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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Lullaby - 5

불멸에관하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2.31 20:24:45
조회 682 추천 36 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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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llaby - 1

Lullaby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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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허가 그녀를 품었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공간 속에서 그녀는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어떻게든 속도를 줄이려는 그녀의 손짓이 무색하게도 그녀의 힘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고 있었다. 꿈이야, 꿈이니까 괜찮을 거야. 그런 다짐과는 다르게 그녀의 행동에서는 다급함이 보였다. 


  풍덩, 엘사의 몸이 바다에 잠겼다. 꿈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한기가 폐부를 찔렀다. 몇 달 전 있었던 일이 뇌리를 스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녀를 물속에서 건져 올려 줄 존재가 없었다. 


  의도와는 상관없이 주변의 물이 얼어갔다. 손목, 그리고 팔목마저 얼어붙은 얼음으로 인해 움직일 수 없었다. 몸부림을 쳐 봐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그리곤 이내,


  손과 발,


  벗어날 수가 없어…!


  팔과 다리,


  안돼, 또 얼어붙어서는...


  명치 언저리,


  내 동생이...


  목,


  안나.


  그리고 얼굴.




  “헉, 헉…”


  익숙한 천장이었다. 온몸이 땀에 절어 있었다. 머리는 산발이 된 채로 흩어져 있었다. 엘사는 황급히 상체를 일으켜 주변을 둘러보았다. 전부 잠에 들기 전 보았던 그대로였다. 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악몽과 현실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걸친 것일까, 뒤늦게 찾아온 통증이 온몸을 뒤덮었다. 그저 그냥 꿈이었을까? 앞으로 있을 여정에 대해 경고해 주는 것일지도 몰랐다. 


  엘사의 몸을 한번 휘감았던 고통은 가시지 않고 그녀의 정신을 좀먹고 있었다. 갓 아토할란에 도달했을 때 느낀 것과는 차원이 다른 고통이었다. 자신도 이렇게 죽을 것만 같은데, 자신을 구해줄 때 안나는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자책이 머릿속을 뒤덮었다. 


  ‘두 번 다시 안나에게 고통을 주지 않겠어.’ 그녀가 내린 결론이었다.


  고통이 가시자,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꿈에서 나타난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한 줄기의 눈물이 그녀의 뺨을 타고 흘렀다. 아름다운 목소리는 하나의 선율을 만들어 제게 흘러왔다. 


  기억의 강으로 오려무나, 아가야.

  네가 가진 모든 의문에 대한 길이 숨겨져 있단다. 


  아토할란이 다시 부르고 있었다. 모든 것을 아는 기억의 강에 자신의 길도 숨겨져 있을 것이다.


  엘사, 처음과 끝이 만나는 곳-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란다. 


  … 그리고, 어머니가 남긴 말 중 마지막 말. 처음과 끝이 만나는 곳. 희망이 보였다.


  엘사는 한 달 전 놓아버려야만 했던 불씨가 다시 지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토할란만 건재하면 부모님이 어떻게 되었는지, 그리고 혹시나 하는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찾을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 아토할란이 무너지자, 자기 자신도 무너졌다. 무너진 자신의 마음속에는 어두운 목소리가 자리 잡았다. 이 굴레를 끊어버릴 도박이 떠올랐다. 고통으로부터의 도피, 찾아올 영원한 안식. 하지만 떠오른 한 사람, 안나. 나를 위한 도피가 그녀를 영원한 고통의 늪으로 이끄리라. 


  그런 생각을 접은 것이 다행이었다. 짧은 대면이었지만, 어머니를 자신의 두 눈에 새길 수 있었다. 망망대해에서 한 줄기 빛을 본 것과 같았다. 아토할란이 자신을 부른 이상, 최대한 빠르게 가야만 했다. 이번에도 이 빛을 놓치게 된다면, 악몽이 현실이 될 것만 같았기에.




  다음으로 떠오른 것은 안나였다. 둘도 없는 자신의 동생. 아무것도 모른 채 안도하고 있는 자신의 동생. 강인하지만 자신에겐 아직 어리기만 한 동생. 그런 아이를 두고 얼마나 걸릴지 모를 여행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서글펐다. 


  엘사는 침대에서 일어나 방구석에 놓여 있는 책상으로 향했다. 그 위에는 가지런히 정리된 종이와 곤히 잠들어 있던 깃펜이 뉘어 있었다. 깃펜을 들어 잉크를 먹였다. 한 글자, 한 글자가 종이 위에 수놓아졌다. 


  ‘이 정도라면 안나를 안심시킬 수 있겠지.’




  자신의 방문을 열고 복도로 나왔다. 뚜벅, 뚜벅- 고요한 복도에 그녀의 발걸음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제 동생의 방으로 가는 길은 멀고 길었다. 이 긴 복도를 가로질러 제게 다가와 주었던 제 동생의 모습을 떠올렸다. 마음 한 구석이 저려왔다.


  어느새 안나의 침실 앞에 도착하자 엘사는 방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문 틈 사이로 안나가 조용히 코를 골면서 자는 모습이 보였다. 자고 있는 것을 확인한 엘사는 방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세상에, 이게 무슨 냄새야?” 엘사가 읊조리듯 조용히 말했다. 


  이상한 냄새가 방 안을 뒤덮고 있었다. 엘사의 눈썹이 일그러졌다. 달콤하지만 톡 쏘고 가시가 숨어 있는 향이었다. 불길했다. 주변을 둘러 향의 근원지를 찾으려 해도 어디서 새어 나왔는지 알 수 없었다. 엘사는 다급히 창문을 열어 게일을 불렀다. 방 안의 공기를 한번 빼자 신선한 공기가 가득했다. 엘사는 가지고 온 종이를 들고 안나가 잠을 청하고 있는 침대로 다가갔다. 


  침대에는 자신의 사랑스러운 동생이 잠을 청하고 있었다. 내일 있을 부모님의 동상 공개 행사 준비에 바빴던 탓일까, 몹시 피곤해 보였다. 엘사는 손을 들어 안나의 뺨을 한번 쓰다듬었다. 


  ‘미안해, 안나. 네게 벌을 꼭 받을게. 이것만 끝나면,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


  엘사는 안나의 이마를 정돈해 주고 옆에 편지를 두었다. 어찌나 자는 모습도 사랑스러운지 발걸음이 쉬이 떼지지 않았다. 눈을 꾹 감고 발코니로 나오자 시원한 바람이 그녀를 맞이했다. 뒤를 돌아 자고 있는 자신의 동생을 바라보았다. 


  “다녀올게, 안나.”


  찬 바람이 방 안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창문을 닫으며 말했다. 얼음으로 만든 계단을 통해 협곡으로 나가자 녹크가 광채를 뽐내며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의 동생이 보낸 답장을 받을 때까지만 노덜드라에서 지낼 생각이었다. 녹크는 그런 의중을 알겠다는 듯이 바삐 달렸다. 


  엘사는 안나가 이 모든 비밀을 몰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두고 온 자의 뺨에 무언가가 흐르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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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한두편 안으로 완결이 될 것 같아오

준비한 이야기를 다 쓰려면 한참 남았는데.. 이렇게 끝내게 되어서 저도 섭섭해오

이해가 안되거나 궁금한 사항 있으면 댓글로 남겨주새오 언제든지 답변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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