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번역] 안나 서머즈 Anna Summers, PA 11

번밀레(211.206) 2019.12.30 04:35:02
조회 931 추천 65 댓글 18

엘사는 아침 일찍 안나가 일어나기도 전에 슬로프로 향했다.


엘사의 계획대로 된 일이 없었다. 메이플 시럽 투어를 갔을 때나 핫초콜릿을 마실 때나 안나와 엮이면 엮일수록 더욱 안나를 원하게 됐다.


그래도 아직 통제할 수는 있어. 엘사는 마음속으로 계속 되뇌었다. 무어라도 계속해서 노력을 해야 했다. 엘사는 적당한 운동이 도움이 될 것 같아 스키를 타러 왔다. 두 시간 동안 어려운 코스를 달리고 나니 엘사의 온 몸이 땀범벅이었다. 매우 힘들었지만 엘사는 스스로에 대해 만족스러웠다. 스키를 타니 정신이 또렷해지고 해방감도 들었다. 엘사는 스키를 한 쪽 어깨에 걸치고 오두막으로 돌아오며 내년에도 이용권을 끊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엘사 씨!” 귓가에 들리는 안나의 즐거운 비명과 아이들 목소리가 생각에 잠겼던 엘사를 수면 위로 끌어당겼다. 엘사가 고개를 들어보니 안나와 지지와 다른 아이가 눈으로 요새를 짓고 있었다. 저 애 이름이 엠마누엘이었나? “스키 타는 거 봤어요.” 안나가 눈을 한 움큼 집어 요새에 쌓으며 말했다. “완전 멋지던데요.”


모자 속 엘사의 귀가 후끈해졌다. “고마워요.” 엘사는 자기 발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엘사는 자기 모습을 오랫동안 보고 있지 않았기를 바랐다. 몸 푸느라 처음에 좀 대충 탔었는데.


안나는 엘사가 부끄러워하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지지가 저한테 프랑스어 가르쳐줬어요!”


“정말요?” 엘사가 스키 위에 쌓인 눈을 훑어내며 물었다. 엘사는 손에 얼굴을 묻고 키득거리는 엠마누엘과 얼굴 가득 장난스런 미소를 짓는 지지가 영 마뜩찮았다.


“자, 들어봐요… 세 마 블롱드.*” 안나는 더듬거리며 끔찍한 억양으로 말하며 엘사를 가리켰다. “맞지, 지지?”


아이들은 웃음보를 터뜨렸고 엘사의 얼굴은 타들어갔다. 저 애들이 안나와 나를… 엮으려고 하네. 이제 다음에는 노래도 부르겠지. “엘사랑 안나랑 사귄대요.” 하면서.


안나는 당황한 듯 보였다. “제가 잘 말한 거 맞죠?”


엘사는 자기 콧날을 붙잡고는 심호흡을 하더니 물었다. “방금 한 말이 무슨 뜻 같아요?”


“엘사 씨가 금발머리라는 뜻이요.”


“지지! 가서 너네 아빠 찾아와!” 엘사가 꼬마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지지는 키득거리기만 했다.


“왜요?”


엘사는 쭈그리고 앉아 지지와 눈높이를 맞추었다. 엘사는 자기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 지지를 쏘아보며 말했다. “내가 직접 가서 말하는 것보단 낫잖니, 콤프히?”


지지는 다시 키득거렸다. “알리, 엠마누엘.” 지지는 자기 오빠를 돌아보며 말했다. “쥬 팡세 누 라봉 이네흐브.


두 꼬마는 작은 악마들처럼 낄낄대며 사라졌다.


“그래서 제가 뭐라고 한 거예요?” 안나가 코트에서 눈을 털며 물었다. 안나는 엘사와 도망치는 아이들을 번갈아보았다.


“아무 것도 아니에요.” 엘사가 재빨리 말했다. 엘사는 안나를 뒤에 남겨놓고선 잰걸음으로 호텔로 향했다. “이제 회의 준비를 해야겠네요.”


“제가 뭐라고 한 거예요?” 안나가 엘사를 뒤쫓으며 물었다.


엘사는 아무 것도 듣지 못한 척 더 빠르게 걸었다.



-



호텔은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호텔 본채는 백 년은 넘은 건물로 고풍스러움이 느껴졌다. 주변에는 오래된 농장 건물 잔해가 늘어져있어 본채 못지않게 멋졌다. 여러모로 완벽한 장소였다.


이 장소에 조금 손을 데려고 하자 ‘소세떼 히스토릭’에서 들고 일어났다는 사실만 아니라면 더 완벽했겠지만. 오큰은 몇 달간 대연회장 보수 문제를 두고 이 단체와 싸워왔지만 아무 소득이 없었다. 이런 이유로 엘사가 직접 퀘벡에 온 것이다.


“완전 멋있어요.” 안나는 연회장으로 들어서며 숨을 헉 들이켰다. 안나는 문을 열고선 아치 천장과 연회장을 따라 늘어선 기둥을 둘러보며 한가운데로 달려갔다. 엘사는 혼자 웃었다. 안나는 참 쉽게 감동 받는다. 참… 늘 새롭지.


“사실 다른 연회장에 비하면 여긴 그냥 그래요.” 엘사가 문을 닫고 들어오며 말했다. “마지막으로 보수한 게 1973년 일이에요. 장식도 다 구식이죠. 오큰이 낸 계획서가 멋졌어요. 그게- 안나, 뭐 하는 거예요?”


안나는 상상 속 음악에 맞춰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춤 상대에게 꾸벅 인사까지 했다. “네, 그럼요. 저도 왈츠를 좋아해요!” 안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돌기 시작했다.


“왈츠는 그렇게 추는 게 아니에요.” 엘사는 겨우 힘을 짜내 말했다.


안나는 허공에 포옹하듯 손을 쭉 뻗고 돌다 멈춰서는 엘사를 향해 열렬한 눈빛을 보냈다. “어떻게 추는지 아시나봐요?”


“댄스 강습을 받았어요.” 엘사가 인정했다. “공식 행사에 필요할까봐 아버지가 배우라고 하셨거든요.”


안나는 깡충거리며 엘사에게 다가가서는 손을 내밀며 우스꽝스럽게 인사했다.


“괜찮다면 저와 춤 한 번 추시겠습니까, 숙녀 분?”


엘사는 미동도 안 했다.


“제발요, 춤추는 거 보고 싶단 말이에요.”


피할 방법이 없었다. 안나는 긴 적갈색 속눈썹 너머로 엘사를 바라보면서 자기 손을 잡아주길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엘사는 안나의 손을 잡았다. 그 덕분에 눈부시게 웃는 안나를 볼 수 있었다. 엘사는 안나를 끌어당겨 한쪽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마주 잡고 있던 다른 쪽 손을 높이 올렸다.


“발을 보면서 따라와요.” 엘사가 말했다. 엘사가 오른발을 뒤로 빼자 안나도 움직임에 맞추어 자기 왼발을 뺐다. 엘사는 재빨리 동작을 따라하는 안나의 모습에 신이 나 안나를 이끌고 연회장을 크게 빙 돌았다.


엘사는 음악도 없이 춤을 춘다는 사실에 기분이 이상했다. 사실 엘사는 춤을 배우기 시작할 때부터 춤추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사는 안나가 가까이서 자기 발을 보고 있는데다 리듬을 타기 시작하자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왈츠 음악은 아니었고 박자가 맞지도 않았다. 하지만 엘사는 편안한 마음으로 노래에 맞춰 춤을 췄다. 낯익은 기분이었다.


춤을 추는 동안 안나는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겨있었다. 안나는 평소와 같이 정장을 입고 머리를 대충 묶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보니 너무 아름다워 엘사는 정신이 아찔할 정도였다. 안나는 마치 동화 속 공주나 잡지 표지의 모델 같아보였다.


“아이구!” 안나가 갑자기 비틀거렸다. 엘사는 안나의 손을 놓쳤다. 더 생각할 새도 없이 엘사는 안나의 허리에 팔을 감고 안나를 붙잡았다. 그리고 안나를 자기 쪽으로 쭉 끌어당겨 두 팔로 안나를 단단히 안았다.


두 사람은 아주 가깝게 붙어있었다. 엘사는 자꾸만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생각했다.


안나가 깔깔 웃었다. “저 끔찍하죠?” 안나는 엘사의 어깨를 느슨하게 붙잡고는 멋쩍은 듯 엘사를 보며 미소 지었다.


이제 겁에 질려 도망갈 차례였다. 안나를 그만 만지고 도망갈 차례. 이런 상황에서 엘사가 으레 하던 행동이니까.


하지만 이번엔 그러고 싶지 않다면? 엘사는 작게 미소 지었다. “럭비 했다는 말을 믿을 수 가 없네요.”


이대로 몸을 숙여 안나에게 키스하는 것도 아주 간단한 일일 터이다. 안나가 자기 품 안에 안겨 아주 가까이 있으니.


그것이야말로 엘사가 바라는 바였다.


“여기가 문제의 대연회장입니다. 아, 엘사 씨가 이미 와계시군요, 야. 곧바로 회의 시작하면 되겠습니다.”


엘사는 안나를 놓고서는 최대한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안나 역시 빠르게 물러났다. 안나는 귀 뒤로 머리를 넘기고는 땅에 떨어진 파일을 재빨리 주워들었다. 엘사는 목석처럼 서있었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 갈비뼈에 금이라도 가진 않았나 싶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한 거지?


그에 대해 깊이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연회장으로 들어오는 오큰과 안드레 뒤로 굉장히 진지하게 생긴 여자와 누가 봐도 여자의 비서 같고 쥐처럼 생긴 남자 하나가 따라 들어왔다.


“아렌델 씨.” 여자는 퉁명스레 말하며 악수를 청했고 엘사는 그 손을 잡았다. 여자의 손은 축축했다. 여자는 엘사의 손이 뜨거운 석탄이라도 되는 것처럼 단 한 번 흔들더니 놓아버렸다. “소세떼 히스토릭의 마담 듀란드입니다.”


엘사는 심호흡을 했다. 지금이야말로 일을 제대로 할 순간이다. 엘사는 안나에게서 보고서와 노트가 첨부된 폴더를 건네받았다.


“저희가 다룰 일에 대해 소세떼 히스토릭에서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시란 걸 이해합니다.” 엘사가 폴더를 펼치며 말했다.


“네, 그렇죠.” 듀란드가 말했다. “이 지역이 퀘벡 주정부에서 지정한 사적지라는 걸 아십니까?”


“네, 당연히-”


“그래서 주정부가 이 지역에 대한 훼손이나 파괴를 금지한다는 사실도-”


엘사는 어째서 오큰이 아무 성과도 내지 못했는지 이해가 됐다. 엘사는 팔짱을 끼며 말했다. “무슨 말인지 다 알고 있습니다. 이제 제가-”


“영어나 하는 사람들이 이 지역에 밀고 들어와서 역사적인 공간을 부수는 걸 두고 볼 수가-”


“이 연회장은 1970년대에 지어졌습니다.” 엘사가 말을 가로챘다. 열이 오르는 걸 느꼈지만 통제할 수는 없었다. “여기 살던 프랑스인들이 가던 옛 디스코장이라도 있으면 모를까-”

“제가 의견 하나 내도 될까요?” 안나가 엘사의 말을 끊으며 들어왔다. 모든 사람들이 안나를 바라보았다. 안나는 얼굴이 빨개졌지만 자리에서 일어나 말을 이어갔다. “이제 점심시간이잖아요. 그러지 마시고 다들 식당으로 가서 조금 쉰 다음에 회의를 진행해요. 협의를 하면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마담 듀란드 뒤에 있던 오큰은 한시름 놓은 표정이었다. “안드레가 수프를 기가 막히게 만들거든요, 야? 식당에서 보이는 경치도 아름답지요.”


마담 듀란드는 눈살을 찌푸리고는 모든 사람들을 둘러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생각입니다” 오큰은 즉시 듀란드에게 길을 안내했다.


듀란드가 몸을 돌리자마자 안나는 엘사의 팔꿈치를 붙잡았다. “이리 와봐요.” 안나가 낮게 속삭이고는 엘사를 연회장의 반대편으로 이끌었다. 연회장을 따라 푹신한 벤치와 벽감이 늘어져있었다. 안나는 벤치에 엘사를 앉히고 자기도 옆에 앉았다.


“뭐하는 거예요?” 엘사는 문을 바라보며 속삭이듯 물었다. 문은 두 사람 뒤에서 막 닫힌 참이었다.


“저 여자 때문에 허둥지둥 했잖아요.” 안나가 간결하게 말했다.


“자꾸 제 말을 끊으니까요.”


“저도 들었어요. 진짜 개새끼네요.”


엘사는 깜짝 놀란 듯 웃음을 터뜨렸다.


“뭘 해야 하는지 들어봐요. 우선 저 사람들한테 할 말을 저한테 먼저 해봐요. 저 멍청이 앞에서 얘기하기 전에 여기서 할 말을 정하고 가자는 말이에요.”


엘사는 눈을 감고 콧대를 집었다. 그 여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엄청나게 많았지만 안나 앞에서는 도통 떠오르질 않았다. 엘사는 잠시 동안 생각을 정리하고는 다시 안나를 바라보았다.


“우선 단체에서 해온 일에 대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귀하의 단체가 없었더라면 오늘날 우리나라의 위대한 역사적 기념물들도 없었겠지요. 저희는 이 건물을 온전히 보존하려 하며 이 건물이 멋진 랜드마크로 남을 수 있도록 귀하의 단체와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안나는 격려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안나는 엘사의 말에 오롯이 집중하며 계속 눈을 마주하고 있었다. 엘사는 숨을 들이쉬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연회장을 보수하는 계획에 이 장소를 훼손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단지 현대 기준에 맞게 재단장을 하려는 것뿐입니다. 기록을 보신다면 아시겠지만, 연회장은 1970년대 중반 유행에 맞게 보수되었습니다. 하지만 저희 계획은 옛 건물의 분위기를 복원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저희는 귀하의 단체와 밀접하게 협력하며 보수 도중 일어날 수 있는 훼손이나 손상을 방지하고자 합니다.”


엘사는 말을 멈추고 눈을 깜빡였다. 자기가 방금 의도치 않게 연설을 해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꼭 해야 할 말이 하고 싶었다. 엘사는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안나에게서 시선을 피했다. “전부 보고서에 써놨어요.” 엘사는 벽을 보고 말했다.


안나가 자기 손으로 벤치 위에 있는 엘사의 손을 덮었다. “저도 알아요. 읽어봤어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듣기 전까지는 믿지를 않으니까요.”


엘사는 얼굴을 찡그렸다.


“완벽했어요, 엘사 씨. 이제 다시 회의를 시작하면 절 쳐다봐요. 저한테 한 말을 절 보고서 다시 말해요. 그 마담 개새끼한테 말고요. 알겠죠?” 안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엘사에게 손을 뻗어 일으켜주었다. 엘사는 안나를 바라보고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엘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



마담 듀란드는 자리에 서있었다. 안나는 기쁨에 겨워 춤을 추고 싶은 욕망을 겨우 억눌렀다.


엘사가 해냈다. 안나는 그럴 줄 알고 있었다. 그저 엘사에게 무엇을 해야 할지 알려주기만 하면 해결될 문제였으니까.


“서로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마담 듀란드가 말했다. “이런 문제에 대해 높으신 분이 직접 나서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게 되어 좋군요.”


엘사는 우아하게 미소 짓고는 고개를 숙었다. “합의점을 찾게 되어 기쁘네요. 서류 작업을 끝내면 내일 사무실로 찾아 뵙겠습니다.”


오큰은 찢어질 듯 미소를 지었다. “아주 좋네요, 야. 밖으로 안내해드리지요.”


엘사와 안나만 테이블에 앉은 채 모두 밖으로 나갔다. 엘사는 안나를 돌아보았다. 엘사의 얼굴 한가득 성공했다는 기쁨이 차올랐다.


“고마워요.” 엘사는 고마운 나머지 감격하여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안나도 미소 지었다. 엘사는 콜 오브 듀티에서 적팀을 완전 박살냈을 때처럼 기뻐보였다.


안나 머릿속에 무언가가 떠올랐다.


“하느님, 자비로우신 우리의 여왕을 지켜주시고 ,고귀한 우리 여왕께서 만수무강하게 하소서!” 안나가 신난 듯 노래를 불렀다.


“하지 마요!” 엘사가 말했다.


“그녀에게 승리와 행복과 영광을 주소서.”


“공공장소잖아요, 그만해요!” 몇몇 사람들이 둘을 쳐다보았다. 식당은 점심이라 사람이 꽤나 가득했다. 안나는 낄낄거리며 노래를 불렀다. “오랫동안 우리를 다스리게 하소서….” 그렇지만 노래를 끝낼 수는 없었다. 엘사가 화난 고양이 같은 표정을 짓는 통에 웃어재끼느라 노래를 부를 수가 없었다.


“진짜 골칫덩이에요.” 엘사가 중얼거렸다. 안나는 엘사가 웃음을 참으며 씰룩거리는 것을 보았다.


안나는 테이블을 박차고 일어나 엘사의 손을 잡고는 일으켰다.


“어서요, 얼음 여왕님. 우리의 승리를 축하해야죠!”


“그냥 회의였잖아요.”


“코트 입어요! 시내로 가요!”



-



‘시내로 가자’는 말은 ‘클럽에 가자’는 말이었다. 엘사는 어떻게 싫다고 해야 할지를 몰랐다. 엘사는 대학에 다니던 시절 클럽에 딱 한 번 가봤다. 평범한 사람처럼 사회화하려 노력하던 시절의 일이었다. 잘 되지는 않았지만. 바닥은 끈적거리고 음악은 시끄러웠으며 사람은 너무 많았었다.


지금 이 클럽도 비슷했다. 단 하나 더 나은 점이 있기는 하지만.


“저기요- 저기 저 남자 봤어요? 저 남자 보여요? 세상에, 저런 걸 입고서 다닌다니!”


그건 바로 술 취한 안나지. 평소 안나와 비슷하지만 좀 더 심했다. 둘은 스테이지 바로 앞 테이블에 앉아있었고 안나는 엘사 팔에 매달려 있었다. 안나는 모든 것을 보며 키득거렸다.


하지만 안 좋은 점도 하나 있었다. 안나는 이미 세 잔이나 마신 상태였다. 그리고 자꾸 엘사에게도 술을 권했다.


“못 마셔요. 제가 마시면 누가 리조트까지 다시 운전해요?”


안나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 “그치만 마셔야 재미있는데!” 안나가 엘사 어깨에 고개를 파묻으며 말했다. 엘사는 어깨로 안나의 숨결이 느껴졌다.


“이미 안나가 둘 다 재미있게 해주잖아요. 저는 안전하게 돌아가는 데에 집중할게요.”


입술이 더 삐죽 나왔다. 엘사는 고개를 흔들고는 안나에게 웃어주었다. 엘사는 안나 얼굴을 쓰다듬으며 삐죽 나온 입술을 자기 입술로 넣어주고 싶다는 욕구를 참고 있었다.


엘사는 안나가 택시 타면 되지 않느냐고 물을 정도로 제정신은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엘사는 리조트까지 먼 길을 갈 택시비 낼 형편은 됐지만 그러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안나 근처에서 술에 취할 수는 없었다. 안나 옆에 있을 때는 제정신이어도 스스로를 믿을 수가 없었다. 엘사는 결국 안나에게 키스하려 들 테니까. 아님 안나를 붙들고 울거나. 아님 둘 다 하겠지.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저랑 춤 출래요?” 안나가 묻자 엘사는 얼어붙었다.


나쁜 생각이라고 엘사의 뇌가 말했다. 연회장에서도 아슬아슬했으니까. 다른 커플들이 서로 부여잡고 있는 클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음… 저는 그닥… 그러고 싶지가….”


안나는 다시 키득거렸다. 안나는 장난스레 엘사의 코를 톡톡 건드렸다. “당황할 때 엄청 귀엽더라구요. 그거 몰랐죠?”


안나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한 잔 더 가져올 건데 진짜 안 마실 거예요?”


엘사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안나는 즐거운 듯 손을 흔들어주고는 바로 향했다.


엘사는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앞으로 몸을 숙여 콜라를 한 모금 마셨다. 엘사는 턱을 괴고서는 춤추는 사람들을 지켜보았다. 모두들 몸을 부비고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음악 소리가 너무 커서 쿵쿵 거리는 낮은 음 밖에 들리지 않는데도. 한 커플은 스테이지 옆에서 자기들 외에는 아무도 없는 것처럼 느리게 춤추고 있었다. 어떻게 저럴 수 있지? 세상으로부터 자기들을 격리하고는 둘만 함께 있다니.


불안하게도 그 광경을 보고나니 엘사 머릿속에 연회장에서의 일이 떠올랐다.


좋게 끝나지는 않을 거야. 엘사는 하루 동안 그 말만 벌써 백만 번 째 반복한 참이었다. 엘사는 안나가 저지르는 일 하나하나에 미칠 것만 같으면서도 아무 조치를 할 수가 없었다.


엘사는 계속해서 사람들을 지켜보았고 불편한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일 분 쯤 지나고 엘사는 안나를 찾았다. 안나는 손에 술을 들고서는 키 크고 머리색이 어두운 남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엘사에게 말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안나의 얼굴은 보였다. 안나는 자꾸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빠져나갈 구멍을 찾는 모양이네. 엘사는 아주 살짝 몸을 일으켰다.


남자가 안나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는 몸을 가까이 기댔다.


엘사는 속이 꼬이는 것 같았다. 당연히 저 남자가 들이대니까 그렇지. 원하지도 않는 사람한테. 엘사가 속으로 생각했다.


안나는 남자에게서 살짝 떨어졌지만 바로 향하는 사람이 많아 사이에 갇힌 꼴이 되었다.


엘사는 자기가 바를 향해 가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했다. 엘사 머릿속에는 안나가 저 남자 때문에 행복하지 않고 누구라도 도와주기를 바란다는 사실만 가득 찼다.


“같이 온 사람 있어요.” 가까이 다가가자 안나가 하는 말이 들렸다. 안나는 어깨에서 남자의 팔을 치우던 참이었다. 남자가 불쾌한지 표정을 구기고 있었다.


“춤만 추자니까요. 가요.” 남자는 프랑스어 억양이 심했다. 남자가 안나의 손을 붙잡자 안나는 눈살을 구겼다.


“가세요.” 안나는 옆으로 한 발짝 물러나며 말했다. 남자가 안나를 막아섰다.


“야!” 엘사가 외쳤다. 엘사는 남자를 밀치고는 안나와 남자 사이에 섰다. “튀 느 린테레쎄 파. 디게쥐.”


남자는 순간 놀랐는지 눈을 가늘게 뜨더니 히죽 웃었다.


세 라 블롱드?” 남자가 음흉하게 물었다. 엘사는 얼굴이 빨개졌지만 물러나지 않았다.


위, 세 라 블롱드. 꺄 떼 포즈 어 포블렘?


남자는 엘사를 가만히 보더니 한 발 물러섰다. 그러고는 어깨를 으쓱했다. “쁘 임뽀르트, 라 귄.” 남자는 말을 마치고는 자리를 떴다.


바 떼 뻬아 푸트와, 쿤나!” 엘사가 남자를 향해 소리 질렀다. 엘사는 남자가 사람들 속으로 사라질 때까지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고 너무 화가 나서 남자를 쫓아가 얼굴에 주먹을 한 방 먹여주고 싶었다. ‘라 귄!’이라니. 남자는 두 사람을 동성애자라며 욕한 셈이었다. 그것도 모자라 안나를 괴롭히다니…. 어느 멍청이가 안나를 보고 작업걸기 좋아보인다고 생각하지?


“왜 저한테 금발머리라고 했어요? 전 빨간머리인데.” 엘사는 당황해서 눈을 피했다. 안나는 이마에 주름이 지도록 생각을 하는 모양이었다. 술 때문에 얼굴은 붉었다. 엘사는 안나가 프랑스어를 몰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안나를 자기 애인이라고 부른 것도 문제지만 엄청 상스럽게 말한 것도 있기 때문에.


“그냥 자주 쓰는 표현이에요.” 엘사는 그렇게 말하고는 안나의 손을 붙잡고 출구 쪽으로 끌 고 갔다. “자, 이제 가요.”



-



일주일이 순식간에 흘렀다. 안나는 그 시간이 너무 즐거워서 믿기지가 않았다. 엘사는 느리지만 점점 미소도 늘고 농담도 하더니 나중에는 꽤 편해 보였다. 회의가 좀 더 있었지만 엘사가 전부 멋지게 해치웠다. 수요일에는 모든 단체들이 꽤나 만족스럽게 협의안에 동의했다. 덕분에 시간이 많이 남아 엘사는 스키를 탈 수 있었고 안나는 그런 엘사를 즐겁게 감상했다.


“제가 여기 왜 온 거예요?” 안나가 물었다. 목요일이었다. 엘사는 안나더러 발에 긴 판자 두 개를 끼우고는 언덕에서 멋들어지게 고꾸러지자고 말했다. 안나는 리프트에 앉아 스키를 타고 내려가는 사람들을 쳐다봤다. 안나는 패닉에 빠지기 일보직전이었다.



“저한테 하고 싶다면서요.” 엘사가 지적했다.


“냉큼 좋다고 할 줄은 몰랐죠!”

“가장 쉬운 코스로 갈 거예요. 느리게만 가면 괜찮아요.”


안나는 두 사람의 상황이 바뀌었다고 생각했다. 원래 침착하게 상대방을 달래주는 사람은 안나였다. 반대편에서 불안해하는 사람이 아니라. 엘사는 허공에서도 편안한 듯 불안해하는 안나를 즐겁게 지켜보며 리프트에 등을 기대고 앉아있었다.


안나는 그런 엘사가 엄청 섹시한지 아님 엄청 짜증나는지 구분할 수가 없었다.


“내릴 준비 해요.” 엘사가 주의를 줬다. 두 사람은 언덕 꼭대기에 도착했다. 리프트가 플랫폼에 도착하자 엘사는 안전바를 올렸고 안나는 엄청 긴장했다. 안나의 스키가 약간 잘못된 각도로 땅에 닿았다.


엘사가 안나를 붙잡았다. 엘사는 안나가 계속 자기 스키에 걸려 넘어지는 모습을 보며 웃었다.


“엄청 쪽팔리네요.” 안나가 무미건조하게 말했다. “이럴 때 사진이라도 찍어야 뭐가 남죠.”


안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일주일동안 사진을 거의 찍지 않았다. 안나는 너무 재미있는 일주일이라 정신없이 바빠서 그랬다고 생각했다.


“젠장, 핸드폰이 어디있지.” 안나는 빈 주머니를 뒤지며 말했다.


“어….” 엘사가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키며 말했다. 안나는 손가락 끝을 따라 방금까지 앉아있던 리프트를 바라봤다. 파란 아이폰이 언덕을 따라 느리게 내려가고 있었다.


“미친!” 안나가 몸을 돌리며 말했다. 안나는 리프트가 언덕 아래까지 내려가 누군가 자리에 앉을 때 일어날 일을 떠올렸다. 앵그리버드의 마지막 판을 이제 막 깬 참이었다. “저 아래까지 후다닥 내려갈 수 있지 않을까요.” 안나가 말했다.


십 년 만에 처음 스키 타는 주제에? 안나는 언덕을 슬쩍 보고는 자기도 모르게 한 걸음 물러났다.


안나가 다시 발이 걸려 넘어질 뻔해서 엘사가 안나를 붙잡았다. “저는 할 수 있을 걸요.” 엘사가 안나를 일으키며 웃는 얼굴로 말했다. “제가 가는 동안 넘어지지 마요.”


엘사는 가파른 언덕을 향해 돌더니 슬로프를 따라 수직으로 내려갔다. 안나는 엘사가 몸을 웅크리고 언덕을 나는 것처럼 내려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바람 때문에 엘사의 머리가 휘날렸다.


“우와.” 안나는 숨을 들이켰다. 저런 사람을 어디서도 본 적이 없었으니까. 안나는 엘사가 바늘처럼 작게 보일 때쯤 느린 몸짓으로 슬로프 밖으로 움직였다. 그러고는 늘어진 나무 옆에서 엘사가 다시 올라오기를 기다렸다.


엘사는 십 분 정도 지난 뒤에 다시 나타났다.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손에 안나의 핸드폰을 들고는 언덕 정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엘사는 리프트에서 우아하게 내리더니 안나를 향해 미끄러져 내려왔다.


엘사가 핸드폰을 건네주었다.


안나는 꺅 비명을 지르더니 엘사 목에 팔을 감았다.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안나는 엘사의 뺨에 열정적으로 키스를 퍼부었다.


안나는 엘사 뺨이 빨개진 것을 보고는 재빨리 팔을 풀었다.


젠장, 멍청한 안나 같으니.


“아… 고마워요.” 안나가 땅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에요.” 엘사가 말했다. 안나는 엘사를 살짝 훔쳐보고는 웃음을 터뜨렸다.


“왜요?” 엘사가 의심이라도 하는 듯 눈살을 찌푸리고는 물었다.


안나는 미소가 새어나오는 입을 손으로 가렸다. 자기 립스틱 때문에 엘사의 한 쪽 뺨이 분홍색이었다. 안나는 겨우 정신을 추스르고서는 손을 내렸다.


“아무 것도 아니에요.” 안나는 계속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안나는 초보자 코스 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어서요. 이 지긋지긋한 산에서 나가자구요.”


“뭐가 그렇게 웃겨요.” 엘사가 쫓아오며 물었다.


“아니에요.”


안나는 언덕을 내려오면서 겨우 두 번 넘어졌다. 오두막에 다시 도착했을 무렵, 오큰이 엘사를 발견하고는 얼굴 한 가득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축하하는 의미로 와인 한 병 가져다 드릴까요?”


“무슨 말이에요?” 엘사가 물었다. 그러더니 입구에 장식된 수많은 거울 중 하나에 비친 자기 얼굴을 포착했다. “안나!”


안나는 이미 바보처럼 낄낄대며 엘리베이터를 향해 도망친 뒤였다.


안나가 신발을 찾아 침대 아래로 고개를 박고 있을 때 전화가 울렸다. 안나는 후다닥 몸을 일으키다 침대에 머리를 박았다.


“아야.” 안나가 핸드폰을 집으며 말했다. 안나는 아픈 부위를 문지르며 문자 메시지를 읽었다.


이봐요, 이쁜이. 나 잊은 거 아니죠:) 오늘 영화보러 갈래요?


문자를 보니 속이 불편하고 쥐어 짜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럼요. 안나가 답장했다. 왜 불안한 기분이 들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한스였다. 한스를 본다는 사실에 신나야했다. 어쨌든 일주일이나 못 봤으니까.


어쩌면 일주일동안 한스 생각을 전혀 안 해서 그럴지도 모른다. 일주일동안… 다른 문제를 생각하느라 바빴으니까.


“어떻게 했길래 양말이 약품 들어있는 서랍에 들어가 있어요?” 안나는 엘사 목소리가 들리자 문자에 대한 건 까맣게 잊었다.


“뭐라구요?” 안나가 침대 옆 협탁에 핸드폰을 내려놓고는 물었다. 엘사는 화장실에 있었다. 안나는 서랍이 여닫히는 소리를 들었다. 화장실로 가면서 보니 모든 짐이 꼼꼼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이 양말 한 짝이요.” 엘사가 다시 말했다. “약 두는 서랍 속에요.”


“그게 왜 제 양말이라고 생각해요?” 안나가 놀리듯 물었다.


엘사는 화장실 문 밖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이거요.” 엘사가 양말을 흔들며 말했다. “이거 제 양말 아니에요.”


플라밍고가 수놓아진 양말이었다.


“일리 있네요.”


엘사가 양말을 던져 안나 얼굴을 맞혔다.


“그만 꾸물거려요. 두 시간 안에 공항으로 가야해요.”


안나는 엘사가 무어라 구시렁대는 소리를 들었다. 이게 바로 자기가 알던 엘사지. 진짜 엘사.


그리고 자기만의 엘사였다. 안나는 이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 오직 나만이 볼 수 있는 엘사.


안나는 자기가 바보처럼 웃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고는 잃어버린 남은 양말을 찾기로 했다.


“윽, 도착하면 깨워주세요.” 엘사가 기내 상영 영화가 무엇인지를 듣고는 좌석에 몸을 묻으며 말했다. 시스의 복수라니.


“그렇게 나쁜 영화는 아니에요.” 안나가 말했다. 안나는 그게 극장에 개봉했을 때 봤던 걸 간신히 기억해냈다.


엘사는 대답 대신 눈을 감았다.


안나는 핸드폰을 꺼내 템플런을 하기 시작했다.


십오 분이 지났다. 안나는 엘사가 자기 어깨에 머리를 기대는 통에 깜짝 놀랐다. 엘사는 완전히 잠든 상태였다. 안나는 미소 지으며 부드러운 손길로 엘사의 앞머리를 넘겨주었다. 엘사는 미동도 없었다.


참 완벽하기도 하지.


안나의 속이 다시 꼬이기 시작했다. 안나는 드디어 깨달았다.


한스가 재미있고 로맨틱하고 잘생기고 여러모로 완벽하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엘사도 같은 생각을 하는지 모른다고 해서, 또 둘이 완전 잘 어울린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었다. 안나는 엘사에게 제대로 반했다. 안나는 어서 월요일이 돼서 다시 일하기를 바랐다. 엘사와 좀 더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까. 한스와 저녁을 함께 보내는 것보다 엘사와 일하는 게 더 기대됐다.


엘사는 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좀 더 움직였다. 그 통에 고개가 안나의 어깨보다는 가슴팍에 기대어져 있었다.


한스와 헤어져야 해.


*중간에 나오는 '마 블롱드 ma blonde' 이건 퀘벡에서 쓰는 표현으로 '내 여자친구'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추천 비추천

65

고정닉 12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힘들게 성공한 만큼 절대 논란 안 만들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10 - -
공지 음란성 게시물 등록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163] 운영자 14.08.29 167262 509
공지 설국열차 갤러리 이용 안내 [2861] 운영자 13.07.31 439696 286
1123711 청정한 헬요일 ㅇㅇ(223.62) 00:18 10 0
1123709 뒤조심)아 되게 충격적인 짤 봫는데 얘기할데가 여기밖에 없어 [7] ㅇㅇ(110.47) 06.09 64 0
1123708 디시 이미지 왜 깨져... ㅇㅇ(223.62) 06.09 11 0
1123707 누가먼저 보내나 시합! [1] ㅇㅇ(223.62) 06.09 25 0
1123706 일편단심 안개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9 24 0
1123705 넘쳐나는 go간 [1] ㅇㅇ(223.62) 06.09 29 0
1123704 축 늘어진 흰 옷에서 꼬물꼬물 기어나오는 아기 [1] ㅇㅇ(223.62) 06.09 23 0
1123703 설갤 단점 ㅇㅇ(223.33) 06.09 15 0
1123702 설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9 22 0
1123701 그런가 [2] 설갤러(118.43) 06.09 16 0
1123700 아니 69라고 설갤러(118.43) 06.09 14 0
1123699 크 69가 와버렸다!!!! 설갤러(118.43) 06.09 14 0
1123698 엘산나를 만난게 행운이야 [5] ㅇㅇ(223.62) 06.08 31 0
1123697 배거파 [1] ㅇㅇ(110.47) 06.08 17 0
1123696 오늘막글 ㅇㅇ(223.62) 06.08 15 0
1123695 어 내일이 69잔아 ㅇㅇ(223.62) 06.08 14 0
1123694 쥬미 영화 보러옴 ㅇㅇ(211.234) 06.08 17 0
1123693 안탄절 지나면 엘탄절도 금방 ㅇㅇ(223.62) 06.08 16 0
1123692 모험가 안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8 20 0
1123691 싯발 언제 비 그친거냐 [1] ㅇㅇ(223.62) 06.08 20 0
1123690 수상하게 칼을 잘쓰는 안줌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8 31 0
1123689 뭐지? 결혼식인가? [5] ㅇㅇ(211.234) 06.08 56 5
1123688 정령을 잡아다 예쁘게 묶어 공물로 바치기 ㅇㅇ(223.62) 06.08 22 0
1123687 혐퀘후식사 [2] ㅇㅇ(211.234) 06.08 19 0
1123686 오늘은 자동으로 실내활동 [1] ㅇㅇ(223.62) 06.08 19 0
1123685 자연스레 깊어가는 둘의 관계 ㅇㅇ(223.62) 06.08 21 0
1123684 아찜글 ㅇㅇ(211.234) 06.08 15 0
1123683 새벽글 [1] ㅇㅇ(115.138) 06.08 17 0
1123682 다다음주가 안탄절이네 곧 [2] PeopleOfArendell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8 33 1
1123681 안나가 엘사를 [1] ㅇㅇ(223.62) 06.07 31 0
1123680 엘산나의 금요일 ㅇㅇ(223.33) 06.07 16 0
1123679 여전히 존버중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26 0
1123678 안나vs안나는 기존쎄 대결일듯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34 0
1123677 애틋하게 뺨쓰담 ㅇㅇ(223.62) 06.07 21 0
1123676 눈 깜짝할 새 킹요일 ㅇㅇ(223.62) 06.07 21 0
1123675 원하는 초능력을 얻는 대신 댓글이 부작용을 정해줌 [18] ㅇㅇ(115.138) 06.07 86 0
1123674 크으 모닝갤먹 [1] ㅇㅇ(223.62) 06.07 23 0
1123673 [그림] 원치 않은 신앙 [10] 애호박쥬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105 10
1123672 기억 속에서 지워졌던 창작물 [6] 케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112 11
1123671 세명이서 서로 아래 핥으려면 원을 그려야하냐 [3] ㅇㅇ(223.62) 06.06 53 0
1123670 프로즌 ost는 언제 들어도 좋아 [2] 설갤러(118.43) 06.06 24 0
1123669 크읏 이러다 울룩불룩 설줌이 돼버렷 [1] ㅇㅇ(223.62) 06.06 28 0
1123668 엘사만 만나면 움츠라드는 안줌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36 0
1123667 태어날 때 부터 얀데레 엘사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48 0
1123666 안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23 0
1123665 이럴 때 정신놓으면 갓반인 된다 [2] ㅇㅇ(223.62) 06.06 32 0
1123664 말라간다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25 0
1123663 단편이나 떡밥 내놔!!! ㅇㅇ(211.234) 06.06 24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