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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외전) 엘쨔와 푸른숲 5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83.212) 2017.05.08 20:20:49
조회 458 추천 16 댓글 5


쉬다보니 해가 중천에 떠버리고 안나 일행은 다음마을까지 부지런히 걸었어. 남쪽지방은 사나운 몬스터가 덜한 편이라 길거리에서 몬스터를 마주치는 일은 극히 드물었어. 대신 수풀속엔 이름모를 무시무시한 몬스터들이 있을거야. 나무에서 내려오는 안나를 노리던 은신술 가능한 뱀처럼.

땀을 뻘뻘 흘리며 부지런히 걸은 결과 태양에 하늘이 붉게 변한 즈음 마을에 당도할 수 있었어. 마을을 소개하는 나무판자를 읽은 안나는 힘든것도 까먹고 전직마왕의 손을 잡고 이끌었어. 주머니에서 톡 얼굴이 튀어나온 작은버섯도 미세하게 나는 짠내음을 맡은건지 잔뜩 흥분했어.

"엘사! 여기야!"

푹푹 발이 파이는 모래밭에 들어온 안나는 거대한 호수를 가리켰어. 전직마왕은 난생 처음보는 거대한 호수를 보며 눈을 크고 동그랗게 뜰거야. 신나서 짐을 전부 내려놓고 안놔도 내려준 안나는 꾀죄죄한 신발도 벗어버렸어. 부드러운 모래가 발가락 사이를 감겨왔어.

"엘사도 신발 벗고 나처럼 해봐, 얼른!"
"안나 신나보여."
"당연하지! 여기가 바로 바다니까!"

안나의 말에 신발을 벗은 엘사는 느껴지는 부드러운 모래를 밟으면서 숲인줄 알았던 거대한 호수 가까이로 걸어갔어. 맑은 바닷물이 발을 덮쳐오면 엘사의 발을 한번 스치고 다시 되돌아갈거야. 흐르지 않고 고여있는 호수와 달리 푸른숲은 살아있는 것처럼 끊임없이 넘실거려.


작은 버섯은 바닷물에 떠내려가지 않게 주의하라는 안나의 말도 듣지 않고 자리를 잡고선 부드러운 모래를 팟팟 파기 시작했어. 작은버섯은 모래놀이가 좋은가봐. 말없이 작은 버섯을 보고있던 엘사는 훅 불어오는 짠냄새에 고개를 들거야.


힘든 여정의 보상이라도 된듯 모래밭에 앉은 안나는 매우 뿌듯했어. 바다 수평선 너머로 떨어지는 해를 멀뚱멀뚱 쳐다보는 전직마왕을 흘끗 보니,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 너무 자기혼자 흥분했나싶어 괜히 부끄러워지는 용사 안나야. 앉아서 밀려오는 바닷물을 손으로 만져보는 전직마왕은 왠지 진지해보였어.

이윽고 전직마왕은 손가락으로 바닷물을 콕 찍어서 맛봤어. 짠맛에 얼굴을 살짝 찌푸리니 그걸 보고있던 안나가 웃어버리고 말거야. 푸른숲은 짠맛까지 있네. 바다를 만졌던 손가락을 옷으로 문질러서 닦을거야.

안나는 왜 엘사가 진지했는지 묻고 싶어졌어.  묵묵히 무언가를 관찰하고 살피는 행동을 보이는 엘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예측할 수 없었으니까. 아니면 생각보다 바다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건가? 한편으로는 엘사가 바다를 싫어할까 걱정까지 되더라지.

그런 안나의 생각을 보지 않고도 읽은 것처럼 엘사가 갑자기 확 안나를 쳐다봤어. 깜짝놀라 몸이 한번 들썩인 안나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머리를 만질거야. 안나를 쳐다보던 엘사는 안나에게 말했어.

"안나. 이제 우리 여기서 사는거야?"

엘사의 얼굴은 매우 근엄했어. 이어 말하길 물은 너무 짠대다가 모래도 말랑말랑해서 집을 짓기엔 최적화된 곳이 아니래. 알고보니 엘사는 안나랑 지낼 공간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는 중이었던거야. 그 말에 두눈을 두번 깜빡인 안나는 갑자기 푸훗! 웃음이 터졌어.

"왜 웃어?"
"미안해. 엘사 방금 엄청 웃겨서..."
"내가 웃겼어?"
"우린 여기서 살지 않을거야. 마을 안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야지!"
"사람이랑?"

전직마왕이 사람에게 떨어져나와 혼자의 삶을 산것만 안나가 지금껏 살아온 나날과는 비교할 수 없이 길었어. 엘사는 고개를 저었어. 사람들이랑 안 살거래. 급격히 어두워진 얼굴에 당황할만도 할텐데 안나는 일어나서 엘사의 손을 감싸줘.

"엘사처럼 마음씨 착한 사람이라면 꼭 다른 사람이랑 잘 지낼 수 있을거야."
"내가 무서워서 도망가면 어떡해?"
"엘사는 하나도 안 무서워."

안나는 전직마왕이 두려워하지 않도록 용기를 북돋워 주었어. 혹시나 무서운 일이나 나쁜일이 생기면 안나가 나서서 엘사를 지켜줄거래. 안나의 눈을 보고 자기 손을 감싼 안나의 손에서 빠져나와 안나의 손을 잡았어.


그리고 엘사는 한두걸음 다가가 안나를 포옹해주었어. 안나도 따뜻한 포옹으로 응답할거야. 작은 버섯은 둘이 뜨거운 포옹을 하는지도 모르고 작은 모래성을 쌓기에 집중하다가 갑자기 밀려온 바닷물에 덮쳐져 모래성도 잃고 온몸도 쫄딱 젖고 말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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