있는 여자의 눈치를 보았다. 

  “신입이에요?”

  “어? 어, 맞아. 자세한 것은 조금 더 봐야 알겠지만…”

  “와! 반가워요! 어디 사람이에요?”

  여자는 해맑은 표정을 지으며 엘사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엘사는 여자가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한 걸음씩 뒤로 물러났다. 혹시나 머리를 감싼 천이 풀려서 얼굴이 보이지 않을까 마음을 졸이며, 엘사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입을 닫았다. 

  “어머.”

  여자는 그런 엘사의 모습을 보고 피식 웃었다. 

  “귀엽네.”

  여자는 거침없이 성큼성큼 걸었다. 엘사는 계속해서 뒷걸음질 쳤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벽에 가로막혔다. 

  “오, 오지 말아요!”

  엘사는 겁에 질린 나머지 소리를 꽥 질렀다. 그녀는 타인의 접근을 필사적으로 거부하고 있었다. 혹시나 저 사람들이 내 정체를 알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나를, 그리고 결국에는 안나를 욕보이게 되는 것이 아닐까?

  “말 안 해줬어요?”

  “아니, 했는데.”

  여자가 물어보고, 남자가 대답했다. 여자는 혀를 차면서 작은 소리로 말했다. 

  “뭐, 저런 경우가 없던 것은 아니니까요. 이봐요, 신입.”

  “...”

  “당신에게 아무런 짓도 안 하니까 걱정 말아요. 당신이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고 해서 뭐라 할 생각 없고, 당신이 누구였는지도 궁금하지 않아요.”

  여자는 엘사를 안심시키려 했다. 그러나 엘사는 불신을 완전히 털어낼 수는 없었다. 겉으로는 수긍하면서도 속으로는 여전히 저들을 의심하고 있었다. 

  아직 완전히 믿을 수가 없어.

  엘사는 두건 아래로 조심스럽게 눈을 드러냈다. 그녀의 눈은 여자를 째려보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만 알면 돼요. 당신, 아렌델 사람이에요?”

  아렌델…

  엘사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엘사는 여전히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했다. 

  “아렌델… 들었죠?”

  “역시, 이번에도 아렌델이었어.”

  “안 물어봤었어요?”

  “까먹어서.”

  쿵. 여자는 남자의 머리를 한대 쥐어박았다. 

  “아파!”

  “아프라고 때린 거야. 접선하자마자 물어봤어야지, 어? 그리고 어차피 상처가 나지도 않잖아. 다쳐도 바로 낫고. 뭐가 문젠데?”

  “아니, 그래도… 하. 알겠어. 그나저나, 아렌델…”

  “무슨 문제가 있어 보이지?”

  “그래. 그런데, 모두 말을 안 하려고 그러니까 문제지.”

  “궁금하긴 한데, 뭐 우리가 안다고 해도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잖아.”

  “그렇긴 하지.”

  “그러니까, 어? 저 미친 영혼들이나 좀 어떻게 할 생각 좀 해봐!”

  “또 때린다, 또!”

  그들은 별 의미 없는 잡담을 나누면서 엘사를 데리고 동굴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엘사는 그곳에서 여러 사람들을 보게 되었다. 처음 보는 사람도 있었고, 낯익은 사람 또한 있었다. 아렌델에서 본 적 있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엘사는 천을 푹 내려쓰고 무시하려 애썼다. 마음을 찌르는 죄책감은 덤이었다.

  엘사는 그들과 함께 지내기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 애쓰고, 자신에게 말을 거는 사람들을 냉대로 일관했다. 처음에는 엘사에게 말을 걸어 보려는 사람들이 조금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녀에게 말을 붙이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게 되었다. 

  다행이야.

  엘사는 한숨을 돌리며 생각했다. 이렇게 된다면 정보를 찾기 더 수월할 터였다.

아렌델에 과연 무슨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