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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번역] 한 발짝 옆에 4 (five feet apart)

믇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1.28 02:52:02
조회 653 추천 25 댓글 8

원문 링크


1화


2화


3화

한 발짝 옆에 4

댓글들 진짜 고마워. 뭐 내가 쓴 것도 아닌뎈ㅋㅋㅋ.


7일차 - 올라프를 만나다.


처음에 우리 주간 검사자가 올라프라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엄청나게 크고 험악하게 생긴 러시아 아저씨일 줄 알았다. 근데 실제로 당일이 되니 무슨 연약하게 생기고 머리에 왁스 바른 동년배 백인 친구가 내 앞에 서 있었다. 아 그리고 왠지 그냥 안기를 좋아하는 부류일 것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저기 식탁의자에 클립보드 들고 내가 자기의 절친인 마냥 웃으면서 앉아있네.


재밌겠다.


"그래서…… 안나 라이하르트? 이름 예쁘시네요."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그가 소리쳤다. "뭐 이게 주간점검인 것은 알고 계실 테지만 그래도 긴장 좀 푸시라고 간단히 절차를 설명해 드릴게요. mmkay?" (이거 번역못하겠어 ㅠㅠ 이해좀 해주셈.)


"mmkay?" 난 이런 말투 안 쓰는데 뭐지.


"네. 보통 주간점검은 한 10분 내로 끝나요. 물어보는 것은 크게 두 가진데 '아렌델 타워는 어떠냐' 그럼 이때 뭐 불편사항 있으시면 말씀해 주시면 돼요. 다음은 잘 지내고 게신지 물어보는데 누굳이?" 올라프가 자신의 노트를 다시 봤다. "아 엘사 스타크? 이 분도 이름이 예쁘시네요. 아마 엄청나게 예쁜 사랑하셨나 봐요."


와우. 잠깐만. 미친 짓을 할까 봐 내 주먹을 내가 잡았다. 아마 오늘 이 일을 시작한 거 같다. "이 일 언제 시작하셨죠?"


"일주일 후면 3년 이내요."


음…… 이건 맞아도 싼데?


"아, 첫 주간점검 때까지 생존하셨기 때문에 두 분께 선물이 있습니다." 올라프가 자기 셔츠 주머니에서 작은 2개 카드를 꺼내서 한 개를 나에게 건넸다. 카드엔 이 타워의 씰과 로고가 있었다. "이 카드는 '블랙카드'입니다. 개인 신용카드같이 쓰시면 돼요. 뭐 필요한 거 있으시면 다 사실 수 있어요."


"지금 저랑 장난하는 겁니까? 맞죠?"


올라프가 바로 답했다. "전 절대 장난치지 않아요. 뭐 다른 1주일간 버틴 커플들도 받았는데요 뭘. 이 카드가 있으면 이거 하면서 굳이 일거리 안 찾아도 되잖아요."


솔직히 난 누구랑 만나는 것을 최소화하고 친구들한테 간간히 얻어먹었기 때문에 돈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 황금 같은 카드를 거절하면 병신이지. 일단 카드를 주머니에 넣었다. 검은 카드에는 카드 번호 하고 CVC는 있었지만, 만료날짜는 없었다. 아마 이 대회 끝날 때겠지. "감사합니다. 잘 챙겨 둘게요."


올라프가 노트에 뭔가를 적더니 나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어…… 그래서 여기서 지내시는 건 어떠신가요?"


이건 진실한 대답을 할 수 있다.


"꿈만 같죠. 무슨 셀럽이나 백만장자가 된 거 같아요. 내가 빨래 안 해도 되는 것도 아주 좋고…… 이 대회 굉장히 괜찮네요."


"그렇죠? 여기 무슨 궁전 같아요. 진짜 여기는 안 예쁜 곳이 없어요." 장담하건대 얘 자기 노트에 뭐 적기 전에 다른 세상에 가 있다. "방에는 문제없고요?"


뭐 동거인만 빼면?


"배게가 약간 불편하네요." 뭐 내가 하도 때려서 망가진 건 얘기할 필요 없지.


"그럼 이른 시일 내로 바꿔 드릴게요. 그래서…..." 올라프가 나한테 몸을 기울였다. 난 저 의자가 부러져서 올라프가 책상에 얼굴을 부딪힐까 봐 걱정됐다. 뭐 갑자기 경찰한테 왜 여기 검사자가 쓰러져있는지 설명하려면 귀찮아질게 뻔했다. "엘사와는 현재 어떠신가요?"


아.


드디어 나왔네.


그날 이후로 엘사와 말을 나눈 적이 일단 거의 없었다. 엘사도 계속 방에 처박혀 있어서 만날 일도 많이 없었다. 나는 엘사와 얘기를 안 하는 것이 상관없었다. 나도 별 얘기 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그래도 엘사의 방문이 닫히는 것을 볼 때마다 마음 한켠이 불편했다. 씨발 왜지?


일년간 내가 그날 공원에서 했던 말들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 무려 일 년이나. 엘사와의 이별은 내 기억에서 사라지지를 않았다. 그리고 사라지길 원하지도 않았다. 처음에 이 대회에 관한 광고를 봤을 때 불편한 감정이나 생각을 마주 해야 한다는 것은 예상했다. 그래도 돈이 크게 작용했다.


너무 심했나? 솔직히 좀 심했지. 내가 원해서 그랬나? 아니. 가끔 그냥 엘사가 고통받는 모습을 보고 싶긴 했다. 난 사디스트가 아니지만 엘사만큼 나에게 큰 마음의 상처를 준 사람도 없다. 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을 굳게 믿는다. 그래도 젠장 울거라곤 생각 못했다.


그렇게 심하게 상처 주려던 건 아니었다.


올라프는 타블로이드지 기자가 가십거리를 기다리는 마냥 나를 매섭게 쳐다봤다. 내가 아무 말을 하기 전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내가 말한 거 엘사한테도 말할 건가요?"


올라프가 고개를 저었다. "전 그냥 주간리포트를 작성해서 아렌델 회장님께 보고해야 합니다. 그래도 그냥 큰 그림이에요. 세부적인 대화내용은 비밀 유지됩니다."


"그럼…… 그지같애요. 엘사와 사는 것은 그지같애요."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며칠 전에 공원에 갔는데 엘사가 저한테 헤어져서 미안하다고 그러더군요. 그래서 제가 지랄 마라고 했죠. 전 엘사가 미안하다는 것을 못 믿겠어요. 엘사와 헤어진 이후에 알았죠. 엘사는 제가 뭘 원하는지 아님 제 감정에 대해 눈곱만큼 관심도 없어요. 엘사는 계속 방에만 처박혀 있죠. 저한테만 좋은 거죠. 저도 얘기할 마음 없으니깐. 저에게 대화하라고 해도 아마 그날 공원에서 한 말 다시 그대로 전할 거에요. 그러니깐 대화하는 것에 의미가 없죠." 난 의자에 눌어붙어 앉으며 베개를 집었다. "그게 무슨 의미에요?"


올라프가 무언가를 노트에 적으면서 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적는 걸 끝내고 나를 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그럼 그거 말곤 다 괜찮은 건가요?"


나는 어이가 없었다. "이 이야기에서 어떤 부분이 도대체 괜찮다는 거죠? 망할 전여친하고 이 아파트에서 1년동안 살아돼요. 같은 방에서 안 자도 된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죠. 안 그랬으면 바로 나갔을 거에요. 제 방이 있다는 것과 이 모든 게 공짜라는 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전여친하고 사는 것은 최악이에요. 1년동안 살면 10만 달러를 나중에 받겠지만, 아직 일주일 밖에 안 지났는데 모든 게 최악이에요."


"뭐 그 말이 전부 진실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아직 같이 살고 계시죠?"


"같이 살아야 하니까요." 내가 팔짱을 끼며 중얼거렸다.


"정확히는 아닙니다!"


"뭔 소리죠?" 저 말할 때 왜 이렇게 신나하는거지?


올라프가 클립보드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며 나에게 보여줬다. 대회기권서 (official relese form) 라고 적혀있었다.


"어떤 사유로도 같이 동거하는 것이 더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실 경우, 두 분께서 여기에 서명만 하시면 바로 나가실 수 있습니다." 난 올라프가 그냥 형식적인 미소를 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엄청나게 신이 난 얼굴로 내 앞에 있었다. "그래서 서명 하실 거에요?"


난 답을 지체하지 않았다.


"장난해요? 당연히 안 하죠." 그 기권서를 치우면서 말했다. "엘사와 같이 사는 건 싫지만 십만 달러하고 이 블랙카드를 잃는 건 더 싫거든요. 엘사가 뭐래도 전 여기 있을 거에요." 엘사가 뭘 원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와 같이 사는 건 아마 싫을 거다.


올라프가 다시 기권서를 넣으면서 으쓱했다. 지금 알았는데 기권서의 오른쪽 하단에 작은 눈송이 스티커가 붙여져 있었다. "언제든지 생각이 바뀌시면 말씀해 주세요. 아 명심해두세요. 기권서는 두분 모두 서명하셔야지 유효합니다."


"알겠어요." 엘사가 뭘 원하는지 모르는 게 좀 안 좋을 것 같다. "엘사가 나가고 싶어하면 어쩌죠?"


"그럼 안나씨의 서명이 필요하겠죠." 올라프가 펜으로 내 코를 가리키며 말했다. 난 그 펜을 집어치- "아님 엘사가 그냥 나가던가요."


뭐?


베개를 집어던지고 제대로 앉았다. "그런 말은 없었는데요?" 당황하면서 물었다.


올라프가 다시 으쓱했다. "안 물어보셨잖아요."


"그럼 엘사가 그냥 나가고 상금을 못 받을 수도 있다는 거에요?" 올라프를 노려봤다. 레이저가 나가지 않았다는 것이 놀라웠다.


"두분 중의 하나라도 그냥 나가시고 주간점검을 두번 연속으로 안 받으시면 자동으로 기권처리 되면서 두 분 모두 퇴실조치 되십니다." 난 방금 올라프 머리에 있는 악마의 뿔을 봤다. 난 첫날 엘사가 이 규칙에 대해서 말한 기억이 없다. 아마 알려주고 싶지 않았겠지.


이제라도 알았으니깐 엘사에게 차갑게 굴고 막말하는 것은 그만 해야겠다. 아마 처음부터 좋은 생각은 아니였다. 그래도 제대로 공존하는 방안을 찾지 못한다면 엘사는 언제든지 나갈 수 있고 동시에 내 상금도 나가리가 된다.


올라프가 내 생각을 읽었다는 듯이 목에 힘을 주며 말했다. "두 분께서는 아마 괜찮으실 거에요." 약간 비꼬는 것 같지만 내 생각에 이 친구는 비꼰다는 것을 모르는 친구같다.


내가 아침에 정리 안 된 머리칼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저하고 엘사를 아직 잘 모르셔서 그런 거에요."


"아직은 잘 모르지만, 점점 더 알아가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저번에 제가 맡았던 커플은 6주밖에 안가서요."


전혀 도움 안된다.


난 손으로 머리를 꼬며 어떻게 하면 엘사와의 관계를 바로잡을 수 있을지 고민했다. 아마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다. 어차피 같이 살아하는 이상 엘사한테 막말하는 것은 멈춰야 했다. 그러면 엘사도 나를 진실하게 대해 줘야 한다. 언제까지고 '안녕?' '잘 지내니?' 이 두 문장만 말하며 살 수는 없다. 갑자기 모든 것이 괜찮은 양 살기도 싫다.


"더 말씀하실 거 있으세요?" 올라프에게 물었다.


"아니요! 이게 끝이에요. 엘사 좀 불러 주시겠어요?"


"아- 예." 망할 뭐라고 하지? 우리가 별로 대화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냥 아무 말도 안 했다는 말이었다. 그냥 말 그대로 그날 공원 이후에 우리는 서로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의자에서 일어나서 엘사의 방문을 잡았다.


아 그리고 잠깐. 우리 방 사이에 벽은 그냥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내가 엘사의 방에서 나오는 소리를 다 들을 수 있었고 엘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근데 위층 벽은 방음이 미치도록 잘 됐다. 그러니깐 난 엘사가 언제 들어오는지 모르고 엘사도 내가 언제 들어오는지 모를 것이다. 그래서 난 그냥 엘사가 항상 방에 처박혀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 그냥 혼자서 집을 나갔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병신같이 보이겠지만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하고 다음 할 말을 준비했다. 올라프가 귀여운 팝송을 콧노래로 부르는 것은 도움이 안 됐다. 노크를 3번하고 말했다. "엘사? 거기 있어?"


5초 뒤에 문이 열리면서 엘사가 나왔다. 엘사는 청바지에 체크무늬 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흡사 나무꾼 같았다. 눈은 피곤으로 쳐져 있었지만 그녀의 백금발 머리는 잘 정리돼있었다. 내 눈은 내 뜻대로 반응하지 않아서 엘사의 풀어헤친 단추들 사이로 처음 보는 목걸이 보고 있었다.


갑자기 왜 엘사를 관찰하는 거지? 그리고 가방은 왜 들고 있는 거야?


"나 여기 있어." 엘사가 힘없이 말했다. "고마워."


아무말 없이 아까 내가 앉았던 자리에 내가 껴안고 있던 베개를 껴안고 앉았다. 내가 방에 들어가기 전에 엘사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봤다. 엘사는 나를 보고 있지 않았지만 난 엘사를 잘 알기 때문에 지금 엘사가 나를 보고 싶어 하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내 방문을 닫고 침대로 쓰러지면서 옷을 차려입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머릿속이 고민으로 가득한 가운데 나는 잠이 들었다.




작가의 말: 올라프는 내 픽에서 첨 쓰는듯.


원래 올라프랑 대화에서 욕도 있는데 한국어로 생각해보면 초면인 사람한테 욕하는거 자너. 좀 그래서 뺌. 아 욕은 그냥 감탄사 같은걸로 쓰는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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