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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올라프는 먹는게 아니야 5모바일에서 작성

강니악갴ㅋㅋ(175.193) 2020.01.02 14:18:03
조회 1586 추천 92 댓글 18






세 달만에 보는 꿈속의 엘사는 여전히 아름답고 상냥했다. 그게 미치도록 그리워서 한번 터져버린 눈물은 좀처럼 멈출줄 몰랐다. 왜 이제왔어. 지금껏 그렇게 바래도 한번도 꿈에 나오지 않았으면서.

엘사 미워. 미워죽겠는데. 뒤섞인 울음과 말들이 쏟아져내렸다.


"으흑... 나... 나 아파아...흐흡...엘... 흑..."


아프다는 말이 자꾸만 눈물과 쏟아져 나왔다. 나 아파. 머리도 아프고. 목도 아파. 눈도 뜨겁고 속도 울렁거려. 온몸이 너무 아파. 아파 엘사.

안나는 마치 어린 아이처럼 엘사의 손에 매달렸다. 마치 떨어지고서는 숨을 못쉬는 것처럼.

엘사는 누워있는 안나의 이마 위에 키스를 떨어트리며 흐르는 눈물을 닦아줬다. 쉬이이잇. 계속 울며 머리 아파.

다정한 말과 행동에 안나는 히끅거리는 딸국질을 하며 엘사의 손을 두 손으로 붙잡았다.


"어, 언니. 흐흡...... 힉! 여, 기... 있어. 가... 흑 가지마아..."


제발. 제발 가지마.

열기로 얼룩진 안나의 얼굴에 엘사의 표정이 한껏 어두워졌다. 어룬다고 달래지기는 커녕 금방이라도 넘어갈 듯한 눈을 억지로 깜빡이며 엘사를 붙잡았다.


"안나. 그만 울렴. 네 옆에 있을거야. 응?"


"흡... 거짓... 말... 흐흑...언니는 꿈에서도 거짓말만해..."


자꾸만 벅차오르는 울음에 안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내가 이 꿈에서 깨면 사라져버릴거면서. 그럴거면서. 언니는 거짓말쟁이야. 항상. 나만 두고 가버리잖아. 나를 지켜준다고 해놓고서 항상 내 마음은 텅 비어버리게 만들어 놓잖아.


"오, 입술 깨물지마렴. 상처나잖니."


엘사는 앙 다문 안나의 입술과 벌겋게 달아오른 눈 위로 짧게 키스를 떨어트렸다. 그리고는 제 손을 붙잡고 있는 안나의 손등에도 짧게 키스를 떨어트렸다. 그 모습이 마치 여왕에게 예를 갖추는 것처럼 보였다.


"...I love you, Anna."


엘사의 벽안이 안나의 청안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 안나는 심장이 찌릿 아픈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마치 아픈 고백을 듣는 기분이였다.


"...맹세할게. 널 지키기 위해서라면 나는 뭐든지 할거야."


"엘사...히끅! ...흑....가지마...응?"


"네가 원한다면... 금방 올게. 정말로."


안나의 이마 위로 다시 한번 키스를 떨어트린 엘사가 덧붙였다.


"그러니까 좀 자도록 하자, 안나. 자장가 불러줄까?"


엘사가 침대 한편으로 올라와 안나를 품에 꼭 안으며 물었다. 울어서일까. 머리가 통째로 빙글빙글 도는 것 같았다. 두 눈은 뜨거워서 이젠 도저히 뜨고 있기도 힘들었다. 안나는 히끅거리며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곧 엘사의 입에서 잔잔한 아토할란의 자장가가 흘러나왔다. 그 소리가 점점 멀어지는 걸 느끼며 안나는 까무룩 정신을 잃었다.



안나의 방문이 조용히 열렸다가 닫혔다. 복도로 나온 엘사는 문에 기대어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피곤한건지 눈 밑이 퀭한것이 안색이 어두웠다. 엘사는 한쪽으로 묶었던 머리끈을 풀어냈다.

스르륵. 긴 머리카락이 흘러내렸다. 남색의 벨벳 드레스와 길게 늘어트린 생머리가 조금 어색하게 느껴졌다. 진짜 자신이 온걸 안나가 눈치 채진 않았겠지.


"엘사?"


복도 저 끝에서 올라프의 목소리가 들렸다. 올라프와 스벤, 크리스토퍼가 걱정스런 시선을 보냈다.


"안나는 방금 잠들었어요."


"들키지 않았나요?"


크리스토퍼의 물음에 엘사는 쓰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뭐로 정신없는 새벽이였다.

지난 세 달을 엘사는 거의 무아지경 상태였다. 자는 시간도 줄이면서 숲의 복구와 노덜란드 사람들의 주거생활이 안정될 수 있도록 돌봤다.

바쁜 일에 몰두하면 그나마 나을까. 바쁜 일이 어느정도 정리가 되면 안나의 말대로 아렌델 성에서 같이 생활하며 숲을 돌보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 하지만 자신은 아렌델에 더이상 갈 수가 없는데...  엘사는 매일 밤 그 생각뿐이였다.

매일 밤. 아무도 오지 않는 숲속에서 웅크린 채 숨 죽여 우는 엘사 주변으로 브루니와 정령들이 걱정스래 몰려들었다. 가끔씩은 종종 허니마린이 걱정스런 얼굴로 찾아와 아무말 없이 엘사를 달래주고는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뻥 뚫려버린 가슴 가운데서 퍼져가는 차가운 냉기를 억누르기가 힘들어졌다. 분명 그 냉기는 3년 전 아렌델을 꽁꽁 얼려버린 그 날것의 감정이였다.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들이 또 아렌델을 얼려버릴까봐 엘사는 두려웠다. 엘사는 아렌델이 이례적으로 가장 추운 겨울을 맞이한 것이 자신이 억누르고 있는 감정들이 새어나가서라는 걸 알고 있었다. 억누르고 있는 감정들이 터져버릴까봐 엘사는 무서웠다.

오늘도 그런 밤이였다. 같은 상황을 떠올리며, 같은 고민 속에서 허우적대며 울고만 있는. 무서워서 울고, 쓸쓸해서 울었다. 올라프의 말을 전해들고 온 게일이 오기 전까지만 해도.

엘사는 옅게 미소 지으며 올라프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당근코를 한번 톡 건들였다.


"고마워. 올라프."


"난 그저 게일에게 안나가 아주 많이 아프다고 엘사에게 전해달라고 했을뿐인걸. 그리고 게일은 항상 안나가 나가있던 발코니 근처에서 맴돌던데? 안나는 겨울이여서 그런지 모르는 눈치인것 같지만."


"...날 걱정해서 대신 안나를 보러갔나봐."


엘사는 눈썹을 팔짜로 늘어트리며 대답했다. 게일의 말을 듣고 무슨 정신으로 아렌델에 온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그저 안나가 아주 많이 아프다는 말만 머리에 맴도는 상태였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서부터였다.


\'하지만... 안나가 그랬는걸. 지금의 엘사랑은 얘기하기 싫다고.\'


올라프의 말에 엘사는 입술을 깨물었다. 가장 중요한 문제였다. 자신은 지금 아렌델에 출입해서는 안되는 인물이고, 무엇보다 안나가 올라프에게 그렇게 말했다면 자신을 보고 화가 나서 열이 더 오르지 않을까 엘사는 걱정이 앞섰다.

그때 올라프가 소리쳤다. wait, wait. 그리고 올라프는 쪼르르 엘사의 방으로 달려들어가더니 곧 엘사의 옷 한번을 꺼내들고 왔다. 안나가 성탄절날 선물했던 그 옷이였다.


\'이걸 입으면 재작년의 엘사가 되잖아!\'


\'올라프. 옷을 갈아입는다고 지금의 엘사가 아닌건 아니야.\'


크리스토퍼가 한숨을 쉬며 지적했다.


\'아니야?\'


크리스토퍼의 말에 올라프가 시무룩한 얼굴로 치켜들었던 남색 벨벳옷을 내렸다. 하지만 엘사는 곧 뭔가를 발견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오, 잠깐만이라도 안나가 괜찮은지만 볼 수 있다면 올라프 네 말이 맞아!\'


엘사는 새삼 자신이 입은 벨벳 드레스를 내려다 보았다. 매년 겨울이면 즐겨입던 가장 좋아하는 옷이였다.


"머리도 묶지 않고 입으니까 이상한가?"


"아니야. 엘사. 잘 어울리는걸?"


올라프가 으흐흐흥~ 하고 웃으며 대답했다. 그 모습에 엘사가 올라프를 꼭 안아주며 말했다.


"네가 있어서 다행이야, 올라프."


"안나에게는 엘사가 있어서 다행이야."


"안나는 내 전부인걸. 오, 이만 안나가 깨기 전에 가봐야겠어."


"벌써? ...엘사. 또 올거지?"


올라프가 시무룩한 얼굴로 물었다. 엘사가 엘라프의 머리를 토닥이며 말했다.


"금방 또 꿈인척 찾아올게. 그때까지 안나 간호 잘 부탁해 올라프."


"응! 나한테 맡겨!"


"안나를 잘 부탁할게요. 크리스토퍼."


엘사가 쓸쓸한 얼굴로 웃으며 뒤돌았다. 가슴 속에서 일렁거리던 날카로운 냉기는 여전히 차갑지만 다행히 술렁거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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