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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엘쨔와 잠시 쉬어가는 이야기 5모바일에서 작성

ㅇㅇ(60.28) 2016.02.07 07:31:37
조회 535 추천 27 댓글 7

오랜시간 샤워기 물을 맞던 안나는 정신이 말짱하게 돌아와서야 밖으로 나와. 안나가 누울 곳을 보며 자는 엘사를 흘끗 보고 데굴데굴 굴러서 침대 반칸을 차지하는 안놔를 베개맡에 두고 누워서 이불을 덮어. 엘사의 목까지 이불을 끌어올린 안나가 엘사의 잠든 얼굴을 보는데, 저도 모르게 쿡 찌르니 엘사의 눈썹이 비틀어져.
    
"..안나?"
"아, 미안.. 깼어?"
"안나 기다리다가..잠들었어."
"아직 밤이야. 더 자도 돼."
"안나 무슨 일있어?"

근심이 퍼져있는 안나의 얼굴을 본 엘사가 안나의 눈을 쳐다보겠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성녀와 무슨 대화를 하고 안나의 생각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까지 전부 보일거야. 마침 엘사 생각 중이었던 안나는 뜨끔 놀라더니 뒤늦게 시선을 피해. 이미 엘사에게 모든걸 들킨 뒤였어.

"아무것도 아니야, 자자."  
"안나는 내가 갔으면 좋겠어?"
"무, 무슨 소리야? 어디로?"
"북쪽산으로."

그 생각 중인 제 머릿속을 들여다 본 것처럼 얘기를 하니 안나는 꿀먹은 벙어리처럼 말도 못 하고 엘사를 봐. 엘사가 위험해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건 아니야. 엘사가 사람들에게 마왕의 신분을 들켜 미움과 상처를 받기 전에 돌아가는 편이 좋다고 떠올린 것 뿐이지.

안나는 엘사의 하얀손을 꼭 쥐어줬어. 엘사의 손은 항상 차가워. 엘사는 성녀가 말한것처럼 정말 위험할까? 그래서 세상이 그녀를 북쪽산에 가두고 사람들을 보호한걸까? 안나는 성녀의 말을 재차 생각하면서 이해될듯 말듯 아리송할거야. 엘사가 위험하다고 느껴본 적은 엘사와 처음 만났을 때만 이었어.  

"근데 어떻게 알았어? 내가 지금 그런 생각을 한다는 건.."
"안나의 생각이 보여. 다른 사람들도."
"정말? 엘사는 얼음마법만 쓸 수 있는게 아니었구나. 신기하다."
"안나는 이게 신기해?"
"응!"
"..정말?"
"진짜 대단해!"

안나의 머릿속과 말은 일치했어. 놀라움 가득한 눈으로 안나를 보니, 안나는 혹시 제가 말을 잘못한건가 당황스러워. 안나가 사과하려던 그때 엘사는 안나를 꼭 안아줬어. 영문을 모르는 안나는 동그란 두 눈을 깜빡일거야.

"처음이야."
"...뭘?"
"나한테 칭찬해 준 사람. 안나가 처음이야."

사람들을 피해 북쪽산에 오른 엘사는 인간들 머릿속에 가득찬 검은 생각들에게 멀어져 처음으로 안도감을 느꼈어. 다들 그런얘기 들으면 생각이 검은색으로 바뀌어버려. 단지 그 짙은색이 무서워 도망갔던 엘사는 오랜 시간이 흘러서야 그 검은생각의 이름을 알게되었지. 혐오와 공포. 괴물을 보면 느끼는 그런 감정들이었어.

사람들과 살기위해 힘을 숨겨와도 세상은 엘사에게 끊임없이 짓궂게 굴었어. 힘을 발각된 엘사는 모여드는 사람들 틈에서 탈출해서 가장 가까운 북쪽산으로 달렸어. 괴물을 소탕하려 모집된 파티와 사람들은 눈사태에 휩쓸려 동태가 돼버리고 아무도 괴물이 어떻게 생겼는지 그 존재에 대해 기억할 수 없었어.

작은 눈사람을 통해서만 세상을 보는 엘사는 할 수 있는 건 장난? 뿐이었어. 근처 마을의 식량을 약탈하고, 집을 부수고, 농작물을 해치고. 어느덧 얼어버린 시간도 깨닫지 못하고 반복되는 나날을 지내며 언젠가 자신에게 자신을 이해할 누군가가 찾아오리라. 그 나날만을 원했겠지.

세상은 일찍이 엘사를 고립시켰어. 그 세상의 순리에 따를 필요는 애초부터 없었어. 엘사의 세상은 안나와 작은버섯이 전부야. 안나가 없어지면 엘사의 세상은 바로 무너질거야. 이미 피난처까지는 너무 멀리왔어. 자신을 보호할 수단은 대량학살 뿐이겠지.

"난 또 내가 말실수 한 줄 알았어."

안나가 히히 웃으며 말하니 엘사는 고개를 저었어.

"근데 왜 진작부터 말해주지 않았어?"
"안나가 저 멀리 가버릴까봐 말 안 했어."
"무슨 소리야! 난 아직 엘사 옆에 있는 걸! 그나저나 그거 엄청 굉장해! 막 다른 놈들이 사기치려고 해도 속내가 다 보인..!"
"..안나."

엘사의 능력에 흥분해서 말이 많아진 안나의 말을 자르고 안나를 부른 엘사가 안나를 꽉 안았어. 따뜻해. 언젠가부터 바래왔던 온기. 누군가 옆에만 있었더라면 이런 온기쯤이야. 쉬이 넘겼을 걸, 전직 마왕에게는 따뜻한 포옹이 무엇보다도 소중한 순간이겠지. 엘사는 놀란 안나의 심장이 제 완력으로 밖으로 튀어나와 버릴 정도로 꽉 안았어.

"정말 좋아해."
"어? 어.. 어어?"
"..정말로."
"어..으응.. 나도! 근데 엘사, 나..숨이.."
"잘자."
"저기요? 숨 좀..!"

숨막힘에 바둥거리는 안나의 말에 겨우 놓아준 엘사는 이번엔 안나의 가슴에 머리를 기댈 수 있게 쏙 들어갔어. 엘사는 정말 포옹을 좋아하는 구나. 안나는 크게 포옹해줬어.

다른 사람들도 엘사가 포옹을 좋아한다는 것쯤은 알았으면 좋았을 걸. 엘사가 잠들때까지 눈동자만 데구르르 굴리던 안나는 엘사가 잠들고 나서야 눈이 감기겠지. 성녀는 이불을 끌어 모으다가 잠에서 깨고 일어날거야. 다시 고민해봐야 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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