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번역] Stolen Ice 13-2 (눈새엘사, 사기꾼안나)

설공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2.25 18:58:22
조회 993 추천 43 댓글 17

[링크]


원문


설갤링크모음집 링크


12화-1

12화-2

13화-1


[스토리 개요]

현대물. 오션스11 비슷. 보석도둑 엘사랑 미술품도둑 안나 이야기. 고아였던 자매는 어릴 때 헤어지게 되고, 엘사는 기억상실에 걸려 자신의 이름조차 잃어버리고 만다. 몇 년 뒤 성장해서 서로 자매인줄은 꿈에도 모른 채 한명은 해커이자 보석도둑, 다른 한명은 사기꾼이면서 미술품도둑이 되어 만나게 된다. 무자각 근친.


엘사/제인: 얼음마법 대신 전기능력 있음, 보석도둑. 천재해커. 어릴 때 여동생이랑 헤어지고 당한 사고로 기억상실. 자기 이름도 까먹음. ‘제인’, ‘Ice queen’으로 활동.

안나/A: 사기꾼. 미술품도둑. 꽃뱀. 연기의 귀재. 활동명 ‘A’로 활동. 이밖에도 사용하는 가명 많음. 어릴 때 언니랑 헤어짐.




=======================================================================================


13-2



안나는 주변이 그다지 보이지 않았지만, 제인이 자기 곁을 떠나는 것을 느꼈다. 소리가 먼저 들려온다. 데스크탑의 환기 팬이 윙윙 돌아가는 소리. 모니터가 부팅되고 스피커가 삐걱거리는 소리. 그리고 회색 빛이 방안을 희미하게 밝히기 시작했다. 빈 공간쪽으로 파란 레이저가 통과했고, 안나는 순간 자기가 혼란스런 콘서트장에 서있는 게 아닐까 착각이 들었다. 낡아 보이는 판잣집에서 계속 삐삐거리는 소리와 빛의 펄스가 쏘아지며, 제인이 이 작은 공간에 조립해 놓은 엄청난 양의 기계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안나는 모든 것을 시야에 담기 위해 뒤로 물러섰다.


!”

—“

안녕, 제인!”

으아아아아아악!”

우와아아아아아아악!”

너희 둘 좀 조용히 해!” 제인이 쉿소리를 냈다.


안나가 내뱉었다. “근데 내가아니 네가쟤는내 손이 작은 남자의 머리 속에 박혀있어!”

불빛 속에서 작은 파란 사내도 안나와 상황이 비슷했다. 정신사나운 에뮤가 날개를 퍼덕이듯이 팔을 휘두르며 01의 횡설수설 내뱉는다.

아직 서로 자기소개도 안한 둘 사이에서 제인은 심판이 된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안나를 향해 손을 들어 보이고 나서는 특별한 순서도 없이 01을 이어서 빠르게 말했다. 너무 빨라 안나의귓속에 제대로 들어오지도 않는다. 조그마한 파란 것은 조용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어벙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곧 안나를 향해 몸을 돌렸다.


안녕, 난 올라프야, 그리고 따뜻한 포옹을 좋아하지!”

하느님맙소사 제인 아까 그거 뭐야? 이진법 말도 할 줄 알아?”

넌 프랑스어 할 줄 알잖아,”

, 거기에 독일어랑 스페인어, 이태리어, 그리고 기타 등등도 되지만 넌 숫자로 말하잖아!”


제인은 이 정도는 기본 아닌가 생각에 잠긴다.


이게 평범한 거라는 듯이 날 쳐다보기만 해봐!”

제인은 어깨를 으쓱였다. “얜 올라프야. 내가 만들었어. 올라프, A

그래서 네가 바로 제인이 그토록 내게 검색하—“

올라프!” 제인이 기침했다.

모니터 불빛만으로도 안나는 제인이 얼굴을 붉힌 것을 알 수 있었다. 흥분으로 소름이 돋는다.


넌 뭐야?” 안나는 질문했다.

난 제인의 조수야.” 올라프는 자랑스레 말하며 허리를 세우고 안경을 디지털 콧등 위로 밀어 올렸다.

넌 어떻게 그렇게—“

프로젝터야,” 제인이 도와줬다. “여기, 여기, 여기랑 여기. 그리고 아래 위로도 설치해서 3D 효과를 주고 있어.

그런데……올라프?” 안나는 물었다.

,” 올라프가 답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왜 올라프야? 바이센테니얼 맨이라든지 옵티머스 프라임이라든지 위보라든지 그런 이름이 아닌거야?”

(*역주: Bicentennial Man: 1999년도 SF영화. / Weebo: 영화 플러버에 나오는 로봇)


“Olaf” 제인은 입을 열었다. “운용(Operations), 실행계획(Logistics) 그리고 별명 조정자(Alias Facilitator). O-L-A-F. 그가 나대신 귀찮은 일들을 처리해주고 있어.”

(*역주: 별명(IT 용어): N사전 참조.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851061&cid=42346&categoryId=42346 )


그리고 난 이성의 소리를 담당하고 있어!” 올라프는 말했다.

제인은 조용히 그를 힐난하듯 쳐다보았다.

가끔씩만,” 그가 변명했다.

어쨌든, 올라프, 아까 소개했지만 얘가 A. 우린 Seven Seas Trading 일을 같이하고 있어.”

그 말은 우리 세인트존 섬으로 도착 했다는 거야?” 올라프가 물었다.

그래.”

그럼 나 한번—“

안돼. 올라프, 네가 제일 잘 알잖아. 넌 태양광선에 바로 흩어져버릴 걸. 게다가 프로젝터가 설치된 위치만 봐도 넌 이 초소에서 벗어날 수 없어.”

네가 출력을 올려주면 되잖아!”

발전기들이 감당하지 못할거야.”

아니, 제인 내 말은 네 힘—“

올라프, 나중에.” 제인은 혼란스러운 듯 둘의 대화를 듣던 안나를 향해 화제를 돌린다. “그는 바깥으로 나갈 수 없어. 그는 매우 정밀하고 복잡한 인공지능이야. 내가 프로그래밍했지만 자각능력도 있어. 그가 일광욕을 즐기기에 필요한 출력은 지금 내 시스템이 감당하기 어려워. 그래도 그는 따뜻한 포옹을 좋아한다고 말하지. 절대로 밖에 나가거나 태양을 느끼거나 추위를 느끼거나 비를 느낄 수도 없는데도. 사람들은 그를 이해하지 못할거야근데 그가 인간이 아니라고 그가사람이 아니란 건 아니거든. 그는 영원히 육체의 그 어떤 것도 경험하지 못할거야.”

그건비극적이네.” 안나는 중얼거렸다.


더욱 비극적인 것은 안나는 제인이 올라프만의 얘기가 아닐 것 같았다는 점이다.


그 애에겐 말하지 말아줘,” 제인은 말했다. “올라프? Seven Seas 개인정보 보여줄래?”

알았어, 제인.”


Seven Seas Trading의 모든 임원들의 사진과 기록들이 왼쪽의 모니터 벽을 가로질러 쏟아져 나왔다. 제인은 회전의자에 앉아 장갑을 더 꽉 끼었다. 그녀는 키보드 버튼 하나를 누르고는, 나머지는 공중에서 빠르게 손가락을 움직였다. 모니터들은 그녀의 움직임에 반응했고, 안나는 자신이 마법에 걸린 듯 했다. 제인은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지휘자처럼 정보를 움직이고 지휘한다. 새끼손가락을 튕기는 것을 신호로, 그녀가 길고 관용이 넘치는 손가락들을 펴자 마치 고개를 드는 트럼펫처럼 내장된 코드가 수면 위로 떠오른다.


좋아. 됐어. 이거면 충분할 거 같아, 올라프.”

물론이야. A, 만나서 반가웠어.”

나도 그래.”

푸른 선이 남자의 중심을 가르듯 나타나더니 시계 바늘의 궤적을 따라가는 푸른 색의 소용돌이가 되어 사라졌다.


안나의 시선은 다시 모니터 너머의 스크린을 집어삼킬 듯이 가득 채우는 우르술라 캐롤의 얼굴로 향했다. 흰 머리, 검정 블레이저에, 빛 바랜 라벤더를 떠올리게 하는 병적인 창백함을 띄는 얼굴이었다.

우르술라 캐롤, 55, 미혼, 무자녀, 35년 째 Seven Seas TradingCEO로서 근무 중.” 제인은 정리한다. “그녀는 회사의 45퍼센트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어. 그리고 이국적인 해양생물에 대한 집착을 가지고 있고, 니코틴 중독자야.”


제인이 손목을 튕기자 우르술라의 사진이 사라지고 양복 차림의, 구름 같은 하얀 덥수룩한 수염과 슬픈 눈을 지닌 신사가 나타났다.

트라이튼 캐롤, 52, 홀아비, 7명의 딸이 있으며 우르술라만큼 길게 CFO(*역주: 재무담당)를 맡고 있으며 마찬가지로 지분을 45퍼센트를 들고 있어.”

나머지 지분 10퍼센트는 개인 주주들이 나눠가지고 있고?”

비슷해. 두 명 사이에 유가증권신탁 계약이 맺어져 있었는데, 오래전에 흐지부지 되었어,” 제인은 말했다. “중요한 점은, 그 어느쪽도 과반의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야. 그것도 트라이튼이 은퇴하거나 우르술라가 회사를 떠나게 되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말이야.”

그리고 현재 계약 내용은 어떤데?”


집으로 돌아가는 개미 떼와 같이 문서들이 화면을 가로질러 나타났다.

우르술라는 후계자가 없어. 25년 전까지 작성된 유서에는 모든 지분을 트라이튼에게 넘긴다고 쓰여있었지. 근데 뭔가가 일어난 것 같아. 사이가 틀어진 건지, 회사 운영방침에 대한 의견이 갈린건지 확실하진 않아. 그녀는 문서를 회수했고 그녀의 지분을 투자시장에 내놓았어. 다른 녀석들이 넘볼 수 있도록 말이지.”

“trust가 사라지는 거구나.” 안나는 말했다. (*역주: trust의 말장난, 신탁의 뜻도 있음.)

제인은 끄덕였다.

그리고 트라이튼은 이런 것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어?” 안나는 안다는 듯이 물었다.

글쎄,” 제인이 말했다. “그는 분개하지 않았을까.”

안나는 검지를 코에 가져다 대더니 제인을 향했다. “딩동댕!”


그러지 좀 말아줄래.”

미안.”

그리고 여기서 딸들이 등장하게 돼,” 제인이 말하자, 스크린에 모델들의 클로즈업 사진들이 떴다. 아니, 모델은 아니다. 트라이튼의 딸들이다.

“25년 전에 갈라지기 시작했다고 하지 않았어?” 안나는 물었다.

그 때 그녀가 유서에서 그와 그의 딸들을 떼어내긴 했지.”

장녀가 몇 살이야?”

스물 여덟. 결혼해서 자식까지 둔 세 명의 딸들 중 하나지,” 제인은 말했다.

흐음.”

왜 흐음,이야?” 제인이 물었다.

그냥 궁금해서. 내 뒤를 이을 후계자가 없다면 수많은 조카들 중 하나를 후계자로 키울 수도 있지 않았나해서.”

안나는 화면 속의 여자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확실히 장녀조차도 소비주의적인 파티걸로 보였다.

쟤네랑 비교하면 카다시안 가족조차 얌전하고 고상해보일 지경이야.”

(*역주: The Kardashians. 리얼리티 프로그램 ‘4차원 가족 카다시안 따라잡기’(한국어 제목))


누구?”

우리 또 짚고 넘어가지 말자.” 안나는 말하며 마우스를 잡아 스크롤을 내리려고 애쓴다.

그거 아냐,” 제인이 말했다. “여기로 와.”

그녀는 회전의자의 한쪽으로 붙으며 옆에 앉으라며 손짓한다.

거기에 두 명이 앉긴 어려울 것 같아.”

그거 내 엉덩이가 크다는 걸 교묘하게 돌려 말하는 거야?” 제인이 물었다.


그녀가 날 놀리는 걸까?


?! 아니, 정말 아냐. 난 네 엉덩이에 대해서 어떻다 하는 게 아니라, 그저 자리가 우리가 앉기엔 너무 좁아보인다고나 할까, 게다가 네 엉덩이도 조여보아니, 내 말은, 자리가 말이지. 그 안이 매우 조일 거시발! 아니그게, 저 회전의자에 두 명이 앉기에는 너무 좁아보인다고.”


제인은 안나를 보며 조용히 웃고 있었고, 어깨가 들썩였다.


닥치고 제발 스크롤 좀 내려줄래.” 안나가 말했다. 그녀는 털썩 앉으며, 제인의 왼쪽 허벅지 위에 반쯤 걸쳤다. 판잣집의 서늘한 온도와 상반된 따뜻함이 느껴졌다. 그 접촉으로 안나의 피부가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걸 좁다고 할거면, 한번 환풍구 안으로 기어가보는 걸 추천할게.” 제인이 권했다.

사양할게. 자 이제 저 애들에 대해 더 얘기해줘.”

쟤네 정보는 더이상 특별할 게 없어. 인상만 봐도 알 정도로 시시한 학습부진아들이지. 2000년 대 초기에 잠시 스타덤에 있었나. 자매 걸그룹을 결성해서 앨범을 하나 발매하기도 했었다는 것 같아.”

너도 음악을 알긴 아는구나!”

정보 검색하는 동안 관련기사를 읽었을 뿐이야,” 제인이 말했다.

앨범 이름이 뭐였는데?”

너와 파도치고 싶어.”

그건 정말 우울하네.” 안나가 말했다.

앨범 이름이?”

네가 음악에 대해 무지하다는 거. 나중에 CD 구워달라거나 아니면 재생목록이라도 달라고 상기시켜줘.”

그녀의 눈은 포스팅한 글들과 문자들을 빠르게 훑어갔다. 아이폰의 등장 이후, 이 여자애들은 이제 이모티콘만으로도 소통이 가능한 경지에 이르렀다. 그들이 쓴 글에는 영양가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엽, 이 건만큼은 우르술라한테 찬성할 수 밖에 없네. 대체 누가 포춘지100의 자산의 반 이상을 저런 안타까운 애들한테 주겠어? 어떻게 저 무리 중에 MBA가 단 한 명도 없어.” 안나는 말했다.

그녀는 빨리 해결책을 찾아야할 거야.” 제인이 말했다.

어째서?”


두 개의 커다란 검은 콩들이 있는 사진이 나타난다.


눈 앞에 이건 뭐야?” 안나가 물었다.

우르술라 캐롤의 폐. 폐암 3.”


안나는 잠시간 가만히 있었다. 생각에 깊게 잠긴다. 지난 밤 침 웅덩이를 만들며 곯아떨어지기 바빴던 안나는 한스의 브리핑 대부분을 놓쳤다. 당연하게도 그녀는 엄청 질책받았고 뱃 속의 75%이상을 게워내고 나서야 진도를 따라잡기로 결심했을 터였다. 그녀가 화장실에서 나오자 한스의 무언의 압박을 느끼고 제인을 데리고 쇼핑에 나선 것이다. 오늘 너무나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안나는 어젯밤 대체 왜 제인과 싸움을 벌였는지 좀처럼 기억해낼 수가 없었다.


잠깐, 그 싸움이 어제 밖에 안됐다고?


이제 막 안나가 알게 된 건 우르술라에겐 약점이 있다는 것이다. 불쌍하고, 그래, 하지만 부패하고 악의가 가득한 그녀이기에 우리가 계략 좀 써도 당해도 싸다. 트라이튼도 그렇고, 뭐 좀 약하게 하더라도. 둘 모두 이 건에 성패가 달려 있었다. 우르술라는 기업총수로서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Conch cruise line을 매수하려고 하고 있다. 이 회사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온 생을 바쳐 일했을 것이다 (물론 일의 완수를 위해 많은 사람들을 짓밟아오기도 했을 것이다. 불쌍한 영혼들.). 그런 그녀가 일구어낸 평생의 사업을 주주들한테 전부 나누어준다고?


그녀는 분명 트라이튼이 키운 바보 7명에게 회사를 넘겨주고 싶진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후계를 찾고 있다. 어쩌면 크루즈 라인의 인수 건에 소집된 이사회에서 이빨을 드러내는 아이가 나타나길 나타나기를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녀 나름의 다윈주의였을지도 모른다. 이사회에서 살아남는 자가 모든 전리품을 챙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을 쉽게 줘선 안된다. 그들이 스스로 쟁취할 수 있는 기회를 줘라.


그녀의 의료기록의 접속 권한도 갖고 있는 거야?” 안나는 물었다.

그야 당연히.”

놀리지 말아줘. 그럼 그녀의 의료기록 중에……뭐였지? 25년 전에 것도 볼 수 있어?”

물론이지.”


안나는 문서를 빠르게 훑어보다 자신이 원하는 걸 찾았다.


빙고.”

뭐가?”

불임이야.”

그게 어떤 관련이 있는데?”

“25년 전에 트라이튼은 2명의 딸이 있었고, 거기에 한 명은 임신 중이었지. 우르술라는 결혼하진 않았지만 나이가 서른이 되면서 임신 가능 기간이 신경쓰였을거야. 특히 기업총수로서는. 전통적인 방법을 택할 사람일 거 같진 않지만. 그녀는 기회가 생긴다면 아이를 임신할 수 있을지 궁금해했을거야.”

그래서확인을 한거네?”

그렇지. 여길 봐.” 안나는 파일을 가리키며 말했다. “남동생 쪽은 숨 쉴 틈도 없이 주렁주렁 애를 낳고 있었지. 지분이 7등분이 되는 건 눈에 빤하지. 반면에 우르술라는 그녀가 쌓아온 모든 것을 넘길 후계가 없어. 자기 자리를 이어받게 하기 위해 훈육할 사람이 없지. 그러니 그녀는 자기 지분을 가족자산에서 분리시킨거야. 언젠가 저 소녀들 중 한명이 그녀의 환심을 사려고 노력하게 되기를 기대하면서.”

하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았어.”

맞아. 그래서 그녀가 유언장에서 그들 중 한 명도 지목하지 않은 거야. 그녀는 지금 후계자를 찾고 있어. 그녀는 자신의 지분을 누군가에게 넘기고 싶어진거지. 자신을 스스로 증명하는 누군가에게 말야. 저 딸들이 이 미팅에 참여하는 이유기도 해. 트라이튼이 자기 지분을 나눠주는 게 전부는 아냐. 우르술라는 가장 야욕을 보이는 아이가 누구인지 보려는 거야. 거래 체결을 위해서라면 모두를 팔아넘길 수 있는 아이를. 그녀의 위대한 발자취를 이어갈 아이를."


네 생각엔 누가 될 것 같아?” 제인이 물었다. “어느 쪽이든 똑같이 시시하고 재미없어 보이는데.”

, 안타깝게도 가족 내에선 가능성이 없을거야.” 안나는 말하며 입술이 호를 그린다. “누가되든 상관이 없어. 그녀가 동질감을 느끼게 해주는 상대라면.” 구릿빛 머리의 소녀는 설명했다.


안나는 오른쪽으로 움직였다. 땀에 젖은 안나의 접힌 무릅이 제인의 드러난 허벅지를 덮는다. 머리 위로 찬바람이 젖은 뒷목, 겨드랑이를 식혀 나치 붕 뜬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안나는 점차 옅어지고 있었고, 작전의 대가인 A의 인격이 만들어져 간다. 그녀의 환경과 그녀의 지식은 그녀를 대담하게 만든다. 제인의 스커트 끝자락은 더욱 올라간다. 계략과 식혀지는 땀, 그리고 희고 고운 무릎의 조합이 안나를 흥분시키고 있었다.


우연을 가장해 안나는 제인의 무릎을 쓸어내리며 반응을 살폈다. 돌아오는 것은 시선뿐. 몸의 떨림도, 날카로운 들숨도, 거북해하는 들썩임도 없다. 고개를 돌려 몇 센치 앞의 시선이 맞닿을 뿐이었다.


안나는 제인이 천천히 입술을 햝는 것을 지켜보았다. 블루베리 스노우콘 색이 한 방울 입술에서 흘러내린다.


이제 더 이상 무결점이 아니야.


하지만 어째서인지, 더 완벽해.


내일, 일 해?” 안나는 물었다.

. 방어벽 치고 계정 해킹하는 것만큼 처리할 버그도 많거든. 아마 시간 좀 걸릴거야.”

나도 준비할게 많아. 우르술라가 뭘 원하는지 이젠 아니까.”

너 목소리가……기분이 상한 것처럼 들리는데?”

일 말고도 다른 사람들이랑다른 걸 할 수도 있거든.” 안나는 말끝에 여운이 감돌게 두었다. 방안의 습기가 여운이 오래가도록 보태준다. 제인이 그 장갑 낀 손으로 말을 끄집어내어, 궁리를 해 어떤 식으로든 해석할 수 있게끔. 안나가 숨을 들이쉬자 Wrigley의 더블민트의 첫 한 입과도 같은 강렬하게 톡쏘는 민트향이 혀를 찔러왔다.

따로 하고 싶은 일이 있어?” 제인은 눈치채지 못한 채 물었다.

안나는 어이가 없어 무의식적으로 눈이 굴러가려는 걸 가까스로 막았다.


시발맙소사, 얘 썸 탈 줄도 모른단 말이야?


여기 캐리비안이잖아. 어떤 사람들은 수영할거고. 패러세일이나, 제트스키나, 트래킹이나, 조용하고 인적이 없는 작은 폭포 뒤에서 작은 모험을 하거나. 스쿠터 렌트해주는 곳도 있어. 난 가끔 그냥 사람 구경하기도 해. 많은 사람들은 그냥 맥주를 마셔. 섹스 온 더 비치(Sex on the Beach)도 있고.”


제인의 눈이 커진다.

저 두 행위는 서로 연관성이 있는 거야?”

맥주는 맥주야. 섹스 온 더 비치는 칵테일이고.” 안나가 설명했다.

. 너 일부러 헷갈리게 말한 거구나.”


안나는 더욱 밀착한다. 제인의 드러난 어깨가 그녀의 어깨와 마주 붙는다. 정면만큼이나 햇빛에 그을린 어깨에서 안나의 팔로 열기가 전달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선탠을 하지. 온 몸에 서로 오일을 구석구석 발라주면서 말야.”

현명한 생각이야. 피부암 예방에 도움이 될테니까.” 제인이 순진하게 말했다.


그리고 우리 화제가 다시 피부암으로 돌아왔네. 무드종범.


안나는 고개를 돌려 기분상한 망아지처럼 코웃음을 쳤다. 그녀는 회전의자 위의 얽힌 다리로부터 벗어났다. 멀어져가는 민트향에 아쉬워하면서.


나 정말 할 일이 많아. 콘치 크루즈의 재무재표라던지 인적사항에 대해 파악해 둘 게 많아.” 안나는 한숨을 쉬었다. “그래도 내일 저녁에 널 만날 수 있을까? 마무리 단계로?”


와우, 들리는 것만큼 절절하게 매달리는 것처럼 안 들렸으면 좋겠는데.


한스도 집합하기를 원했었으니까. 그래, 만나자.”

좋아. 그러고 그 다음날엔, 쇼타임!”

쇼타임?” 제인이 따라하며 부자연스럽게 악수했다. 안나는 그녀가 자기 나름대로 열성적으로 말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어색해하고 긴장하는 게……존나. 사랑스럽네. 진짜.


안나는 낄낄 웃었다. “, , 네가 일하는 모습을 보는 거 기대하고 있어.”

넌 날 볼 수 없을거야.” 제인이 말했다. “내 목소리는 들을 테지만. 모두에게 이어폰이 돌아갈거야.”

,” 안나는 말했다. “그렇다면야.”

그렇다고 내가 널 지켜보지 않는 건 아니야. 리조트 내 어마어마한 양의 보안카메라를 해킹할 테니까.” 제인은 안나를 보고 있지 않았다. 그녀는 또 다시 스커트 밑자락을 갖고 놀고 있었다. 뭐 그래도 팔로 감싸 몸을 웅크리는 것보단 나았다.

난 네가 일하는 모습 구경하는 거 좋아하거든.” 제인이 말했다.

진짜?” 안나의 입에 걸린 미소가 얼굴이 아플정도로 커진다. 햇빛에 타서 아픈 걸 수도 있지만.

. 넌 정말—“


정말 뭔데? 쿨해보여? 멋있어? 죽여주게 섹시해보여? 어머, 고마워 제인, 내겐 혼자서 쓰는 카바나가 있고 알로에 로션이 있는데 네 붉어진 피부에 도움이 좀 필요하지 않을까


“—잘 하니까. 의사소통하고. 조종하고. 유도하는 걸. 난 네가 조금 무서워.”

난 네가 조금 무서워.” 안나가 말했다.


당연히 농담으로 얘기한 거지만.


나도 나 자신이 조금 두려워.” 제인이 또 다시 손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나쁜 예감이 든다.


저기,” 안나가 말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녀를 위로해야한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녀에게 다시 다가가려 했다. 제인이 고개를 젓는다.

걱정하지마. 그럼 내일 보자?” 제인이 말했다.

내일 봐. 그리고나면—“

“Showtime.”


==================================


She didn't even know how to flirt, for fuck's sake.

눈새엘사 때문에 답답해 뒤질려는 안나ㅋㅋㅋㅋㅋㅋㅋㅋ


추천 비추천

43

고정닉 9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힘들게 성공한 만큼 절대 논란 안 만들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10 - -
이슈 [디시人터뷰] 웃는 모습이 예쁜 누나, 아나운서 김나정 운영자 24/06/11 - -
공지 음란성 게시물 등록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163] 운영자 14.08.29 167263 509
공지 설국열차 갤러리 이용 안내 [2861] 운영자 13.07.31 439698 286
1123725 크하 야무지게 먹어 ㅇㅇ(223.62) 06.11 5 0
1123724 딱 30분만... ㅇㅇ(211.234) 06.11 6 0
1123723 설하 [1] ㅇㅇ(223.33) 06.11 7 0
1123722 쥬우웃 [2] ㅇㅇ(211.179) 06.11 15 0
1123721 공고일정 설갤러(182.210) 06.11 16 0
1123720 죽지마!!! ㅇㅇ(223.33) 06.11 9 0
1123719 설득당하는 엘사 [1] ㅇㅇ(223.33) 06.11 22 0
1123718 밥 차려주는 요정같은 거 없나 [1] ㅇㅇ(223.62) 06.11 17 0
1123717 졸려요 [1] 설갤러(118.45) 06.11 15 0
1123716 살아만 있자가 목표 ㅇㅇ(223.38) 06.10 13 0
1123715 스포) 테스트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0 47 0
1123714 ai힘을 빌리면 개쩌는 픽썰 쪄지냐 [2] ㅇㅇ(223.38) 06.10 39 0
1123713 이 음란한 갤 [1] ㅇㅇ(223.38) 06.10 19 0
1123712 안녕 털복숭이들 [1] ㅇㅇ(112.157) 06.10 19 0
1123711 청정한 헬요일 ㅇㅇ(223.62) 06.10 19 0
1123709 뒤조심)아 되게 충격적인 짤 봫는데 얘기할데가 여기밖에 없어 [7] ㅇㅇ(110.47) 06.09 95 0
1123708 디시 이미지 왜 깨져... ㅇㅇ(223.62) 06.09 19 0
1123707 누가먼저 보내나 시합! [1] ㅇㅇ(223.62) 06.09 30 0
1123706 일편단심 안개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9 35 0
1123705 넘쳐나는 go간 [1] ㅇㅇ(223.62) 06.09 37 0
1123704 축 늘어진 흰 옷에서 꼬물꼬물 기어나오는 아기 [1] ㅇㅇ(223.62) 06.09 30 0
1123703 설갤 단점 ㅇㅇ(223.33) 06.09 23 0
1123702 설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9 28 0
1123701 그런가 [2] 설갤러(118.43) 06.09 16 0
1123700 아니 69라고 설갤러(118.43) 06.09 19 0
1123699 크 69가 와버렸다!!!! 설갤러(118.43) 06.09 20 0
1123698 엘산나를 만난게 행운이야 [5] ㅇㅇ(223.62) 06.08 35 0
1123697 배거파 [1] ㅇㅇ(110.47) 06.08 23 0
1123696 오늘막글 ㅇㅇ(223.62) 06.08 20 0
1123695 어 내일이 69잔아 ㅇㅇ(223.62) 06.08 15 0
1123694 쥬미 영화 보러옴 ㅇㅇ(211.234) 06.08 22 0
1123693 안탄절 지나면 엘탄절도 금방 ㅇㅇ(223.62) 06.08 22 0
1123692 모험가 안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8 21 0
1123691 싯발 언제 비 그친거냐 [1] ㅇㅇ(223.62) 06.08 27 0
1123690 수상하게 칼을 잘쓰는 안줌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8 36 0
1123689 뭐지? 결혼식인가? [5] ㅇㅇ(211.234) 06.08 61 6
1123688 정령을 잡아다 예쁘게 묶어 공물로 바치기 ㅇㅇ(223.62) 06.08 27 0
1123687 혐퀘후식사 [2] ㅇㅇ(211.234) 06.08 25 0
1123686 오늘은 자동으로 실내활동 [1] ㅇㅇ(223.62) 06.08 21 0
1123685 자연스레 깊어가는 둘의 관계 ㅇㅇ(223.62) 06.08 27 0
1123684 아찜글 ㅇㅇ(211.234) 06.08 21 0
1123683 새벽글 [1] ㅇㅇ(115.138) 06.08 17 0
1123682 다다음주가 안탄절이네 곧 [2] PeopleOfArendell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8 39 1
1123681 안나가 엘사를 [1] ㅇㅇ(223.62) 06.07 37 0
1123680 엘산나의 금요일 ㅇㅇ(223.33) 06.07 18 0
1123679 여전히 존버중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31 0
1123678 안나vs안나는 기존쎄 대결일듯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41 0
1123677 애틋하게 뺨쓰담 ㅇㅇ(223.62) 06.07 23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