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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올라프는 먹는게 아니야 9모바일에서 작성

강니악갴ㅋㅋ(175.193) 2020.01.10 04:37:24
조회 1650 추천 94 댓글 20






차가운 바닥에서 안나가 흐릿한 눈을 껌뻑였다. 입에서는 입김이 훅 뻗어나왔다. 추워. 마치 냉동고에 갇힌것 같은 추위였다. 심지어 작은 눈송이까지 내리고 있었다. 주위는 온통 하얗게 얼어 붙어있고 사방에서 무수한 얼음 가시들이 금방이라도 찔를 듯 향해있었다. 마치 방 안의 것들을 씹어 삼키려는 괴물의 이빨 같아 보였다.

어떻게 된거지. 뭔가가 폭발하는 것 같았는데. 안나가 점멸되기 전의 기억을 더듬었다. 뭐라고 했더라 내가... 안나가 초점을 잡으려는 듯 눈을 길게 감았다가 떴다. 아. 마음이 아파서 죽을 것만 같다고. 차라리... 죽여달라고 했던가. 그래서 엘사가... 엘사는?

침대 밑에 웅크린채 덜덜 떨고있는 엘사가 보였다. 엘사의 입에서 입김이 훅 뻗어나왔다. 이상하다... 엘사는 추위같은거 안타는 데.



"...... 엘..."



"읏!"



엘사가 고통에 찬 신음을 흘리며 가슴을 부여잡고 머리를 바닥에 쿵 찧었다. 어? 안나가 눈을 크게 떴다.



"엘사?"



"...으읍....."



"엘사!"



안나가 급하게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곧 다시 바닥으로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다. 안나가 인상을 찌푸리며 저를 붙잡은 것을 노려보았다. 어?



"뭐..."



종유석처럼 자란 얼음송곳에 닿은 왼쪽 어깨가 얼음으로 뒤덮히면서 안나를 붙잡았다. 이게 뭐야? 그제서야 안나는 다시 주변을 둘러봤다. 어디가 문이고 어디가 창문인지도 모르게 사방이 하얗게 얼어있었다. 쩌적쩌적 소리를 내며 날카로운 얼음송곳들이 점점 두 사람을 향해 조금씩 자라나고 있었다. 이거 전부 엘사가 한거야?

안나가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다시 엘사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안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내가 지금 제대로 보고 있는게 맞나.



"........엘사?"



너무 놀란 나머지 쿵하고 심장이 떨어지는 환청이 들렸다. 마치 자신이 얼어버렸을 때처럼 엘사에게 서리가 끼고 있었다. 고통에 떨며 가슴을 움켜쥔 엘사의 손 밑에서 서서히 그것이 번져가고 있었다.

저 번져가는 서리의 끝이 어떻게 되는지 느린 머릿속이 버벅거렸다. 엘사의 입에서 추위에 떠는 입김이 터져나왔다. 그 입김이 먼 옛날의 자신이 내뱉던 숨결과 오버랩되는 순간 안나의 머릿속이 불바다가 되어버렸다. 안돼. 안돼.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였다.



"엘사! 엘사!!"



엘사!!! 안나는 찢어지는 비명을 지르며 자신의 어깨를 뒤덮은 얼음을 때렸다. 엘사! 안돼  엘사!! 얼음을 깨고 바닥에서 일어나려고 발버둥치며 안나가 소리쳤다. 하지만 단단한 얼음은 안나의 손에 상처만 낼 뿐 꼼짝도 하지 않았다. No, no, no, no, no. Please! 안나가 황급히 주변을 더듬거렸다.

달그럭. 손 끝에 날카로운 쇠덩이가 잡혔다. 그게 엘사의 요르겐 경을 만들었던 재단 가위라는건 나중에 알았다. 안나는 생각할 것도 없이 가위로 어깨를 붙잡은 얼음을 내리찍었다. 한번. 두번. 세번. 깨질때까지 몇번이고 얼음을 내리쳤다.

콱! 콱! 온힘을 다해 내리찍는 쇠붙이에 얼음이 금이 가기 시작했다. 제발. 제발! 안나가 다시 한번 가위를 제 어깨 위로 내리쳤다. 언니한테 가게 해줘, 제발!! 핏발 서린 가위 끝이 얼음을 갈랐다. 그리고 그 밖의 것도.



"아악!!"



투툭. 얼음을 뚫고 어깨까지 깊이 상처를 낸 가위가 저 멀리 굴러갔다. 후두둑. 피가 사방으로 떨어졌다.
찢어지는 고통에 어깨를 붙잡으며 고개가 바닥에 푹 꺾였다. 콜록거리는 기침과 함께 눈물도 함께 후두둑 떨어졌다.

엎어진 채 얼어가는 심장을 부여잡고 있던 엘사의 턱이 바르르 떨렸다. 피. 나잖아, 안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점점 번져가는 냉기를 막을 수가 없었다. 냉기의 추위가 머릿속까지 얼리다못해 차가운 것을 먹었을 때처럼 온몸이 고통에 절여지는 것 같았다. 이렇게 추웠던 적이 없었는데.

숲에서부터 시작됬던 꽁꽁 억눌러둔 냉기가 결국 곪아서 터져버린 모양이였다.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억지로 누르고 쌓여버린걸까. 미쳐 다 빠져나가지 못하고 고여버린 냉기들이 엘사의 심장을 얼어붙게 하고있었다.



"엘사!!"



망가진 어깨를 축 늘어트린 안나가 달려와 엘사를 일으켰다. 쩌적 소리를 내며 가슴을 붙잡고 있던 엘사의 손끝에도 서리가 지기 시작했다. 왈칵 눈물이 올라온 안나가 엘사의 손 위로 제 손을 겹쳤다. 거짓말. 거짓말이야 이건.



"안돼 엘사. 왜 그러는거야!"



"...안나... 피..."



쥐어짜낸 목소리가 추위에 달달 떨려서 나왔다. 입 밖으로는 입김이 비져나왔다. 입술은 어느새 창백해져서 파란빛을 띄었다. 안나의 동공이 정신없이 흔들렸다. 추위에 떠는 엘사라니. 상상도 해본적 없었다. 입김도, 몸의 떨림도, 파랗게 질린 입술도 전부.

안나가 울면서 소리쳤다.



"멈춰! 엘사! 어서 멈춰!! 할 수 있잖아!"



"... 안...... 윽!"



엘사가 얼어서 심장이 쪼개지는 고통에 말을 멈췄다. 안나의 손끝이 잘게 떨리기 시작했다. 설마... 되지 않는거야? 녹일 수 없는거야? 가슴의 서리는 점점 번져갔다. 안나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갔다. 어째서? 엘사는 아렌델도 녹였는데. 왜 갑자기...



\'... 언니가 울었으면 좋겠어. 나 때문에 아파서 심장이 멎는게 낫다고 생각했으면 좋겠어.\'



흡. 안나가 숨을 들이켰다. 자신이 했던 말이였다. 자신이 엘사에게 쏟아낸 깨진 유리조각들이였다. 눈물이 쉴새 없이 쏟아졌다. 설마... 나 때문이야? 나 때문에 그러는거야 엘사?



"내가... 나쁘게 굴어서 그러는거야? 내가 상처줘서...... 그래서 아픈거야 엘사?"



흐느끼는 소리가 쏟아졌다. 이러려고 한게 아니야. 이렇게 만들려고 했던게 아니야 엘사. 나는 그냥. 언니랑 같이 있고 싶어서...

엘사와 맞닿은 안나의 손에도 서서히 서리가 피어올랐다. 안돼. 엘사가 그런 안나의 손을 떼어내려고 했지만 안나는 울면서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내가... 내가 잘못했어, 엘사. 미안해. 미안, 내가 잘못했어. 그러지마 엘사. 싫어. 그러지마.



"흑...아토할란으로 가도... 화 안 낼게... 으흑! ...이제 어리광 안부릴게, 언니. 그러니까 제발......"



안나는 반대쪽 손끝도 서서히 얼어가는 엘사를 끌어안았다. 눈물이 미친듯이 쏟아졌다. 맞닿은 안나의 두 팔에도 서리가 끼기 시작했다.



"나쁜 말도 안할게... 안할게... 흑...안 그럴게 엘사. 부탁이야..."



안돼. 안나를 밀어내야 되는데. 팔에 더는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저 추위에 덜덜 몸을 떠는것과, 제 심장소리가 쿵.쿵. 울리는 소리를 듣는것 말고는. 그리고 정말 웃기게도 안나의 품이 너무 따뜻해서 이대로 있고만 싶었다.

안나와 맞닿은 심장이 마치 합주를 하는 것 마냥 서로 쿵쾅거렸다. 엘사의 손끝에서 서리가 피어났다 사라졌다 피어났다를 반복했다. 우는 안나를 달래줘야하는데. 피가 나는 어깨도 당장...



"안나! 엘사!"



아. 크리스토퍼의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렸다. 그리고 곧 쿵쿵 부술듯이 뭔가로 문을 내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다행이다. 이대로 혼자 두기 불안했는데...

엘사는 서리가 피었다 졌다하는 손을 힘겹게 들어올렸다. 엉엉 서럽게 울고 있는 안나의 등을 토닥거려주고 싶었다. 괜찮아 안나. 울지마. 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제발...흑....... 제발... 제발 나 혼자두고 가지마, 엘사... 나 무섭단 말이야 언니이...흡..."



"....안.. 나..."



엘사의 손이 안나의 등을 쓸어내렸다. 울지마. 엘사의 손이 힘없이 다시 미끄러졌다.



"흡!"



엘사의 몸이 축 늘어졌다. 안나의 입에서 나오던 흐느낌이 멈췄다. 안나의 심장이 느리게 쿵쿵 뛰고 있었다. 마주닿은 엘사의 심장도 안나의 심장소리를 따라가듯 쿵쿵 뛰고있었다. 방문에서 문을 부수려고 쿵쿵거리는 소리가 계속 들려오고 있었다. 시끄럽게도 쿵쿵소리가 사방에서 들리고 있었다. 안나에게서도, 엘사에게서도, 밖에서도.



"안나!!"



그리고 부서질 듯한 소리를 내며 문이 뜯겨져나가며 크리스토퍼가 뛰어들어왔다. 그 뒤를 놀란 얼굴로 올라프와 패비할아버지가 따라들어왔다. 그들은 하얗게 얼어붙은 방과 사방에서 나타난 날카로운 얼음송곳을 보고 그대로 얼어붙었다. 도대체 무슨.



"올라프... 크리스토퍼..."



그리고 방안의 상태보다 더 경악스러운 두 사람을 보고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안나는 피투성이로 차갑게 축 늘어진 엘사를 안은채 중얼거렸다. 눈물이 소리 없이 흐르고 있었다.



"도와줘..."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로 안나가 다시 말했다.



"도와줘요... 패비 할아버지..."



"폐하......"



"... 엘사가..... 너무 차가워."



청록색의 눈동자는 자신과 엘사의 몸에서 마치 꽃처럼 이리저리 피고 지는 서리를 보며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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