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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올라프는 먹는거야 16모바일에서 작성

강니악갴ㅋㅋ(223.62) 2020.01.13 06:12:59
조회 1413 추천 89 댓글 20










그 날밤. 안나에게 불을 짚이고 나서부터 안나가 약간 이상했다. 틈만 나면 엘사에게 안겨붙었다가 떨어졌다가 또 혼자 하늘이 무너진 듯 축 쳐지거나, 지금처럼 말도 안되게 엘사에게 달려들었다. 그것도 엘사가 약간 곤란할정도로.



"...잠ㄲ......"



안나, 잠깐만. 엘사의 손에 들려있던 책들이 바닥으로 와르르 떨어졌다. 책꽂이에 등이 살짝 아프게 부딪혔지만 아픈 티를 채 내기도 전에 안나가 달려들었다. 마치 스위치가 꺼진것 마냥 입술을 열고 말캉한 살덩이를 찾아헤맸다. 엘사의 어깨가 놀라 들썩였다.

그렇게 한참을 숨이 차도록 혀를 섞고나서야 떨어진 안나는 똑같이 붉은 얼굴로 숨을 고르는 엘사의 얼굴을 보고는, 제가 더 울쌍인 얼굴로 안절부절하다가 쌩하고 도망가버리기 일쑤였다.

뭔가를 건들여도 제대로 건들여버린것 같은데 그게 뭔지 모르겠다. 엘사는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입을 누가 볼새로 손으로 가리며 숨을 골랐다. 아직 겨울인데도 도서관이 좀 더웠다.

복도를 호다닭 뛰어서 안나는 집무실로 뛰어들어갔다. 으으... 안나의 얼굴이 금방이라도 울것같이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얼굴이 잔뜩 울쌍이였다. 안나가 쇼파에 주저앉더니 얼굴을 파묻었다.



"난 쓰레기야아..."



엘사는 내 언니인데. 숲의 정령이고... 내 가족인데... 예전에는 무슨 생각으로 엘사를 껴안고, 무슨 생각으로 한 침대에서 잘 수 있었던걸까. 이제 엘사에게 다가가면 입술 밖에 보이지 않는데. 내 언니인데... 내 언니...

그날 밤. 결국 침대에서도 자신이 먼저 엘사의 입술로 달려들었고, 그 뒤로도 계속 먼저 달려드는건 안나였다. 엘사는 항상 놀라서 자신을 받아줄 뿐 먼저 달려든적이 없었다. 어떻게 나. 터져버릴것 같은 머릿속에 안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분명 분리수거도 안될거야 나....."



"뭐가요?"



흡. 뜻밖의 목소리에 안나가 화들짝 고개를 들었다. 반가운 얼굴이 집무실 앞에 서있었다.



"허니마린!"



"일주일만이네요 안나?"



허니마린이 밝게 웃으며 인사했다. 옆에는 패비도 함께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안나가 벌떡 일어났다.



"패비 할아버지도!"



"...평온하셔서 다행입니다. 폐하."



전혀 평온하지 않은 모습을 다 봐놓고서. 하하. 안나는 어색하게 웃음을 흘렸다. 그나저나 무슨 일로 온 것인지 안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두 분 다 괜찮은지 볼겸 겸사겸사요. 아직 부족한게 많으니 이것저것 폐하께 보고도 드리러 와야죠."



패비는 가자미눈으로 허니마린을 보더니 안나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는 엘사를 찾으러 나갔다. 억지로 끌려온게 아닌가 싶었다. 안나는 허니마린을 쇼파로 안내하고 그 앞에 부드러운 핫초코 한잔을 내밀었다.



"엘사가 당신은 자기보다 숲을 더 잘 알고 있으니 크게 걱정할 일없다고 했어요. 아니면 혹시 제가 도울일이 있나요?"



"아, 인수인계 하러 숲에 왔을 때 말하는거군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편지를 남기고 간건지 따지러 찾아온 것도 인수인계라면 말이다. 자기 딴에는 진지한 이야기였는데. 진지한 칭찬이였고, 진지한 마음이였는데. 허니마린의 눈이 안나의 얼굴을 천천히 훑어내려갔다. 곧이어 눈이 가늘게 떠졌다.



"입술이 조금 번진거 같네요."



움찔. 안나가 황급하게 한손으로 입술을 가렸다.



"...아까 뭘 좀 급하게 먹다가..."



안나의 귓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 급하게 먹긴했지. 엘사의 입술과 혀를. 핑계를 대도 이런걸 댈게 뭐람. 안나가 버릇처럼 입술을 깨물었다. 허니마린이 안나에게 가까이 다가가 허리를 숙여 어깨를 짚었다.



"흐음... 엄청 맛있었나보네요."



"윽..."



"자, 그럼 어깨 좀 보여줄래요, 안나? 오늘 실밥 풀어주고 갈테니까."



어쩐지 나쁜짓을 하다가 들킨 아이가 된 것 같았다. 안나는 뜨거워진 볼을 식히며 단추를 풀렀다. 머뭇머뭇 옷을 조금 끌어내리는 안나를 보고 허니마린이 의외란 표정을 지었다.



"어머, 생각보다 깨끗하네요?"



"상처요?"



"아니요. 흉질거라고 했잖아요."



...그럼 뭐가 깨끗하다는 말인건지? 안나의 물음에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실밥을 풀기 위해 가위를 집어든 손을 보고 안나가 반대쪽으로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렸으니까. 상처 위에 차가운 쇠붙이가 닿고 곧 몇 번의 짧은 가위질 소리가 들렸다. 실밥을 푼 상처 위로 소독약을 바르며 허니마린이 말했다.



"...생각보다 잘 참내요."



"지금은 별로 안 아프니까요."



"폐하 말고요."



허니마린이 웃으며 말했다.



"엘사가요."



"네?"



엘사가 왜? 혹시 무슨 일이 있는건가. 안나가 인상을 찡그리며 물었다. 알콜 소독약이 잘 날아가도록 바람을 불던 허니마린의 손과 입이 우뚝 멈췄다. 설마...



"...아직이예요?"



"도대체 뭘 말하는거죠, 허니마린?"



짐짓 엄한 표정의 안나를 보고 허니마린은 웃음이 먼저 튀어나왔다. 깜빡했네요. 원래 이 자매들은 예상에 맞는 일을 한적이 별로 없었다.



"아무것도 아니예요. 정말 별거 아니예요, 안나. 제가 착각했나봐요."



"음... 정말 아무것도 아닌거 맞죠, 허니마린?"



제차 묻는 확인에 허니마린이 고개를 끄덕이며 상처 위를 손으로 다시 부채질을 했다. 전 재밌는게 좋으니까, 더 말씀 안드릴래요 폐하.

허니마린은 질색하는 엘사의 얼굴을 떠올렸다. 차마 욕은 하지못하고 부르르 떨며 질색하던 엘사의 모습이 생각나자 허니마린의 미소가 짙어졌다. 그러고보니 정말. 허니마린이 안나의 뺨을 만지작거렸다.



"... 많이 닮았네요. 두 사람은."



안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닮았다니? 누구? 나랑 엘사? 그때 탁! 허니마린의 손이 거칠게 안나의 뺨에서 떨어졌다.



"허니마린."



"엘사?"



"당신 정말..."



엘사가 잔뜩 인상을 찌푸린 채 허니마린의 손을 붙들고 있었다. 엘사가 누구를 질색하는 표정은 처음 보는 것이였다. 반면에 허니마린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둘 사이에 자신이 모를 스파크가 튀고 있는게 느껴졌다.



"안나."



그런 안나를 엘사가 다소 날카롭게 불렀다. 앞 섶이 조금 열려 있는게 거슬렸다. 허니마린이 입가를 가리며 쿡쿡 웃고 있는게 느껴졌다.



"단추 잠그렴."



어...어어...허둥지둥 안나가 풀어놓은 단추를 잠그자 엘사가 허니마린의 손을 끌고 집무실을 나갔다. 쿵! 안나가 당황스러운 얼굴로 닫힌 문을 쳐다봤다.

엘사는 허니마린의 손을 잡아끈채 성큼성큼 복도를 걸었다. 질질 끌려가는 주제에 허니마린은 사람 좋게 지나가는 사용인들에게 일일히 인사를 했다. 그게 더 엘사의 속을 긁어놓았다. 허니마린의 손을 놓은 건 좀처럼 사람이 다니지 않는 서재 근처였다. 엘사가 손을 놓자마자 허니마린이 투덜거렸다.



"아파요. 엘사."



"허니마린! 여긴 또 무슨일이죠?"



"서운해라. 그거야 당연히 엘사가 보고싶어서죠."



떠나기 전에 편지 하나 더 두고 가야 되나봐요. 그래야 엘사가 나한테 화라도 내려고 찾아오죠.



"그리고 여왕님 얼굴도 보고싶고요."



허니마린이 여유롭게 웃으며 덧붙였다. 엘사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화내지 말아요. 허니마린이 항복하듯이 두 손을 올리며 말했다.



"그런 편지는 이제 사양이고, 방문은 더더욱 사양이예요. 허니마린."



"왜요? 별 볼일 없는 편지였잖아요."



허니마린의 말에 엘사의 얼굴이 더욱 찌푸려졌다.

엘사. 당신과 안나는 정말 놀라울 정도로 닮았어요. 나는 여왕님이 그렇게 사랑스러운 존재인걸 처음 알았어요. 고마워요.

이게 편지 내용의 전부였다. 하지만 그걸 다른 사람도 아닌 허니마린이 썼다면 얘기가 달라졌다.



"왜요? 제가 물론 예쁜 얼굴만 보면 정신못차리는 부류기는 하지만..."



"그래서 문제라는 거예요."



"어머, 내가 여왕님을 어떻게 할까봐 걱정되요?"



"...안나한테 손 대면 용서하지 않을거예요. 허니마린."



엘사의 발 밑으로 작게 서리가 피어올랐다. 하지만 허니마린은 겁은 커녕 그런 엘사의 반응이 만족스럽다는 듯 쿡쿡거리며 웃었다.



"그러니까 빨리 매듭을 지어요 엘사. 내가 정말로 어떻게 해버리기 전에... 뭐가 문제예요? 내가 보기에는 안나도 당신에게 흔들리는 게 맞는것 같은데."



허니마린의 새초롬한 얼굴에 엘사의 주먹이 바르르 떨렸다. 문제라면... 당연히. 안나랑 자신은...



"오, 같은 피여서 안된다는 건가요?"



허니마린이 불쑥 끼어들었다. 정곡에 엘사의 어깨가 화들짝 떨렸다. 반응을 보고 그럴줄 알았다는 듯 허니마린이 호탕하게 웃었다.



"사랑하는 동생이여서?"



여자끼리여서 안되고, 근친이여서 안된다고? 어이가 없어서. 지들은 얼마나 잘난 인생을 산다고. 당신들은 그들보다 훨씬 아름답고 능력있는데, 서로가 아닌 이상 행복할 수 없다는걸 아는데 뭐가 문제예요. 허니마린이 비웃음을 날리며 덧붙였다.



"그딴건 그냥 엿이나 먹으라고 해요, 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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