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두더매직썰] 하룻밤의 인연으로 서로에게 코 꿰인 엘산나썰 14

파이리bal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11.27 00:04:49
조회 3786 추천 78 댓글 9

#14. 결혼전야

 

 

 

두 사람의 시간은 너무도 빨리 지나가. 벌써 결혼식 전날까지 왔지. 엘사는 요즘 들어 유독 예민해진 머리를 꾹꾹 눌렀어. 안나를 보면 볼수록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흔들리는 제 마음에 힘들기도 했고, 준비되지 않은 결혼에 대한 고민도 늘어 고통스럽기도 했지. 구덩이에 고인 물에 비치는 제 모습을 바라보면서 보통 다른 신부들은 결혼 전날 무얼할까. 엘사는 알 듯 말 듯한 미소를 흘렸지. 며칠 전부터 결혼 준비로 출근도 하지 않고 있었기에 하루에도 몇 번씩을 왔다갔다하는 엘사에게 있어 오랜만의 외출이었지.

 

, 어쨌든. 적어도 나처럼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진 않겠지-.

 

다른 사람을 만난다는 엘사의 말은 사실이야. 단정하게 단추를 매어 훌륭하게 격식을 갖춘 정장, 고급진 은제 시계, 왁스를 발라 세운 은회색 머리칼을 지닌 남자가 엘사의 앞에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거든.

 

카페에서 보자니까.”

엘사 왓슨이 결혼 전날에 외간남자를 만나고 다닌다는 얘기가 나올만한 꺼리를 줄 필요는 없으니까.”

 

팔짱을 낀 채로 선 엘사로부터 어쩐지 날카로운 음성이 먼저 튀어나갔어. 그녀의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거든.

 

미안, 제이. 좀 예민하다.”

 

그래, 좀 예민해보인다며 프로스트는 어색한 웃음을 흘렸고.

 

네 배우자 될 사람의 것이 명확하지 않다고 내가 얘기했었었지? 애 많이 먹었다.”

고마워.”

“… 나 밖에 없지 않아?”

그러게.”

 

제이로부터 받아든 서류를 보고 엘사는 차가운 눈을 감추지 않은 채 서류를 읽어내려갔어. 농담조차도 농담으로 넘기지 않아서 프로스트는 더 긴장한 듯 해보였지.

 

몇날며칠을 뜯어보면서 나 고생 좀 했다야. 날짜 맞추려고.”

“…”

고친 거라 서명이 필요해. 그 배우자 될 사람??”

그건 내가 알아서 할게. 어쨌든 정말 고마워.”

 

그럼이제…”

너 결혼한다고 하니까 어머니가 서운하다고 하시더라, 우리 어릴 때부터 친했잖아.”

그랬었지.”

어머니는 늘 네가 며느리로 들어올 거라고 생각하셨대. 아버지도.”

그래? 그 정도로 날 좋아해주시는 지 몰랐었네. 나중에 한 번 뵈러가지 뭐.”

그게, 그러니까 말야. 엘사.”

 

어쩐지 오늘따라 이상하게 말을 빙빙 돌려대는 제이를 보다 엘사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그에게 본론을 이야기해 줄 것을 종용했지.

 

“… 이런 거 안 하면 안 돼?”

?”

니가 뭐가 부족해서 이런 정략 결혼을 하는데? 공증마저 해가면서?”

“…”

너 그 사람 안 좋아잖아.”

 

고백하는 걸까.

 

결혼하라고 고모님이 자꾸 그러시는 것 때문에 그런 거라면내가프로포즈…”

“… 나 임신했어, .”

?”

 

놀람으로 가득한 푸른 눈을 마주하면서 엘사는 웃음을 흘려보냈지. 요 근래 잭의 반응이 그녀에게 제일 재밌는 축에 속했으니까.

 

이래도 괜찮아?”

그게엘사…”

그래, 나 그 사람 안 좋아해.”

 

혼자 내뱉은 말에, 듣는 이가 없음을 알면서도 어쩐지 비수가 가슴을 꽂는 거 같아.

 

근데 어떻게 해? 이렇게 애 가져서 누구랑 결혼해?”

 

마음은 고마워. 내일 보자, 돌아가. .”

 

어버버거리는 그를 뒤로 한 채로 돌아 집으로 올라가려는 엘사야. 프로스트는 여전히 그 멍청한 표정으로 어버버거리며 그녀를 잡지도 그렇다고 보내지도 못한 채 서있었지.

 

-

 

그에 반해 저는 하루 종일 모자를 쓰느라 눌린 붉은 머리의 진저(* 진저 : 붉은머리에 초록색 눈을 일컬음, 외국에선 그리 좋은 대접을 받는 인상은 못 되는 듯, 빨간머리 앤이 대표적인 사례),

다 낡은 외투와 셔츠, 어느 것 하나 저 남자보다 나아보이지 못하는. 안나는 어쩐지 부끄러워지는 마음에 고개를 푹 숙였어. 엘사가 제가 여기 있다는 걸 알아봤자 서로의 마음이 불편해질 뿐이야.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래도 잘 부탁한다고, 요새 자꾸만 서릿발이 치게 구는 엘사지만 그래도 저와 함께 해줌에 감사하다고 얘기하려고 일찍 퇴근한 안나야. 아가 천사의 모습이 초콜릿으로 형상화된 초콜릿 케이크를 사서 들어오면서 그들을 발견한 거였는데.

 

어느 새 둘은 헤어졌지. 저도 모르게 제 허전한 손목을 바라보다 제겐 시계가 없다는 걸 안 안나는 가벼운 미소와 함께 걸어가. 공원 벤치를 향해.

 

삼십분은 있다가 들어가야겠네.’

 

미소는 처음부터 가셔있지 않은데, 어쩐지 외로워보였지.

 

‘… 잘 어울리네. 제법

 

은회색 머리와, 백금빛 머리칼.

 

아픈 머리를 달래려 약을 하나 찾아먹곤 앉아서 가만히 시간이 가길 기다려.

그러다 제 곁에 자리한 케이크를 다시 한 번 보아. 손을 뻗어봐.

 

잘 포장된 케이크의 아기천사를 향해 손을 내밀다 차마 닿지 못한 채

허공에 뜬 안나의 손은 거둬져.

 

---.

난 잭 프로스트가 싫어.


(Nov.27.2015. 오후 2시 내용 수정)

추천 비추천

78

고정닉 1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힘들게 성공한 만큼 절대 논란 안 만들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10 - -
공지 음란성 게시물 등록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163] 운영자 14.08.29 167262 509
공지 설국열차 갤러리 이용 안내 [2861] 운영자 13.07.31 439696 286
1123711 청정한 헬요일 ㅇㅇ(223.62) 00:18 7 0
1123709 뒤조심)아 되게 충격적인 짤 봫는데 얘기할데가 여기밖에 없어 [7] ㅇㅇ(110.47) 06.09 45 0
1123708 디시 이미지 왜 깨져... ㅇㅇ(223.62) 06.09 10 0
1123707 누가먼저 보내나 시합! [1] ㅇㅇ(223.62) 06.09 21 0
1123706 일편단심 안개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9 19 0
1123705 넘쳐나는 go간 [1] ㅇㅇ(223.62) 06.09 27 0
1123704 축 늘어진 흰 옷에서 꼬물꼬물 기어나오는 아기 [1] ㅇㅇ(223.62) 06.09 19 0
1123703 설갤 단점 ㅇㅇ(223.33) 06.09 13 0
1123702 설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9 20 0
1123701 그런가 [2] 설갤러(118.43) 06.09 14 0
1123700 아니 69라고 설갤러(118.43) 06.09 11 0
1123699 크 69가 와버렸다!!!! 설갤러(118.43) 06.09 12 0
1123698 엘산나를 만난게 행운이야 [5] ㅇㅇ(223.62) 06.08 29 0
1123697 배거파 [1] ㅇㅇ(110.47) 06.08 16 0
1123696 오늘막글 ㅇㅇ(223.62) 06.08 13 0
1123695 어 내일이 69잔아 ㅇㅇ(223.62) 06.08 13 0
1123694 쥬미 영화 보러옴 ㅇㅇ(211.234) 06.08 15 0
1123693 안탄절 지나면 엘탄절도 금방 ㅇㅇ(223.62) 06.08 14 0
1123692 모험가 안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8 17 0
1123691 싯발 언제 비 그친거냐 [1] ㅇㅇ(223.62) 06.08 19 0
1123690 수상하게 칼을 잘쓰는 안줌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8 29 0
1123689 뭐지? 결혼식인가? [5] ㅇㅇ(211.234) 06.08 50 4
1123688 정령을 잡아다 예쁘게 묶어 공물로 바치기 ㅇㅇ(223.62) 06.08 20 0
1123687 혐퀘후식사 [2] ㅇㅇ(211.234) 06.08 18 0
1123686 오늘은 자동으로 실내활동 [1] ㅇㅇ(223.62) 06.08 18 0
1123685 자연스레 깊어가는 둘의 관계 ㅇㅇ(223.62) 06.08 19 0
1123684 아찜글 ㅇㅇ(211.234) 06.08 14 0
1123683 새벽글 [1] ㅇㅇ(115.138) 06.08 15 0
1123682 다다음주가 안탄절이네 곧 [2] PeopleOfArendell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8 32 1
1123681 안나가 엘사를 [1] ㅇㅇ(223.62) 06.07 30 0
1123680 엘산나의 금요일 ㅇㅇ(223.33) 06.07 15 0
1123679 여전히 존버중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25 0
1123678 안나vs안나는 기존쎄 대결일듯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33 0
1123677 애틋하게 뺨쓰담 ㅇㅇ(223.62) 06.07 20 0
1123676 눈 깜짝할 새 킹요일 ㅇㅇ(223.62) 06.07 20 0
1123675 원하는 초능력을 얻는 대신 댓글이 부작용을 정해줌 [18] ㅇㅇ(115.138) 06.07 85 0
1123674 크으 모닝갤먹 [1] ㅇㅇ(223.62) 06.07 21 0
1123673 [그림] 원치 않은 신앙 [10] 애호박쥬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102 10
1123672 기억 속에서 지워졌던 창작물 [6] 케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111 11
1123671 세명이서 서로 아래 핥으려면 원을 그려야하냐 [3] ㅇㅇ(223.62) 06.06 51 0
1123670 프로즌 ost는 언제 들어도 좋아 [2] 설갤러(118.43) 06.06 23 0
1123669 크읏 이러다 울룩불룩 설줌이 돼버렷 [1] ㅇㅇ(223.62) 06.06 26 0
1123668 엘사만 만나면 움츠라드는 안줌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34 0
1123667 태어날 때 부터 얀데레 엘사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46 0
1123666 안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21 0
1123665 이럴 때 정신놓으면 갓반인 된다 [2] ㅇㅇ(223.62) 06.06 30 0
1123664 말라간다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24 0
1123663 단편이나 떡밥 내놔!!! ㅇㅇ(211.234) 06.06 23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