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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더매직썰] 하룻밤의 인연으로 서로에게 코 꿰이던 그날 밤 (번외)上

파이리bal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11.04 18:14:26
조회 2860 추천 77 댓글 10

<번외. 엘산나, 코 꿰이던 그 날밤.> (上)


번외5. 만나자마자?(D-45)

 

오늘도 또 야. 또 알파한테 퇴짜를 맞고 엘사는 너무 속이 상했어. 직접 만나보니까 별 것도 없는 게. 이젠 이게 몇 번째 선인지도 모르겠어. 솔직히 엘사도 이런 식으로 선보고 결혼하는 게 마음에 드는 건 아니야. 서른이 다 되어가는데도 아직도 짝이 없어서, 일찍 돌아가신 제 양친을 볼 면목이 없다고 고모가 채근해서 나가는 건데도 계속 거절당하니까 기분이 상했어.

 

사실 엘사도 조금은 걱정이 돼. 작년까진 쿨하게 혼자 살겠다고 했는데 해가 바뀌니까 슬슬 연애하고 싶고 결혼하고 싶어. 한 사람에게 정착하는 알파가 이상형인데 제 눈이 너무 높은건가 싶기도 해. 이 시대의 알파들은 거진 다 바람둥이들이었으니까. 본처한테서 아이를 한 명에서 두 명 정도 두면 본처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새로운 오메가들을 찾아 다녀. 자신도 자존심이 있고 오롯이 사랑받고 싶은데 같은 오메가들은 이런 엘사에게 배가 불렀다고만 해.

 

베타들의 경우는 알파들보다 더 심했어. 아예 오메가와 혼인을 하지 않으려 했지. 정말로 사랑하는 사이가 아닌 이상. 사실 열이면 열, 백이면 백. 아무리 사랑해도 금세 헤어지곤 했어.오메가버스 이전의 성()인 남자와 여자도 너무도 다른 서로를 이해하기가 힘들었는데 평생에 걸쳐 히트싸이클을 겪을 리 없는 베타는 오메가 자체를 천박하게 여겼지.

 

이래저래 속이 너무 상해서 갑갑하게 틀어올린 머리도 풀어버린 채 엘사는 발 닿는 대로 걸었어. 이렇게 완전히 망가진 기분으로는 바든 어디든 가고 싶지 않았지. 그냥 알파란 알파는 다 마주치고 싶지 않았어. 오늘은 능력을 제한하지 못할 거 같았거든. 어이가 없어. 히트싸이클이 아니어도, 체향을 장난삼아 흘릴 때마다 저를 쳐다보며 침 흘리는 알파들을 너무 잘 아는데 결혼은 못 하겠다니. Damn it! 깡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 굴러다니던 캔이 솟구쳤어.

 

자신이 이런 이야기를 하면 모두들 오메가의 삶은 그런 것이라 설교하기에 딱히 이 마음을 털어놓을 사람도 없고. 결국 발을 돌려 엘사는 자주 가던 레스토랑의 문을 열었어. 1인 손님임에도 직원들은 다정하게 맞아주고 손님이 없는 늦은 시간엔 셰프가 직접 나와 음식에 대한 설명과 말벗을 해주곤 했거든. 엘사는 몰랐지. 라스트 오더 시간이 이미 칠 분 정도 지나있었다는 걸.

 

-

 

다들 퇴근 준비중이야. 오늘과 같은 금요일은 손님이 없을 리가 없는데 유독 손님이 없어서 다들 일찍 퇴근한다는 생각에 신나있었지. 막내인 안나를 제외하곤 다 옷을 갈아입었어. 이곳에서 숙식하는 안나는 굳이 옷을 갈아입을 필요도 없었기도 하고. 아직은 주니어 셰프인지라 남아서 이런 저런 연습을 한답시고 퇴근을 늦게 하는 편이기도 했으니까.

 

그 상황에 댕댕 울리는 종소리가 주방 너머의 사무실까지도 들려왔어. 다른 부서들은 다 퇴근하고 중식파트만 남아있기에 그들은 누가 들어온 건가 싶어서 서로를 쳐다보지만 파트원들은 다 여기에 있었어. 장황하게 얘기했지만, 그건 손님이라는 얘기였지.

 

뭐야. 카운터에 아무도 없어?”

 

슬쩍 바깥을 내다본 무슈가 그 좋은 눈으로 밖을 살피다 다시 사무실로 눈을 돌려.

 

여자 인상이 곱게 갈 거 같진 않은데.”

어쩌죠? 나 오늘 데이트 있는데! 마이 엔젤이 날 가만 두지 않을거예요!”

 

다음 주면 다른 레스토랑으로 스카우트 되어 나가는 파트장의 느끼한 말에 살짝 몸을 튼 안나가 우웩하며 토하는 몸짓을 취하자 무슈가 애써 웃음을 참았지만 상황이 좋지는 않았어. 저렇게 살기를 폴폴 풍기고 있는데 나가라고하면... 아마 반응은 상상하기도 싫을 정도의 그것과 같을거야.

 

, 무슨 일이야?”

 

다 정리가 끝난 듯 샹과 뮬란이 크리스토프와 내려와 상황을 물었어. 오더시간 끝났고 이제 닫을 시간인데 모여서 웅성거리고 있으니 무슨 일이 있나 싶었지.

 

그래도 들어온 손님을 내보낼 수는 없지...”

 

이야기를 다 들은 뮬란이 아까 전 무슈처럼 밖을 내다보다 고민을 하기 시작했어. 물론 라스트 오더 시간이 지났긴 했지만 안내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고 들어온 손님은 내보내지 않는 게 뮬란의 철칙이었거든. 십 년 전에 안나를 만났을 때도 그랬었고.

 

하지만 지금 상황은, 그 누구도 퇴근시간이 밀리는 걸 원하지 않는 분위기야. 뮬란만 하더라도 샹과 약속이 있었거든. 게다가 오늘은 불타는 금요일인걸, 다들 머릿속엔 유흥을 즐길 생각만 가득해.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 뮬란에게 안나가 다가섰어.

 

제가 저 손님을 맡을테니까, 다들 퇴근하세요.”

 

어차피 막내인지라 누군가 시키면 해야 하기도 했고. 다음 주면 데미 셰프로 승진하니까 일종의 의식이다 싶어서 안나는 제가 저 손님을 맡기로 해. 오늘따라 천사처럼 보이는 막내의 제의를 다들 덥썩 물었지.

 

우쭈쭈쭈. 우리 주니어. 데미가 되기 전에 미리 연습해 본다고 생각해.”

 

느끼한 지금의 파트장의 뒤를 이어 곧 파트장이 될 무슈가 능글거리며 안나에게 윙크해 보이곤 가장 먼저 밖을 향했어. 다들 그의 뒤를 이어 고맙다느니 수고하라느니 말을 던지며 밖으로 나갔지.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고.”

, 무슨 일이 있겠어요. 사장님. 걱정마시고 들어가시죠. 어서 스벤이랑 가서 노세요.”

 

걱정 어린 눈으로 저를 쳐다보는 사장 크리스토프를 밖으로 내보내는 걸로 이곳에 직원은 안나밖에 남지 않게 되었어. 크리스는 걱정이 너무 많아. 무슨 일이 있겠어.

 

안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동료들을 집에 보내고 손님을 상대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어.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여자의 모습이 선명해졌지. 이 근처 회사의 직원인가. 지금 계절이 얼마나 추운데 옷을 저렇게 입고 있는 거지. 머리색 진짜 특이하네. 와 같은 생각을 하며 안나는 여자의 앞에 섰어. 오우, 예쁘네.

 

저희 영업시간 끝났습니다.”

“Oh. Shit. xxxx...”

 

고운 입에서 흘러나오는 욕지거리에 안나가 인상을 슬쩍 찌푸려. 동료였다면 분명히 잔소리했겠지만 손님인지라 그냥 넘기기로 하지.

 

, 오늘 손님의 기분이 안 좋아보이시니 특별히 셰프께서 오더를 받으라고 하시네요.”

그 셰프가 어딨는데요?”

바로 접니다. 주문하시겠어요?”

안주 좀 만들어줘요. 술이 급 당기는데... 산주 있죠?”

 

자꾸 재채기가 올라오는 것을 참으며 안나는 여자의 주문을 받아. 이곳에서 고량주를 아는 사람은 흔치 않은데, 여자의 얼굴은 처음 보지만 이 곳을 한 두 번 와 본 게 아닌가 싶어서 안나는 말리지 않고 그녀의 말에 따라.

 

그런데 안주를 뭘 갖다줘야할까. 이 여자가 양고기를 먹을 수 있으려나 안나가 물어보려는데.

 

산주엔 양꼬치랑 꿔바로우겠죠?”

 

한 잔 들이켜 기분이 벌써 좋아보이는 여자가 싱긋 웃어보이며 안나에게 말해. 뭘 좀 아는군.

둘 다 자주하는 요리라 금세 해서 갖다주니 여자는 이미 고량주를 삼분의 일가량 혼자 마신 상태였어. 그럼에도 딱히 취해보이진 않아. 그저 제 앞에 앉으라고하지.

 

, 마실 줄 알아요?”

 

당신 상사도 퇴근 한 거 같은데... 마셔요.”

 

살살 눈웃음을 지으며 제게 술잔을 권해.

안나는 나락으로 떨어지려는 심장을 꾹 붙잡아.

 

죄송합니다. 저희 원칙 상 근무시간에는 음주가 금지 되어있습니다.”

미안하지만 당신, 근무시간 지났어요. 그리고...”

 

당신 손은 생각이 조금 다른 거 같은데?”

 

알고보니 안나가 붙잡은 건 심장이 아니라 술잔이었더랬지.

 


----

아직 확정나지 않은 내용이라 아껴두던 번외인데 갤이 죽어가고 있으니... ㅠㅠㅠ

나중에 내용 확정해서 본편으로 집어넣을 생각이야.


ps.

나도 노란딱지 받고 싶어서 닉 팠어! 욕하지맠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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