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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2) 안놔와 쉬어가는 이야기모바일에서 작성

ㅇㅇ(60.28) 2016.04.02 02:56:27
조회 452 추천 19 댓글 7


안나는 지쳐서 엘사의 침대에 엎드린 채 잠들고 말았어. 안놔도 오르락 내리락하는 엘사의 배 위에 올라가서 웅크리고 잠들고. 안놔도 용사님만큼 많이 힘들었었나봐.

정원으로 떠나고 닷새째 되던 날 안나는 현실로 돌아와 엘사의 옆에서 잠들 수 있었어. 정원에서 꽃만 보고 뛰다닌 시간이 무려 5일이나 되니 대량의 피로가 누적될만해. 마법의 세계가 아닌 세상에서 뛰어다녔다면 녹초뿐만 아닌 과로사라도 했을거야.

파비는 옆에 와서 담요로 안나를 덮어줬어. 정말 가져오다니. 대단한 의지력이야. 파비는 엘사의 옆에 있는 구슬을 보며 새삼 놀라. 오로지 한사람을 위해 닷새를 정원에서 뛰다니며 꽃을 쫓았다니. 파비는 구슬을 집었어.

어쩌면 안나의 이번 임무는 헛수고 였을지도 몰라. 이 구슬 없이도 전직마왕이 따뜻한 마음을 대부분 되찾았으니까. 아니면 엘사를 위한 안나의 마음이 정원내에서 강하게 퍼지고 그게 현실까지 오면서 마법이 풀린걸수도. 가장 따뜻한 색의 꽃이 영향을 받아 안나의 머리색을 띠어 주홍빛이 된 것도 이 때문일거야.

안나는 자신이 가져온 구슬이 가장 따뜻한 색의 꽃의 것이라고 물으면 절대 모를거야. 그저 희한하다고 생긴 꽃을 쫓고 잡다보니까 얻게 된 전리품이었어. 파비는 구슬을 딱딱한 손바닥에서 굴리더니 꽉 쥐어. 파삭. 구슬은 기체형태가 돼 사라져버렸어.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간걸거야.

파비는 꿈틀거리는 안놔에게도 작은천 하나를 만들어서 덮어줘. 수고한 둘에게 맛있는 것이라도 대접해야 할텐데 저를 모시던 심부름꾼은 이미 사라졌으니 혼자서 할 수밖에 파비는 방 밖으로 나갔어.

안나는 까무룩 정신을 잃은 것처럼 언제 잠든지도 모르고 자고 있었어. 5일만에 여유를 얻은 안나는 깊은 잠속으로 뚝 떨어져 버릴거야. 깊은 무의식 속에서 떨어진 안나는 풀밭위에서 따뜻한 바람을 맞고있어. 참 자유로운 안나의 따뜻함과 어울리는 무의식의 세계야. 안나는 코위로 올라간 풀에 간지러워 엣취! 하면서 눈을 떴어.

"어..."

아직도 정원에 있는건지 온통 풀밭 뿐이네. 볼을 꼬집었는데 아무 아픔도 없고 안놔도 없는걸 보면 꿈인가봐. 드넓은 풀밭이 정말 인상 깊었던건지 꿈도 풀밭꿈을 꾸네. 안나는 혼자 하하 웃더니 팔베개를 하면서 풀썩. 풀밭으로 몸을 뉘었어.

얼마만에 얻는 기분좋은 여유인지 욱씬거리는 다리는 완전히 지쳐서는 며칠 쉬지 않으면 제 기능을 못할것 같아. 안 그래도 최근에 뼈에 무리가 가서 조심해야 할텐데. 엄청썼던 마법물약을 떠올린 안나는 성녀도 같이 생각났어. 이번에 가면 정말 고맙다고 말할거야. 일단은, 좀 쉬고.

"편안한 곳이야. 여긴"
                                  
꿈속에서는 불청객이 찾아오는 경우도 있는 법이야. 안나에게도 그랬어. 안나는 다친 이마 쪽인 오른쪽을 홱 돌아봐. 코앞에 반갑지 않은 하얀머리의 얼굴이 있을거야.

"...너, 너!"
"흥분하지마."
"여긴 내 꿈속이야!"
"알아."

안나가 큰소리로 말하는 족족 신경도 안 쓰고 엎드려있던 하얀머리는 힘들어서 꿈쩍도 않는 안나와 달리 자유롭게 일어나서 안나의 주위를 빙글 걸어다니기까지 했어. 혹시 공격할까 싶어 지친 몸을 일으키려던 안나는 옆에 앉아 손가락으로 저를 찌르는 하얀머리를 빤히 봐.

"너. 넌 참 신기한 인간이야."

하얀머리는 안나에게 놀랐어. 쉬고 있었 다지만 안나가 어떤 대단한 일을 했는지까지는 알고있었지. 무언가를 꼭 하겠다는 의지에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까지 더해져 안나는 심리적으로 완전 무장이나 한것과 다름없어. 정신적으로 파고들어 몸을 지배하거나 뺏어서 살아가는 하얀머리에게는 상극인 존재라 이 말씀이지.

"내가 몸이 있어도 네가 있는 한 여왕에게는 손도 못댔을거야."
"...여왕?"
"난 몸도 잃고 네 의식속에 스며들었어. 아마 이곳에서 지내게 되겠지. 제법 나쁘진 않아."

하얀머리가 하는 말은 안나에게 어렵게 다가갔어. 무슨 소린지 쉽게 설명해 달라고 해서 다시 들어도 못 알아들을지도 모르지. 안나는 일단 위험하지 않다고 인지한 후부터 하얀머리의 말을 잠자코 듣기로 해. 하얀머리는 정말 편안해 보였거든.

차가운 곳에서 태어난 생물도 생물인지라 이 풀밭에서 홀로 지내면 하얀머리는 외로움을 느끼겠지. 가끔 안나가 이곳으로 떨어진다면 달라지는 얘기겠다만 완전한 무의식으로 빠져드는 경우가 적어 안나를 보는건 드물지도 모르지. 특히나 안나처럼 평소 주변 경계를 하며 보초가 습관된 전사는 이곳으로 떨어질 확률은 극도로 적을거야.

마법의 정원같은 마력이 스며든 공간이 아닌 이상은 안나는 하얀머리의 목소리를 듣고 살 일도 없겠지. 하얀머리가 이곳에 있으나 없으나 안나에게는 처음부터 영향도 끼치지 않을 일이었다는 거야.

"가끔 이곳에 오게되면 같이 있어줄래?"

하얀머리가 말하니 매정함이 없는 안나는 그러기로 했어. 하얀머리는 폭 옆으로 쓰러져 누워서 안나를 봐.

"고마워."

안나는 몰려오는 졸음으로 눈을 좀 붙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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