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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운전교육 -21-

화로불판구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01.29 21:36:39
조회 299 추천 12 댓글 3




 ‘엘사!!’


 “헉..허억..”


 늦은 밤이다. 나쁜꿈을 꾸었다. 자신이 이루어냈던 모든 것들이 사라져버린 꿈.안나는 황급히 고개를 들어 벽에 걸린 시계를 보았다. 새벽 4시. 초침은 쉬지않고 째깍거리며 나아간다. 후, 한숨을 짧게 쉬고는 땀에 젖은 자신의 이부자리와 머릿결을 매만진다. ‘기분나빠..’. 그녀는 두 눈을 질끈 감은체 꿈을 되돌려보려 했다. 허나, 기억나는 것은 없었다. 다만 방바닥에 떨어지던 핏방울. 맑게 웃음짓던 엘사의 입술만이 아른거렸다. 굉장히 더럽고 슬픈꿈이다. 그러나 기억나지않는다. 마치 희뿌연 안개가 기억을 저장하는 어느곳을 가로막고있는듯하다. 수초간 기억을 더듬어보려 해봐도 떠오르지 않는 내용들에 고개를 떨구고는 욱씬거리는 눈두덩이를 어루만졌다.


 그때, 창문을 때리는 작은 빗방울소리에 정신을 들고는 창밖을 보았다. 어느새 비는 세차게 내린뒤 조금씩 그 모습을 작게 웅크리고있었다. 이제는 조금씩 맑은 하늘이 달빛에 비추어 눈에 들어왔다. 그 하늘을 올려다보는것도 잠시, 창문사이로 흐릿하게 비추는 자신의 모습, 속옷만을 걸치고 배꼽까지 이불을 올린, 가냘프고 여린 자신의 상체가 드러난 모습에 등뒤로부터 한기가 올라왔다. 몸을 살짝 파르르 떠는것과 동시에, 머릿속에는 엘사의 입술이 떠올랐다. 꿈에서 보았던 그 미소, 기쁨의 미소였는지, 슬픔의 미소였는지. 몹시 빨갛던 그 입술. 엘사... 엘사?.


 엘사, 엘사 아렌델. 그녀의 머릿속엔 그 이름이 떠올랐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입술, 선홍빛 피에 물들어있던. 눈물짓던 미소. 안나는 황급히 이불을 들추어 내고는 침대에서 내려와 거실을 향해 뛰었다. 없을지도 모른다. 나 혼자일지도 모른다. 그 두려움에 그녀는 떨리는 다리를 붙잡고 방문을 열고 넓은 거실에 우두커니 자리잡고있는 소파를 보았다. 엘사. 다행이 그녀는 자리에 있었다. 아직 잠에 들지않은건지 엘사는 턱을 괴고는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넓은 테라스의 유리창엔 아름답게 빗방울이 흩날리고 있다. 젖어가는 테라스의 목재바닥과 더불어 엘사의 눈망울역시 촉촉이 젖어있었다.


 안나는 그런 엘사를 보며 조용히 입을 우물거리고는 그녀가 들릴 듯 말 듯, 작게 속삭였다.


 “..엘사”
 “..응? 자고있던거 아니였어?”


 엘사가 바라보던 창문에서 고개를 돌려 어둠속에 얼굴을 내비친 안나를 보았다. 담담하고도 부드러운목소리로 대답해주었다. 안나와 눈이 마주치자, 엘사는 싱긋 웃어주었다. 저 웃음, 입술, 눈, 머릿결, 편안하고도 심장을 뛰게만드는 그녀. 안나는 엘사의 얼굴을 보자 이제야 머릿속에 방금 자신을 괴롭혔던 꿈을 다시 기억해내었다. 핏물, 서슬퍼런 칼. 울음. 그리고 죽음.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갔다. 이제는 움직일수있었다. 그 꿈과는 다르다. 꿈일뿐이다. 조심스럽게 한걸음씩 내딛을때마다 안나의 눈에는 주체하지 못할만큼 눈물이 고였다. 이윽고, 왈칵 쏟아지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그녀에게 달려갔다. 아니, 품에 안기기위해 뛰어들었다. 엘사는 점점 자신에게 오는 안나의 모습에, 속옷만을 입은 모습에, 얼굴을 붉히며 황급히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허나, 자신를 꾸욱 안으며 조금씩 흐느끼는 안나에게 당황하며 그녀의 빨간 눈시울을 보았다.


 “왜, 왜울어?!”
 “흑흑..흐아아앙!! 엘사아..!!”


 어찌해야할지 모르는 엘사는 그저 안나의 하얀등을 토닥이거나 머릿결을 어루만지며 그녀가 울음을 그칠때까지 안고있어야만 했다. 얼마나 울었던지 딸꾹질을 하며 잠들었을 때 나쁜꿈을 꾸었다는 것을 말하는 그녀를 보고 자신도 모르게 히죽 웃어버렸다. 그런 엘사의 모습에 잠시 씩씩거리며 밉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몸은 그녀에게서 떨어지지않으려 점점더 꽉 안아 엘사의 품에 자신의 얼굴을 부비적대었다. 난처한표정을 지으면서도 엘사는 그런 안나를 귀여운 동생을 돌보듯이 따스히 품에 안겨주었다.


 “푸훗, 그래서 내가 그랬단 말야?”
 “웃..웃지마요오..”
 “아하하하!”
 “치이..!”


 어느새 시간은 새벽 6시를 가리키고 있다. 곧 아침이다.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구름한점없이 푸른 아침을 준비하고 있다. 남청색 잉크를 뿌린 듯 하고 저 멀리서는 스멀스멀 태양빛이 정원을 비추려하고 있다. 안나와 엘사는 어느샌가 침실에서 이불을 가져와 소파 위에서 서로를 껴안은채 체온을 느끼며 이야기를 나누고있었다.


 “근데 엘사”
 “응.”

 엘사의 품언저리에서 그녀의 가슴에 얼굴을 묻던 안나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며 의아한 듯이 물었다.

 “왜 안자고 있었어요? 불편해요?”
 “...아니”

 떨리는 안나의 물음에 엘사는 기분좋게 살며시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저, 잠깐 생각할것이 있었을 뿐이야. 원래 밤에 잘 못자는 성격이라.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런가요..난또 걱정해가지구..”
 “그나저나.”
 “네?”

 “반말하라니까”
 “으..으응..헤헤”


 안나는 오랜만의 친근한 말투가 부끄러운지 꼬물꼬물 고개를 파묻어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엘사는 말없이 웃으며 얼굴을 들어 또다시 창밖을 바라봤다. 어느새 햇빛은 거실을 비추고 어디선가 재잘대는 참새소리에 조용히 눈을감았다. 그녀와 그녀의 머릿결이 빛을받아 사르르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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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분량이 짧다. 아마 다음편부터는 엘사와 안나 연예스토리로 들어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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