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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그냥) 엘쨔가 둘이얏?! 7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25.39) 2016.01.05 04:27:15
조회 849 추천 31 댓글 4

큰바위 아래에서 자리잡은 안나는 불을 지폈어. 안나는 보초를 설거래. 피곤한 성녀는 누워있고 안나에게 푹 쉬라는 말을 들은 엘사는 나뭇가지로 모닥불을 콕콕 찔러대. 나뭇가지 끝에 불이라도 붙으면 신기해서 빙글빙글 돌리면서 놀았어.

"한 잔 걸쳐라."

얼근한 상태에서 보초를 서는것도 나쁘지 않겠네. 근데 성녀가 음주를..? 모험엔 음주가 금지야. 커다란 성이 있는 지역은 특히나 위험해서 문밖으로 나서기 전에 검사절차를 거쳐야했지. 어설픈 검사와 포션병보다 조금 큰 병에 술을 담아온 성녀는 주류 압수를 피할 수 있었어.
                              
키야! 벌떡 일어나 한 모금 마신 성녀가 끓는 소리를 내며 용사에게 한잔 더 마시라고 권유해. 저렇게 마시는 걸 봐서는 독이 아닌 것같은데. 근데 이거 마시고 정신놓으면 누가 아침까지 지켜? 모포를 덮은 엘사는 안놔를 껴안고 자고있어. 자는 사람을 깨워서 지키라고 할 순 없지.

"안 먹을래."
"같이 밤 새면 되잖아. 까다롭게 굴긴."
"모험 중엔 음주는 금지야."
"근본도 없는 파티 주제에 어디서 규율을 따져."
"독한 건 못 마시는데..."
"술로 유명한 지역에서 특별히 얻어온 거다. 비싼거라고! 한번 맛보면 좋아 죽을 걸?"
                                              
끝없는 권유에 이기지 못하고 꿀꺽 마신 안나는 달짝지근한 맛과 좋은 목넘김에 눈을 크게 떠. 맛 한번 보면 멈출 수 없지. 아까 엘사라는 여자에 대한 안나의 태도가 마음에  든건지 성녀는 같은 병을 여러개 꺼냈어. 뚜껑을 직접 따서 주는데, 안나는 받는 족족 병을 비웠어.

크어.. 안나는 여러병을 비우고 푹. 쓰러지더니 잠들어 버렸어. 얼굴이 꽤 붉어진 성녀는 계속 조금씩 마시고 있어. 안주가 있으면 딱일텐데. 엘사가 들고있는 돼지?를 흘끗 본 여자는 아쉽다는 듯이 혀를 차. 저걸 먹으면 제 목숨은 오늘이 끝이겠지.

하늘엔 별이 가득해. 성녀는 힘이 풀린 눈으로 하늘을 올려봐. 그녀가 처음 모험을 시작한 때도 이런 하늘이었어. 파티원들과 함께 술을 마신 적도 있었지. 하지만 그녀의 파티원들은 강한 몬스터를 잡기 위해 모집된 보다 큰 파티에서 전부 목숨을 잃었어. 운좋게 살아남은 성녀는 지금 새파티와 단 술을 홀짝이고 있고.

모험을 하다보면 언젠가 죽기 마련이야. 낙상사, 익사. 사고사 등등 죽을 수 있는 요소들은 정말 많았어. 피식 웃은 성녀는 추워지는 날씨에 제 모포를 뒤집어 써. 모닥불을 꺼트리지 않으려 나무토막을 몇 개 더 집어..

"응?"
                                    
성녀는 깜짝 놀랐어. 어느새 엘사라는 여자가 일어나서 저를 빤히 보고 있었거든. 놀래서 몸을 움찔 떤 성녀가 미간을 구겨. 왜 기분 나쁘게 쳐다보는 건지, 성녀는 추위를 피하려 모포를 상체로 더 끌어올려.

"울어?"
"미친소리 하지말고 자."
"울고있잖아."            
"언제부터 눈물도 안 나온 상태를 운다고 하더라. 울음의 정의도 모르는 멍청이랑은 말 안 한다."
"...큰 싸움?"

성녀는 엘사를 노려봐. 방금 저가 잠깐 떠올린 과거의 잔재라도 읽은것도 아닐텐데 미치지 않고서야 다짜고짜 큰 싸움이라고 말하다니. 제 재수가 더럽게 없냐느니, 지금 떠나도 늦었다느니 투덜투덜 거리며 엘사를 미친여자 취급하던 성녀는 오랫동안 엘사를 보다가 눈을 번쩍 떴어.
                                              
"너...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어?"

성녀는 모포가 흘러내린 것도 모르고 엘사의 옆으로 다가왔어. 얼음 능력만 있을 줄 알았는데 다른 능력이 있었단 말이야? 성녀는 엘사의 눈을 똑바로 쳐다봐. 처음 자발적으로 엘사와 가까워진 순간이었지.

"또 뭐가 보여? 더 말해봐."
"..사람을 먹는 커다란 동물."
"그건 만티코어야. 서쪽 끝 고원에서 살고있던 녀석인데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정반대인 동쪽에 있는 마을을 습격했었어. 너, 정말로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게 보이는거야?"
"......"
"허, 이런 어이없는 경우가. 어디서 이런 괴물이 있었던거야."
"난 괴물이 아니야."
"진짜 세계협회 놈들이 집착 할 만한 능력이야."

취한 성녀는 여러말을 지껄이다가 혼자 피식 웃더니 두 팔로 잡았던 엘사를 놔줘. 한참동안 피식거리던 성녀는 새 술병을 찾으려는지 가방을 뒤적거려. 다 마신게 또 나올리가. 성녀는 빈병을 멀리 던졌어. 노력으로 여기까지 온 저와 달리 선천적으로 뛰어난 능력을 가졌다는게 짜증나면서도 안쓰러웠지. 모포를 다시 주섬주섬 몸에 덮은 성녀는 온몸을 쪼그리고 모았어.

"너, 섹스는 해봤냐."
"그게 뭐야?"
"뭐 이런.. 사랑을 확인하는 고귀한 행위도 모른단 말이야? 이쯤되니 용사란 애가 불쌍해지는군."
"안나가 왜 불쌍해?"
"누구 때문이겠냐."

성녀는 지금 스스로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를거야. 어렸을 때 누군가에게 안겨진 채 먼곳으로 와서 괴물 취급받고 북쪽산으로 올라와 용사가 오기 전까지 그곳에서만 살고있던 마왕이 그런 지식을 알고있을 리가 없지. 답이없는 여자야.

"용사가 좋긴 해?"
"응. 안나가 좋아. 정말. 안나는 착하잖아."
"그럼 얘랑 섹스하고 싶어지진 않아?"
"그걸 꼭 해야해?"
"진심으로 좋아하면 해야지."
"어떻게 하는데?"
"알아서 하면 되지."

엘사는 동명이인 성녀가 말하는게 잘 이해가 안 갔어. 확실한건 성녀는 생각보다 나쁜 사람이 아니었지. 그녀에 대한 인식이 조금은 달라진 듯했지. 똑똑한 사람. 성녀는 엘사에게 똑똑한 사람이라는 새 명칭을 얻었어.

"섹스하지 않으면 진심으로 좋아하는 거라고 말할 수 없어..."

취기에 헛소리로 지껄인 성녀의 농담은 엘사에게 커다란 사실로 다가왔어. 성녀는 더는 말하지 않아. 취기를 이기지 못해 그대로 잠들어 버리고 말았거든. 모포 안에 있는 안놔는 꼼지락 거리면서 땅바닥을 엘사의 가슴으로 착각하고 문질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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