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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외전) 용쨔 안놔의 고뇌 7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20.194) 2016.10.21 19:45:49
조회 477 추천 14 댓글 4

어떻게 밤을 보낸지도 모르겠어. 새 소리에 일어나니 웅크린 몸은 옆으로 쓰러져있고 전직마왕은 안나에게 허리를 끌어안고 자고있었어. 안놔는 원래대로 동글동글 몸뚱이로 돌아와 자기 몸보다 큰 나뭇잎 위에서 자고있고.

끙. 언제 잠든건지 기억도 안 나. 뽀뽀 실패로 창피해서 고개를 못 든게 마지막 기억이야. 머리카락에 붙은 나뭇잎을 뗀 용사는 엘사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돌아누웠어.

새근새근 잠든 엘사한테 잘자라고 인사도 못했네. 지금 매우 조용한데 뽀뽀해도 되지 않을까? 안돼. 상대가 잠자고 있는데 무언가를 한다는 건 비겁한 짓이라고. 용사님은 뽀뽀마저도 비겁한 행위라고 결말짓고있어.

하지만 지금이 기회인 걸. 안놔도 자고 있고 뚫어져라 보는 엘사의 눈도 감겨져 있고. 아침에 하는 뽀뽀로 엘사가 눈을 뜨면 얼마나 기분이 좋겠어. 좋을까? 좋아하겠지?! 좋아! 용사님은 커다란 결심을 했어.

상대가 잠자는 틈에 뭔가를 한다는 건 정당한 용사님의 자세와는 조금 멀지만 안나는 드디어 큰맘먹고 뽀뽀를 실행해. 흐트러진 머리칼 좀 귀 뒤로 넘겨주고. 하얗고 하얀 얼굴로 조금씩 가까이 갈거야.
    
이렇게 보니 외모가 매우 아주 예뻐 보이는 것 있지. 헙. 놀라서 숨을 집어삼킨 용사님은 눈동자를 저만치 치워버렸어. 차라리 얼굴 보지말고 하자. 부끄럼쟁이 용사님은 첫키스를 이렇게 망쳐버릴 셈인지 얼굴도 보지 않고 입술만 쭉 내밀어.
                                      
입술은 겨우 목적지에 도달했어. 잠자는 틈을 타서 몰래 입술 닿기 성공이야. 예스! 안나는 어젯밤의 고민을 털어버려서 일어나서 춤추고 싶었어. 고작 입술닿기인데 가슴이 미친듯이 뛰네. 입술도 덜덜 떨리는 듯해.

그러나 그 떨림은 나쁘지 않았어. 엘사한테 무언가를 했다는 건 크나큰 발전이야. 이제 눈뜨고 마주보면서 하면 되겠는데 그게 짧은 시간 내에 가능하게 될지는 누구도 모를거야. 으응. 입술에 뭔가 닿은 느낌에 전직마왕은 눈을 떠버렸어. 안나가 얼굴이 사과처럼 변해있어. 뭔가를 했나봐. 혹시 뽀뽀라도 한건가? 잠에서 깬 엘사는 눈도 비비지 않고 물어봐.

"안나. 방금...뽀뽀했어?"
"어...응!"
"안나 혀는?"
"...어?"
"입술 먹는 뽀뽀할때 혀도 넣어야 한대."
"혀..? 엘사. 그건... 어..."

난이도는 급격하게 상승했어. 잠잘때 뽀뽀도 혼자 설레서 죽을 뻔했는데 입술을 먹을 뿐만 아니라 혀도 넣으래. 대체 누가 그런걸 알려준거야! 안나는 방방 뛰면서 소리치고 싶어져.

이대로 가면 혀는 커녕 다시는 뽀뽀 안 하게 될지도 몰라. 전직마왕은 안놔도 자는 사이에 해치워 버리겠다고 생각해. 안나가 해주는게 의미있으니까 안나가 오게끔 하는거야. 도움을 주고 안나는 오고. 이러면 되겠지. 지나다니는 숲요정 하나 없이 고요한 이순간 아니면 기회는 오지 않을테니까.

"안나 그럼 내가 입 벌릴테니까 혀 넣을래?"
"엘사! 무, 무슨 소릴 하는거야! 그나저나 우리 거기까지 안 해도 충분히 서로 좋..."
"싫어. 안나랑 입술먹는 뽀뽀 할거야."

이건 뭐 북쪽산 절벽을 맨손으로 오르라는 것보다 어려운 난관이야. 아니 어디다 혀를 넣으라는 거야! 조금씩 벌어지는 입술 저 사이에 혀를 넣으란 말씀이신가요. 이건 보는 눈이 없어도 절대 못할거야.

"저...엘사. 나 역시 혀는 좀..."
"왜?"
"그야..나 키스도 아까 처음 한거란 말이야.."
"그럼 혀 넣을 수 있어."
"엘사. 너, 넣으면 다신 뽀뽀하자고 안 할거야?"
"그건 아냐. 안나랑 뽀뽀 계속 할거니까."

이번 만큼은 물러서지 않겠대. 용사님은 얼음덩이같은 돌직구 한방에 찍소리 못하고 입술뽀뽀에 이어서 혀도 넣게 생겼어. 후우. 뽀뽀도 성공시켰는데 혀는 못할까. 눈이 아플때까지 질끈 감고 뜬 용사 안나의 눈엔 핏발이 서는 것같아. 잔뜩 기대하는 엘사의 눈빛을 보면 이건 안 넣는 순간 세상 종말이야.

덜덜 떠는 입술 꽉 닫았다 혀를 빼꼼 내민 안나는 갑자기 제 멱살을 쥐는 전직마왕의 손에 깜짝 놀랐어. 침입자를 완전히 제거하려 퇴로를 차단하는 것처럼! 막상 하려니 혀에 경련이 오려고 해. 깜짝놀라 커진 두눈은 질끈 감겨버렸어.


용사님 손바닥 보다 큰 나뭇잎 하나가 위에서 떨어지고 안나는 얼굴을 가린채 전직마왕의 반대편으로 누워 움직이지도 못 했어. 하늘을 가린 초록빛들을 보고있는 엘사의 얼굴엔 붉은기 가득이야. 엘사의 입술 밖으로 살짝 삐져나온 혀는 아까 말랑말랑한 감촉을 기억하고 있어.


- - -

넣었네 넣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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