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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2) 안놔와 잠시 쉬어가는 이야기 2모바일에서 작성

ㅇㅇ(43.226) 2016.03.15 20:58:58
조회 378 추천 20 댓글 6


의무실 근처 벤치를 찾은 안나는 엘사를 데리고 가서 앉았어. 소독약냄새가 아닌 시원한 공기를 맞으니 그나마 살것같아! 안나는 팔다리 사지를 쭉 피며 기지개를 켜다가 찌릿거리는 다리를 붙잡았어. 주머니에서 나온 안놔는 벤치 뒤 풀밭에서 굴러.

그새 엘사의 시야엔 공놀이하는 어린애가 들어왔어. 공을 차다가 너무 멀리까지 날아와 주우러 온건지 잘못해서 공을 밟고 넘어져버려. 으아앙! 아픔과 놀라움이 섞인 우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 엘사는 그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해.

"엘사?"

안나의 목소리보단 어린애가 우는 소리가 엘사에겐 더 자극적이었어.텅 비어버린 속내에서 타인의 슬픔이라는 감정이 흘러들어가서 커다란 메아리로 변해 구석까지 메워가. 그게 자극적인 것이라 받아들인 엘사는 답답했던 것이 탁 트여진 것 같았어.

저 소리가 커지면 뭔가를 더 느낄 수 있을거야. 공허해진 마음을 채워주겠지. 엘사는 확신하며 넘어진 어린애 쪽으로 손을 뻗어. 손끝으로 냉기가 모여가. 그 냉기는 금방이라도 어린애를 얼려버릴 것 같아.

"엘사 지금 뭐하는 거야!"
                            
안나가 엘사의 손목을 잡아 내렸어. 안나에게도 보인 마력은 정말 선명했지. 푸른빛이 도는 차가움. 지금 엘사가 사람을 공격하려했어. 심지어 위협도 하지 않은 어린애를 아무 이유없이! 안나는 엘사의 눈을 봤어. 엘사또한 보여. 안나의 생각이.

"엘사. 나랑 약속했잖아. 사람들을 해치지 않기로!"
"......"
"그리고 저 애는 너한테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았잖아! 근데 어째서.. 같은 인간끼리 어떻게..!"
"같은 인간?"
"그래, 너랑 나랑은 같은..!"
"아니야."          

엘사는 고개를 저었어. 조력자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 인간이란건 몇백을 데려와 비교해도 저보다 못 한 하등한 생물이래. 안나는 그말에 크게 충격받았어. 대체 저랑 떨어진 사이에 무엇이 엘사를 이렇게 만든건지. 안나는 이를 악물어.

엘사를 놓쳐선 안 됐었어. 안나는 소독되고 거즈로 감싸진 오른쪽 손목을 보겠지. 이것만 아니었어도 엘사와 떨어질 일 없었을거야. 엘사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성녀가 말했던 얼음 마법사가 돼버렸나봐. 이 사실을 성녀가 알면 엘사를 해치려 들거야.

안나의 생각을 읽은 엘사는 성녀가 저를 해치려고 했었던 사실을 다시 한번 알아버렸어. 안나는 지금 당장 일어나려는 엘사의 왼쪽손목을 꽉 붙잡을거야. 정말 지금 엘사를 혼자 북쪽산에 놔둬야 세상을 지킬 수 있으며 엘사와 바다를 보러가자고 했던 약속도 지킬 수 없는건지 안나는 혼란스러워.

"그런짓은... 절대 못 해."

안나는 나지막이 중얼거렸어. 약속은 꼭 지켜야해. 엘사는 혼자를 정말 싫어했어. 누구보다도 엘사를 이해하는건 저 뿐이야. 지금 엘사가 변해버린건 주입된 마력의 힘 때문이겠지. 단번에 이렇게 바뀔 리가 없어. 분명 따뜻한 엘사는 모든걸 지켜보고 있을지도 몰라.

안나가 생각하는 사이 우는 아이에게 사람들이 도와주러 몰려가자 엘사는 그것에 또 반응해. 저 많은 이들에게 북쪽산으로 쫓겨났던 과거가 엘사의 마력을 요동치게 할거야. 안나가 그걸 알아채고 두 손목을 꽉 잡지 않았다면 마을이 아수라장이 됐을지도 몰라.

엘사는 타인의 강한 감정에 반응해. 그것이 자극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야. 안나는 어떻게든 엘사의 주의를 제 쪽으로 끌어야했어. 자극적인것. 엘사를 누구보다도 자극할 수 있는것. 안나는 머리를 끙끙 굴려.

살해 당한다는 위협보다 심리를 자극하는 방법은 없어. 안나는 이를 꽉 물겠지. 다른 이로부터 엘사가 관심을 떼고 제게 주목하게 하는 법. 용사라고 자부한 안나가 정말 세상을 얼려버릴 폭탄이 된 전직마왕에게 할 수 있는건 극단적인 방법 뿐이야.

"엘사. 잘 들어."

안나는 손목을 부러트릴 듯이 꽉 쥐어. 신체적 위협에 엘사는 바로 안나를 봐. 좋아하고 있었다는 인식만 없었으면 바로 얼음덩어리가 됐을 용사의 눈을 쳐다본 전직 마왕은 생각을 읽고 미간을 확 좁혔어. 안나는 그 점을 역이용해.

"난 네가 사람들을 공격하는 순간 널 해칠거야."

그 말을 하는 안나의 마음은 찢어질 듯이 아프겠지만 이건 사람들과 엘사를 위해서 용사가 할 수 있는 일이야.

"사람들을 해치기 전에 나부터 쓰러트려야 할거야. 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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