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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Lullaby - 53

불멸에관하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4.15 00:19:28
조회 161 추천 15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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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뒤, 엘사는 다시 이곳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여기에 계속 있어도 뭘 알아내지는 못할 것 같아.’


  실제로, 그녀는 며칠간 지내면서 이야기를 엿들으려 했다. 그러나 그녀가 듣게 된 것은 대부분이 별 중요하지 않는 이야기들 뿐이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서로의 안부를 묻는 말들 뿐이었다. 


  ‘불안해.’


  그리고, 그녀의 마음 한편에 눌러앉은 불안감이 그녀를 재촉하고 있었다. 


  ‘대체 아렌델에 무슨 일이 있던 거지?’


  엘사는 아렌델에서 이 곳으로 오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엿들어보려 했다. 하지만 그들은 의도적으로 말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오히려 사람들을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이상한 점이 있었다. 


  ‘그들도 불안해하고 있어.’


  아렌델에서 온 영혼들은 수시로 주위를 살피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때때로 겁에 질리면서 입을 손으로 막고는 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도, 그들은 마치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것처럼 기겁했다. 어찌나 두려워하던지, 동굴 천장에서 바닥으로 똑똑 떨어져 내리는 물방울 소리에도 기겁하고는 했다. 


  ‘덕분에 엿듣고 있다는 걸 들킬 뻔했지.’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그들에게서 아렌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결국 엘사는 남자에게 이 곳을 떠나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그가 자신을 섣불리 보내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의외였지.’


  그간 보였던 그의 행동으로 봐서는 믿기 힘든 결정이었다. 영혼이 오염되는 것을 그토록 경계하고 있던 사람이, 이제 와서는 순순히 보내준다? 무슨 꿍꿍이라도 생겼거나, 아예 자신을 포기했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경고해줘서 고맙기는 한데, 난 내 할 일이 있으니까.’


  이 곳에서 시간을 오래 지새우기에는 자신이 가야 할 길이 너무 멀었다. 어쩌면 그 남자도 뭔가 눈치채고 자신을 보내준 것이 아닐까, 엘사는 생각했다. 


  그때,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벽을 타고 들려왔다. 평소답지 않은 소란이었다. 


  “... 뭐지?”


  엘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공동으로 나왔다. 한쪽 구석에 영혼들이 다 같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평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엘사는 정수리에 손을 얹었다. 천이 자신의 얼굴을 제대로 가리고 있었다. 


  후우. 


  엘사는 숨을 한번 크게 들이마시고 영혼들을 향해 걸어갔다. 영혼들이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조금씩 들려오기 시작했다. 엘사는 그 소리에 귀를 쫑긋 기울였다. 


  “... 어디서 왔어?”


  “너무 걱정하지 마, 처음에는 다들 그러니까.”


  “맞아, 나도 처음에는 뭐든지 겁냈어.”


  “에고, 저 겁에 질린 표정… 죄가 꽤 컸나 보구나.”


  가까이 다가가자, 영혼들이 웬 한 영혼을 둘러싸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엘사는 곧바로 어떤 상황이 흘러가고 있는지 알아차렸다. 


  ‘신입이구나.’


  이곳의 리더가 새로운 영혼을 구출해 온 듯 싶어 보였다. 엘사는 흥미를 잃었지만, 그래도 혹시 이야기에서 건질 것이 있을까 싶어 자리를 지켰다. 


  “여, 여기 왜 이래요? 왔는데 다짜고짜 뭘 마시라고 하고, 이상한 파이프를 건네지를 않나…”


  “옛날엔 여기도 안 이랬는데, 그게… 어느 순간부터 하늘에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어. 처음에 우리는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 봤으면 알겠지만, 여기는 이승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곳이니까.”


  ‘소리?’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에 커다랗고 이상한 막이 씌워졌어. 사람의 정신을 홀릴 것만 같은 기괴한 색의 불빛이 번쩍이기 시작했어.”


  ‘불빛이면… 전에 봤던 그 불빛?’


  “다음엔, 모든 물이 술로 변했어. 단 한잔만 마셔도 사람을 홀려버릴 정도로 강렬한 술이 되었지.”

  

  ‘술… 아, 그래서 물이 귀하다고 했던 거구나.’


  “마지막으로, 영혼들이 서로를 불지르기 시작했어. 바깥에 가면 피어오르는 이상한 향, 느꼈지?”


  “네? 네, 네.”


  “그게 바로 영혼이 타들어가면서 피어오르는 향이야. 스스로를 불태우다 못해, 술과 마약에 의존해서 통증을 줄인 거지. 대체 왜 다들 그렇게 미쳐 버린 건지…”


  “세상에…”


  엘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루빨리 이 곳을 떠나야만 했다. 엘사는 천천히 발을 뗐다. 그녀의 뒤로 영혼들의 목소리가 희미해져 갔다. 


  “... 그래도, 그냥 보내주시면 안 될까요? 여긴 너무 답답…”


  “안돼. 절대 안 돼. 바깥은 너무 위험해.”


  ‘... 나는 안 막더니만. 아니, 그게 오히려 좋은 건가?’





다시 여행을 떠나요~~~

새 외전도 봐주고 가라구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snowpiercer2013&no=1063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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