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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번역] A Crown amongst Peasants Ch.5

모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9.20 23:00:47
조회 616 추천 16 댓글 5

원작자 : Jasl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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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뛰어오르느라 지친 데다 숨도 가빠진 엘사는 안나의 문에 풀썩 몸을 기댄다. 공중엔 차가운 공기가 떠도는데도 뺨은 말라붙은 눈물로 엉망이고 이마엔 땀방울이 송연하다. 뭐라고 말을 하지? 엘사가 고민하자 오늘 밤 수없이 생각났던 여동생이 고함치는 모습이 또다시 떠오른다. 장갑 낀 손이 나뭇결을 쓰다듬고, 눈은 천장을 향한다.


아이러니하네. 엘사는 그렇게 생각하며 문을 향해 조소를 머금는다. 이러던 건 내가 아니라 항상 안나였는데. 동생도 똑같이 제 얼굴 앞에 닫힌 문을 바라보며 언니가 반대편에서 나와 가슴 찢어지는 고립을 끝내기를 바라고 소망했을 거라 생각하니, 올라오던 눈물이 눈꽃으로 피어난다. 알아챘어야 했는데. 엘사는 생각한다. 이렇게 쫓겨난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를. 아마 문을 조금이라도 열어뒀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엘사는 너무 늦었을까봐 두렵다. 자신의 작은 발견이 갈라놓은 거리를 메우려면 자기 희생보다도 더한 게 필요할까봐.


문에 대고 주먹을 쥐지만, 주저한다. 발밑의 얼음이 녹아 웅덩이가 되자, 엘사는 목구멍에 걸린 덩어리를 꿀떡 삼키고는 문을 살짝 연다. 어둠이 엘사를 반긴다. 너무 늦었다는 걸 깨닫곤 숨이 멎는다. 안나가 사라졌다. 어쩌면 영원히. 자신을 막을 사람도 없으니 크리스토프를 찾아 숲을 떠돌고 있을지도 모른다. 엘사가 북쪽 산꼭대기까지 올라간 것처럼. 하지만 이번엔 안나가 엘사에게서 도망쳤다. 그렇지만, 왜? 혼란이 엘사의 정신을 갉아먹는다. 얼음 안개가 엘사의 숨결에 피어오른다.


그림자 속 움직임이 엘사의 시선을 끈다. 화장대 거울에 안나의 윤곽이 보이자 심장이 뛴다. 커튼에서 새어 나오는 달빛이 엉망인 안나의 방을 부족하게나마 비춘다. 엘사는 문 옆의 등불을 밝힌다.


흐릿한 등불이 주황빛으로 방을 채우자 안나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눈을 좁히고 바라본 안나는 화장대에 몸을 숙인 채 떨리는 손에 뭔가를 들고 있다. 그게 립스틱인 걸 알아채기까지 또 시간이 걸린다. 립스틱은 손에 들린 채 입가에서 불안정하게 움직인다. 궁중 옷은 옷장 옆 더미에 버려진 채 놓여 있고, 안나는 머리에 손수건을 묶은 채 갈색 소작농 옷을 입고 있다.


"안나?"


"저리 가, 엘사." 안나의 말은 얇은 공기층을 가르고 들어와 엘사의 심장에 검으로 박힌다. 엘사는 문 손잡이를 붙잡고 몸을 지탱한다. 서리가 장갑으로 스며들고 나뭇결을 따라 바작거린다. 눈물이 가득 차올라 흘러넘칠 듯 위태롭다.


"있잖아, 안나. 난-"


"아프지?" 안나가 바닥을 응시하며 말한다. "너무나도 사랑하는 사람이 꺼지라고 말하는 게."


엘사는 가슴을 옥죄는 불쾌한 고통은 무시하려 애쓰며 동생을 향해 불안한 한 발짝을 내디딘다.


"안나, 난 네가 어젯밤에 뭘 하고 있었던 건지 들어야겠어." 엘사가 부탁한다.


"언니를 찾고 있었어." 안나가 대답한다. "정말로 찾을 줄은 몰랐지만."


"맙소사, 수수께끼 같은 소리는 그만해줄래?" 그렇게 중얼거린 엘사는 안나가 휙 뒤돌자 한 걸음 물러난다. 작게 빛나는 동생의 눈이 서로의 공간을 채운다. 안나가 손을 뻗어 언니의 팔을 잡는다.


"그런 식으로 해야만 했어." 안나는 속삭이듯 목소리를 낮추며 말한다. "언니를 보호하려면."


"뭐?" 의문하는 엘사의 눈이 제 팔꿈치를 감싼 동생의 손으로 향한다. "안나, 너 떨고 있어."


안나는 손을 놓더니 눈물로 얼룩진 엘사의 뺨을 손가락 마디로 닦는다.


"미-미안해." 안나는 말을 더듬으며 떨리는 손으로 엘사의 얼굴을 감싼다. "언닌 거-거울을 보면서 자-자기가 얼마나 숨 막히게 아름다운지 깨달은 적 있어?"


"그래, 아니, 없어. 내 말은, 그게," 엘사는 동생의 손이 떨리는 걸 막아보려고 동생의 손을 꾹 움켜쥔다. "안나, 너도 아름다워. 하지만 내가 말했듯이 네가 어젯밤에 뭘-"


"사람들이 성 곳곳에다 언니의 초상화를 걸어두잖아." 안나는 언니의 시선을 피하며 말을 잇는다. "그게 얼마나 날 고통스럽게 하는지 알아?"


엘사는 한숨지으며 동생의 머리를 가슴께로 끌어당긴다. "들어 봐. 요즘 내가 곁에 못 있어 준 거라면 미안해. 그러긴 어렵지만 내가 널 사랑하고 난-"


"정말 사랑해?" 안나가 눈물을 삼키며 속삭인다. "아니면 그게 원래 언니가 동생에게 해줘야 하는 말이라서?"


"난 당연히-"


"난 가야겠어." 안나는 얼굴을 찌푸리며 언니의 품을 빠져나와서는 엘사를 똑바로 마주 본다. "1초라도 여기 더 있다간 무슨 일이 생기고 말겠어."


엘사는 떠나려는 안나의 어깨를 잡아채어 자신과 마주 보게 둔다.


"안 돼! 부탁이야, 안나- 이럴 필요 없어! 널 괴롭히는 문제가 뭐건 간에, 우리가 같이 해결할 수 있어!"


"언닌 못 해! 이거 놔!" 안나가 노려보며 언니의 어깨를 강하게 떠민다.


엘사는 뒤로 휘청거리며 균형을 잃는다. 넘어지면서 손가락을 마구 휘젓다 어둠 속에 걸린 천을 붙잡는다. 엘사가 바닥에 쿵 쓰러지면서 의자가 그 위로 엎어진다. 그리고 벨벳 커튼이 엘사의 몸 주위를 채운다.


"맙소사, 안 돼!" 안나는 소리 지르며 엘사의 손가락에서 벨벳 휘장을 낚아채 그림을 가리려 하지만 소용이 없다. 엘사는 천을 단단히 붙잡는다. 이젤에 그려진 완성되지 않은 자신의 모습에 엘사의 눈과 입이 벌어진다.


"안나." 엘사는 숨을 삼키며 천을 끌어당긴다. "내 기억에 이건 어제 없었던 것 같은데."


"보지 마, 제발." 안나는 언니의 눈이 그림을 보지 못하도록 가리며 간청한다.


엘사는 동생의 손을 치우고 제 손으로 벽에서 조금씩 물러나 캔버스에 그려진 자신의 나체를 눈에 담는다. 미학적인 누드라 말한다면 관대한 편일 것이다. 안나가 그린 건 도서관의 화려한 소파에 기댄 엘사의 몸이었으며, 얼굴은 흥분했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도록 묘사되었으니까. 얼굴과 목을 따라 분홍색 색조를 아낌없이 사용했으며, 이마를 따라 흘러내리는 땀방울은 실제로 땀방울이 떨어진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자세하게 묘사되었다. 입술은 번들거리고 정점은 흥분으로 곤두섰으며, 허리는 둥글었고 소파 가죽 위의 발가락은 웅크리고 있다. 어제 그림의 흐르는 듯한 머릿결은 온데간데없고 헝클어진 금발 머리가 있다. 제 왕관을 둘러싸는 평소의 단정한 땋은 머리와는 전혀 다른 머리다.


"난-" 엘사가 숨을 삼킨다. 뺨이 붉어지면서 말이 입술 너머로 굴러떨어진다. "이거, 나잖아. 옷도 없고. 네가 날 그렸구나. 오늘 오후에. 지난밤은. 세상에, 안나."


그림에서 눈을 뗀 엘사는 여동생의 얼굴이 바로 코앞에 있는 광경에 숨을 삼킨다. 안나는 엘사를 카펫 위로 밀어 누르면서 제 무릎을 엘사의 옆에 둔다.


"늦었어. 언니도 이제 알 거야." 안나가 손가락으로 언니의 얼굴을 쓸며 속삭인다. "내가 얼마나 언니를 원하는지."


엘사의 시선이, 흐릿하게 반짝이는 그림과 불꽃이 번뜩이는 동생의 눈을 번갈아 쳐다본다. 머릿속에서 모든 게 정리되기 시작한다. 처음 타 본 아이스 스케이팅에서 떨리던 동생의 손길도, 언니가 가까이 올 때마다 부끄럽게 물러나던 이유도, 금발 머리 창녀만 골랐던 이유도. 엘사가 안나의 심장을 얼릴까봐 두려워했다면, 안나는 제 불타는 욕망으로 언니를 태울까봐 두려웠던 거다.


"날 원해?" 엘사가 헐떡이자 안나의 입술에 서리가 훅 낀다. "얼마나 오랫동안-"


"그걸 느낄 수 있었던 순간부터," 안나가 으르렁거리며 엘사의 손을 낚아채 자기 가슴에 댄다. "내 사랑은 언제나 언니였어."


안나의 따뜻한 숨결이 엘사의 차가운 숨결과 뒤섞인다. 엘사가 시선을 내린다. 제 손에 부딪히는 안나의 심장의 맹렬한 박동에 눈이 커진다. 여동생이 엘사의 턱 아래를 구부린 손가락으로 밀어 올려 시선을 맞춘다. 안나의 입술이 자신의 뺨을 스치자 온몸에 전류가 흐르고, 그 접촉에 피부가 곤두선다. 엘사는 여동생의 눈에서 설명이든 답이든 뭐라도 찾으려 하지만 불꽃은 사라지고 없다.


"더는 무리야." 안나는 한숨짓고는 고개를 저으며 제 손을 언니에게서 치운다. "언니 곁에서 더는 이렇게 살 순 없어."


안나는 벌떡 일어나 방에서 달아난다. 얼음이 녹아 바닥에 고인 웅덩이에 엘사를 눕힌 채로. 엘사의 가슴은 들썩거리고, 시선은 자신의 누드화에 고정되어 있다. 얼음 드레스는 녹아내려 젖은 속옷만을 남겨두었다. 몇 번의 시도 끝에서야 엘사는 드레스를 다시 만들어낸다.


문이 열려있는 모습에 엘사의 심장이 불안하게 뛴다. 엘사는 복도를 수놓은 동생의 축축한 발자국을 따라 달린다.


--


보초를 서던 병사가 추위에 몸을 떨다 모직 외투를 꺼내입자마자 엘사 여왕이 휘몰아치는 서릿바람을 이끌고 눈앞에 나타난다. 엘사가 발 옆에 고드름을 만들어내며 초소로 달려오는 광경은 너무 부담스러운지 병사는 뒤로 휘청이며 물러난다.


"맙소사, 제발 안나가 여길 지나가는 걸 봤다고 말해다오." 엘사가 간청한다.


"여왕 폐하," 병사는 더듬거린다. "지...지나가셨습니다. 조금 전에-"


"어디로?" 엘사가 소리치자 병사는 자신의 제복을 가르는 고드름을 간신히 피한다.


"왕실 말을 타고 북쪽 길로 가셨습니다." 병사가 숲을 가리키며 말한다.


"숲으로? 말을 타고 숲으로 갔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여왕 폐하. 왕실 마차와 말 중 어느 걸 타시겠습니까?" 병사가 묻는다. 하지만 이미 엘사는 궁정 뜰로 향하고 있었다.


엘사는 절망감에 빠져 이것저것 따질 겨를도 없이 눈 생명체를 만들어낸다. 엘사는 거대한 새를 형상화하지만, 안나를 잃는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탓에 날개가 달리고 얼음 가시로 뒤덮인 드래곤이 바닥에서 솟아난다. 드래곤은 엘사에게 공포의 전율을 다시 안겨주지만 자신을 태우라는 엘사의 마음속 명령에 복종한다. 드래곤은 차가운 봄 공기 속으로 날아오르며 포효한다.


"기다려, 안나." 엘사는 홀로 중얼거리며 저 아래 어둠 속에서 안나를 찾는다. "어디 있는 거니?"


추위는 두려운 적 없었으나, 숲을 울리는 비명소리에 엘사의 척추를 타고 소름이 내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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