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을 예약해서 들어오자마자 모험가들을 위해 준비된 임시 여관복으로 갈아입은 용사님은 옷을 맡기러 잠시 외출하겠다며 욕실에 들어간 엘사를 불렀어. 욕실에 나온 엘사는 아까와 다른 모습이 돼있었어.


으악! 용사님은 비명을 지르면서 침대 위에 있던 작은버섯의 눈을 가렸어. 엘사의 몸에 면역되지 않은 작은버섯이 봤다면 기절했을거야. 씻겨야 하는데 기절하면 작은버섯이 스스로 못 씻거든. 용사님은 엘사를 씻겨야 하기 때문에 작은버섯을 씻길 수 없어.

"안나. 먼저 씻고 가."
"그... 럴까? 어..."
"왜 그래? 익숙해진 게 아니었어? 올라프도 여기 잘 있어."

엘사의 어깨 위에 올라가있는 올라프를 가리키며 말했어. 용사님은 얼굴만 보며 거대한 존재감을 일부러 회피 중이야. 올라프는 작은버섯을 꾹꾹 누르면서 말도 제대로 못 잇는 용사님을 한심한 눈초리로 봤어.


엘사가 욕실로 들어가서 물을 트는 소리에 겨우 숨을 내쉬겠지. 말랑말랑에 뽀뽀도 한 사이인데... 생각해보니 더 이상 부끄러워 할 이유가 없는데, 저렇게 예상 못 하게 아무것도 안 입은 건 기습공격이나 다름없었어. 바둥거리는 작은버섯을 놔준 용사님은 왜 세게 조물락 거렸냐며 잔소리를 들었어야 했어.


욕실에 들어오면 엘사가 등을 보이며 앉아...있어야 할텐데 엘사는 정면으로 안나를 맞아주었어. 화들짝 놀람과 동시에 손바닥 위에서 추욱 쳐지는 느낌에 아래를 봤더니 작은버섯이 그만 기절하고 만거야. 으으 이럴 줄 알았어! 녹아내린 찹쌀떡 아이스크림처럼 말랑말랑하게 된 작은버섯은 근처에 있던 대야에 흐느적 들어갔어.

"빨리 해줘."

엘사는 용사님 길들이기를 원했어. 몸만 보면 딱딱하게 굳어버리니 중요한 순간엔 어떻게 대사를 치르겠어. 일부러 가까이 와서 안나를 내려다 보는거야. 올라프는 어깨 위에서 어벙한 인간의 눈빛을 읽었어. 거의 머리가 백지장이 돼있었어. 몸을 부딪치고 덮친다고 하더니 이런 정신으로 어떻게 짝짓기를 하겠어.


작은버섯이 있는 대야에 따뜻한 물을 받아주니 기절한 작은버섯은 두둥실 떠올랐어. 자세히 보아하니 이상한 거품이 막 나고 있네. 그럼에도 이것과 같이 들어가 있으라고? 올라프는 싫다고 떼를 썼어. 작은버섯은 결국 욕실에서 퇴출당했어.

대야에 새 물을 받아주고 올라프를 넣은 엘사는 샤워기 물을 틀었어. 따뜻한 물이 등으로 쏟아졌어. 엘사는 용사님이 자신의 몸을 더 만졌으면 하겠지. 말랑말랑에 정신 못 차리고 어버버 거리는 용사님의 손을 직접 가져와서 말랑말랑과 제 얼굴에 갖다대었어.

"엘사...? 우리, 씻어야 하는데..."
"씻을거야. 이렇게. 안나가 만져줄거잖아."
"그렇겠지. 근데 올라프가 보고있는데..."
"올라프는 사람 아니야."

다른 사람이 보는것도 아니고, 게다가 엘사는 안나가 어떻게 저랑 짝짓기를 하는지 보여줘야 한다고 했어. 그런 게 어딨어! 대야를 쳐다보니 고개를 바짝들고 지켜보고 있는거야. 진짜 엘사랑 어떻게 그걸... 하는지 감시할 셈인가봐.


머리가 젖으니 젖은 백금색 머리카락에서 물이 똑똑 떨어져서 말랑말랑으로 물방울이 하나둘 떨어졌어. 씻기도 전에 이게 무슨 일이야. 밖은 아직 해도 떠있단 말이야. 그런 변명은 소용없겠지. 인간식 짝짓기는 어느때나 할 수 있을 때 하는 거니까.

"뽀뽀 할거야? 여기 만졌으니까 해줄거지?"
"으응..."

원해서 만진 건 아니었는데, 덫에 걸린 용사님은 후퇴도 못하고 꽉 잡혀서는 전직마왕이 원하는 시나리오대로 움직이겠지. 안나가 입술을 먼저 맞대면 안나의 손을 잡고 있던 자신의 손을 안나의 몸 뒤로 보내서 완전 밀착시킬거야. 올라프는 덮치고 부딪친다는 인간식 짝짓기가 어떤건지 알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