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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올라프는 먹는게 아니야 6모바일에서 작성

강니악갴ㅋㅋ(175.193) 2020.01.07 20:11:42
조회 1551 추천 105 댓글 13





엘사가 떠나기 전, 그날 밤. 안나는 엘사의 방 문앞에 있었다. 미처 두드리지 못하는 방문 앞에서 안나는 목석처럼 서 있기만 했었다. 저 방 안에서 분명 엘사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걸 아는데도 문을 두드릴 수가 없었다.

노크해. 노크. 주먹 쥔 손에는 땀이 베어나오기 시작했다. 똑. 또도똑!똑! 지금까지 몇번이나 해왔잖아. 하지만 결국 들어올렸던 손을 가만히 내릴 수 밖에 없었다. 도망치듯 방 문에서 뒷걸음질로 멀어졌다.

그때 엘사가 먼저 방문을 열었다. 그 순간 안나는 마음속에 꽂 한송이가 머리를 들이미는걸 느꼈다. 계속 그렇게 내곁에서 먼저 다가와주면 좋았을텐데...

목이 불타는 것 같았다. 마치 모래따위를 삼킨 것 같은 고통에 안나가 눈을 떴다. 천장은 여전히 느리게 돌고 있었지만 어제 밤만큼 심하진 않았다. 어느새 아침인건지 창밖이 환했다. 안나는 허전한 빈 손을 들어올렸다. 꿈꾸는 내내 붙잡고 있던 손은 사라져 있었다.


"...거짓말쟁이..."


갈라진 목소리로 안나는 중얼거렸다. 갈무리 되지 못한 감정 한자락이 한쪽 눈을 타고 흘러내렸다.


"읍!"


문 쪽에서 들리는 소리에 안나는 놀란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방금 막 방을 들어온 올라프가 놀라서 눈만 데구르르 굴렸다. 손에는 죽과 약, 그리고 초콜렛이 올려진 쟁반을 든 채 였다.


"...올라프?"


"들, 들켰어?"


"뭐?"


"거짓말?"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안나는 황급히 눈물을 닦으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온몸이 근육통으로 비명을 질렀다. 안나는 반쯤 일으킨 몸을 침대 헤드에 기대며 말했다.


"아침부터 무슨 말을 하는 거니?"


올라프는 눈치를 보며 쟁반을 들고 안나에게 다가왔다.


"방금... 거짓말쟁이라고 하지 않았어?"


올라프가 죽이 올려진 쟁반을 안나의 무릎위에 올려놓으며 물었다. 설마 밤새 꿈인척 엘사가 다녀간 거짓말을 들킨건가.


"너에게 말한게 아니야, 올라프."


안나는 무릎에 놓인 죽을 수저로 힘없이 휘저으며 말했다. 죽을 한입 떠먹은 안나는 몇번 씹더니 한숨을 쉬며 수저를 내려놨다. 목도 꺼끌하고 입맛도 없는게 도저히 음식이 넘어갈 상태가 아닌듯 했다.


"안나. 오늘이랑 내일은 내가 안나 간호담당이야. 스벤이랑 크리스토퍼는 독감이 한번에 뚝 떨어지는 약을 가지러가겠다고 트롤들한테 갔어."


올라프가 수저로 다시 죽을 한스푼 떠서 안나의 입가에 들이밀며 말했다. 안나는 인상을 찌푸리더니 마지 못해 한수저를 더 받아먹었다.


"디저트로는 초콜렛?"


올라프가 쟁반에 같이 담아온 초콜렛을 내밀었다. 요새 틈만 나면 자꾸 올라프가 초콜렛을 먹이려고 드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면 착각인가. 안나는 쓰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올라프는 눈을 가늘게 뜨고 안나를 봤다.


"... 역시 안나는 어딘가 아픈게 분명해."


"독감에 걸렸잖아."


"감기는 왜 걸리는거야?"


"음... 할 일이 많고, 제대로 쉬지 못하면 걸리는거야."


안나는 잔기침을 하며 대답했다.


"그래도 스노기가 나타나지 않는건 다행이야. 안나와 엘사 둘다 기침할 때마다 스노기가 나타나면 마시멜로의 얼음성이 미어터질거야."


"스노기? Wait, 엘사가 감기에 걸렸어?"


안나가 기침을 한 덕에 울려대는 머리를 붙잡으며 물었다.


"음? 엘사는 멀쩡했잖아, 안나. 좀 많이 피곤해보이는 거 빼고는. 오, 다크서클이 어느정도 내려와야지 피곤하다고 하는거지? 참고로 난 눈이라서 다크써클이 내려오지 않아 안나."


"뭐?"


어딘가 대화가 이상하다. 웁스. 엘사를 두번이나 말했어. 올라프는 제 입을 틀어막으며 초콜렛을 입에 넣었다. 오늘따라 더 횡설수설하는 것 같다. 안나는 약을 입에 털어넣고 물을 마셨다.


"그거 알아, 안나? 브로콜리가 다크써클에 가장 좋은 음식이래."


"으...."


"참고로 저 멀리 있는 설국나라에서는 아주 맵고 먹으면 혀가 녹아버리는 용암에다가 브로콜리를 찍어먹는대."


안나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그런 아기 나무는 도대체 무슨 맛으로 먹어야할지 모르겠던데. 아주 매운 용암은 도대체 또... 올라프가 요새 보는 책들의 출처가 궁금해졌다.


"도대체 무슨 책을 보는 거야. 올라프."


"상식책에 나와있는걸. 오, 글을 아는건 정말 굉장한 일이야 안나."


"그런거 말고 동화책 같은걸 읽는건 어때?"


"동화책... 오, 그러고보니 아픈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면 잠이 잘온다는 말도 있어! 안나 동화책 읽어줄까?"


안나는 피식 웃음 짓더니 풀썩 침대에 누웠다. 자신은 아픈 아이가 아닌걸. 게다가 보통 그런건 부모가 어린 자식들에게나 그러는 행동인걸. 하지만 올라프는 끈질기게 안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결국 안나는 졌다는 듯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동화책의 이름을 답했다.


"... 눈의 여왕."


절대로 그 책과 관련된 사람을 꿈에서 보고 싶어서가 아니야. 안나는 다짐하듯 눈을 감았다.





엘사는 땀을 흘리며 자고 있는 안나의 머리를 쓸어올려주었다. 이마에서는 아직 약간의 미열이 나고 있었다. 이대로 쭉 열이 다 떨어지면 좋으련만. 엘사는 이마 위로 눈송이를 떨어트렸다. 그러자 안나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 올... 라프...?"


안나의 흐릿한 시아에 누군가 잡혔다. 남색의 벨벳 드레스, 땋아내린 백금발.


"...엘사?"


오, 잠을 깨울 생각은 없었는데. 엘사가 안나의 눈가를 쓰다듬었다.


"안나."


설마. 안나는 놀라 눈을 크게 뜨더니 저도 모르게 엘사의 팔을 붙잡았다. 벨벳의 질감이 손끝에서 미끄러지더니 그대로 몸을 일으켜 엘사를 끌어안았다. 잠시 당황한 듯 멈칫거렸던 엘사의 손이 곧 슬슬 등을 쓸어내려주는게 느껴졌다.
안나는 엘사의 목덜미에 코를 파묻고 숨을 들이쉬었다. 엘사. 엘사. 진짜로 또 나타났어.

두꺼운 옷을 잔뜩 껴입고 장갑을 낀 채 내리는 눈을 올려다보는, 주위에는 발자국 하나 찍혀있지 않는 눈이 잔뜩 쌓인 겨울 밤하늘같은 냄새가 났다. 외로우면서도 고요하고 포근한, 엘사가 늘 안고 다니는 겨울의 냄새였다.

안나는 그런 엘사의 겨울 냄새가 좋았다.


"안나?"


"엘사..."


눈의 여왕을 읽어주던 올라프의 목소리가 조금 생각났다. 첫 장이 넘어가기 전에 잠든 것 같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안나는 엘사의 목덜미에 이마를 부비적 거리며 어리광을 부리며 말했다.


"나 물..."


갈라진 목소리가 하는 요구대로 엘사는 탁자 위의 컵에 물을 따랐다. 안나는 그런 엘사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침대맡의 촛불 하나 만큼의 밝기에서서 보이는 엘사의 얼굴은 어딘가 모르게 피곤해보였다. 눈밑이 거뭇한것이 촛불로 인해 그늘진것은 아닌것 같았다.

안나는 엘사의 목에 팔을 걸친채 건내주는 물컵에 입을 대고 마셨다. 한치도 떨어질 생각이 없어서 보이는 모습에 엘사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귀여워라.

입가를 타고 흐르는 물줄기를 엘사가 손 끝으로 닦아주었다. 흡. 그게 기분좋고 묘하게 귓가를 화끈거리게 만들어서 안나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촛불 하나만 켜져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왠지 엘사의 미간이 조금 찌푸려졌다.


"입술."


"어?"


"... 깨물지 말라니까."


당황한 속도 모르고 엘사가 안나의 얼굴을 끌어당겨 짧게 입술에 키스를 떨어트렸다. 분명 어제밤에도 우는 자신을 달래려고 했던 행동이였는데. 맙소사. 안나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어... 어?"


새빨게진 안나의 얼굴에 엘사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컵을 치웠다. 물컵을 올려둔 탁자 위에는 오전에 올라프가 가져다둔 초콜렛 접시가 놓여있었다. 다시한번 엘사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아픈 와중에도 초콜렛을 찾는 모습이 퍽이나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였다.


"안나. 초콜렛 먹을래?"


"어?"


엘사가 초콜렛 한알을 입앞으로 내밀었다. 엘사의 어깨를 잡고 있던 손끝이 움찔 떨렸다.


\'올라프. 난 초콜렛이 싫어. 초콜렛을 먹으면 울어버릴지도 몰라.\'


할말을 잃은 듯 안나의 입술이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했다.

...무슨 맛이였더라 초콜렛이? 지난 세달동안 절대 입에 대지 않았던 음식이였는데. 엘사가 떠나고 난 뒤부터는 그 맛만 떠올려도 입안이 쓰고 텁탑해지는 초콜렛.


"...싫어. 초콜렛."


"어?"


"다는."


너무 많은걸. 안나가 대답했다. 그 말에 엘사가 놀란듯 눈을 크게 떴다. 그게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여서인지 초콜렛을 든 자신의 손을 안나가 밀어내서인지 모르겠지만, 엘사는 자신이 내민 초콜렛이 다시 제 입술에 닿자 그대로 말을 잃었다.

엘사의 손에서 시작된 초콜렛은 안나의 손을 거쳐 다시 엘사의 입술에 물렸다. 쿵쿵 심장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누구의 심장소리지. 라는 의문이 들기도 전에 안나가 다시 말했다.


"절반만."


뭐라 대답할새도 없이 안나의 스치듯 입술이 부딪혔다. 물고 있던 초콜렛의 절반을 앗아간 안나는 남은 초콜렛은 엘사의 입에 쪽 소리를 내며 밀어넣었다.

엘사의 벽안이 크게 떨리며 안나를 보았다. 아까 자신이 입술을 깨문 안나에게 뽀뽀를 떨어트린것과 같은 찰나의 순간이였는데. 엘사는 이불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가슴속에서 뜨거운 것이 확 올라와 불타는 것 같았다.

안나는 빼앗은 초콜렛을 입속에서 굴리며 엘사의 목을 꼭 끌어안았다. 달았다. 벨벳 재질 드레스는 손끝에 쓸리는 느낌이 좋았다.


"...엘사도 감기에 걸렸으면 좋겠다."


"............"


짖궂은 말에 엘사는 숨쉬는 걸 잊어버렸다. 안나는 아까처럼 엘사의 목에 이마를 부벼댔다. 엘사는 거짓말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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