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없이 길을 터준 마법사의 안내에 따라 안나는 협회 밖으로 나왔어. 드넓은 초원 남쪽을 가리키는 표지판을 따라 걸어가면 바다가 보인다는 말씀이로군. 안나는 웅장한 협회 건물을 슬쩍 뒤돌아보고 발걸음을 떼.

안나는 건물 밖으로 나오기 전에 찾아온 마법사 한명에게 엘사를 비밀리에 감시하겠다는 허가를 내줬어. 그렇게 했으니 문제없이 협회밖으로 나온거겠지. 안나의 속마음을 볼 수 있는 엘사는 안나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겠지. 그럼에도 엘사는 별 말 하지 않았어.

안놔는 안나의 주머니속에서 쏙 나와서 따뜻한 바람을 타고오는 신선한 풀내음을 맡으며 기분이 좋은지 엘사를 큰소리로 불렀어. 어김없이 가슴품으로 들어가겠다고 조르는데 엘사는 작은버섯을 두손으로 감싸서 가슴골에 넣어주겠지.

엘사는 사랑하는 안나의 손을 잡을거야. 서로 위하고 좋아하는 걸 넘어섰으면 사랑하는게 맞겠지? 엘사는 안나와 제 자신이 사랑한다고 굳게 믿고있는 것같아. 정작 엘사를 지극히 생각해주는 안나는 그걸 모른다는게 문제야. 서로 사랑한다는 걸 어떻게 증명하고 표현해야 하는지는 지금 전직마왕의 가장 큰 관심사겠지.

성녀의 말로는 좋아하는 사람끼리는 섹스를 해야한댔어. 근데 안나는 그당시 얼굴이 새빨갛게 변해선 뽀뽀로 섹스를 그냥 넘겨버렸어. 이제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엘사의 손에 힘이 들어가니 안나는 그 악력에 아야! 아픈소리를 냈어.

"엘사 왜?"
"우리 언제 섹스할거야?"
"엑? 섹...뭐?"
"섹스."

떽쮸? 안놔는 엘사의 말에 따라말하며 혼자 민망해서 식은땀을 흘리는 안나에게 물었어. 떽쮸가 대체 뭐길래 엘쨔가 안나에게 하자고 하는걸까? 안놔는 가슴품에서 말랑손으로 가슴을 폭폭 두드리며 불러.

"엘쨔 떽쮸가 뭐야?"
"떽쮸? 그게 뭐야?"
"엘쨔도 떽쮸가 몰랏? 군데 안놔한테 하자고 해쪄?"

섹스가 떽쮸인지 알아야 대답을 해주지. 엘사는 혀짧은 안놔의 한계를 차마 전부 꿰뚫지 못하고 오히려 안놔에게 질문했어. 안놔는 떽쮸가 뭔지 모르니 엘사한테 묻고. 서로 답은 안 하고 묻기만 하니 보는 이는 여간 답답한게 아니야.

사실 안나는 답답한게 아니라 난감해하고 있겠지. 성녀가 정말 좋은걸 가르쳤어. 오직 세계평화를 위해 여행해 온 바른용사 안나를 곤란하게 하는 짓만 엘사에게 알려주고 사라졌지 뭐야. 안나는 머릿속에 불붙은 화를 씻어내려는지 이마를 박박 문질러.

"안나 작은버섯이 말하는 떽쮸가 뭐야?"
"떼..떽쮸가 아니라 섹스...일거야."
"그럼 섹스가 뭐야?"
"어..그러니까.. 짝짓기 같은..?"
"안놔는 짝짓기가 뭔지 안다!"

짝짓기란 말에 흥분하며 적극적으로 발표하는 학생처럼 말랑손을 번쩍 들었어. 엣헴. 말할 기회를 얻은 안놔가 설명을 늘어놓는데, 버섯은 짝짓기라는 걸 하면 둘 넷으로 나눠져 친구가 많이 생긴대. 안놔가 짝짓기를 하면 안놔 친구가 많이 생긴다는 얘긴가? 엘사는 놀라워해.

포균은 그런식으로 증식하니까 그렇지. 특정 생물에게 애정이 생겨 모방하지 않는 한 야생버섯들이 다 비슷하게 생긴 이유가 있단 말이야. 안나는 코웃음을 쳤지만 엘사는 그럴싸하게 말을 한 안놔의 말을 철썩같이 믿는 모양이었어.
                                              
안나랑 섹스를 하면 친구가 생기는건가? 엘사는 친구가 생기면 누굴 좋아해줘야 하는지 벌써부터 고민했어. 안나는 심각해보이는 엘사의 얼굴 앞으로 손을 흔들어 시선을 끌거야. 엘사는 중얼거리는 듯이 말했어.

"안나. 우리 섹스해서 친구 많이 생기면 어떡해?"
"저기.. 엘사. 섹스는 안놔가 말한 그런게 아니라... 근데 왜 많이 생겨..?"
"안나랑 섹스 많이 할 거니까!"
"......"

펑! 이건 안나의 머릿속이 터지는 소리야. 정확히는 정상적으로 돌아가던 머릿속이 섹스로 꼬이고 막혀 빙글 돌면서 온갖 재주를 넘다가 결국 터져버리고 만 소리였지. 안나는 무너졌어. 후들거리는 다리가 버티지 못하고 길거리에 쓰러져버렸어.

큰일을 해낸 안놔는 기세등등! 엘쨔의 가쯤품에서 허리를 쭉 펴고 있을거야. 자신도 많이 아는건 아니겠지만 엘사에게는 정말 일반적이고 기본적인 지식도 많이 알려줘야 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