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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더매직썰] 하룻밤의 인연으로 서로에게 코 꿰였던 둘의 권태기 上

파이리bal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11.10 20:59:21
조회 3029 추천 84 댓글 13

EP. 안녕, 엘사.

 

 

오전 12 44.

 

안나는 거실 쇼파에 앉아 팔짱을 낀 채 시계를 보고 있었어. 요새 부쩍 엘사가 늦었거든. 늦는 거 까지는 괜찮았어. 어디에 있는 지, 누구와 있는 지 얘기를 해준다면. 하지만 조용히 나가서 늦어버리니 안나는 속이 타들어갔지. 고모님한테 엘리너를 맡길 때마다 이렇게 늦어버리니얼굴로 치솟는 열기에 안나는 마른 세수를 하다 결국 샤워부스로 들어가 머리부터 온몸을 축였어.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면서 왜, 자신에게는 얘기를 해주지 않는 지.

 

밤에도 각방을 쓰게 된지 시간이 좀 지났어,

엘리너가 없으면 바로 직행하던 두 사람만의 침대는 이제 한 사람만이 누워 잠이 들었지. 다른 한 사람은 엘리너가 쓰는 침대를 쓰거나 거실에서 잠들곤 했고.

 

살면서 내내 그래왔던 것처럼,

이제 정말 버려질 때가 된 건가?

 

이제 엘사도 내가 질리는데, 질린다고 말 못하는 건가?

내가 떠나줘야하는건가?

엘리너 때문에 얘기를 않는 건가?

 

그런 복잡한 생각을 흐르는 물에 흘려보내고 싶었지만 오히려 남아, 안나의 머리를 괴롭혔지. 그래, 다시 안나의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어. 아닐거라고, 엘사를 믿는다고 제 손목의 각인을 만져보다 의미없이 입 맞춰보면서도 안나는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지.

 

다 씻고 나오는 전화벨에 안나는 엘사인가 싶어서 화급히 전화를 받았어.

 

엘사? 엘사예요?”

-; 안나 씨, 저 벨이예요. 늦은 시간에 전화해서 미안해요.

, 벨 씨. 무슨 일 있어요?”

-엘 엘사가 저랑 같이 있는데 너무 많이 취해서요.

어디예요? 지금 당장 갈게요.”

 

차마 다 말리지 못한 머리로 안나는 벨이 말해주는 곳으로 향해 뛰어나갔어.

 

?! 앙나네…? 앙나!”

 

술에 잔뜩 취해서 벨에게 매달려 제 쪽을 향해 웃고 있는 엘사를 향해. 안나는 천천히 천천히 걸어나가 그녀를 받아들었어.

 

벨에게도 묻고 싶은 게 많아, 무슨 일이 있는 지 아냐고. 이 사람이 제일 친한 당신과 제인에게는 무슨 얘기를 하지 않았겠냐고. 하지만, 그렇게 하나하나 캐물으면 제게 더 질려버릴까, 안나는 차마 입을 열지 못하고 고맙다는 말과 함께 돌아섰어.

 

이젠 엘사에게만 집중할 수 있었지.

 

엘사…”

 

이젠 부르기만 해도 물기가 어리는 당신의 이름,

 

네에앙나아…”

 

무슨 일 있어요? 대신,

 

안 추워요? 이리와봐요. 목도리 매줄게.”

 

따뜻하다고 웃는 당신의 모습을 얼마만에 보는 건지, 안나는 정성들여 목도리를 매주고 그녀를 부축했어. 몇 걸음 걷다가 제 어깨에서 쇄골로 고개를 떨어뜨린 엘사가 웅얼거리는 게 느껴졌지.

 

무슨 하고 싶은 말 있어요?”

어버(업어)줘요. 앙나!”

 

지금만 당신이 나를 필요로 해도 괜찮아, 흘러내려 그녀의 얼굴을 방해하는 얼굴을 쓸어주고, 자신의 외투를 벗어 엘사의 위로 입힌 후에 안나는 몸을 숙여 그녀에게로 내밀었어.

 

업혀요. 어서.”

와아아아, 신낭다!”

 

그렇게 둘은 한 걸음 한 걸음씩 집으로 향해.

집으로 가는 길, 엘사의 고개가 안나의 목쪽으로 완전히 떨어졌어.

 

엘사, 자요?”

 

조용한 등 뒤에선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아, 그저 술내 어린 숨소리만 들려와.

안나는 엘사가 떨어지지 않게 그녀를 지탱하는 손에 힘을 더 주고 천천히 걸었어.

 

엘사, 내가 엘사를 먼저 좋아한 거 기억해요? 그러다 천운이 따라줘서 당신도 날 좋아해줬구요. 늘 감사하고 있어요. 벌써, 그렇게 부부가 된 지 3년이 다 되가요.”

 

길거리를 조용하게 울려퍼지는 목소리.


엘사, 나는 아직도 당신이 예쁘고 좋은데, 당신은 아닌 걸까요?”

 

내가 당신을 먼저 좋아하고 사랑했다고 사랑을 끊어낼 권리를 내가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엘사.”

 

이래서 각인하는 게 두려웠어요. 나는 괜찮은데, 한 순간의 감정에 당신이 이렇게 힘들어할까봐.”

 

엘사, 이름을 부를 때마다 시나브로 젖어간 목소리는

결국 완전히 젖어버린 채,

 

, 요새는 과학이 많이 발전해서! 각인 지우는 거 돈만 있으면 된다니까.”

 

목소리를 약간 올려 괜시리 웃는 양,

 

그만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그만하고 싶다고 말해줘요. 내가 당신을 원래 자리로 돌아갈 수 있게 최선을 다할게요.”

 

눈물을 뚝뚝 흘려가면서도, 잠이 든 제 사람을 위해.

 

처음 봤을 때부터,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해요. 잘 자요.”

 

외투를 벗어주어 등이 꽁꽁 얼어버려서일까,

안나는 알지 못했지, 같은 시간 제 등에 업혀 울고 있는 제 사람을.


---.

설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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