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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Lullaby - 2

불멸에관하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2.24 02: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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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llaby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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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갑다는 것을 이렇게나 느끼고 싶던 것은 처음이었다. 눈으로 뒤덮인 산 위에 우뚝 선 얼음성은 왜 다른 사람에게는 영혼마저 얼어버릴 듯한 차가움을 주면서 왜 자신에게는 주지 않는 것일까. 눈으로 가득한 이 설산 속에서 아토할란의 차가움을 찾고 있었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두 손을 벌리고 자신을 기다려줄 것만 같았는데. 


  ‘이렇게 없어져 버릴 거였다면, 처음부터 몰랐다면 좋았을 텐데.’


  어머니를 다시 뵙는 것만 같던 그 감동과 포근함이 한 줌의 재가 되어 품을 떠나갔다. 모든 것이 허망했다. 드디어 부모님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엘사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얼음벽에 기대 흐느끼기 시작했다. 


  ‘이 넓은 땅 위에 내가 마음 편하게 지낼 장소는 있을까?’


  ‘아토할란은… 나 때문에 가라앉은 걸까?’


  자책과 고민이 깊어져만 갔다. 


  '내 힘.... 때문에, 그런 건가?'


  시간이 지날수록 엘사가 지닌 능력의 범위는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특히 지난달, 아토할란에 다녀온 이후부터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갔다. 하지만 조절이 잘 되어 안심하고 있었는데, 창 밖에서 흩날리는 눈보라를 보니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난 왜 이런 힘을 가지게 된 거지?'


  노덜드라인들은 그녀의 능력을 자연이 준 보상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전혀 좋은 의도로 준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어릴 적부터 최근까지 계속 자신의 동생에게 상처를 주었다. 이 힘 때문에 10년을 넘게 서로를 외면하며 살게 되었다. 이 힘의 정체가 무엇인지 찾으려고 했다가, 자신의 동생과 영원히 두 눈을 마주 보지 못할 수도 있었다.


  ‘이러고도 저주가 아니라고?’


  어쩌면 자신은 괴물이 아니었을까? 그녀는 쉽사리 마음을 추스를 수 없었다. 창 밖의 거센 눈바람과 굳게 닫힌 얼음 문이 그녀의 속마음을 대변해 주고 있었다. 




  꼬박 하루 밤낮을 울부짖고서야 창 밖의 눈바람을 잠재울 수 있었다. 더 이상 안나에게 고통을 줄 수 없다는 다짐이 그녀의 몸을 움직였다. 이렇게 가만히 있기만 하면 해결될 일이 아무것도 없다. 안나를 위해서라면 해도 달도 전부 따 주겠다고 다짐도 했지 않는가, 아무런 빛도 보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라도 길은 분명히 나올 것이다. 최대한 조심히, 안나가 걱정하지 않도록 하는 선에서 해결하는 것. 그것이 당장의 목표였다.


  ‘혹시… 노덜드라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었다. 전에 분명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은 축복이라고 했었다. 분명 뭔가를 알고 있다는 의미였으리라. 몸이 절로 움직여졌다. 당장 해야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그전에 기다리고 있을 자신의 동생에게 말을 남겨야만 했다. 엘사는 종이와 펜을 들어 안나에게 전할 안부를 적었다.


  안나, 별다른 설명 없이 나와서 미안해.

  정말로 급한 일이 생겨서 별 수 없었어.

  당분간 게일을 통해서 자주 연락할게.

  내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까 무리하지 말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서, 엘사.


  “게일, 이 편지를 안나에게 전해줄 수 있을까?”


  엘사가 문을 열고 말했다. 눈바람은 어느새 잦아져 있었다. 바람 한 줄기가 날아와 편지를 조심스레 받았다. 편지를 받아 들 때 순간 버거운 듯이 흔들렸지만 곧바로 하늘을 향해 날아갔다. 깍지 낀 두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래도 그녀는 공허함 속에서 실낱같이 비치는 한 줄기 희망을 향해 달려야만 했다. 




  밤새 얼음성 밖에서 기다려 주던 녹크 덕분에 빠르게 마법의 숲 입구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며칠 사이에 아토할란과 아렌델, 그리고 산맥을 오르느라 지친 듯 평소보다 많이 느리게 달린 것 같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엘사의 두 눈이 크게 뜨였다.


  마법의 숲 입구에 있던 네 개의 비석, 네 개의 정령을 의미하던 그 비석이 전부 산산조각 난 채로 한가운데에 모아져 있었다. 자신이 타고 있던 녹크를 바라보자, 별 것 아니라는 듯 푸히힝- 거릴 뿐이었다. 


  녹크와 헤어진 다음, 노덜드라 사람들의 텐트가 있던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 발씩 내딛을 때마다 이질감이 물씬 풍겨왔다. 분명 보이는 생김새는 마지막으로 왔을 때랑 똑같은데, 왜 확실한 이질감이 자신을 반기는 것일까? 며칠 전부터 일어나는 사건들, 마치 폭풍전야와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바람이 살랑거리며 나뭇잎을 훑고 지나간다거나 나뭇잎이 밟혀서 나는 바스락거리는 소리, 그 모든 것이 마치 신기루였던 듯이 고요했다. 


  몇 시간을 걸었을까, 엘사는 겨우 노덜드라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은 반가운 표정으로 그녀를 맞이했다. 하지만 그녀는 노덜드라 사람들의 표정 속에서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낄 수 있었다. 어린아이부터 나이 지긋한 어른까지, 하나같이 전부 불안함을 품고 있었다. 


  엘사는 아는 얼굴이 보이자 조심스레 다가갔다. 허니마린이 타오르는 장작 앞에 앉아서 불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허니마린, 무슨 생각하고 있어요?”


  “아, 엘사. 그냥… 이것저것요.” 


  허니마린은 한숨을 푹 쉬더니 말을 이었다.


  “저번에 엘사, 당신을 여기에 있으면 좋겠다고 한 것 기억나요?”


  엘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게 좋은 선택이 맞았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그저… 당신이 여길 떠나버리면 또 저주가 우리를, 이 숲을 덮치지 않을까는 불안한 감정이.”


  허니마린은 고개를 아래로 떨어뜨렸다. 


  “미안해요, 엘사. 사실 요즘 들어서 숲이 이상해 진 것 같아요.” 허니마린이 재차 호흡을 고르고 말했다.


  “라이더가 전해준 이야기인데, 순록들이 겁에 잔뜩 질려있대요. 숲을 계속 나가고 싶어 하고, 시도 때도 없이 겁에 질린다고 하더라고요.“


  “허니마린, 혹시 아토할란에 대해서 전해져 오는 이야기 같은 거 없을까요?” 엘사가 잠시 머뭇거리며 말했다. “그게 이 일을 해결하는 것의 열쇠가 될 수도 있어요.”


  “글쎄요, 아토할란이라, 전 그저 자장가에 나온 이야기밖에 모르는데...”


  “음…”


  엘사와 허니마린 둘 모두 약간의 고민에 빠졌다. 


  “아! 혹시 옐레나 부족장님이시라면 알고 계시지 않을까요?” 허니마린이 짧은 고민 끝에 내놓은 결론이었다. 


  “부족장님을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려 줄 수 있나요?”


  “동쪽 개울가에 계실 것 같아요. 최근에 부쩍 개울가로 자주 가시더라고요.”


  “고마워요, 허니마린.” 엘사는 허니마린에게 감사를 표한 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개울가로 향하는 그녀의 발걸음은 다급한 듯 바쁘게 움직였다. 허니마린은 멀리 사라지는 엘사를 보며 그녀의 앞길을 기도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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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고포기 엌ㅋㅋㅋㅋ

추측/비판/의견 언제나 웰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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