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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올라프는 먹는게 아니야 10모바일에서 작성

강니악갴ㅋㅋ(175.193) 2020.01.10 18:00:31
조회 1551 추천 102 댓글 25





놀라 얼어붙은 올라프를 두고 패비와 크리스토퍼가 한달음에 두 사람에게 달려왔다. 두 사람의 몸에서 피어나는 서리를 크리스토퍼는 익히 본적이 있었다. 엘사의 몸에서 번지는 것이 안나의 몸까지 번지고 있었다. 이대로면 그때처럼 안나는... 크리스토퍼가 놀라 소리쳤다.



"엘사에게 떨어져요 안나! 아니면 당신도 함께..."



"안됩니다, 엘사를 놔서는!!"



둘의 의견이 엇갈렸다. 안나는 이리저리 엘사를 살피는 패비를 쳐다봤다. 피어나는 서리 꽃들은 계속 늘어나 엘사의 손끝은 이미 얼음동상처럼 변해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은 안나에게도 번져오르고 있었지만, 안나의 몸에서는 서리꽃을 피웠다 지웠다 할뿐 얼리지 못하고 있었다.

맹렬하게 엘사를 얼어붙게하기 위해 날뛰는 것이 안나에게는 맥을 못 추고 있었다. 어째서? 안나는 마법을 가지지 않은 평범한 사람인데. 이것은 괜찮은 일인건가. 그렇지 않다면 크리스토퍼의 말대로 둘다 얼어버리기 전에 안나를 떼어놔야 했다. 식은땀이 흘렀다. 패비가 확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을 때, 안나의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불쑥 끼어들었다.



"서리 꽃은 폐하를 얼릴 수 없어요."



"........허니...마린?"



당신이 왜 이곳에. 뜻밖의 방문에 당황한 안나와는 다르게 패비와 크리스토퍼는 심각한 표정으로 허니마린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처음부터 세사람이 함께 아렌델을 온 것인가. 허니마린은 부드럽게 웃으며 안나를 향해 고개를 숙여 여왕에 대한 예를 갖췄다. 그 모습에서 어딘가 모를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오랜만이에요, 안나."



"왜 여기에..."



"걱정말아요. 엘사는 절대로 안나를 상처입힐 수 없으니까. 엘사 자신은 얼려버릴 수 있어도 당신을 얼리진 못해요."



당신을 상처입힐 수는 없으니까. 이 방안의 얼음송곳들도 가만 보면 모두 엘사만을 향해 있는 것이였다. 허니마린이 안나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안아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을 닦아주었다. 그 자상한 미소에 안나의 입술이 달싹거렸다. 허니마린의 모습 위로 이두나의 모습이 겹쳐보였다. 마치 아픈 두 자매를 달래면서 이제는 괜찮다고 말해주는 이두나의 모습처럼. 눈물이 다시 한줄기 흘러내렸다. 눈물샘이 고장난게 분명했다. 허니마린은 어쩔수 없다는 얼굴로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한동안은, 엘사 곁에 있어주세요. 고여있던 것들이 바닥날때까지."



허니마린의 말에 불안감이 눈 녹듯이 수그러들었다. 긴장감이 사라지자 말도 못하게 어깨가 아파오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크리스토퍼와 허니마린의 부축을 받아 얼어버린 방을 나온 안나와 엘사는 따뜻한 침대 위에 내던져졌다. 패비가 계속 입김을 내뱉으며 떨고 있는 엘사를 살필때 허니마린은 안나의 상처를 돌봤다. 벌어진 상처를 꼬매고 이미 흘린 피와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따뜻한 버섯꿀차를 마신 안나는 그대로 기절하듯이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깬 중간중간 안나는 품에 안고 있는 엘사를 살폈다. 떨림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고 피어오르는 서리의 횟수도 서서히 줄어들고 있었다. 엘사의 뺨에 핀 서리꽃 위로 안나가 손을 올렸다. 서리꽃은 안나의 손을 타고 번지는가 싶더니 화들짝 놀라 도망가듯 사라졌다. 나는 얼릴 수 없으면서. 혼자서만 꽁꽁 얼어버리는 언니는 바보야.

안나가 서리꽃이 사라진 엘사의 얼굴을 보며 생각했다. 무방비하게 잠이 든 엘사의 얼굴을 보는게 굉장히 오랜만인것 같이 느껴졌다. 아마도 엘사가 숲의 정령들을 깨워버렸던 그날 밤이 마지막이였다. 내가 엉망인 모습이 재밌냐고 물었었지?



"...나는 재미없어. 이렇게 엉망인 엘사의 모습같은거... 하나도 재미없어..."



추위에 떠는 엘사가 안나의 품안으로 파고 들었다. 안나의 다리 사이로 차가운 엘사의 다리가 밀고 들어왔다. 갑작스러운 냉기에 안나의 몸이 움찔하고 떨렸다. 온기를 찾으려는 본능적인 행동이였다. 어떻게든 더 많이 온기를 느끼려고 달려드는 것 같았다. 벽난로를 태우고 있어서 다행이였다. 안나는 품안으로 엘사를 좀 더 끌어안았다.

엘사의 서리꽃이 멈춘 건 그로부터 이틀 후였다.








"찾으셨나요, 폐하?"



허니마린이 여왕에게 예를 갖추며 인사했다. 집무실로 오라는 명을 듣고 찾아온 허니마린은 안나의 모습을 보고 흐뭇하게 웃었다. 오랜만에 안나는 녹색의 국왕복을 입고 단정히 틀어올린 머리 위에는 왕관이 빛나고 있었다. 눈물을 뚝뚝 흘리던 그 모습과 놀라울 정도로 다른 사람같이 보였다.



"독감이 다 나으셨나봐요."



"패비 할아버지가 주신 감기약이 효과가 있었나봐요. .......아주. 많이."



지독하게 쓰고 맛이 없었지만. 아직도 입안에 남아있는 끔찍한 맛이 떠오르자 안나의 어깨가 부르르 떨렸다. 아픈것도 아픈것이였지만, 그 약을 먹지 않기위해서 다시는 독감에 걸리지 않으리라 안나는 다짐했다. 질색을 하는 안나의 얼굴에 허니마린은 그저 웃으면서 그 약에 들어간 재료들은 누설하지 않기로 했다.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서요. 엘사는 이제 괜찮나요?"



아아. 허니마린의 말에 안나는 정신을 차렸다. 맞다. 엘사. 그 말을 하기 위해서 허니마린을 부른거였지.



"패비 할아버지가 이제 괜찮다고 했어요. 그러니까..."



"다행이네요."



"이만 엘사를 숲으로 데려가요."



".............네?...."



안나의 말에 뒷짐을 지고 서있던 허니마린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전혀 예상밖의 말에 허니마린이 잠시 할말을 잃었다. 머리를 잠깐 얻어맞은것 같았다. 도대체가 이 자매들은 어디로 튈지 알 수가 없었다. 보통은 그런 말이 나오는게 아니잖아. 보통은... 허니마린은 잠시 멈칫하더니 뒷짐을 풀며 한숨을 쉬었다. 아니, 잠깐만. 보통이라는 게 뭔지는 알까?



"곁에 두지 않으실건가요?"



"...제 권한이 아니에요. 더는 고집부릴 생각도 없어요."



"그런식으로 피하시는게 아니라요?"



"............."



"이대로 제게 엘사를 데려가라고 하시면 전 다시 숲으로 데려갈거예요. 그리고 다시는 안나에게 엘사를 보여주지 않을거예요. 그래도 괜찮아요?"



안나는 허니마린의 물음을 못들은 척 더 입을 열지 않았다. 허니마린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위협적인 협박에도 안나는 그대로 한참을 입을 닫고 있었다. 허니마린도 한참을 짐짓 엄한 표정을 짓다가 결국에는 한숨을 쉬며 표정을 풀었다. 하여간 당신들은 정말 보통의 반응을 단 하나도 해주지 않네요.



"곁에 두셔야 할거예요, 안나. 당신을 위해서든 엘사를 위해서든."



"뭐?"



"엘사가 왜 심장을 녹이지 못했는지 알아요. 왜 얼어붙지 않게 된지도."



아마. 전부. 안나 당신 때문에.
당신의 애정. 당신을 향한 애정.

안나의 어깨가 바르르 떨려왔다. 심장이 얼어가던 엘사의 모습이 떠오르자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엘사가 아렌델을 녹인게 아렌델에 대한 사랑을 갑자기 깨달아서인가요? 아뇨, 알고 있잖아요 안나."



"어떤걸 알고 있다는 건지 난 잘....."



"엘사가 당신을 상처입힐 수 없다는거요. 엘사의 마법은 전부 당신을 향해 움직여요. 녹이는 것도, 얼리는 것도. 모두."



그 사람의 중심은 당신이니까. 당신의 중심이 엘사인것 처럼.

엘사가 만든 피조물들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올라프, 스노기, 마시멜로. 모두의 공통점이라면 바로 안나에 대한 애정. 그 마음이 크던 작던 탑재하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감정이였다. 특히 가장 처음 만들어진 올라프가 가장 그 사랑이 크고 가장 긴밀하게 안나에게 반응했다. 올라프는 특별했다. 엘사 혼자만의 피조물이 아닌, 안나와 함께 만들었으니까.

그렇게 따지고 보면 이 나라에서 가장 위험한 건 어쩌면 여왕님일지도. 무한한 능력을 가진 정령을 제 손에 쥐고있는데도 그걸 모르고 있었다. 녹이는 마음을 알려준 것이 당신인데, 당신에게서 버려지면 엘사는...



"그러니까 그만 밀어내고 붙잡아서 곁에 두세요. 안나."



붙잡아서 곁에... 안나가 입술을 깨물었다. 무엇보다도 자신이 가장 원하는 일이였다. 가장 바라는 일이여도 안되는 일. 거기에는 엘사와 노덜란드인의 약속, 숲을 지키겠다는 정령들과의 약속, 그리고 루나드왕의 과오를 대신 속죄하려는 엘사의 마음이 엉켜있었다. 그것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문제들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엘사는 노덜드라 사람들과 약속ㅇ....."



"그 약속. 나머지 절반은 저에게 줘요 안나."



안나의 말을 끊어낸 허니마린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약속의 절반을 달라니.



"엘사가 당신과 이곳에 있게되면 생기는 숲의 공석을 제가 채울게요. 이미 당신과 엘사, 둘에게는 받을 만큼 도움을 받았어요. 노덜란드인들의 삶은 노덜란드인이 어느정도는 책임지고 싶어요. 엘사와 함께 제가 숲과 아렌델의 다리 역할을 하게 해줘요."



숲의 다리 역할을 할 사람이 한명 더 늘어난다면 엘사가 아렌델에 머물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허니마린의 원래 집은 숲이니 그곳에 거주하며 노덜드라인들을 살피고, 그 밖의 정령과의 문제들은 엘사가 충분히 아렌델에서 해결할 수 있었다.



"...당신이?"



허니마린이 같이 숲을 책임지겠다고? 생각지 못한 말에 안나의 눈이 커졌다. 처음부터 이 말을 하러 아렌델에 온것인가. 안나가 정리가 잘 되지 않는 듯 동그란 눈을 깜빡거렸다. 풀리지 않는 실타래의 끝을 잘라줄 사람이 이렇게 갑작스래 나타날 줄은 몰랐다.

당황했다. 놀랐다. 허니마린이 속으로 웃음이 터져나올뻔한걸 삼키며 안나의 등을 떠밀듯이 말을 덧붙였다. 마치 피곤하고 더는 못하겠다는 어조로.



"게다가 잠도 잘 안 주무시는 일중독에, 우는 정령님 보살피는 것도 한두번이지. 이제 그만할래요."



"엘사가... 울었어?"



안나가 동공을 잘게 떨며 물었다. 엘사가 울었다고? 그런... 나를 두고 자유로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밤마다요."



"밤마다?"



안나가 인상을 찌푸리며 허니마린의 말을 따라했다. 잠깐만. 밤마다 라는게 그런 밤마다가 아니잖아. 정신차려. 안나가 고개를 붕붕 돌리며 잡생각을 떨어트렸다. 허니마린이 목을 가다듬으려는 척 입가를 손으로 가리며 올라가는 입꼬리를 숨겼다. 말을 하지 않아도 표정으로 이미 모든 걸 말하고 있는 안나를 보자니 웃음이 자꾸 터질것 같았다.



"그러니까."



허니마린이 싱긋 웃으며 벙찐 안나의 얼굴을 보며 한마디를 더 덧붙였다.



"관료직 하나 주세요. 폐하."



"......................."



"직급도 월급도 높은 걸로."



풉. 뻔뻔할 정도로 당당한 요구에 안나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참지 못하고 웃음이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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