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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Lullaby - 69

불멸에관하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9.13 22:4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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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움직여, 제발!’


  엘사는 안간힘을 쓰면서 몸을 움직이려 했다. 그러나 몸은 그녀의 바람과는 반대로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녀는 마치 자신이 허공에 묶여있는 것만 같다고 생각했다. 


  엘사는 당황하면서 주위를 둘러보려 했다. 역시나 고개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녀는 주위를 볼 수 있었다. 정령의 눈은 아직 그녀에게 남아 있었던 것이었다. 


  주위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달라진 것은 단 하나, 그녀의 이성이 돌아왔다는 사실뿐이었다. 정령과의 동화가 풀리기만 했을 뿐, 그녀는 여전히 정령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 변했다고?’


  생각이 거듭될수록 머리가 아파왔다. 이성이 돌아오고 나니 모든 것이 이상했다. 


  ‘내가 그런 생각을 했다고?’


  자신이 떠올렸다고 믿기 힘든 생각들. 그녀의 주위를 빼곡하게 감싼 물방울들, 그리고 그녀의 머릿속을 계속해서 맴도는 단어들,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었다. 


  ‘그게 나였다고? 정말로?’


  엘사는 충격을 받은 채로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했다. 더 이상 무언가를 해보려는 생각조차 떠올리지 못한 채로, 그녀는 자기 자신의 모습에 경악한 나머지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물거품으로 변해버린 몸,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감각. 더 이상 스스로를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엘사는 끝내 답을 할 수 없었다. 


  ‘안나…’


  만약, 돌아가지 못한다면? 이렇게 평생 살아야 한다면? 더 이상 안나를 보지 못하게 된다면? 어두운 생각들이 그녀의 생각을 야금야금 뜯어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빈자리에 두려움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정신 차려요!


  “히익!?”


  아기 정령의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 엘사는 깜짝 놀라며 작은 비명을 질렀다. 기척 없이 다가온 아기 정령은 어느새 옆에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미, 미안… 힉!?”


  엘사는 아기 정령에게 사과했다. 그리고, 그녀는 곧바로 비명을 다시 질렀다. 


  “너, 모, 몸이…!”


  에? 


  엘사는 떨리려 하는 마음을 간신히 붙잡고 손을 들어 올리려 했다. 그녀가 들어 올릴 손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직후, 아기 정령은 그녀의 생각을 눈치채고 말을 이었다. 


  걱정하지 말아요, 괜찮아요.


  엘사는 다시 한번 아기 정령을 바라보았다. 물방울로 이루어진 아기 정령은 조금씩 투명해지고 있었다. 아기 정령의 뒤에 있던 검은 새싹이 선명하게 보일 정도였다. 


  그것보다, 시간이 없어요. 빨리 가야 해요!


  한편으로 아기 정령은 다급하게 엘사를 재촉했다. 아기 정령의 안절부절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을 보자 엘사는 자신이 긴장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두 번 설명할 시간이 없어요. 그러니 부디, 놓치지 말고 잘 따라와 주세요.


  “잠깐, 기다려!” 엘사가 소리쳤다. “어디를 간다는 거야? 난 지금 움직이지도…!”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그래요. 걱정하지 말아요. 


  바로 그때, 무언가가 엘사의 머릿속으로 흘러 들어오기 시작했다. 


  몸을 움직인다고 생각하지 말아요. 천천히, 생각해요. 당신께서 원하는 곳을 생각한다면, 당신은 그곳에 금방 도착해 있을 거예요. 


  “... 잠깐, 뭐라고?”


  아기 정령은 아무런 말 없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마음속으로 어떤 결정이라도 내린 것일까? 정령은 반투명해진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린 지금 심상 세계에 들어와 있어요.


  “심상 세계…?”


  아기 정령은 고개를 돌려서 검게 물든 새싹을 바라보았다. 심상 세계, 엘사는 단어를 곱씹으면서 정령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심상… 마음속 생각?”


  마음속 세계라고 불리기도 해요. 기억을 걷기 위해서는 무조건 들러야만 하는 곳이에요. 


  “우리가 지금 마음속에 들어와 있다는 말이야?”


  정확히 말하자면 더 복잡하지만, 얼추 맞아요.


  아기 정령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엘사는 눈앞의 새싹을 바라보았다. 새싹을 이루고 있는 물방울들을 통해서 어떤 장면들이 얼핏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귀를 기울이자, 물방울에서 소리가 작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무나 나랑 놀아줬으면 좋겠어.”


  “뭐, 뭐라고?”


  엘사는 흠칫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생각지도 못한, 어린아이의 목소리였다.









68화를 6월 26일에 올리고

69화가 9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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