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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운전교육 -23-

화로불판구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02.06 03:54:13
조회 534 추천 14 댓글 3


 “씨발..우우욱!! 우웨에에엑!!”


 “아이! 더러워 진짜! 이게뭐야아!”


 “우욱!..안,안나 등좀 세게 두드려 웁! 우우욱! 구아아악 헉헉..진짜 이러다 뒤지겠네..우웁!”


 ‘팡팡!’

 저녁이 다가와 창밖은 이미 어둠에 쌓여있다. 안나는 잠시 소속사에 들려 볼일이 있어 잠시 집을 비운사이, 엘사가 먹었던 그 연어와 잭 다니엘은 몇시간이나 엘사의 몸에서 뒤엉켜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무려 40도가 넘어가는 양주를 스트레이트로 들이부었으니 당연할만도 하다. 안나가 저녁 재료를 싸들고 집에 도착하였을때는 엘사는 식탁에 엎드려 숙취에 골골대며 신음소리를 내고있었고, 그녀를 일으켜 세우자 엘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화장실로 달려가 변기에 머리를 처박듯이 하며 연신 위장의 안부를 물었다.


 “크허허억...허억..허억..우웁!”
 
 “아니 왜!, 고기 재울용도로 산 양주를 들이켜가지고!..”

 “빨..빨리..아 씨발! 우우욱!!”


 완벽하게 폭포수의 소리를 연상케하며 추적추적 음식물이 변기에 떨어졌다. 그 광경에 안나도 헛구역질을 하며 쌍으로 변기와 깊은 대화를 나눌뻔했지만, 다행이도 그 전에 엘사의 구역질이 멈추고 넘어갈듯한 숨을 헐떡이며 찔끔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웩, 허억..허억.. 퉤엣!”


 이젠 나올 것도 없이 쓰린 위산만 넘어오는 것에 엘사는 얼굴을 구기며 마지막 가래를 뱉었다. 손을 더듬거려 손잡이를 당겨 변기물을 내리고는 몇 번 더 한숨을 쉬고는 천천히 변기에서 일어섰다. 그럼에도 뒷골을 당기게하는 숙취에 휘청거렸다. 안나역시 드디어 끝났다는 듯 벗지도 못했던 외투를 소파에 던지듯이 두고는 거실에 내려놓았던 장바구니를 들어 부엌으로 향했다. 반이나 사라진 양주병과 처참히 도륙된 연어샐러드를 보며 깊은한숨과 함께 냉장고를 열어 장 본것들을 차곡차곡 채워넣기시작했다. 대부분 고기류와 작은 맥주캔으로 엘사를 위한것들이였다.


 한참이나 거울을 보며 자신의 몰골을 확인하던 엘사는 휘청거리며 두 눈을 몇 번 끔벅거린다음에야 윗옷을 벗어던지곤 침에 엉킨 머릿결과 입 주변을 씻기위해 샤워기를 들었다. 여실히 드러난 그녀의 상체, 등에는 길게 뻗은 흉터와 잔근육들. 군살하나없이 드러난 탄탄한 복근과 검은 속옷. 어깨죽지 즈음에는 목까지 이어진 문신도 존재했다. 푸른 청바지에 검은 속옷는 누가 보더라도 굉장히 매력적인 모습이였다. 화장실 문이 열려있는지 아는건지 모르는건지 엘사는 샤워기의 따듯함을 느끼면서 문득, 속옷과 바지까지 벗어던지고는 욕조에 물을 받기 시작했다. 빠르게 퍼져 모락모락 몸을 덮는 수증기와 팬티 한 장만을 걸친 자신의 몸, 거울너머로 보이는 그 모습을 엘사는 아주 무심히, 무미건조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조금은 풀린듯한 눈. 몽환적인 분위기. 봉긋 솟아오른 젖가슴은 아마 손으로 꽉 쥐어도 남을정도의 크기다. 발달된 어깨근육과 그와 반대되는 가녀린 목선 엘사는 자신의 몸에서도 목선만큼은 자신있게 자랑할수 있을정도로 아름다웠다.
 
 몇분이나, 한참 거울을 들여다 보던 엘사는 물이 욕조에 다 차는 것을 보고는 자신을 가리고 있던 마지막 팬티 한 장까지 벗고는 화장실 밖으로 던지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리고 눈앞에는 고개만 빼꼼 내민체로 빨갛게 상기된 안나의 얼굴이 보였다.


 “..뭐..뭐야아!”
 “..대박”
 “빨,빨리 안꺼져..!!”
 
 씨익, 음흉한 눈웃음을 짓고는 문을 살며시 닫는 안나에게 빼액 소리를 지른 엘사는 금세 화끈거리는 볼을 어루만지며 살며시 욕조에 들어섰다. 따듯한 몸이 조금씩 다리를 타고 흐른다. 몸을 모두 욕조안에 슬며시 담구고 눈을 감았다.


 ‘언제부터 보고있던거야..부끄럽게..’


 ‘똑똑똑’
 “엘사아~”
 “,,,,왜, 뭐!”
 “굉장해~”
 “좋은말할 때 가..가라..”
 “대단해에~”


 뽀르르륵, 엘사는 두 볼을 물안에 담구고 숨을 내쉬었다. 보글보글 올라오는 공기방울과 수증기에 아무말도 하지않고 부끄러움을 느끼며 고개를 숙였다.

 안나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부엌으로 돌아갔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오늘 아침 와인에 재워두었던 소 등심을 꺼내 후추와 소금을 뿌리며 음식준비를 시작했다. 엘사를위한 저녁밥은 무엇보다도 고기와 술로 차리는 것이 좋겠다 싶어 맥주까지 사온 것이다. 며칠전 엘사에게 저녁을 대접하겠답시고 요리를 하다가 엘사에게 부엌을 빼앗겼지만 이제는 다르다. 시간나는대로 틈틈이 요리관련된 동영상을 보고 매니저 오빠에게도 손수 하나씩 배웠다. 장족의 발전이다. 자신감있게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른뒤 당근과 양파를 손질하고, 빠르게 즉석밥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데우기 시작했다. 어느새 부엌에는 달달한 양념과 고기굽는냄세로 가득찼다. 안나는 기쁜 얼굴을 하고 머릿속에는 그녀의 알몸을 생각하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으아 좋다아!”


 부끄러움은 어디가고, 이미 엘사는 두 발을 끝까지 쭉 뻗고는 몸을 늘어트린체 두 팔을 욕조밖으로 걸쳤다. 고개를 좌우로 까딱거리며 깊은 감탄사를 내뱉는다. 아저씨가 따로없지만 뭐 좋지 아니한가. 쭉 뻗어도 충분히 남는 욕조에 가득 들어찬 따듯함을 온몸으로 느끼며 잠시 가만히 누워있었다. 지금껏 가지고있던 긴장감과 근육통이 모두 풀리는듯하다. 평생 이렇게 뜨듯한 물안에서 살고싶다는 생각과 함께 자연스럽게 지금까지의 일들이 머릿속에 지나갔다.


 
 그녀를 만났다. 어수룩하게 옛된 얼굴. 어디서 본것같지만 기억은 나지않는다. 굉장히 예쁜얼굴로 빵 모자를 꾹 눌러쓴 그녀는 긴장되는지 자신의 눈도 마주치지 못한다. 나름 귀엽다고 생각하며 운전을 알려주었다. 내 돈줄이 걸린일이니 만큼 내 머릿속에 있던 지식을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돌려 말했다. 이해하는 듯 하면서도 고개를 갸웃거리고, 가끔 실없는 농담을 던지니 잠깐 멍하니 있다가도 꺄르륵 웃어주었다. 그 눈웃음에 나도 모르게 헤실 웃어버렸다. 그녀의 이름은 안나, 의뢰자에게서 중요한 인물이라고는 들었지만 아이돌 안나일줄이야. 뭐, 그래서 페이가 좋았던 거구나 생각하며 그녀에게 운전대를 넘겼다. 큰 배기음에 몹시 움츠러들었다. 속으로 키득거리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다고 이야기 해주었다. 고개를 돌려 난처하듯이 우물거리는 안나와 눈이 마주치고, 잠깐 침을 삼켰던 나는 자신감있는 미소로 그녀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결국 차는 망가졌지만. 부서진 범퍼를 달고 피에르의 공장으로 들어서는 순간까지 솔직히, 나쁘지만은 않았다. 때로는 잠시 가슴한켠에 기쁜 마음까지 일었었다. 며칠이 지나갔는지도 모른체, 곧 또다시 그녀에게 연락이 닿았고 카페에서 만난 모습은 초췌하고 슬픈 얼굴이였다. 무슨일이 있을까 굉장히 걱정했지만 얼굴로 드러내지 않기위해 노력했다. 그녀도 그녀 나름대로 힘들텐데, 괜히 나까지 나서서 걱정어린 얼굴로 바라보기엔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 오버하지 말자. 결국은 나만이 찾아가던 그곳으로 안내해버렸다. 연신 대려다 주어서 고맙다는 미소와함께. 슬픔이 가신 웃음에 바라보는것도 행복했다. 그리고 나는 안나의 뉴스에 같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날, 안나와 깊은 키스를 나누고, 서로의 마음을 살짝 열어보았던 그날. 그 이후로 나는 마음속에 조금씩 자리잡는 안나를 어찌 해야할지 고민이였다.


 이런 감정은 처음이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몰아치는 감정의 파도에 정신도 못차리지만, 계속해서 차오르는 안나의 대한 생각은 확고하다. 본능은 멈춰야 한다고 말하는데, 멈출수가 없다. 계속 이렇게 지나간다면 나중에는 걷잡을수 없이 커져버린다. 지금은 시기가 우연히 맞물려버려 상황이 흘러가지만, 훗날, 정말 돌이킬수 없을때에는....


 ‘똑똑똑’

 “..엘사?”


 가슴이 아파왔다. 그러나 웃었다. 생각에 잠기자 얼마나 시간이 지났던것인지 욕조의 물은 벌써 미적지근해져 있었다. 상체를 살짝 일으키고 짧게 한숨을 쉬었다.


 “저녁 다 했어요. 빨리 나와요 감기걸려요”
 “으응. 지금 나갈게”


 귀를 자극하는 물소리와 함께 몸을 일으킨 엘사는 잠시 현기증에 휘청거리다 숨을 두어번 쉬고는 몸을 감싸오는 한기에 수건을 몸에 두르고는 몸 이곳저곳의 물기를 닦아내었다. 옷을 가져달라 부탁하기위해 촉촉이 젓은 자신의 머릿결을 수건으로 감싸고 살며시 문을열자, 문턱 너머에는 잘 개어진 속옷과 잠옷비슷한 입기편한 수면바지와 부드러운 후드티까지 준비되어있었다.


 “엘사! 빨리와요 다 식겠네”
 “어어 지금갈게”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흘러나온다. 살며시 코를 자극하는 고기냄세. 엘사는 방금까지 고민했던 기억들을 잊을만큼 행복하다. 조심스레 후드티를 들어 옷가지의 향기를 맡는다. 좋다. 이 모든 것이 좋았다.


 옷 매무새를 정리하며 들어선 식탁엔 작은 향초와 고급스러운 식기들, 접시위에는 두툼한 스테이크와 채소들이 엘사를 반겼다.


 “..와우”
 “헤헷! 오늘 힘좀써봤다구요!”


 스스로가 자랑스럽다는 듯이, 안나는 두 손을 허리춤이 걸치고는 콧방귀를 흥 불었다. 픽 웃음을 내뱉고 자리에 앉는 엘사를 보며 살짝 달아오른 볼로 자리에 앉아 포크와 나이프를 들었다.


 “잘먹겠습니다!”
 “잘먹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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