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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Lullaby - 62

불멸에관하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5.11 00:3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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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말하라. 정령을 쫓는 무리가 있었다, 이 말인가?


  녹크는 엘사에게 대답을 종용했다. 겉으로 보기에 녹크는 아까보다 분위기가 조금 차분해진 듯 싶어 보였다. 그러나 그녀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차분함을 믿어서는 안 됐다. 녹크는 여전히 분노하고 있었다. 


  엘사는 마른침을 한번 꿀꺽 삼켰다. 녹크의 안광이 시퍼렇게 형형하고 있었다. 그 눈빛을 바라본 순간, 온몸이 발가벗겨진 채로 자신의 모든 것이 낱낱이 파헤쳐지는 것만 같았다. 


  “… 마, 맞아. 미친 것 같아 보이는 영혼들이었어!”


  엘사는 잠자고 있던 용기를 티끌까지 긁어모아서 소리쳤다. 고작 소리치는 것 한 번에도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만 했다. 거짓말을 했다간, 녹크의 심기를 거슬렀다간 살아남지 못할 것만 같았다. 


  그럴 리가 없다, 영혼들은 그저 쾌락을 탐하기만 했을 터, 정령을 쫓을 리가 없는데…!


  그녀에게는 다행스럽게도, 녹크는 그녀에게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오히려 영혼들이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는 것에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 확인해 보겠다. 시험자, 네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깊숙히 잠긴 기억이 모든 것을 알려주리라.


  녹크는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녹크와 엘사, 그리고 아기 정령의 주위로 물방울들이 바닥에서 하늘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중력을 거스르는 물방울들, 엘사는 이 광경이 익숙하다고 생각했다. 


  ‘기억을 읽고 있어!’


  녹크는 이 주변의 기억을 읽고 있었다.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녹크가 기억을 읽게 된다면 자신과 아기 정령의 무고함을 이해해주리라 믿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녹크의 안색은 굳어져만 가고 있었다. 무엇 때문에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지는 몰랐지만, 표정을 보아하니 결코 좋은 일은 아닌 것 같아 보였다. 혹시 자기가 말한 것들 때문에 무슨 일이 터지는 것이 아닐까? 문득 그런 걱정이 들기도 했다. 


  ‘어?’


  그리고 그런 그녀의 불안은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었다. 불길한 직감이 그녀를 스치고 지나갔다. 허공으로 치솟은 물방울에서 이질적인 기운이 느껴졌다. 엘사는 급하게 코를 막았다. 끔찍한 악취가 어디선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있을 수가 없다! 이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녹크가 분노하자, 그의 주변으로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뿜어져 나왔다. 엘사는 어느새 젖어버리고 비틀거리는 몸을 간신히 붙들어 세웠다. 녹크의 사나운 기운이 그녀를 압박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간신히 버텨낼 수 있었다. 


  누구지? 대체 누구냔 말이냐!


  다시 한번 충격파가 뿜어져 나왔다. 


  안내자, 설마 당신께서? 아니, 안내자께서 그러실 이유는 없다. 누구지?


  허공에 떠다니던 물방울들이 요동치고 있었다.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던 빗방울도 허공에서 굳어 버렸다. 엘사, 아기 정령, 그리고 녹크를 제외한 모든 것들이 혼란에 빠지고 있었다. 


  … 아니, 설마…!


  녹크는 앞발을 하늘 높이 번쩍 쳐들고 바닥에 내리찍었다. 충격으로 일으켜진 파동이 녹크의 주위를 빙 두르며 넓게 퍼졌다. 그와 동시에 제단이 굉음과 함께 변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시험이 오염되었다. 


  녹크는 제단의 중심부로 다가갔다. 조그맣게 솟아 있던 동그란 돌덩이의 앞에 선 녹크는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돌덩이의 주위에 빛이 발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험은 계속되어야 한다.


  돌덩이의 주위가 원형으로 빛났다. 바닥이 진동하고, 돌덩이 주위가 굉음과 함께 솟아올랐다. 


  ‘저 문양은…!’


  솟아오른 원형 제단, 그 안에 새겨진 문양을 보자 엘사는 깜짝 놀란 모습을 보였다. 가운데가 볼록 위로 솟아 있는 정사각형, 그리고 그 사각형의 각 점에서 이어지는 4개의 다이아몬드 모양 결정, 그리고 그 결정 중 한 곳에 그러진 물의 정령의 문양. 어머니와 함께 센트니세에 오고 나서 바로 보았던 제단과 똑같은 문양을 하고 있었다. 


  ‘다섯 번째 정령의 문양이야. 그런데…’


  다섯 번째 정령의 문양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만, 다른 정령의 문양 없이 물의 정령의 문양만 새겨져 있었다. 다른 정령들의 문양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엘사는 잠시 고민했다. 


  그렇다면… 시험을 대체하겠다. 


  그때, 정령의 문양이 빛나기 시작했다. 물의 정령의 문양이 빛나고, 녹크가 물거품이 되어서 정령의 문양 속으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증명하라. 두려움의 극복을.


  그리고 그때, 주위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엘사는 본능적으로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더럽고, 역겨운, 한편으로는 이제 친숙해진 기운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증명하라. 정화의 주인이 될 자격을.


  그것도 하나가 아닌, 수십도 아닌, 셀 수 없을 만큼 많았다.






마치 좀비 아포칼립스

tmi) 제단은 한개가 아니고, 18화 (3부 초반)에서 나온 적이 있다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면 잘 봤다는 댓글 하나씩만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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