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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Lullaby - 61

불멸에관하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5.09 01: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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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멀리서 어마어마한 숫자의 물방울이 날아오고 있었다. 허공에 맺힌 물방울이 중력을 거스르고 하늘을 날아서 그녀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동글동글 맴돌던 물방울들이 서로 뭉쳐서 거대한 말의 형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정령은 그 어느 말보다 힘차게 발을 구르며 달려오고 있었다. 정령이 한번 발을 구를 때마다 신비한 기운이 그 주위로 넓게 퍼져나갔다. 그 어떤 더러운 것이라도 깨끗하게 만들어버릴 것만 같은 기운이었다. 


  “녹크!”


  정령은 어느새 그녀의 앞에 다가와 있었다. 정령은 제단 위에 발을 살포시 얹었다. 엘사는 정령을 향해 다가갔다. 막 도착한 정령은 콧바람을 불며 엘사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 엘사는 환희하면서 정령을 반겼다.  


  오랜만이군, 시험자.


  어마어마한 위압감이 그녀를 짓눌렀다. 엘사는 깜짝 놀라면서 뭐라도 말을 꺼내 보려 했지만, 정령의 기운이 그녀의 행동을 막고 있었다. 정령은 그녀가 답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고 말이라도 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엘사는 아무 행동도 할 수가 없었다. 


  엘사는 정령의 모습을 다시 보고 무언가를 깨달았다. 지금까지 느껴본 그 어떤 것보다 거대하고 위압적인 기운이었다. 비밀의 바다에서 보았던 정령의 기운은 그저 빙산의 일각이었을 뿐이었다. 


  꿀꺽-.


  정령은 그 새파란 안광으로 엘사를 빤히 바라보았다. 엘사가 정령의 눈을 바라보자, 마치 자신의 모든 것이 샅샅이 파헤쳐지는 느낌을 받았다. 


  ‘이게… 정령의 본질?’


  아렌델의 여왕이었고, 모든 인민의 위에 군림했었으나 정령의 앞에 선 순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정령에게 있어서 자신은 그저 나약한 생명체일 뿐이었다. 


  그제야 엘사는 정령의 본질을 티끌이나마 이해할 수가 있었다. 그 무엇보다 순수한 정령, 생명과 침묵, 이별과 환락의 죄를 심판하는 자. 그 어느 죄악조차 용서하지 않는 물의 정령. 아토할란을 지탱하는 4개의 기둥 중 첫 번째 기둥, 그것이 바로 녹크였다. 


  흠.


  녹크는 한동안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고 엘사를 빤히 바라보았다. 엘사는 살짝 두려워하는 기색을 보이면서 몸을 움찔거렸다. 혹시 녹크가 자신의 이런 반응을 보고 분노하지는 않을까, 이유는 없었지만 그런 두려움이 생겨 있었다. 


  꽤나 긴 시간이 아무 말 없이 흐르고 있었지만 녹크는 여전히 엘사를 빤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엘사는 불안함에 사로잡혀서 어쩔 줄을 몰라하고 있었다. 정령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로 시간만 끌자, 그녀의 두려움은 점차 확신이 되어 가고 있었다. 정령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음에도 말이었다. 


  이미 계약을 했군.


  녹크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어쩔 줄 몰라하던 엘사의 눈이 녹크를 향해 고정되었다. 


  ‘계약? 그게 무슨 말이지?’


  그녀가 녹크의 말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이, 아기 정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응답했다. 그것 때문이었을까, 갑자기 녹크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이 거세졌다. 


  어쩔 수 없었다고?


  녹크가 소리쳤다. 정령의 목소리에 담긴 힘이 엘사를 스치고 지나갔다. 팔이 파르르 떨리고, 다리가 당장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처럼 흔들렸다. 


  그게 용납되기라도 할 것 같으냐!


  쿠르릉, 쾅ㅡ! 하늘에 거대한 천둥이 번쩍였다. 스치기라도 한다면 존재 자체가 소멸되기라도 할 것만 같이 강렬한 번개가 그녀와 아기 정령의 사이에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하늘에서 거센 빗줄기가 주룩주룩 내리기 시작했다. 예고 없이 떨어지기 시작한 빗줄기는 제단을 빗물에 잠기게 만들기라도 할 것처럼 쏟아져 내렸다. 


  끼잉… 


  아기 정령은 깨갱하면서 꼬리를 살짝 내렸다. 하지만 정령은 물러서지 않고 녹크의 앞에 서서 무언가를 열심히 설득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 생길 리가 없다!


  녹크는 다시 한번 크게 소리쳤다. 그 외침이 얼마나 커다랬는지,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던 빗방울들이 그 외침 때문에 멀리 흩뿌려질 정도였다. 


  낑…


  아기 정령은 움찔하면서 몸을 웅크렸다. 지금 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는 몰랐지만, 엘사는 일단 녹크에게 뭐라도 말을 해보려 앞으로 나섰다. 


  “잠깐, 멈춰…!”


  엘사는 꿈쩍도 하지 않으려는 몸을 이끌고 간신히 녹크와 아기 정령 사이를 갈랐다. 고작 다섯 걸음이었지만, 그녀는 어느새 비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아기 정령은 깜짝 놀라면서 엘사를 향해 작게 짖었다. 그리고 녹크는 그런 엘사를 빤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계약이 뭘 말하는지는 모르겠는데, 윽… 아기 정령은 아무 잘못도 없어!”


  푸릉? 


  녹크의 눈썹이 씰룩거렸다. 그녀에게 할 말이 있으면 한번 해보라는듯이 콧김을 내뿜었다. 


  “웬, 이상한, 영혼들이, 헉, 헉… 아기 정령을, 쫓아가고 있었다고…!”


  … 영혼들이?


  엘사의 몸을 짓누르고 있던 위압감이 잠시 사라졌다. 다리에 힘이 풀려서 제단 바닥에 주저앉은 엘사는 그제야 막혔던 숨을 몰아쉬었다.






녹크 짱 무서워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면 잘 봤다는 댓글 하나씩만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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