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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2) 안놔와 마법의 꽃 8모바일에서 작성

ㅇㅇ(60.28) 2016.03.29 22:21:19
조회 396 추천 21 댓글 9


엘사가 있는 방은 매우 컴컴했어. 있어봤자 촛불 한두개 켜져 윤곽만 보일 정도였지. 파비는 심신을 안정시켜주는 마력을 공중에 흩뿌리다 사라져버린 차가운 마력을 감지하고 눈을 슬쩍 떴어. 그러게 다가가지 말랬거늘. 파비는 고개를 저어.

그때 엘사는 눈을 천천히 떴어. 파비는 일어난 엘사를 빤히 보다가 저를 빤히 보는 엘사에게 웃어줘. 엘사는 그가 적이 아니라고 인식했어. 근데 여긴 어디고 안나는 어딨지? 엘사는 침대에서 내려오더니 저를 삼일 가까이 돌본 파비를 지나서 방 밖을 내다봐.

"용사아이를 찾고 있습니까?"

파비는 이부자리를 정리하더니 지팡이를 잡고 일어났어. 안나는 용사란 단어에 반응해서 쪼르르 오더니 키가낮은 파비의 앞에 수그려 앉아 안나가 어딨는지 물어보겠지. 갑자기 쓰러져 버린 뒤로는 기억이 없는 엘사가 모르는게 당연해.

"용사아이는 곧 돌아올겁니다. 여기서 기다리시지요."
"돌 할아버지는 나를 안나에게 데려다 줄 수 없는거야?"
"데리러 가지 않아도 돌아올겁니다."

의미심장한 미소만 보인 파비는 엘사를 끌어다가 침대에 앉혔어. 몸이 많이 따뜻해졌어. 안나가 남기고 간 돌멩이 목걸이 덕일거야. 하얀머리도 사라진 판에 감정을 얼린 마법을 유지할 수 있는 마력은 더는 존재하지않지. 엘사는 금방 돌아올 수 있을거야. 따뜻한 전직 마왕님으로!

엘사는 파비의 생각을 읽으려 하겠지만 자신을 다스리는 법에 최고 경지까지 오른 대마법사를 쉽게 통찰할 수는 없었겠지. 그러나 엘사는 파비가 나쁜 것이 아닌 것쯤은 알 수 있어. 공중에 떠다니는 마력은 생명체의 기분을 완화시켜주는 기능을 하기에.

"조금 더 푹 자면 용사아이와 만날 수 있을겁니다."
"정말?"

파비는 말없이 고개를 주억거려. 엘사는 안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어. 물어보고 싶은것도. 걱정이 되긴 했지만 엘사는 안나가 보고 싶어졌어. 파비말로는 더 자면 안나가 온다는데 그냥 찾으러 가면 안 되나? 엘사는 침대시트를 손으로 쓸어.

아직 엘사에게선 하얀머리가 심어 놓은 차가운 마력이 완전히 스며들지 않았어. 감정적으로 얼려놓은 부분은 대부분 녹아버린 듯하다만 아직 엘사에겐 엄청난 차가운 마력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은 아직 부족해. 위대한 마법사 파비는 그 사실을 알았어. 흩뿌려놓은 마법에 신경완화 물질이 있는 이유도 전부 그것 때문이지.

이성이라도 잃으면 차가운 마력이 순식간에 퍼져나가 기본 백미터는 단번에 얼어 붙어버릴거야. 생물체가 견디지 못할 수준까지 말이야. 안나의 돌멩이가 감정을 따뜻하게 덥혀주는 역할을 한다지만은, 전직마왕에게 내장된 마력은 위대한 마법사도 겁낼만큼 어마무시한 힘을 가졌어.

지금 하품하는 엘사는 알까. 북쪽산의 날씨 뿐아닌 전세계를 눈보라 속으로 휘몰아넣을 강력한 힘을 얻었단 사실을. 하얀머리에게 마력을 완전히 받아들여지고 감정이 무뎌졌다면 완전한 괴물이 됐을거야.

엘사는 하품을 또 하더니 파비 말대로 조금 자두기로 했어. 보다 편안해진 얼굴에 파비도 웃음이 새나오더라지. 입술을 오물거린 엘사는 눈을 감고 잠들려고 애썼어. 일찍 잠들면 보다 빨리 안나를 만날 수 있다는 순진하고도 순진한? 스스로의 결론에 의한 자진취침이었지.
            
파비는 잠든 전직마왕의 앞에서 손을 왼 가슴앞에 대며 예를 갖췄어. 차가운 마력의 시초며, 최강의 얼음 마력에게 인사를 한거겠다만 조금은 다른 전직마왕의 행복한 결말도 빌어주면서. 지금껏 마왕들이 누군가와 지내며 행복했던 적이 단 한번이라도 있었을까. 파비는 몰라. 차가운 마력이 사라지면 인간계의 위기는 끝났구나. 라며 쉴 수 있다는 생각 뿐이었지.

마왕과 인간계 동시에 평화가 찾아온 경우가 있긴 있었을까? 아니, 시도를 해볼 생각이라도 했었을까? 파비는 지긋지긋한 문제는 그냥 넘기기로 했어. 찌뿌둥한 몸을 피면서. 이번엔 조금 빨리 쉴 수 있을거다. 다음 새로운 차세대 차가운 마력의 계승자가 등장할 때까지 평화로이 지내면 되는거야. 이로써 모두에게 평화가 찾아왔어.

물론 남들이 말하는 전쟁없는 평화  정도로만. 앞으로 전직마왕이 견뎌내야 할 시련들은 남아있을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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