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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Lullaby - 66

불멸에관하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6.01 02:5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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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앗, 좋아요. 그렇게… 그렇지, 아주 좋아요!


  정령은 엘사에게 나지막이 속삭였다. 엘사는 아무 미동도 없이 허공에 떠올라 있었다. 오르락내리락하던 그녀의 호흡이 아주 조금씩 느려지고 있었다. 


  자, 이제… 저를 따라오세요. 제 목소리를 따라서… 


  정령은 은은한 목소리로 노래를 시작했다. 정령의 선율에 따라서 엘사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천천히, 아주 느리게, 숨을 줄여요. 당신은 더 이상 숨을 쉬지 않아도 돼요. 

  부드럽게, 아주 완만하게, 힘을 풀어요. 당신은 더 이상 힘을 쓰지 않아도 돼요.

  아주 쉬운 일이에요. 눈을 감고, 마음을 열어요. 순수함으로 향하는 오솔길이 당신을 반겨요. 

  바다를 지나 사막을, 구름 위를 날아서 숲을 지나요. 순수한 마음의 친구들이 당신과 함께해요. 


  노래가 잠시 멈추고, 엘사의 숨도 마침내 멎었다. 영혼이 사라지기라도 한 것처럼 눈이 공허했다. 힘없이 축 늘어진 그녀의 팔과 다리 또한 갈 곳을 잃어 있었다. 


  하지만 정령은 그녀의 상태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녀가 죽은 것처럼 보이는지, 혹은 위험한 상태인지는 확인할 필요조차 없었다. 모든 것이 순리를 따라 이뤄지고 있었다.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존재했지만, 아직까지는 통제할 수 있는 범위 안이었다. 


  눈을 닫고 세상을 바라봐요. 당신이 알던 모든 세상을 잊어요. 

  마음을 열고 어둠 속을 날아요. 새롭게 느끼는 세상을 반겨요. 


  그때, 상상도 못 한 일이 일어났다. 엘사의 몸이 투명해지나 싶더니 이내 거품이 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모든 것이 보이기 시작할 거예요. 깊이 숨긴 비밀들, 부끄러운 치부. 숨겨둔 모든 것이 드러나요. 

  그리고 어쩌면 실망할지도 몰라요. 새로운 감각에 취할지도 모르고요. 어쩌면 정신이 나갈지도 몰라요. 


  그녀의 온몸이 투명한 물로 변했다. 눈을 뜨고 있는 것인지, 혹은 감고 있는 것인지 구분조차 가지 않았다. 어느새 물로 변한 아기 정령은 엘사를 바라보며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 정령 간의 모든 감각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니 부디 조심해요. 영영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르니… 


  그 말을 끝으로 아기 정령은 거품이 되어 엘사의 주위를 감쌌다. 그녀의 주위로 물줄기가 빙글빙글 돌았다. 잠잠하던 그녀의 몸이 조금씩 움찔거렸다. 흐릿하게나마 보이던 그녀의 눈이 조금씩 또렷해지기 시작했다. 


  … 아… 


  엘사의 목소리가, 하지만 사람이 말하는 것이라고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무언가가 제단 주변에 크게 울려 퍼졌다. 


  … 안, 안… 


  잡음이라도 낀 것처럼 목소리가 끊겼다. 흐릿하던 기억이 느릿하게 재구성되고 있었다. 


  안나, 안나…


  하늘을 부유하는 정령은 고장 난 태엽인형처럼 한 단어만을 반복해서 말했다. 무언가가 떠오를 듯 하면서도 나사 빠진 시계처럼 헛돌고 있었다. 


  … 나는 누구지?


  정령이 된 인간은 제대로 된 사고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꿈속을 날아다니는 안락함이 그녀를 지배했다. 


  … 안나에게 가야 해.


  그러나 한 단어. 단 한 단어가 정령의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었다. 낯설다고 생각하지만 그 무엇보다 그리운 이름이었다. 


  … 안나가 누구지?


  고민이 거듭되자 인간으로서의 이성이 겉으로 나오려 몸부림을 쳤다. 이성이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다. 


  … 내 동생. 내 구세주. 


  간신히 이름의 의미를 찾아낸 엘사는 잊고 있던 사실을 떠올렸다. 


  구세주. 무슨 의미지?


  그러나 완벽하지는 않았다. 정령으로서의 본질과 인간으로서의 이성이 서로 충돌했다. 


  내게 구세주가 필요한가?


  이번에는 정령으로서의 본질이 그녀를 지배했다. 이성이 모습을 감추자 정령으로서 느낄 수 있는 감각들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눈을 뜨지 않아도 바로 옆에서 보는 것처럼 생명의 본질을 느낄 수 있었다. 번거로운 과정 없이 생명체가 느끼는 슬픔을, 그리고 그 생명체의 숨겨진 기억들을 느낄 수 있었다. 


  난 이렇게 자유로운데, 이 감각을 다시 버리라고?


  엘사는 이전까지 느끼던 정령의 감각은 장난에 불과하다는 것을 느꼈다. 정령으로서의 자신은 이 감각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이성이 다시 살며시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 안나에게… 안나가 그렇게 중요한가? 


  이성과 본질이 서로 부조화를 이루었다. 그때, 그녀에게 동화되어 있던 아기 정령이 그 존재를 드러냈다. 엘사 안의 두 정신은 아기 정령의 말을 듣고 나서야 각각 납득할 수 있었다. 


 결국… 하나. 어차피 안나에게 가려면 시련을 통과해야 해. 아기 정령을 따라서, 이 힘을… 


  그렇다면, 이 감각을 더 오래 느낄 수 있어… 


  아기 정령은 그녀에게 영혼들을 바라보라 말했다. 그곳에 이 시련을 이겨낼 길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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