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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운전교육 -27-

화로불판구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02.12 00:29:39
조회 437 추천 16 댓글 5




 몇시간째 말을 않고 있다. 몰골이 말이 아니다. 아침일찍 출근하는 성격인 피에르는 6시즘 일어나 씻고 집을 나섰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외근을 나가거나 특수한경우를 제외하면 피에르만이 차량의 전반적인 정비를 담당하고 나머지는 서류업무를 담당하거나 사업을 따오는 임무를 수행했다. 그렇기에 피에르는 매일 일찍 공장의 문을 열고 기본적인 청소를 한 뒤. 사무실에서 늘어지게 늦은 아침잠을 즐기기 일수였다. 오늘역시 어제와 다름없이 공장으로 출근한 피에르는 문을 열기위해 공장 앞, 직원전용주차장에 주차를 했다. 그리곤 공장의 셔터 앞에 세워진 엘사의 차를 보았다.


 야 뭐해. 창문을 두드려 그녀를 깨우고는 사무실로 대려왔다. 부스스한 머리에 술을 진탕마신건지 눈두덩이가 부어있다. 피에르는 아침추위에 조금씩 떠는 엘사를 보며 얼른 자신의 두꺼운 작업복을 건네주었다. 빳빳하게 잘 다려지고 세탁된 작업복에선 약간의 기름냄새와 섬유유연제의 향이 났다. 그녀에게 따스한 차를 내어주고 그녀의 건너편 의자앉았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지그시 바라보는 시선에도 그녀는 차를 마시는둥 마는둥 하며 땅만을 바라봤다. 아무말 없이 두시간.. 몇시간이나 흐르면서 피에르는 어떤 짜증도 내지않고 선선히 미소지으며 그녀앞에 우두커니 앉아있었다.


 이런일이 사실은 몇 번 있기는했다. 엘사는 때떄로 자신의 일이 잘 풀리지않거나 마음속에서 말하지못하는 고민이있을 때. 가만히 앉아 아무말없이 멍하니 몇시간을 있는다. 예전 경기에서 처참히 무너져 꼴등이 되었을 때 한번. 그가 죽었을 때 한번. 그리고 지금. 그럴때마다 피에르는 그저 지그시 바라보며 선선한 웃음을 지었다. 그녀에게 누가 되지않게 조심스럽고, 그러나 마음을 열어줄정도의 맑고 투명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한참을 지나면 대부분 엘사는 한숨을 쉰체 담배를 피며 주저리주저리 떠들기 시작했다. 완성되지 않은 문장으로 여러 단어들을 내뱉고는 그 후엔 스스로가 잘 추스르며 다시 본래의 고집세고 호전적인 성격으로 돌아오곤했다.


 
 지금의 그녀는 무언가 큰 마음의 무게를 지고있는 듯 했다. 불안하게 떨리는 눈동자와 자주 손톱을 긁으며 신경질적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말할때도 됬잖아?“
 ”....몰라“


 해가 중천에 떠올라 차가웠던 대지를 따스히 어루만지고, 공장 근처의 나무에서 참새가 지저귄다. 사무실안으로도 햇빛이 차올라 눈이 부실때가 되자, 피에르는 식었던 찻잔에서 찻물을 버린뒤에 시원한 스포츠음료를 따라주었다. 마음같아선 수건을 던저주며 어서 씻으라고 할법만 몰골이지만 그녀는 신경쓰지 않았기에 굳이 입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어떤 고민일지. 이 해결사님에게 한번 털어놔 보라구“
 ”말못해.“


 그녀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 모습에 피에르는 픽, 하고 자신의 작업복 외투를 챙기곤 그녀를 치나쳐 사무실의 문앞에 섰다. 잠시 손잡이를 잡고 갈등하던 피에르는 콧바람을 한번 쉬고는 문을 열었다. 끼익 하는 문소리와 함께 선선한 바람이 사무실안으로 들어왔다.


 ”때가 되면 말해줘. 아니면 원래처럼 다시 일어서서 웃으라고. 우는건 보기안좋아“
 ”...신경쓰지마“
 ”...참나, 신경쓰게 만들어놓고는..나 일할꺼니까 좀 시끄러울 거야, 간식은 냉장고에 있으니까 맘대로 먹어.“

 ”응..“


 피에르는 그녀가 놀라지않게 문을 살며시 닫고는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점점 멀어지는 작업화의 구두소리를 들으며, 엘사는 자신앞에 놓여진 찻잔을 들고 피에르의 책상앞 의자로 향했다. 괘나 폭신하고 비싸보이는 사무실 의자다. 그녀는 그곳에 털썩 주저앉고는 몸을 최대한 뒤로젖히고 창가를 바라보았다. 맑은 하늘이다. 구름은 조금씩 넓게 펼쳐져 푸른색 하늘이 선명하게 떠올라있다. 높은산에서는 시원한 바람이 내려오고, 그 바람은 엘사의 머릿결과 볼을 핥고 사무실 이리저리를 노닐다 사라진다. 풀내음이 점점 차오르고. 그녀는 조용히 눈을 감고 햇빛을 만끽한다. 만약, 지금이 주말이였으면... 만약, 자신의 곁에 안나가 있었다면.. 안나가 있었다면...


 ”으아..이제 나이가 들었나.. 벌써 힘드네“


 후, 하며 짧은 기합과 함께 피에르는 자신의 눈앞에 놓여진 차를 보았다. 새파란 컬러의 스바루 임프레자. 고객이 각별히 아끼는 기종으로 꽤나 관리가 잘 되어있는지 어디하나 도장이 벗겨진 부분이 없이 자신의 위용을 뽐내고 있다. 피에르는 그 임프레자의 거친 심장, 엔진의 여러 부속품을 교환하고 기본적인 오일류를 점검을 마치자 후드를 내리며 시계를 보았다. 시침은 벌써 1시를 향해 다가가고 있다. 아직 해야할 작업들은 많았지만, 어짜피 피에르가 사장이기에 크게 부담감은 느껴지지않았다. 그는 머릿속에서 메뉴를 고르며 터덜터덜 사무실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끼이익..‘

 ’자나보네‘


  그가 조용히 사무실 문을 열고 엘사에게 점심밥 이야기를 꺼내려 했을 때, 그녀는 자신의 의자에 앉아 조용히, 새근새근 잠들어있었다. 어렴풋이 보이는 옆모습. 약간을 헝크러진 머릿결사이로 보이는 그녀의 얼굴을 보며 픽, 하고 미소지었다. 많이 피곤했을 것이다. 책상위 어지럽혀진 서류들위의 컵 안은 다행이 다 마셨는지 비어있었다. 창문을 열고 선선히 부는 바람에 살짝식 살랑이는 머릿결을 보며 그는 미소를 머금은체 조용히 차키를 가지고 사무실을 나섰다. 절친한 친구로서 언제 한번 식사를 대접하려 했기에 그는 자신이 단골로 찾는 파스타집에 찾아 음식을 포장해올 생각이였다. 그가 내려가고 차를몰아 공장에서 빠져나간뒤 얼마 지나지 않아 엘사는 조용히 눈을 떴다.


 두손에 가득 음식들을 들고 다시 공장을 찾았을 때, 엘사의 차는 사라지고 없었다. 최대한 빨리 온다고 왔는데. 그는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역시 못말리는구만.. 씁쓸하게 침을 삼킨 피에르는 터덜터덜 자신의 사무실로 포장된 음식을 들고 올라갔다. 어꺠로 문을 밀고 테이블에 음식들을 내려놓자, 테이블 한켠에 붙여진 포스트잇이 눈에 띄었다.


 ’걱정시켜서 미안해..말못할 일들이 있어서.. 이만 가볼게 음료수 잘마셨어.‘


 ”...왠일이래? 어색하게 이렇게 예의바르고.“


 피에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포장을 뜯었다. 아마 그녀는 그녀 나름대로의 답을 찾았을 것이다. 언제나 그랬으니까.


 ”그나저나..언제 다먹냐..하..“


 그는 눈앞에 놓여진 여러종류의 파스타와 사이드디쉬를 보며 이마에 손을 얹고는 미간을 찡그렸다. 아무래도 냉장고가 빌 날은 없을것만 같았다. 그가 자신이 먹을양의 음식을 남겨놓고 냉장고에 남은것들을 구겨넣고있을때에, 또다시 사무실 안에는 바람이 불었다. 그리고 테이블위에 올려놓았던 포스트잇은 살랑이며 창문밖으로 날라갔다. 포스트잇의 반대편에는 작고 갈겨쓴 또 다른 메시지가 있었다.


 ’아무래도 난 다시 레이싱을 해야하나봐. 그런데 말이야.. 이제는 결정해야할 것 같아.‘


 ’아, 그리고 간식좀 챙겨간다...미안!‘


 끙끙거리며 냉장고에 음식을 구겨넣는 피에르의 뒤로, 포스트잇은 바람에 날려 어디론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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