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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더매직썰] 하룻밤의 인연으로 서로에게 코 꿰인 엘산나썰 5

늦게인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07.21 01:06:31
조회 4486 추천 121 댓글 17

- 반응 감사하게, 재미있게 보고 있어. 쥬미들. 하나하나 댓글 못 달아줘서 미안하고 고맙다. 


코 꿰인 썰 4


5.


엘사를 보내고 안나는 정신이 없었어출근 시간이 되기 전까지 손질해야하는 재료도 많았고 재료도 공수해야했으니까 정말 정신이 없었지오큰네 음식 납품 트럭을 기다리는데 문이 열렸어디 오리엔트의 사장크리스토프야.

 

루헤인 사장님오셨어요?”

둘밖에 없는 데 무슨 루헤인 사장님.”

 

안나의 어깨를 사람 좋게 웃으면서 내리쳤어사람들 앞에서는 티내지 않지만 안나랑 크리스토프의 사이는 돈독해두 살 차이의 사촌지간이거든.

 

크리스왜 이렇게 일찍 나왔어?”

너한테 들은 이야기가 많아서그 아가씨무슨 일인지 얘기해 줄 수 있겠어?”

 

이 세상에서 저를 위해주는 사람들을 꼽으라면 안나는 지체 없이 크리스토프와 루헤인 집안 사람들을 꼽을 거야그 정도로 안나는 루헤인과 크리스토프를 신뢰해그럼에도 머뭇거리는 걸 보면서 크리스는 담배를 하나 빼 물었어안나가 몸에 냄새 밴다고 물러났지크리스토프는 어깨를 으쓱이다가 퇴근하고서는 이야기 해줄 수 있냐고 물었어안나는 조금 더 생각하다가 그러자고 했지.

 

안나가 임산부를 위한 자료를 찾아 엘사에게 문자를 보내자마자 견습생 코미와 오큰이 안으로 들이닥쳤어. 일하는 내내 크리스토프한테 할 변명을 생각하려고 했는데 그날따라 손님이 밀어닥치며 유독 정신이 없는 하루를 보내지그대로 퇴근해 크리스토프한테 불려가니 아침에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는 할 말이 없어그래서 선택하게 됐어정공법을.

 

오빠.”

웬일이야니가 날 오빠라고 다 부르고.”

내가 실수를 하나 했거든?”

천하의 안나 아렌델이무슨?”

... 내가 오메가를 임신시켰어그 사람이랑 결혼할거야.”

푸우우우우.... 웨잇 왓?”

 

그 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호프집에 앉아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그들에게 쏠렸어그 시선도 느끼지 못하고 크리스토프는 정신이 혼미해졌어난봉꾼이던 알파 친척들도 멀쩡하게 잘 제 짝 만나서 결혼하던데 이 애는 무슨 생각인지 책임부터 지겠대게다가 아직 스물 네 살이잖아크리스토프가 보기엔 너무 어려보였어저도 스물 여섯밖에 되지 않았단 생각을 하지 못하고.

 

그 녹색눈에서 느껴지는 진심에 크리스토프는 순간적으로 제 사촌 동생이 원망스러워졌어다른 알파들은 책임 안지겠다고 도망간다는데 왜 제 동생녀석은 책임을 못 져서 안달인지그래도 일단 이성을 다잡으려고 노력했어어릴 때부터 큰 사고 없이 다니던 아이야그래정말로 사랑해서 그랬을 수도 있잖아?

 

... 일단 들어나보자얼마나 만났어?”

그게... 한 달 정도 전에 처음 만나서...”

야 인마!”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 예상과는 다른 이야기야더 안 들어도 원나잇 스탠드인 걸 알겠어안나가 입을 열면 열수록 충격적인 얘기가 흘러나와결국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크리스토프한테 뺨 한 대 맞았어안나는 예상했다는 듯 그저 인상을 한 번 찌뿌리곤 다시 제 사촌을 바라봤지.

 

그래서 그거 상의하느라고 오는 거야최대한 빨리 결혼할 생각이고.”

지워안나지우라고 해잠깐만 어디로 가 있을래오빠가 처리할게.”

그럴거였으면 오빠한테 얘기하지도 않았어얘기는 다 끝났어내일부터 허락받으러 다닐 생각이야.”

 

저를 걱정하는 크리스토프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안나는 그 누구도 꺾을 수 없을 정도로 확고해오늘 밤을 크리스를 설득하는데에 다 쓰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안나는 그렇게 해서라도 크리스의 걱정을 꺾을 생각이야.

 

------------------------

 

그렇게 설전의 밤을 지내고 다음 날이야.

 

“... 괜찮아요?”

 

감싸쥐고 있는 손을 엘사가 내려손톱자국도 났어미안해서 입술을 깨무는데 안나가 턱을 간질이며 못하게 해다정하게 웃는 그 모습에 엘사가 걱정이 되어 손을 가져가.

 

시원하다... 손 되게 시원하네요.”

그러니까왜 말을 그렇게...”

그렇게 안 했으면 결혼 허락 못 받았을걸요?”

 

두 시간 정도 전의 일이야원래 엘사는 고모 부부와 점심약속이 잡혀있었어그러다 손님을 데려간다고 했고 허락을 받으면서 그 자리에 안나가 참석했어무례한 걸 알면서도 가타부타 안나는 무릎을 꿇었지.

 

엘사이 친구는...?”

엘사 고모님과 고모부님이시죠제가 엘사 씨와 결혼하고 싶어서 이렇게 무턱대고 찾아뵙게 됐습니다안나 아렌델입니다.”

아렌델...?”

생각하시는 아렌델과 다른 아렌델입니다." 


사실 그 아렌델이 맞지만 안나는 부정해. 조금 기대했었던 듯 아쉬운 마음을 약간은 내보이는 두 사람이야그러면서도 당돌한 건 저희가 생각했던 아렌델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지보통 결혼을 전제로 한 만남을 허락 받는데 이 둘은 다짜고짜 결혼부터 하겠다고 해어려보이는 얼굴에 고모는 그저 어려서 혈기왕성하기에 하는 말이라 봐고모부의 생각도 마찬가지야.

 

너무 어리지...” - “아직 만남도...”

저희결혼 해야합니다임신 5주차예요제가 애아빠입니다.”

 

적당히 달래서 보내려던 고모가 바닥에 물잔을 떨어뜨려고모에게 물을 따라주던 고모부는 아예 물통을 떨어뜨렸어반응이 격하긴 격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안나는 말을 이어가.

 

저희 6개월정도 교제했습니다이렇게 보기만해도 예쁜 사람인데 제가 너무 결혼하고 싶어서엘사가 나이가 차다보니까 다른 사람이랑 결혼할까봐이렇게 제 나이가 너무 어리다고 말리실까봐 주기가 온 그날 밤에 눈이 멀었습니다.”

 

안나는 어제 밤새도록 시나리오를 짰어엘사에게 알려주지 못했지만 제가 잘 숙지하고 있으니 잘 말만 한다면 잘 넘어갈 수 있을 거 같았거든가족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 하는 엘사이기에 제 실책으로 상황을 만들었어알파가 오메가의 히트싸이클에 흥분해서 벌어지는 일이 흔하니까.

 

자네 나이가 몇 인가?”

스물 네 살입니다.”

직업은?”

근처 레스토랑에서 요리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제 말이 끝나자마자 고모부의 손이 날아와오른뺨에 강한 충격을 남겨.

 

지우시게.”

눈에 흙이 들어가도 못 지웁니다.”

 

다시 한 번 짝하는 소리가 울려퍼졌어오른손잡이들이라 그런가 다들 왼뺨만 때려서 이젠 부은 거 같아안나는 그렇게 엘사의 고모와 고모부에게 고루 맞았어엘사가 말리려 했지만 맞을 수도 있다고 안나가 뒤로 물러나게 해서 온통 안나가 맞았지두 분 다 엘사의 결혼을 바랬지만 한눈에 봐도 어려보이는 알파가 게다가 직업도 변변치 못한 녀석이라니 영 마음에 들지 않았어.

 

지워!”

절대 그렇게 못 합니다.”

 

계속 때리다 지쳐 결국 안나를 앉혀놓고 이래저래 말을 해달래기도 하고 화도 내지만 안나는 안 된다는 말만 반복해.

 

안나에게 있어 그 과정에서 일어날 잡음들을 완전히 차치하고서 볼 때 허락을 받는 건 쉬웠어오메가가 이미 임신을 했잖아알파는 지우지 않겠다고 하고히트싸이클이니 러트니 하도 이런 저런 문제가 많았지만 상류층 알파들은 악법을 바꾸지 않았어오메가와 알파가 동의하지 않는 이상 아이를 지울 수 없는 구시대의 법을 그저 내버려두었지저희들에겐 손해가 없었거든알파가 오메가를 취하고 도망해버려도 오메가는 아이를 지울 수 없었어불법의 경로를 통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합법 아래에서도 중절 수술 도중에 아이도 산모도 많이 죽어나가는데 불법의 경우는 살 확률 자체가 낮았어알파들이 그렇게 만들었지.

 

저 두 사람도 그걸 알았어그래서 일부러 아프라고쉽게 포기하라고 뺨만 골라 때렸는데도 안나는 꿋꿋해처음 앉은 그 자세로 요지부동이야이미 각오한 일이니까.

 

돈 때문인가저 애가 상속받을 재산이 탐나나?”

재산문제에 관해서는 일절 관여하지 않기로 했습니다믿지 못한다면 계약서를 작성하겠습니다.”

나참... 그게 아니면 알파인 자네가 뭐 때문에 그 나이에 결혼한다고 하나우리가 납득할 수 있게 말해주게사랑어차피 그런 건 얼마가지 않는다는 거 어려서 모르는건가?”

제 나이가 어리긴 하지만 성년을 지났습니다말씀하신대로 저는 어려서 아직 성인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제가 한 실수에 책임을 져야하는 나이인건 압니다하룻밤 불장난에도 책임을 져야하거늘 사랑하는 사람과의 잠자리에서 생긴 아이이니 지워야할 이유는 더더욱 없지요.”

 

저렇게 까지 나오는데 어떻게 만류를 해. 안나가 엘사를 완전히 복도로 내보낸터라 엘사의 표정을 그 누구도 볼 수 없었어. 결국 승낙 아닌 승낙, 두 시간 여의 회유와 구타의 시간을 보내고 결국 마음대로 하라는 이야기를 듣고 두 사람은 차로 돌아올 수 있었어엘사가 다시 안나의 얼굴을 바라볼 수 있었을 때는 이미 안나의 얼굴은 반쯤 부어있는 상태였어.

 

어쩐지 밀려드는 미안함에 엘사가 안나의 뺨을 계속 만져줘왜 이렇게까지 하는 지 모르겠지만 저 때문에 생긴 일이니 미안하지. 미안하다고 말해야하는데 자꾸 입에선 까칠한 것이 되어 나가.

 

입에 발린 말 너무 잘하는 거 아니예요?”

 

안나의 감겨있던 녹색 눈이 떠져뭔가 의아하다는 눈빛이야.

 

난 입에 발린 말 한 적 없는데요나 그런 거 잘 못해요.”

아까 예쁘네 뭐네 했잖아요.”

그거 진짠데당신 정말 예뻐요내가 만나봤던 사람들 중 가장 예쁜 거 같아요혹시 모르죠그렇게 안 만나고 밖에서 만날 수 있었으면 정말 그랬을 수도알파로서 정말 욕심나는 사람이예요그 생각하면서 말씀드렸어요.”

 

그건 그렇고-, 아 진짜 뺨 무지 아프네-. 뺨을 제 손으로 만지작 거리던 안나의 눈이 엘사에게 향해어쩐지 뺨이 붉어진 게 열이 나는 거 같아.

 

이제 언니분 만나면... 엘사얼굴이 빨개요어디 아파요열 나요?”

그런 거 아니예요.”

 

엘사의 뺨은 그 날 내내 꺼지지 않았어. 저녁이 되서 언니 멜리사를 만나기 전까지.


-----

- 올리려니까 왠지 모르게 유작올리는 심정이닼ㅋㅋㅋ 병상으로 간다. 마취 무섭다. 이것도 셀털인가? 셀털이면 지울게! 어쨌든 그래서 평소랑 다르게 뭔가 쫓기는 기분으로 썼다. 이번 편 한정 영고가 보고 싶어서. 멀쩡하게 돌아와야 이번 편 같이 글 안 쓸텐데. 퓨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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