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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산나위크/판타지) 엘쨔는 심심해요 7모바일에서 작성

ㅇㅇ(60.28) 2015.05.06 23:56:04
조회 1049 추천 40 댓글 7


작은 방엔 얼음으로 만들어진 침대가 있는데, 침대 위엔 푹신한 시트가 올려져 있었어. 마왕은 평소에 이렇게 작은 눈사람과 같이 잤어. 오늘은 좀 달라. 수다스러운 버섯 안놔와 용사 안나가 있으니까! 한바탕 울고 얌전해진 마왕은 용사님을 꼭 끌어안고 잠이 들었어.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하지. 조금 움직이려 하면 안놔가 고개를 저었어. 잠든 미인을 깨우면 천벌을 받는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짧은 팔을 퍼덕이며 감시하다가 몇 분 쯤 지나니 꾸벅꾸벅 졸아. 팔을 빼면 움찔거리니, 안나는 어쩔 수 없이 팔을 내주어 팔베개를 해주고 마왕과 마주봐야 했어.


이 여자가 마왕이라니. 왠지 검을 들고 덤벼든 안나는 양심이 쿡쿡 찔려. 입술을 오물오물 하면서 자는 모습이 어린아이 못지 않았지. 날이 저물면 자는 동안 습격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먼저 잠들어서 옹알이라니. 포옥. 포옥 내쉬는 숨이 안정적이야. 마왕은 안나의 생각과 달리 깊게 잠들기까지 했어.


해가 뜨면 이 성에서 뜰거야. 말이 통하는 듯하니 사람들을 그만 괴롭히라 차근차근 설득하면 그만두겠지. 상상했던 격렬한 몸싸움은 저 멀리 날아간지 오래야. 안나는 처음으로 적과 대화로 해결하기로 해. 산을 올라서 피곤하네. 안나는 꿈뻑. 꿈뻑 눈을 느릿하게 감다가 눈을 감았어.


?! 마왕의 손이 안나의 가슴에 닿고 안나는 눈을 번쩍 떴어. 더듬더듬 거리던 손은 안나의 가슴을 가로지르고 반대편까지 가더니 안나를 꼬옥 붙잡았어. 마왕은 용사님 몸에 찰싹 달라붙어선 숨을 포옥포옥 내쉬어. "..저기요?" 아, 안 돼. 깨우면 귀찮아질거야. 안나는 흐읍. 숨을 들이마셨어.


오, 이런. 마왕의 미모는 생각 이상이야. 언젠가 안나가 회를 쳤던 미인계로 사람들을 홀리고 잡아먹었던 괴수들의 수장보다도 더 예쁜 듯했어. 이놈의 얼음들은 밤이고 낮이고 차이없이 쓸데없이 밝은건지! 안나는 선명하게 보이는 마왕의 얼굴을 뚫어져라 보다가..


주륵. 코피를 흘리고 말았어. 왼손으로 급하게 틀어막긴 했지만 코피의 양은 상당해. 이 마왕도 미인계를 쓰나봐. 잠든 얼굴에 골로 가게 생겼네. 안나는 온몸을 바둥거리지만 안나의 커다란 검을 한손으로 뽑았던 마왕의 근력은 안나를 꼼짝 못 하게 했어.


껴안은 용사가 자꾸만 움직이자 마왕은 미간을 구기더니 눈을 슬며시 떴어. 앗. 코를 틀어막은 안나와 눈을 마주치더니 피로 빨갛게 물든 손을 보고 기겁해. 잠든 사이에 힘을 써서 다쳤나봐! 화들짝 놀란 마왕이 벌떡 일어나는데, 안나는 작은 눈사람을 부르려는 마왕의 손목을 잡아선 눕혀버렸어.


쉿. 안나는 마왕의 입을 오른손으로 가리며 조용히하라 신호해. 자기 전에 작은 눈사람들이 꼼꼼하게 몸수색을 한 덕분에 용사의 몸엔 작은 쇠붙이 조차도 없어서 위협이 되지 못 해. 안나는 자연스럽게 팔에 코피를 스윽 닦으며 어색하게 웃는데. 마왕은 두 눈을 동그랗게 떴어.


"...귀여워.." 예? 용사라서 멋지다는 소리는 수도 없이 들어봤어도 여자로서 귀엽다는 소리는 처음들어봐. 그것도 산꼭대기 위 악랄하고 위험하다는 마왕한테서. 말문이 막힌 안나는 바보같이 어버버 소리를 내며 말을 더듬다가 재빨리 침대 위에서 벗어나 침대에 걸터앉더니 등 뒤에서 시트를 쓰는 소리에 기겁하며 빠르게 뛰쳐나갔어.


"엘쨔?" 안놔가 소란스러운 소리에 잠에서 깬건지 시트 위에서 몸을 부비적 움직이더니 데구르르 굴러서 마왕의 옆에 폭. 닿았어. 마왕은 안놔를 두 손으로 잡아서 일어나기 힘들어하는 안놔를 일으켜줘. 으잉 안놔가 없네! 안놔는 사라진 안나를 찾으려 두리번 거려.

"엘쨔. 안놔는 어디가쪄?"
"모르겠어."    
"쮜짜러 갔나?"  
"...쮜?"
"화장찔!"

볼일을 보러 갔단 소린가? 하지만 화장실 어딘지 알려준 적 없는데? 마왕은 작은 눈사람을 불렀어. 잠에서 깬 작은 눈사람의 머리를 쓰다듬은 마왕은 용사를 쫓아가라고 했지. 작은 눈사람은 용사가 나간 길을 쫓아서 나가. 성 밖엔 나가지 말아야 할텐데. 밤이니까 위험할거야.



계단을 내려와 넓은 홀, 구석에 숨은 안나는 터질듯이 뛰는 가슴을 양손으로 누르며 진정시켜. 이, 이, 이상한 마왕이야! 멎었던 코피는 다시 주륵. 나와버렸어. 폴짝폴짝. 무언가 뛰는 소리가 윗쪽에서 들리더니 마왕의 명을 따라 용사를 쫓아온 작은 눈사람이 내려와 숨은 안나를 단숨에 찾아냈어. 작은 눈사람은 안나의 곁을 뱅글뱅글 돌더니 활짝 웃다가 고개를 갸웃거려. 이상한 마왕에 이상한 눈사람까지. 당장 여기서 나갈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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