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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2) 안놔와 잠시 쉬어가는 이야기 4모바일에서 작성

ㅇㅇ(60.28) 2016.03.16 15:38:44
조회 464 추천 20 댓글 8


성녀가 먼저 씻고 나왔어. 거미 비린내는 대부분 떨어져 나갔겠지. 안나는 안놔한테 적절한 온도의 온수를 떠다주고 침대에 앉아. 성녀 말로는 이 마을은 온천수를 끌어올려서 쓰기 때문에 여행자들이 욕조에 몸을 담그고 쉬는 경우가 많대. 어쩐지 욕실에 커다란 욕조가 있더니만! 목욕을 할 수 있겠어. 다리를 다치지 않았다면.
                
뼈가 낫게 해주는 엄청 쓴 물약을 삼킨 안나는 앉아서 오만상을 쓰고 상체만 방방 뛰다가 테이블에 있던 물을 잔뜩 마셨어. 온천이 있다는데 제대로 씻지 못한다니. 어쩔 수 없이 엘사라도 도와줘야지. 안나는 목발을 놓고 일어나 절룩이며 가운을 입은 엘사를 욕실로 이끌어.

온천수 특유 향이 욕실을 채워. 물을 꽉차게 받아놓으니 가슴께까지 물이 찰랑이겠지. 내가 따뜻한물 끼얹어줄게엑?! 안나는 옷을 아무렇지 않게 벗는 엘사에 놀라 시선을 피하고 고개를 확 돌려. 물속으로 들어가기 전까지 눈도 못 마주쳤어.

"들어왔어."
"......"
"안나?"
"어, 어! 알겠어!.."

허둥거리던 안나는 구석에 비치된 욕실용품을 들고 와서 앉았어. 물에 담근 손은 굉장히 따뜻해지겠지. 두 손을 따뜻하게 한 안나는 엘사의 하얀등에 조심스레 올렸어. 차가운 몸은 좀처럼 따뜻해지지 않아.

엘사는 따뜻한 물이 마음에 들은건지 얌전히 앉아있어. 왠지 속내도 따뜻해지는 듯했어. 안나를 좋아할때도 이런 느낌이 났을까? 안나만 봐도 설레고 두근두근 떨렸던 때가 머나먼 옛날처럼 느껴져.

대부분의 감정이 굳어져버린 엘사는 물속에 있는 손바닥을 펴봐. 속내가 따뜻해졌다 생각하니 금방이라도 뿜어져 나올 차가움은 잠잠했어. 더 따뜻해지면 예전처럼 안나가 좋다고 느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되지?

곰곰히 고민하는 엘사는 뒤를 돌아 제 날개뼈 부근에 물을 적셔주는 안나의 손을 잡았어. 딱히 제 손과 다름없이 온천수에 따뜻해져있었지. 이걸 마음 가까이에 대면 느껴질지도 몰라.

?! 안나의 오른손이 가슴께에 강제로 가져다대졌어. 말만 가슴이지 안나의 손에 닿은건 평소 엄청난 존재감을 자랑하던 탱글탱글이겠지! 깜짝 놀라 손가락을 굽히면 한가득 잡은것처럼 손아귀가 가득찰거야.

"말랑말랑?"
"으아아!..보지마아!"
                                      
얼굴이 새빨개진 안나가 느끼는 그대로 생각하다가 엘사에게 딱 걸리고 말았어. 전직마왕을 견제하기로 단단히 결심한 용사님은 어디갔는지 부끄러움 많은 소녀의 모습으로 돌아왔어. 생각이 이것저것 섞여있고 완성된 말이 없는 걸 보니 당황한 모양이야.

안나의 얼굴에 변화가 생기면 엘사에겐 그게 자극적으로 다가올거야. 안나의 손을 더 깊숙이 당기면 꽉 쥔 주먹이 말랑말랑 가슴에 닿아서 부들부들 떨어. 왜 저렇게 자극적으로 반응하지? 엘사는 고개를 갸우뚱했어.

안나는 손을 겨우 떼냈어. 온천수 증기 때문이 아닌 자연적으로 발갛게 변한 얼굴을 그나마 아직 시원한 팔로 문질러보겠지. 물속에서 살짝 비치는 가슴끝에 저절로 눈이 가. 안나는 머리가 떨어져 나갈듯이 고개를 저었어.
                              
용사님은 다 좋은데 전직마왕님 몸만 보면 부끄러움을 느껴. 첫날에 봤던 인상이 정말 강력했었나봐. 몸만 비벼대면 몸이 딱딱하게 굳어버릴 것 같았어. 미인으로 소문나고 남자라면 까딱도 못하게 했던 인어들을 상대할때도 거침없이 사시미칼을 갖다댔었는데 어째서!

어쩔 줄 모르는 안나를 쭉 보던 엘사는 물속에서 물온도에 녹아내려 따뜻해진 두손을 꺼내서 안나의 얼굴을 감싸볼거야. 빨간얼굴 용사님은 전직마왕과 눈도 잘 못 마주쳐.

"안나 머릿속이 엉망진창이야."
"...응..맞아."
"약점인거야?"
"그럴리가! 용사한테 약점은 없어! 이걸 이용해서 날 해치려하면 크, 큰코다칠거야!"

안나는 눈을 감고 버럭 소리를 질렀어. 왜 저렇게들 시끄러워. 침대 위 성녀는 얻어온 지도와 제것을 비교하며 손가락으로 길을 따라가. 보다 빠르게 다음 마을로 갈 수 있는 지름길을 찾아내려 하겠지.

바가지 속 안놔는 온천수가 마음에 든건지 온몸을 푸욱 담그고 눈을 끔뻑끔뻑 할거야. 좀만 더 뜨거웠으면 좋았을걸. 잘못하면 버섯탕이 된다며 조금 미지근하게 가져온 안나의 배려?로 물은 금방 식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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