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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더매직썰] 하룻밤의 인연으로 서로에게 코 꿰이던 그날 밤 (번외)中

파이리bal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11.05 11: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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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더매직썰] 하룻밤의 인연으로 서로에게 코 꿰이던 그날 밤 (번외)中


두 사람이 먹기 시작하니 안주는 금세 동이 났고 셰프라고 주장하지만 너무나도 어린 얼굴을 가진 종업원?은 다시 주방으로 들어갔어. 뒷모습을 보며 확실히 오메가는 아니라 생각했지. 같은 성이라면 제가 못 느꼈을 리가 없거든. 그렇다고 알파도 아닌 것 같은데... 베타인가?

 

무슨 상관이야. 같이 뭘 할 것도 아닌데-.

다시 눈을 돌려 거울로 향하게 했지. 틀어올렸던 백금색 머리를 풀어내린 엘사는 이제는 다 내려와 흐트러진 제 머리칼이 마음에 들었어. 누구보이자고 그렇게 예쁘게 하고 있어? 게다가 자신은 이런 상태가 더 마음에 들었지. 좀 더 편하게 있어볼까. 불편한 곳을 하나하나 제가 편한대로 고쳐나가는데. 진한 커피색 스타킹 위로 검정 튜브 스커트, 상의로는 가슴이 답답해서 위에서부터 두 개 푼 흰색 블라우스는 은근히 엘사의 가슴골을 내보이고 있었어.

 

“예쁘네요.”

 

언제 다가왔는지, 갑자기 무슨 차냄새가 맡아지는 거 같은데... 이 레스토랑은 차도 판매하나?

 

-

한 잔, 두 잔, 세 잔. 어, 그 다음에는 뭐였더라?

 

안나는 정말 술을 못 하는 편이라 잘 마시지 않는데 오늘따라 무슨 마음의 변화인 건지 제 앞의 손님의 잔을 받았어. 고지식한 안나 아렌델이 이럴 줄이야. 회식때도 안 마시는 술을 근무 도중에 마시다니, 이걸 오리엔트의 누군가가 보았더라면 기절초풍할 일이었지. 그렇게 한 잔 두 잔 주고 받다보니 벌써 고량주는 두 번 정도의 양을 남기고 비어져갔어. 안나는 정말로 어지러웠지. 제 앞에서 존재를 알려주고 있는 여자의 목소리가 아니었더라면 잠들었을거야.

 

“알파들은 다 똑같은 거 같아요. 오메가가 무슨 씨받이라도 돼요? 그건 법적으로도 이미 금지라구요. 오십년도 전부터! 살살 달래서 집어넣고 싸고 책임은 나 몰라라... 어째 고전적 성별보다도 더 심한 것 같아요. 결혼해서도 밖으로 돌고... 그래요. 나도 결혼하고 싶진 않아요. 근데 아직도 환상이 있단 말야. 이 세상 어딘가엔 나만을 봐주는 알파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이 여자, 열 받았네. 열 받았어. 여자의 목소리는 아까 전에 비해 확연히 목소리가 올라가 있었어.

 

“이젠 그 환상도 다 식어가요. 재수 없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나 제법 잘 살아요. 사실인데 부정할 순 없죠. 내가 알파였다면 나를 쫓아다니는 오메가들이 이 레스토랑 안을 채울거야.

 

예쁘게 생겨가지곤 알파였다면 정말 얼굴값 했을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 외의 이야기들은.

 

“빌어먹을 알파와 오메가...”

 

일단은 손님이니까 얘기를 들어주는데 안나는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있었어.

안나가 듣기엔 우성들의 이야기야. 저처럼 열성인 알파들에겐 해당되지 않지.

 

“나는 다른 알파들과는 달라요.”

 

오메가의 체향을 맡지 못 하거든요. 수정률이 높은 히트싸이클 기간에 맞춰 사정해야하는 알파가 체향을 못 맡는 건 고자나 다름없었지. 그냥 목석이야. 안 그래도 원칙주의인 성격이 빡빡하다고 연애도 잘 못해봤는데 히트싸이클에도 목석처럼 구니 오메가를 만날 일이 있나. 게다가 안나 자체가 그런 거에 별 관심 없어 하는 것도 있어서 안나의 연애 사업은 수월하지 못했어. 만난 여자들의 대부분도 안나가 아닌 아렌델을 사랑한 여자들이기도 했고.

 

그래도 좋은 알파들 얘기는 별로 듣고 싶지 않아. 어차피 알파로 살 것 같지 못하니까.

 

-

 

본인은 다르다? 그럴 리가 있나. 엘사가 조금씩 자신의 체향을 개방했어. 엘사는 이 어린 알파가 저를 유혹하려한다고 단단히 착각해. 알파들이 그렇지 뭐. 능구렁이들이야. 고결한 척하며 위로해준답시고 말로 살살 달랜 후에 아래에 깔려는 수법은 너무 흔한데. 어리니까 아직 뭘 모르는 모양이야. 딱딱하게 구는 것도 컨셉일테지. 안 그래도 기분이 안 좋은데, 제 앞에 앉아 세상 모르는 티를 팍팍 내고 있는 어린 알파를 제 손바닥 안에서 가지고 놀고 싶어. 제 앞에 무릎을 꿇리고 싶어져.

 

흥분하게 된다면 능력을 개방해 정신차리게 할 생각이야. 오늘 기분도 안 좋은데 마침 잘 됐어. 술값 굳겠네.

 

이론적으로는 어렴풋이 알지만 열성을 만나볼 리 없었을 엘사가 제 앞에 있는 종업원이 열성이라는 생각은 꿈에도 못하는 거지.

 

“오메가랑 자 본적 있어요?”

“에취. wait, what?”

 

안나의 코가 계속된 자극에 재채기로 반응해.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오메가 냄새... 이럴 리가 없는데. 페로몬이 섞인 냄새는 단 한 번도 맡아본 적이 없어. 제 동생처럼 계속 함께하지 않는 이상 맡지 못할 정도로 안나의 코는 무뎠어. 압도하기 위해 강하게 뿜는 페로몬에 취해, 기분이 서서히 좋아져.

 

안나는 무릎을 꿇고 싶어졌어. 오, 신이시여. 무의식적으로 신을 찾아. 이 것이 흘러나오는 근원에 고개를 쳐 박고 향을 음미하고 싶었지. 이성을 잃지 않기 위해 심호흡하는데 애석하게도 오메가의 체향이 안나의 폐부로 더 진하고 강하게 밀려들어왔어.

 

안나가 술잔을 떨어뜨림과 동시에 마구잡이로 달려들며 키스하는 안나를 보며 엘사는 이만하면 되었다고 생각해. 기운은 확실히 넘치는데 어딘가 좀 서툴러. 페로몬을 조절하며 엘사가 안나를 관찰했어. 다르다더니 못한다는 말을 돌려 말한 거였나. 살짝 뜬 눈에 보이는 솜털들. 어려 보이는 게 아니라, 정말 어린가봐.

 

흐응... 미안하지만 인생의 맛은 쓰단다. 아가야. 능력을 개방하려는데... 차 냄새가 진해져 가. 해장하라고 줄 줄 알았던 찻내가 실은 제 앞의 어린 알파의 체향이었나봐. 이미 그 체향은 페로몬으로 바뀌어서 단내가 가미되었지. 뭐, 이 정도야.

 

금방 지워버리려는데 능력이 개방이 안 돼.


-----


경이로운 첫밤인데 과연 잘 쓸 수 있으려나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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