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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외전) 용쨔 안놔의 고뇌 3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20.194) 2016.10.15 23:09:55
조회 380 추천 18 댓글 3

깨어난 안놔는 어색한 기류를 눈치챈건지 찌부된 충격인지 용사 안나의 주머니 안에 들어가서 얌전히 있어. 숲 하나를 지나오니 다른 강으로 나와 물이 많이 맑아졌어. 용사 안나는 맑은 물에 손을 담그는 엘사를 흘끔 쳐다봐. 아직도 화가 나있겠지.

안나는 다시금 엘사의 화난 원인을 생각해 보기로 했어. 그렇지만 발자국 소리를 듣고 누군지 맞춰보라는 건 고난이도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전직마왕은 어떻게 제 발소리를 듣고 알아냈는지는 몇번을 따지고 봐도 불가사의한 일이었어.

발소리 따윈 필요없어. 엘사가 원하는건 직접적인 애정표현이야. 안나의 생각을 읽을 수도 없어서 안나가 지금 저를 어떻게 생각해주는 지도 모르는 마당에 저만치서 기웃거리면서도 오지도 않고. 눈물 한방울 또륵 흐른 엘사는 눈을 비볐어. 안나는 나쁜 용사야.

울고있는 것같은 엘사가 보여도 또 뭐가 튀어나올까 쉽사리 가질 못하겠어. 안놔도 울고있는 엘쨔를 발견했어. 빼꼼 고개를 올려 안나를 보니 가지도 않고 서있네. 용짜라면 달래줘야지! 주머니 속에서 쏙 나온 안놔는 용기를 가지고 바닥으로 착지해. 안놔는 뿌쨕거리며 엘쨔의 옆으로 갈거야. 누구보다 빠르게.

"엘쨔. 왜 울고이쪄?"

찌부돼 종이처럼 펴졌었던 작은 버섯은 우는 미인 앞에 섰어. 퐁포봉. 작은 포자를 여러모양으로 쏘며 즐겁게 해줄거야.  손등으로 눈물을 닦던 엘사가 안놔를 두손으로 감싸들어. 안나는 이제 제가 울어도 오지도 않나봐. 작은버섯의 위로를 받아도 상실감이 더 컸던 전직마왕은 더 훌쩍거렸어.

으닛? 작은 버섯은 제 달래기가 통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많이 놀랐는지 퐁퐁 포자를 멈췄어. 작은버섯은 용사의 쪽을 볼거야. 얼굴을 무섭게 구기면서. 용쨔는 여자를 울려쪄는 안된닷! 왠지 표정으로 이런말을 하는 듯이 쏘아봐.

안나는 슬금 게걸음으로 보폭을 줄여가. 서럽게 우는 나머지 강에서 유영하던 물요정도 몰려와서 구경하네. 숲 사이에 있는 작은 숲요정들도 우는 소리에 나무뒤에 숨어서 빼꼼 쳐다봐. 뭔가 쳐다보는 느낌이네? 안나가 주위를 둘러보면 아무것도 없을거야.

안나는 엘사의 옆으로 왔어. 바로 옆이야. 다리를 굽히고 앉아서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물에 적시고 얼굴을 닦아주려고 할거야. 화가난 전직마왕은 손수건을 쥔 안나의 손을 확 쳐냈어. 손수건이 툭. 바닥에 떨어져.  

무례한 행위였지만 안나는 화내지 않았어. 말없이 손수건을 주워들더니 다시 물에 담갔다가 깨끗이하고 적셔서 손에 꽉 쥘거야. 훌쩍 우는 탓에 들썩이는 등을 보는 안나의 표정이 안 좋아져. 왜 자기때문에 이렇게 슬퍼하는 건지 알면 좋겠다만, 알려주지 않으니 답답할 지경이야. 우는 전직마왕의 손아귀에 갇혀있던 안놔는 쪼옥 슬림하게 빠져나왔어.

"용쨔가 돼쪄는 엘쨔도 기쁘게 못햇!"

포자를 뿜. 뿜으며 안나에게 당장 엘사를 달래라고 화를냈어. 아까 안나의 시선에 도망쳤던 숲요정이나 물요정은 돌아와서 이 재밌는 전개를 구경중이겠지. 어쩐지 시선이 많아진 느낌이지만 안나는 상관하지 않기로 했어. 지금 제일 중요한 문제가 눈 앞에 있으니.

"저...엘사. 울면 코가 빨갛게 될거야. 술에 취한 트롤처럼 못..."

잠깐, 나 뭐래니. 농담했다가 큰일날 뻔했어. 겨우 자신을 진정시킨 안나는 후우 숨을 한번 뱉고 두 손으로 엘사의 얼굴을 조심히 감싸서 들어 올렸어. 쉽게 들려오는 머리에 한번 놀라고 눈가가 붉어진 얼굴에 두 번 놀라겠지. 안나는 조심스럽게 눈가를 닦으려...

"안나는 나 안 사랑하지?"

했다가 돌발질문에 눈을 크게 뜰거야. 안놔는 전직마왕과 용사를 번갈아보며 관전모드에 들어갔어. 우물거리는 용사 안나의 입술이 꾹 닫히더니 또 얼굴은 붉게변해가. 엘사의 미간에 주름이 생겼어.

"난 안나 사랑해. 근데 왜 안나는 날 안 사랑해?"
"그...사랑한다는 건...그러니까..."
"안나는 부끄러워 하면서 맨날 말 안 해주잖아! 안나는 나 싫어하는 거지!"
                              
빽 소리를 지르자 용사는 순간 앞머리를 휘날리고 지나간 바람에 한기를 느꼈어.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서리가 내린다는데 전직마왕이 한을 품으면 온 세상에 겨울이 오겠지.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엘사는 큰 오해를 하고 있었어. 한번도 싫어해본적 없어, 엘사에 대해서. 엘사도 잘 알고 있을텐데.

"한번도 싫어해본 적 없어! 그...처음..처음에 만났을때...빼고는..."
"안나는 거짓말쟁이야!"
"거짓말아냐! 내 눈 보면 알잖아. 응? 엘사."

안나는 자신만만하게 눈을 마주치겠지. 보일 리가 있나. 이게 더 전직마왕을 비참하게 할거야. 엘사는 안나의 마음을 알 길이 없어 더 서러워져서 고개를 파묻고 눈물을 뚝뚝 떨어트려.

안나는 이상함을 느꼈어. 항상 마음을 읽었던 엘사가 거짓말쟁이라고 할 일이 없었거든. 안나의 머릿속엔 어젯일이 스쳐가. 엘사는 음란한 책을 본 제 눈과 마주쳤어도 아무말도 없었어.

안나는 왜 엘사가 서럽게 우는지 알 것 같았어. 제 생각이 보이질 않으니 엘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해줘도 알려질 수가 없었던 거야. 엘사가 말한대로 자신은 멍청이 같았어. 안나는 손수건을 바닥에 떨어트렸어.

대신 손은 어느새 어깨를 거쳐서 지나가 등에 닿아있겠지. 안나는 엘사의 등을 토닥거리며 꼭 안아줬어. 울던 전직마왕이 얼굴을 들어. 안나의 냄새가 아주 가까이서 났어.

"...미안해. 아무것도 알아채지 못해서. 많이 답답했지?"
                                          
안나가 말하면서 더 꽉 안았어. 엘사는 고개를 주억거려. 용사님의 포옹에 작은버섯도 주변에서 구경하는 요정들도 눈을 휘둥그레 떴어.
                                              
"나, 엘사가 좋아. 엘사랑 같이 다닌 후로는 엘사가 싫어진 적 없었어."
"그럼 왜 사랑은 안 해?"
"사...어...사랑...도 할게."
"정말이야?"
"거, 거짓말 안 할거야! 엘사가 생각...못 읽는다고 거짓말 같은건 안해."

안나가 기어코 제 능력이 사라진걸 알았나봐. 그래도 엘사는 위기를 느끼진 않았어. 얼굴이 빨개진 안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 같으니까. 엘사의 눈가가 안나의 뺨에 닿았어. 크게 움찔 떠는게 웃겨서 푸스스 웃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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