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픽]마녀를 홀리는 묘약 4

ㅁㄴㅇ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7.06 23:09:33
조회 332 추천 20 댓글 2



안나의 방을 몰래 검사하는 중이다.

하도 맹랑한 꼬맹이라 무슨 짓을 벌일지 종 잡을 수 없어.

이 꼬맹이는 내 상상보다 늘 빠르다.

성장하면서 더 똑똑해지고, 더 키가 커지는 것도.

배울수록 더 능숙해지고 재능 위에 더 재능을 쏟아붓는 것도.

언제였더라? 아무튼 문자대로 꼬맹이 시절에 나를 속이는 일도 종종 있었다.

언젠가 안나의 가방을 탈탈 털어서 그 당시에는 금지시킨 마도서를 베낀 복사본들을 무더기로 적발한 적도 있다.

따끔하게 혼내면 안나는 그 날 하루는 속상하고 반성하는지 방에서 나오지도 않고는 했다.


'묘약의 배합이라...'


안나의 실험 탁자에 있는 연구일지를 읽어봤다.

다양한 묘약들의 배합법을 왜 익히려 하지?

완성적인 묘약 하나를 단독으로 만드는 것도 쉽지는 않다.

그 완성작들을 다시 합치는건 말할 필요가 없고.


'묘약의 내성...마녀의 저항력...고대의 주술...주술? 이런것까지 알았다고?'


나는 읽을수록 점점 흥미가 깊어졌다.

내가 참고하는 고대부터 전승된 마도서들도 이제는 무미건조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에 읽는 인간 꼬맹이의 연구일지는 그것들보다 훨씬 매력적이었다.

도대체 어디까지 커져 있는거지?

나는 감히 짐작이 되지 않았다.

연구일지 끝머리에는 일지라기 보단 공상이 적혀 있었다.



'안나의 묘약'


성능 : 원하는 모든 것을 이뤄주는 최고의 묘약! 그냥 소원을 들어주는 마법 램프처럼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묘약들을 합친 것보다 굉장함!


펠릭스 펠리시스, 아모텐시아 같은 류의 감정을 지배하고 주위 환경을 뒤트는건 사실 복용자의 내면의 능력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를태면 완벽한 행운이라는 것은 정말 운명처럼 다가온 행운을 만드는게 아니라 초월적인 직관력이나 당당한 자신감을 쏟아내 스스로조차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꿔버리고 그런 행동 변화 덕에 주변에서도 평소답지 않은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 안나의 묘약은! 역사상 가장 위대하며 고리타분하고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마녀 세계에는 담기지 못할 역대의 걸작은 그런것들과 차원이 다르다!

완벽한 묘약은 어디에 있을까?

역사속에 나오는 모든 학자들이 찾아 해맨 결말은 벌써 알고 있다.

나는 이 묘약으로 원하는 모든걸 이룰 것이다.

그때가 되면 엘사도 내 진면목을 인정할듯? 킥킥.



나는 인상을 팍 찌푸렸다.

이 꼬맹이가...위대한 마녀님, 마녀님 어쩌고 하더니.

이런곳에는 그냥 엘사, 엘사 거리고 있었어?

모든 학자들이 찾아 해맨 완벽한 묘약?

그건 흡사...그래 흡사 연금술과 같은 것이다.

인간 세계에 연금술사라 자칭하며 마녀의 편린을 가진 마법사들 같은 사기들.

불가능한 꿈을 쫓는 어리석은 짓거리들이지.


안나가 처음 이 오두막에서 재능을 엿봤을 때 안나에게 들려줬다.

단명해버린 한 천재의 이야기.

그 천재는 일생을 받친 혼으로 궁극의 묘약을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제조 방식도 남기지 않았고, 그맘때 그자는 삶의 의미를 잃어버렸다.

그자는 궁극의 묘약을 숨기고 또 다른 생의 목표를 찾아 여행을 떠났다.

지금 전승되는 모든 묘약의 기본들은 바로 그자의 일대기가 담긴 여행과 궁극의 묘약에서 파생된 것들이다.

아직도 수 많은 마녀들이 그자와 같이 모든 묘약을 합친 궁극의 묘약을 갈망하고 있다......그런 이야기.


'마녀님! 그럼 그 사람은...어째서 그런 대단한 묘약을 만들고 쓰지 않았을까요?'


'나라고 알겠니?'


'너무 아쉬워요...'


'이런건 그냥 요정의 꼬리 같은거야. 동화는 동화로 생각하렴.'


'......혹시 그 천재님은 혼자여서 그랬던거 아닐까요?'


'음?'


'혼자서 만든 결과물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으니까......외로워서.....'


'에휴, 뭐라니. 그런게 진짜 있었다면 당장 가지고서 세상 밖에 떵떵거렸겠지. 마법 학회에 알려서 자기 이름을 역사에 남기거나 뭐, 그런. 아무튼 동화는 동화로 알렴. 사실 한꺼풀 벗겨서 진지하게 생각해보면 진짜로 그런 궁극의 묘약 따위가 없으니까 동화가 있는거란다. 제조 방식 따위도 남기 않은게 아니라 못했겠지. 없으니까.'


'그, 그게 만약 누군가를 위한 선물이었으면...그렇지 않을까요? 선물을 주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면 시무룩하니까....열심히 만들수록 더 그럴거에요.'


나는 이야기에 진지하게 몰입한 꼬맹이가 귀여웠다.

괜히 꼬맹이를 골려준다고 어른처럼 으스댄 나도 낯설었다.

동심을 지켜줄걸.

나는 말 없이 꼬맹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선물로 꼬맹이가 기분이 가시게 행복의 묘약을 아주 조금 먹였었다.




"마녀님?"


한참 옛 생각에 잠겨있을 때.

안나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뭐, 뭐하고 계신거에요!"


"어딜!"


안나는 허겁지겁 달려와 자기 연구일지를 뻇으려 했다.

나는 손쉽게 안나의 발밑에 얼음을 만들어 엉키게 하고 몸을 틀어 피했다.


"나에게 다 말하지 않는 것도 있었네? 맹랑한 꼬맹아."


안나는 삐질삐질 땀을 흘린다.

위아래로 크게 요동치며 주변을 살피는 눈치도 훤하고.


"고리타분하고, 폐쇄적이고, 권위적이고....마녀도 아닌 주제에 마녀 세계를 꽤 잘 알고 있구나? 마치 누구에게 하는 말처럼 들리는데."


"아...그건...."


"엘사, 엘사, 엘사. 여기도 엘사. 저기도 엘사. 혼자서 여기저기 써놓은 곳에 불만이 꽤 많아 보이더라. 뒤통수라도 한 대 맞은 기분이야. 마치 내 험담을 발견한 느낌이랄까?"


"마녀님 험담이라니요! 그냥 혼자 편하게 쓴 잡담들이에요."


"이 다음은 마녀님이 읽고 있는 고대 마도서를 보면 이해가 될지도 모르는데 몇가지는 절대 못 읽게 한다! 이러니까 고폐권(고리타분,폐쇄적,권위적)인 마녀들 소리를 듣지! 엘사는 맨날 날 골려먹는게 틀림 없다! 결국 언젠가는 들어줄거면 빨리 좀 해주지! 맨날 99.9% 들어주면서 0.1%인척 군다니까!"


나는 일지를 휘리릭 넘겨가다가 안나가 말한 잡담중 꽤 수위 높은 부분을 읽었다.


"너, 꽤나 마음에 담아 두는 편이구나?"


"그게 왜 적혀 있을까요오..."


목소리가 작아지는 안나를 연구일지를 접어 툭! 하고 머리를 때렸다.


"악!"


"그건 둘째치고 주술은 어디에서 손을 댔어."


"그, 그건 그냥 법칙 강제를 위해서...!"


"그러니까 함부로 할게 아니라고 말했지? 묘약의 배합을 주술로 강제시키는 방식을 생각하나 본데 그건 네 영역이 아니야."


"마녀님이 도와주시면...악!"


"고폐권인 엘사가 0.1% 마음이 사라져서 말이야."


안나는 내가 연구일지로 때릴 때마다 낑낑거렸다.

그러다가 문득 안나가 내 눈높이에 딱 맞는게 낯설다.

원래 이렇게 컸었나?

잠깐, 몇살이지 이제?

마녀들은 시간을 1년, 2년씩 세지 않는다.

의미가 없으니까.


"그만해요! 저도 이제 어른이에요!"


안나는 다음 손목 스윙에 재빨리 일지를 낚아챘다.

일지를 자기 품속에 꽁꽁 숨긴 안나는 여전히 머리를 문지르고 있었다.

어른이라고?

어른?

나는 그 단어를 듣고서 안나가 달리 보였다.

꼬맹이...주제에 말이야.

이제 정말로 다 큰 여자가 되어 있었다.

어디까지나 인간 기준으로지만.


"어른이면 어른답게 하렴. 고폐권인 엘사에게 따지면 되지 뭣하러 소녀애처럼 공책에 끄적이고 있니."


"그 고폐권인 엘사가 글만 보고도 이러는데. 바로 정면으로 따지면 어떻게 될줄 알고요? 맨날 마법으로 겁 주기나 하고. 나도 마법을 쓸 줄 알았으면 그렇게 했지."


"이게 정말!"


"하지만 그런 마녀님이 계셔서 정말 좋아요! 엄마 같기도 하고, 선생님 같기도 하고, 친언니 같기도 하고! 나, 나가서 밥 먹어요! 저녁 식사 준비 끝냈어요!"


꾸부정한 말투로 쫑알대는 비아냥에 다시 마법을 쓰려든다.

안나는 재빨리 몸을 웅크리며 다시 원래 말투로 돌아온다.


"그나저나 마녀님. 진짜 엘사라고 부르는게 싫어요?"


"어른이라고 맞먹으려 들지 말렴."


"왜요? 엘사라는 이름은 엄청 독특해서 예쁜데. 안나는 흔해 빠져서 길거리에서 안나만 찾으면 천 명은 모일걸요? 그런데 엘사라는 이름은 어감도 좋고. 특별해 보이잖아요. 더 친숙하게 들리지 않아요?"


안나는 날 등떠밀며 자기 다락방 문을 단단히 잠궜다.

나는 뒤돌아 안나의 연구실을 다시 어른거렸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나는 안나가 방에 들어올때까지 인식하지 못 했다.

그만큼 내가 안나의 연구 일지에 빠져서 집중하고 있었다는걸까?


"진짜 반칙이에요. 갑자기 들이닥치는건."


"네가 저지른 만행들부터 반성하렴."


"저지른 만행이 뭐가 있는데요 엘사?"


"하아아....."


"이것도 0.1%의 가능성으로 허락해주는거죠? 응? 그렇죠? 엘사? 엘사는 다른 마녀들과 다르게 분명히 고리타분하지도 않고, 폐쇄적이지도 않고, 권위적이지도 않으니까요!"


나는 이제 키가 나만큼 커서 귓가에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에 진이 빠졌다.

예전에는 간신히 매달려서 끙끙대는 강아지였는데.

너무 덩치 커지니까 이런 억지에 감당이 안된다.


"빨리 밥 먹어요 엘사!"


"그래. 그러자."


안나는 와락 내 팔짱을 끌어안았다.

정말 빨리 크네.

나는 기억속에 있던 것처럼 안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려면 팔을 얼마나 뻗어야 할지 대충 가늠해봤다.

아, 손을 완전 머리 위까지 들어야 하잖아.

나는 내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부엌까지 끌고가는 안나에게 맡겼다.

이제 그런건 못해주겠네.



추천 비추천

20

고정닉 3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시세차익 부러워 부동산 보는 눈 배우고 싶은 스타는? 운영자 24/05/27 - -
공지 음란성 게시물 등록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163] 운영자 14.08.29 167255 509
공지 설국열차 갤러리 이용 안내 [2861] 운영자 13.07.31 439691 286
1123622 오후갤먹 ㅇㅇ(223.38) 12:54 8 0
1123621 잠이깬 거시애오 ㅇㅇ(223.38) 05:44 8 0
1123620 격하게 밤샌 다음날 [1] ㅇㅇ(222.233) 00:07 28 0
1123619 일요일이야 ㅇㅇ(110.47) 06.01 11 0
1123618 이거 몬가 떠난 설쥬미와 설갤 같음 [4] ㅇㅇ(110.47) 06.01 43 0
1123617 눈이 퀭~ [1] ㅇㅇ(110.47) 06.01 14 0
1123616 안줌 술버릇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1 27 0
1123615 엘사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1 20 0
1123614 오타쿠짓하다 발견 [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1 57 1
1123613 구케엘 이제 디아블로4 하냐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1 26 0
1123612 안나는 평생 공주하고 엘사는 여왕하자 [1] ㅇㅇ(223.38) 06.01 31 0
1123611 맨날 카멜레온 같이 아이피 바뀌더니 ㅇㅇ(223.38) 06.01 18 0
1123610 설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1 19 0
1123609 설...하... [1] ㅇㅇ(211.234) 06.01 15 0
1123608 왜 6월임 ㅇㅇ(221.143) 06.01 13 0
1123607 엘산나 언제까지 애틋할거야 ㅇㅇ(223.38) 06.01 20 0
1123606 아 미친 6월 첫글을 잊다니 ㅇㅇ(110.47) 06.01 18 0
1123605 6월첫글 차지해 ㅇㅇ(223.38) 06.01 17 0
1123604 이러다 뽀뽀할거같음 [5] ㅇㅇ(110.47) 05.31 71 11
1123603 정신 차리니까 벌써 금요일 ㅇㅇ(223.38) 05.31 16 0
1123602 엘산나갤입니다 ㅇㅇ(223.38) 05.31 17 0
1123601 맛점해러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1 26 0
1123600 내 5월 어디감 [1] ㅇㅇ(106.101) 05.31 20 0
1123599 하 혐퀘 [1] ㅇㅇ(211.234) 05.31 21 0
1123598 5월도 안녕 ㅇㅇ(223.38) 05.31 20 0
1123597 5월 마지막의 첫글이노라 ㅇㅇ(110.47) 05.31 18 0
1123596 능력 혐오하는데 능력 없는건 싫은 엘사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70 5
1123595 아 맞다 쥬미들아 인스타펌글 올릴 때 조심해 [1] ㅇㅇ(110.47) 05.30 69 3
1123594 누가 이거 1이 안나고 2가 엘사랬는데 [2] ㅇㅇ(110.47) 05.30 58 0
1123593 설갤만큼 엘산나에 진심인 커뮤가 있냐 [1] ㅇㅇ(223.38) 05.30 40 0
1123592 모든 삶이 엘산나야 ㅇㅇ(223.38) 05.30 30 0
1123591 우중충한 날엔 빠와가 있는 노래를 들어야 해 [3]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41 0
1123590 설갤 덕분에 글도 써보고 [1] ㅇㅇ(223.38) 05.30 32 0
1123589 크으 이틀만 견뎌 ㅇㅇ(223.38) 05.30 20 0
1123588 그래서 대체 왜 목요일에는 다들 없는거임??? [2] ㅇㅇ(112.157) 05.30 38 0
1123587 핵정전의 목요일 ㅇㅇ(112.157) 05.30 20 0
1123586 설하 [1] ㅇㅇ(106.101) 05.30 21 0
1123585 소설이란걸 써본게 설갤이 처음인디 [3] 설갤러(221.145) 05.30 50 0
1123584 크윽 늦었다 [1] ㅇㅇ(223.38) 05.30 25 0
1123583 첫글접수 ㅇㅇ(110.47) 05.30 20 0
1123582 고요한밤 설갤러(118.43) 05.29 19 0
1123581 막글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9 20 0
1123580 코피 철철철 ㅇㅇ(110.47) 05.29 22 0
1123579 저 밑에 새의상 [1] ㅇㅇ(223.38) 05.29 34 0
1123578 후 빡센 오늘이었따 [1] ㅇㅇ(223.38) 05.29 28 0
1123577 엘사가 사라지는 꿈꾸는 안나 [2] ㅇㅇ(223.38) 05.29 46 0
1123576 설하 [1] ㅇㅇ(115.138) 05.29 18 0
1123575 오늘 유익한 악몽을 꿈 [2] ㅇㅇ(211.234) 05.29 33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