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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안나 서머즈 Anna Summers, PA 02

번밀레(211.206) 2019.11.29 22:57:47
조회 1034 추천 34 댓글 12

“우, 안나를 만나봤어요, 엘사?” 올라프는 안나의 가장 추잡한 욕망인 그 여자가 진작부터 사무실에 있던 것처럼 물었다.


올라프는 그 섹시한 허깨비를 안았다.


상사라, 안나. 보스야. 섹시한 허깨비 말고.


그렇지만...젠장.


“아….” 안나는 허둥지둥 일어나서 치마를 정돈하다 자기 발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 안나는 간신히 책상 모서리를 붙잡고서는 말했다. “헤헤…. 안나 서머즈입니다. 새 개인비서죠!” 안나는 손을 내밀고는 애교 넘치게 미소 지었다.


섹시한 허깨... 엘사 아렌델은 안나의 손을 무시하고 미소조차 짓지 않았다. 엘사의 입은 굳게 닫혀있었고 무언가 충격을 받았는지 눈을 커다랗게 떴다.


“자, 저는 가볼게요.” 올라프가 말했다. 올라프는 안나와 엘사를 한 번에 잡아끌더니 전부 끌어안았다. “둘이 서로 친해져요! 이따 점심에 봐요, 엘사!”


올라프는 자기 가방을 챙기더니 사라졌다.


안나는 엘사와 코 닿을 거리에 서있다가 뒤로 물러났다.


“그래서… 정말 신기하네요.” 안나가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제 컴퓨터 좀 봐달라고 올라프 씨한테 부탁했거든요. 눈치 채셨겠지만, 미리 뭐 좀 해두려고 했거든요. 좋은 인상 좀 남기려고요, 제 말은, 꼭 그러려고 만은 아니고요. 저는 학위도 있고 경험도 많거든요. 반드시 뛰어난 개인비서가 될-”


잠깐, 멈춰봐. 안나는 엘사에게 말하고 있었다. 흘끗거리는 건 그만하고 그냥 제대로 쳐다봐야 했다. 맞아. 그거지.


엘사의 밝게 빛나는 푸른 눈과 말도 안 되게 긴 눈썹을 떠올려보니 흘끗대는 걸 멈출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엘사는 여전히 눈을 크게 뜨고 안나를 바라보았지만, 안나가 마치 금세 터질 폭탄이라도 되는 양 쳐다보지는 않았다. 안나는 삐져나온 머리카락을 잔뜩 긴장한 손짓으로 넘겼다.


“제가 생각한 것보다 많이 젊으시네요. 제 말은, 회사 사장님인 것 치고는요. 너무 어리다는 말은 아니구요. 완전 잘 나이 드셨어요. 잠깐, 아니, 그게 늙으셨다는 소리가 아니라-”


전화가 울리는 통에 안나는 더 곤란한 상황은 면할 수 있었다.


안나는 자기 아이폰을 꺼냈다. 핸드폰은 조용했다.


“잠깐만- 새 핸드폰.” 안나가 중얼거렸다. 안나는 올라프베리를 찾아 가방을 뒤적거렸다. “젠장- 여기 어디 처박아놨는데-”


엘사는 그런 안나를 쳐다보고 있었고 안나는 자기 목덜미가 빨개지는 것 같았다. 안나는 자기 가방 속에 있던 껌과 탐폰, 설탕 팩을 책상 위에 쏟고 한 쪽으로 쓸어버렸다.


안나가 올라프베리를 집었을 때, 또 다른 전화벨이 들렸다. 이번엔 올라프베리가 아니었다.


소지품은 책상 위에 난장판이고, 양 손에 핸드폰을 하나씩 쥐고서는 엘사를 쳐다보는 안나의 눈은 패닉으로 가득 차있었다.


“책상 위 전화기예요.” 엘사가 느리지만 분명하게 말하며 전화기를 가리켰다.


“제 전화기가 있어요?” 안나는 책상을 바라보았다. 버튼도 무식하게 많고 엄청 복잡해보이는 전화기가 컴퓨터 옆에 떡 하니 있었고, 붉은 신호가 깜빡거렸다.


“전화기가 또 있는 줄은 몰랐어요.”


“책상 위에 당연히 있죠.” 분명 엘사는 자기를 멍청이라고 생각하겠지. 대단한 첫인상이네.


“받아 봐요. 아마 위즐턴 사에서 온 전화일 테니까.”


“아… 하하하.” 안나의 웃음소리는 높고 째졌다. 안나는 두 핸드폰을 올려놓고서 책상 위에 올리고서는 거기에 기대며 말했다. “전화양이라고 불러주세요.” 안나의 손이 미끄러졌고 안나는 다시 바닥으로 쓰러지기 전에 의자를 부여잡았다.


안나는 전화기를 붙잡고는 엘사를 안심시키려 방긋 웃었다.


엘사는 눈을 한 번 깜빡하더니 사무실로 들어가버렸다.


“미친! 아, 안녕하세요! 아렌델 씨 사무실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전화기 너머 남자는 아주 잠시 흠칫하다 이내 평정심을 찾았다. “안녕하세요. 듀크 위즐턴 씨 사무실입니다. 오늘 위즐턴 씨의 일정을 세 시에서 한 시로 옮기고 싶은데 가능한지 여쭈려고요.”


“스케줄을 한 번 볼게요.” 안나는 심호흡하며 말했다. 좋아. 스케줄 변경이라. 안나는 여기에 있어서는 프로니까. 대학에서는 사실상 모든 수업이 “스케줄을 바꾸는 법”이었다. 안나는 새 비밀번호로 컴퓨터에 접속하여 스케줄 프로그램에 또 다른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안내창이 뜨기를 기다렸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안나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생전 처음 보는 스케줄표였다. 완전 복잡해 보이는 게, 나사에서도 이렇게 복잡한 창은 쓰지 않을 듯 싶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어요?” 안나는 홀드 버튼을 누르고 수화기를 잠시 내렸다.


안나는 허둥지둥 엘사의 사무실 앞으로 달려가 문을 두드렸다.


“네?” 안나는 문을 열고서는 숨을 헉 들이켰다. 엘사가 자기 노트북 너머로 죽일 듯이 자기를 노려보고 있었으니.


“아… 혹시 한 시에 시간 괜찮으시나요?” 안나는 벌벌 떨며 물었다.


“잘 모르겠네요. 제 일정이 어떻게 되는데요?” 엘사는 아름다운 속눈썹을 치켜뜨며 되물었다. 마치 사람을 통째로 얼려버릴 것만 같았다.


“아… 제가 한 번 알아볼게요.” 안나는 뒷걸음질 치며 말했다.


안나는 다시 자리에 앉아 프로그램 화면을 들여다봤다. 하지만 이걸 보고 금방 스케줄을 파악할 방법 따위는 없어보였다.


올라프한테 물어보자, 패닉에 빠진 안나의 뇌가 말했다. 그렇게 통통 튀는 사람이 날 야단치지는 않을 거 아니야. 안나는 핸드폰을 집었지만 그 컴퓨터쟁이 번호를 모른다는 걸 깨달았다. 올라프는 컴퓨터 때문에 왔었지. 그렇다고 스케줄 프로그램 보는 걸 도와달라고 하기 위해 컴퓨터를 고장낼 생각은 없었다. 안나는 허겁지겁 전화기의 버튼을 살펴보았다. 그 중 “IT 부서”라고 쓰인 버튼이 마법처럼 있었다.


안나는 전화기를 붙잡고 회선을 돌린 다음 IT 부서 버튼을 눌렀다. 신호음이 세 번 울리고서는,


“여보세요?” 반대편에서 동굴처럼 깊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여보세요, 혹시 만 씨 계시나요?”


세상에, 만 씨라고 크게 말 할 때 목소리가 바보 같이 나왔다.


“말씀하세요.” 통화 상대가 툴툴 대답했다. 낮고 걸걸한 목소리에서 웃음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올라프 아니시죠.” 안나는 생각도 안 하고 내뱉었다. 분명 그랬다.


“아니죠.” 상대가 대답했고 안나는 다음 말을 기다렸지만 아무 말도 없었다.


“아… 올라프 씨… 계시나요?”


“네.”


불편할 정도로 긴 침묵이 이어졌다.


“통화할 수 있을까요?”


“네.” ‘올라프 바꿔주실 수 있을까요?’ 하고 물어봐야 했을지 고민할 정도로 긴 침묵이 다시 이어졌다.


“안녕하세요!”


“올라프! 감사합니다! 스케줄 프로그램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엘사 씨 스케줄은 어디서 보는 거예요?”


“그치만 그거 다른 사무실에서 쓰는 프로그램이랑 똑같은 건데요.”


“다른 프로그램이에요. 흉하게 생겼다고요. 나사에서 쓸 것 같이요.  안내 화면조차 없다니까요!”


“아! 사이드바를 확대시켜서 써봐요.” 올라프의 말처럼 프로그램 왼편에 사이드바가 있었다. 안나는 스스로가 멍청이처럼 느껴졌다. 


“좋아요, 고마워요 올라프.” 멍청이, 멍청이, 멍청이. 안나는 전화를 끊고 스케줄을 열었다.


잠깐만- 같은 프로그램 아니잖아.


프로그램은 우주선에서나 볼 것처럼 생겨서는 날짜나 시간은 보이지도 않았다.


스케줄을 어떻게 바꾸는지도 모르겠어. 무슨 날짜인지도 모르겠고. 아 젠장, 젠장, 미친.


날카로운 노크 소리가 안나를 패닉 속에서 잠시 꺼내왔다. 한 미모 하시는 빨간 머리 한스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한스가 천사링을 머리에 달고 천사를 한 무더기 끌고 왔어도 지금보다 더 반갑지는 않겠지.


“안녕하세요, 서머즈 씨! 첫날은 좀 어때요?”


“아, 좋죠….” 안나는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답했다. 안나는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 눈을 빠르게 깜빡였다.


한스는 순식간에 책상으로 달려왔다. “무슨 일이에요, 안나? 도와줄까요?” 한스의 목소리에 진심이 묻어나왔다. 한스는 안나의 손을 잡아 제 쪽으로 끌었다.


“으으음… 좀 헤매고 있어요.” 안나는 별 일 아닌 듯 웃으며 말했다. “새 프로그램이… 곧 이해할 것 같기는 한데요.” 안나는 다른 쪽 손으로 프로그램을 조작해서는 스케줄을 띄웠다. 한스는 책상으로 몸을 기울이고 프로그램을 유심히 살폈다.


“이…이거 무슨 나라 말이죠? 아니, 알 것 같네요.” 한스는 안나를 돌아보고는 예의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재무 부사장이라 좋은 점이 뭔지 아시나요?” 한스의 질문에 안나는 고개를 저었다.


“일을 넘길 수 있죠.” 한스는 핸드폰을 꺼내기 전 꿍꿍이라도 있는 듯 윙크를 날리며 말했다. 안나는 한스도 아이폰을 쓰는 것을 보고서는 다시 울고 싶어졌다. 자기는 상사한테 전화하려고 올라프베리를 써야하는 마당에 왜 저 사람은 아이폰을 쓰는 거지?


“안녕하세요, 크리스티앙. 아, 미안해요. 크리스토프. 그래요. 네. 저도 알죠. 여기 위에 도움이 필요한 여성이 계셔서요. 잠깐만 와주시죠. 네. 아렌델 씨의 사무실이요. 네, 제 말은… 지금요.”


참담한 상황임에도 안나는 가까스로 웃음을 억눌렀다. 이름을 잘 못 외우잖아. 귀엽기도 해라.


“제 비서와 비서의 비서가 곧 도착할 겁니다.” 한스는 안나의 손을 두드리며 말했다.


“비서 분께 비서가 있다고요?”


“네. 안나 씨도 원하시면 비서를 붙여드리죠.” 한스가 미소지으며 말했다.


“아… 아뇨. 전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안나는 힘없이 웃으며 말했다. 한스가 생각에 잠기자 눈썹이 찡그러졌다.


“제가 제안한 일인데, 첫날부터 꽤나 힘들었겠네요. 어떻게든 보상이라도 해드려야겠죠.” 한스는 이렇게 말하더니 환한 얼굴로 말했다. “대신 제가 저녁이라도 사드리겠습니다. 여섯 시 반에 로비에서 만나죠. 어떠신가요?”


“오, 아… 좋아요.” 이번에는 노크도 없이 문이 열렸다.


“여기저기 쏘다니는 것 좀 그만하시고 핸드폰 좀 보세요.” 덩치 큰 금발머리 사내가 말했다. 재킷과 넥타이가 주인을 잘못 찾은 것처럼 어색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집에서 스키 재킷이나 티셔츠를 입는 게 더 어울려보였다. 머리카락은 숱도 많고 금색이었다. 남자의 뒤에는 마르고 피부가 어두운 남자가 방긋 웃고 있었다. 그 남자는 거대한 노트북 가방을 매고 커피 두 잔을 들고서는 흥미로운 듯 사무실을 살펴봤다.


“이제 회의하러 가야겠네요.” 한스는 책상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크리스토퍼, 여기 일 좀 정리해줘요.”


“크리스토프라니까요.”


“여섯 시 반에 만나요, 안나 씨.”


안나는 살짝 손을 흔들며 정말 귀엽다고 생각했다. 오늘 저녁에 데이트하게 될 줄은- “잠깐, 뭐라고?”


어쩌다 안나가 한스와 데이트하게 됐지?


“그래서 진짜 이름이 어떻게 되시나요?”


안나는 크리스토프 쪽으로 돌아섰다. 크리스토프는 한 쪽 입만 올리며 건방지게 웃고 있었다.


“안나인데요?” 안나는 살짝 혼란스러운 듯 말했다. 크리스토프는 숨을 헉 쉬며 뒤로 물러났는데, 겁먹은 것처럼 보였다.


“잠시만요- 젠장, 좋은 일은 아닌데.” 크리스토프는 뒤에 있는 남자를 향해 말했다. 크리스토프 뒤에 있던 스벤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스 씨가 제 이름 외우시는 게 무슨 문제라도 되나요?”


“아- 신경 쓰지 마세요. 세상이 곧 멸망해서 한스 기억력이 좋아지나 보네요. 맞아요. 그렇고 말고.”


크리스토프 뒤에서 스벤이 눈썹을 치켜뜨더니 다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서, 어떤 도움이 필요하신데요?” 크리스토프는 책상을 돌아 안나 옆으로 오며 물었다. 안나는 속절없이 화면만 가르켰다.


“나사에서 쓰는 컴퓨터랑 바뀌었나 봐요.”


크리스토프는 껄껄 웃더니 마우스를 자기 쪽으로 끌어왔다.


“최신 버전이네요. 아직 업그레이드한 사무실이 별로 없죠. 우리도 이게 싫거든요. 잠깐만 기다려 봐요.” 크리스토프는 옵션창을 눌렀다. “그리고- 짠!”


“세상에, 같은 프로그램이네!” 눈이 부실 정도였다. 우주선 화면은 사라졌고, 안나가 이전 보직에서 봐왔던 친숙하고 심플한 화면이 돌아왔다.


“그래서 이렇게 바꾸려고 했던 이유가 뭔데요?” 크리스토프가 물었다.


안나는 전화기를 바라봤고 심장이 철렁하고 떨어지는 것 같았다.


“미친! 기다리라고 한지 억 만 년은 지났는데!” 안나는 전화통을 붙잡고 홀드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대답은 없었다. “이런미친시발 안 돼 분명 홀드 눌러놨는데 망할 전화기가 왜 미친미친개미친-”


“홀드 버튼 누르기 전에 홀드 시킬 회선 눌러 놓은 거 맞아요?” 크리스토프가 묻자 안나는 상대를 쳐다보고는 의자 위로 찌그러졌다.


“아뇨.”


크리스토프는 수화기를 건네 받고는 버튼 몇 개를 눌러보았다.


“안나 씨가 먼저 전화를 끊어버린 것 같네요.”


오늘만 해도 울음을 참아야 할 정도의 일이 많이 일어났다. 지금이야말로 울 시간이었다. 울음보가 터졌다.


크리스토프는 그런 안나를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괜찮아요. 번호를 알아볼게요. 누가 전화했어요?”


안나는 코를 훌쩍이고 슥 닦았다. 크고 못생긴 눈물이 뺨 위로 미끄러졌다. “듀크 씨의 비서 분이요. 위즐턴 사였어요.”


“스벤! 위즐타운 번호 좀 알아봐.”

“위즐타운이요?” 


“위즐턴이요. 그렇게 말했어요.”


스벤은 자기 올라프베리를 크리스토프에게 넘겨주었는데, 안나가 흘끗 보니 화면에 뜬 위즐턴 사는 위즐타운으로 저장되어 있었다. 


“여기 있어요.” 크리스토프는 번호를 쿡쿡 누르더니 안나에게 수화기를 넘겼다. “울지 마요. 못 생겨 보이니까.”


안나는 크리스토프에게 설탕 팩을 집어던지고 다시 자기 일로 돌아갔다.



-



한편, 문 안 쪽에서 엘사는 신경쇠약에 시달리고 있었다.


엘사는 불편한 파란 하이힐은 집어던지고 사무실 벽 하나를 덮는 창문 앞에서 마구 서성댔다. 안나에 대한 생각을 접기 위한 행동이었다.


안나 서머즈.


안나는 분명 바보였다. 그 단어 말고는 묘사할 말도 없었다. 얼뜨기에 수다쟁이에 정신도 나가있고. 엘사는 안나를 이렇게 정의했다.


근데 왜 미칠 정도로 귀여운 건데?


엘사는 의자 위로 무너져서는 불필요할 정도로 강하게 노트북의 전원 버튼을 눌렀다.


새 비서가 온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이틀 전부터 조금 초조한 기분이었고 갑자기 자기 비서가 일을 그만 뒀다. 이름이 뭐였지? 제이슨? 제임스? 새 사람이 온다는 소리였다. 누군가에게 자기의 턱없이 부족한 대인 관계 기술을 보여준다는 말이었고.


새 사람을 만나는 게 늘 낯설긴 했지만, 안나를 만날 준비가 됐을 리 없었다. 안나는 평생을 카펫에 위에 있던 사람처럼 아무렇게 주저앉아있었다. 핀업 모델처럼 맨 다리를 꼬고서는 한쪽 손에 머리를 괴고 있었다.


엘사가 비서를 처음 만났을 때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속옷이었다.


팬티가 보이는 것은 질 나쁜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에서나 일어나는 일이었지, 사무실에서 일어날 일은 아니었다.



하여튼 엘사는 그 일에 대해서는 생각을 멈춰야 했다.


초록 바탕에 회색 하트가 그려져 있더라도 말이다.


돌겠네. 대체 왜 그런 것까지 알아챈 거지?


엘사는 위즐턴 사에서 보낸 제안서를 펼쳐들고 한동안 멍하니 쳐다보았다.


빨간 머리를 지저분하지만 우아하게 쪽 지고 있었지. 버튼처럼 생겨서 귀여운 코에 주근깨가 잔뜩 있었고. 크고 파란 눈에. 이런 부분들이 엘사 머릿속을 떠다니고 있었다. 엘사는 번번이 생각을 떨쳐냈다.


머릿속에서 생각을 몰아내야 한다. 엘사는 결국 어떤 여자도 안나만큼 격렬하게 떠올릴 수는 없을 거라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아버지가 원하던 여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팔과 다리에도 주근깨가 있었지. 허벅지 전체를 따라 주근깨가 났던데, 그 얼룩을 따라가다 보면…


엘사는 끙 소리를 내고는 팔로 머리를 완전히 감싸고는 책상 위로 엎어졌다.


엘사는 준비가 덜 됐을 뿐이었다. 안나는 다른 여자들처럼 매력적이었고 엘사는 그걸 경험으로 미루어 알아차렸다. 빨간 머리는 그 누구의 경계도 허물 수 있으니까. 특히 소매 짧은 암녹색 블라우스에 팬티가 보이는 무릎 길이 치마를 입었다면 더더욱. 이 일에 대해 더 생각할 필요 없다. 괜찮다.


올라프베리가 울리자 엘사는 그걸 집어 들었고 위즐턴 사와 회의 시간이 변경됐다는 메시지를 읽었다. 엘사는 살짝 웃더니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일에 집중했다. 서머즈 양이 마침내 프로그램 사용법을 알아냈군.


어쩌면 안나는 괜찮은 비서일지도 모른다. 엘사는 이런… 불건전한 반응에 익숙해져야 한다. 할 수 있고, 괜찮다. 엘사는 할 수 있다.



-


현퀘하다가 늦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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