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장편] Lullaby - 52.1 (외전)

불멸에관하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4.12 00:01:06
조회 215 추천 7 댓글 4

링크모음집




  한편, 엘사가 영혼들 사이에서 사투를 겪고 있을 그 시간, 동굴 밖 어느 평지에서는 평화로운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고, 메마르고 갈라진 대지 사이로 뜨거운 용암이 흐르고, 하늘에선 초록 비가 내리고, 주변이 보랏빛 안개로 감싸진 곳 위. 그 위에 한 여인이 자리를 잡고 누워 있었다. 


  신기하게도, 살갗이 익는 것 같은 뜨거움도, 뼛속까지 얼려 버릴 것만 같은 추위도, 온몸의 수분이란 수분은 전부 말려 버릴 것만 같은 건조함도 그녀를 괴롭히지 못하고 있었다. 남들이 보면 기겁할만한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그녀는 태연하게 하늘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지겨워진 모양인지 하늘을 향해 한숨을 내뱉었다. 하아. 걱정이라도 생긴 것인지, 그녀는 하늘을 바라보며 입술을 작게 깨물었다. 한숨 소리가 다시 한번 들려왔다. 


  무슨 걱정이라도 있으십니까?


  어디서 목소리가 들려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그녀는 하늘에서 시선을 떼지 않으며 대답했다. 


  “... 그냥, 그렇네.”


  그녀가 대답하고, 다시 들려오는 답은 없었다. 하늘에 떠다니는 보랏빛 구름이 여러 모양으로 바뀌고 있었다. 소용돌이치는 구름들이 그녀의 속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걱정되십니까?


  “...”


  목소리가 정적을 깨고 말을 다시 걸었다. 그녀는 물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시험자, 엘사.


  “...”


  다시 한번 정적이 흘렀다. 그녀는 쉬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걱정? 걱정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당장이라도 엘사에게 가고 싶었다. 아직도 품에 안아주고 싶은 아이였다. 어엿한 성인이 되었지만, 아직도 마음이 여리고 약한 아이였다. 


  안내자, 당신의 뒤를 이을 후계자.


  “내겐 아직도 어린아이인데, 잘 해낼 수 있을지…”


  소용돌이치던 구름의 중앙에 작은 구멍이 뚫렸다. 구멍은 점점 커지더니 이내 하늘에 커다란 원을 만들었다. 


  “에구, 우리 아가…”


  그 구멍에 투명한 형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엘사와 어떤 남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 평생 영원히 엘듀르니르에서 살아가게 된다. 여기까지는 알고 있는 이야기예요.”


  “엘듀르니르가 아니라 엘류드니르. 아무튼, …”


  후우. 그녀는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자신의 걱정보다는 잘 헤쳐 나가고 있는 듯 싶어 보였다. 


  “다행이네. 그런데, 음, 니플헤임 출신이야?”


  저희는 특정한 곳에 속하지 않습니다. 굳이 따지자면… 네, 제 선대가 그 세계에서 태어났습니다. 당신이 미드가르드를 제외한 모든 세상을 끝낸 이후, 저희는 모두 엘듀르니르에서 태어나기 시작했습니다만.


  “그렇구나. 니플헤임… 발두르와 난나를 보러 한번 갔었지.”


  또다시 정적이 흘렀다. 하늘에 보이는 엘사의 모습은 이제 가방에서 약을 꺼내고 있었다. 


  “아…”


  엘사는 탄성과 함께 미소를 지었다. 그녀의 눈은 풀려 있었다. 


  “하아…”


  “엘사, 이겨내야 돼.”


  그녀는 주먹을 불끈 쥐고 엘사를 응원했다. 문득 엘사의 모습에 그녀의 과거가 투영되었다. 그러자 엘사가 더욱더 안쓰러워 보이기 시작했다. 


  “... 굳이 이랬어야만 했어?”


  무슨 말이십니까?


  “시련 말이야. 너무 심한 것 같은데…”


  기억이 얼마나 돌아오셨습니까?


  “... 전부 기억나. 그 작자들이 나와 아그나르에게 무슨 짓을 했었는지, 그들을 그렇게 믿고 있었던 그이의 가슴에 칼을 꽂던 것까지.”


  그리고 안내자도 되갚아 주었지 않았습니까. 당신이 저지른 결과를 당신의 후대가 책임지게 된 것뿐입니다. 


  “그래, 그렇지. 하지만…”


  불쌍한 내 딸.


  이두나는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하고 속으로 곱씹었다. 그녀가 이제 직접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안내자에겐 제약이 있지 않습니까. 조심하십시오.


  앞으로 아무것도 발설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엘사의 앞길만을 안내해 주어야만 했다. 


  “힘내렴, 내 딸.”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마음을 담은 응원뿐이었다.





이두나에겐 무슨 일이?

추천 비추천

7

고정닉 1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비난 여론에도 뻔뻔하게 잘 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03 - -
공지 음란성 게시물 등록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163] 운영자 14.08.29 167262 509
공지 설국열차 갤러리 이용 안내 [2861] 운영자 13.07.31 439696 286
1123709 뒤조심)아 되게 충격적인 짤 봫는데 얘기할데가 여기밖에 없어 [3] ㅇㅇ(110.47) 21:40 22 0
1123708 디시 이미지 왜 깨져... ㅇㅇ(223.62) 15:50 10 0
1123707 누가먼저 보내나 시합! ㅇㅇ(223.62) 15:42 15 0
1123706 일편단심 안개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04 16 0
1123705 넘쳐나는 go간 [1] ㅇㅇ(223.62) 11:29 22 0
1123704 축 늘어진 흰 옷에서 꼬물꼬물 기어나오는 아기 [1] ㅇㅇ(223.62) 11:27 16 0
1123703 설갤 단점 ㅇㅇ(223.33) 11:08 12 0
1123702 설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1 20 0
1123701 그런가 [2] 설갤러(118.43) 05:34 13 0
1123700 아니 69라고 설갤러(118.43) 05:33 10 0
1123699 크 69가 와버렸다!!!! 설갤러(118.43) 04:50 12 0
1123698 엘산나를 만난게 행운이야 [5] ㅇㅇ(223.62) 06.08 28 0
1123697 배거파 [1] ㅇㅇ(110.47) 06.08 15 0
1123696 오늘막글 ㅇㅇ(223.62) 06.08 11 0
1123695 어 내일이 69잔아 ㅇㅇ(223.62) 06.08 11 0
1123694 쥬미 영화 보러옴 ㅇㅇ(211.234) 06.08 15 0
1123693 안탄절 지나면 엘탄절도 금방 ㅇㅇ(223.62) 06.08 14 0
1123692 모험가 안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8 16 0
1123691 싯발 언제 비 그친거냐 [1] ㅇㅇ(223.62) 06.08 19 0
1123690 수상하게 칼을 잘쓰는 안줌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8 29 0
1123689 뭐지? 결혼식인가? [5] ㅇㅇ(211.234) 06.08 48 4
1123688 정령을 잡아다 예쁘게 묶어 공물로 바치기 ㅇㅇ(223.62) 06.08 19 0
1123687 혐퀘후식사 [2] ㅇㅇ(211.234) 06.08 18 0
1123686 오늘은 자동으로 실내활동 [1] ㅇㅇ(223.62) 06.08 16 0
1123685 자연스레 깊어가는 둘의 관계 ㅇㅇ(223.62) 06.08 18 0
1123684 아찜글 ㅇㅇ(211.234) 06.08 14 0
1123683 새벽글 [1] ㅇㅇ(115.138) 06.08 14 0
1123682 다다음주가 안탄절이네 곧 [2] PeopleOfArendell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8 32 1
1123681 안나가 엘사를 [1] ㅇㅇ(223.62) 06.07 29 0
1123680 엘산나의 금요일 ㅇㅇ(223.33) 06.07 13 0
1123679 여전히 존버중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25 0
1123678 안나vs안나는 기존쎄 대결일듯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33 0
1123677 애틋하게 뺨쓰담 ㅇㅇ(223.62) 06.07 19 0
1123676 눈 깜짝할 새 킹요일 ㅇㅇ(223.62) 06.07 20 0
1123675 원하는 초능력을 얻는 대신 댓글이 부작용을 정해줌 [18] ㅇㅇ(115.138) 06.07 85 0
1123674 크으 모닝갤먹 [1] ㅇㅇ(223.62) 06.07 20 0
1123673 [그림] 원치 않은 신앙 [10] 애호박쥬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99 10
1123672 기억 속에서 지워졌던 창작물 [6] 케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110 11
1123671 세명이서 서로 아래 핥으려면 원을 그려야하냐 [3] ㅇㅇ(223.62) 06.06 50 0
1123670 프로즌 ost는 언제 들어도 좋아 [2] 설갤러(118.43) 06.06 23 0
1123669 크읏 이러다 울룩불룩 설줌이 돼버렷 [1] ㅇㅇ(223.62) 06.06 26 0
1123668 엘사만 만나면 움츠라드는 안줌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33 0
1123667 태어날 때 부터 얀데레 엘사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46 0
1123666 안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21 0
1123665 이럴 때 정신놓으면 갓반인 된다 [2] ㅇㅇ(223.62) 06.06 29 0
1123664 말라간다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23 0
1123663 단편이나 떡밥 내놔!!! ㅇㅇ(211.234) 06.06 23 0
1123662 점심때되니 [1] ㅇㅇ(211.234) 06.06 21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