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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썰) 글핀엘사 슬덴안나 4

369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1.28 02: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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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핀엘사 슬덴안나 1

글핀엘사 슬덴안나 2

글핀엘사 슬덴안나 3



부제_ 크리스마스의 엘사와 안나



-


맨발로 끝없이 펼쳐진 길을 걸었어. 발바닥으로 스며드는 차가운 기운들이 상체까지 올라와 모든 것을 얼릴 것만 같아, 안나는 단번에 이곳이 자신의 꿈속이란 걸 깨달았어. 아무것도 없는 주변을 둘러볼 생각조차 없이 이대로 걷다 보면 항상 익숙한 형체가 서 있겠지. 이 꿈에 대해서 모든 걸 알고 있어. 이대로 열 걸음만 더 걷다 보면-



‘작은 주인님!’



가장 보고 싶은 존재를 만날 수 있으니깐.



안나가 걸어오고 있던 곳으로 달려오며 반겨주는 아이를 껴안았어. 자신보다 한참이나 작은 몸을 품 안에 가득 채웠지만, 한순간에 가루가 되어 사라졌어. 괜찮아. 처음 이 꿈을 꿨을 땐 사라져가는 이 감각이 무서웠지만, 지금은 아무렇지 않았지. 익숙한 행동으로 뒤를 돌아 다시 나타난 아이를 발견해.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는 작은 존재에게 똑같이 손을 흔들었어.



‘네빌은 작은 주인님이 보고 싶었어요!’



몸을 들썩이며 반갑게 맞아주는 아이를 보며 안나는 작게 웃음을 지었어. 이렇게 자신을 보고파 하는 생명이 또 있을까. 손을 뻗어 주름져있고 반질거리는 머리를 쓰다듬었지. 안나의 손길을 받으며 기분 좋은 듯 두 손을 불끈 쥐고 흔드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어. 이 뒤로는 안나가 한마디만 하면 될 거야. 그러면 꿈속의 시간은 흐르고 깨어나겠지.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어. 이대로 함께 있고 싶어.



안나의 마음을 알아챘을까, 쓰다듬을 받던 아이는 조심스럽게 말해.



‘작은 주인님은 제가 안 보고 싶었나요?’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그 말에 조용히 미소를 지었어. 이제 꿈에서 깨어나야 할 때야. 이곳이 악마가 선사한 지옥이라면 평생 살고 싶었지만, 아이는 그것을 바라지 않을 거야.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지못해 안나는 아이가 원하는 말을 해줬어. 정말 보고 싶었어, 미치도록. 그 말을 끝으로 안나를 웃으며 반겨주던 아이의 얼굴은 한없이 일그러졌지. 진흙이 굳어 금이 갈라져 떨어지는 것처럼 금이 간 아이의 피부는 쩍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추락해. 자신을 바라보던 반짝이는 눈은 초점을 잃은 검은 눈으로 바뀌었지. 이러한 징그러운 모습을 봐도 안나는 여전히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어.



‘아파요, 작은 주인님이 저를 이렇게 만들어서 아파요!’



귀를 찢을 듯 울려오는 비명이 참담했어. 고통에 찬 아이는 갈라진 제 얼굴을 만지다가 안나의 손을 거칠게 쳐냈지. 그 손길에 움직임을 멈췄어. 이젠 가만히 서서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기만 하면 될 거야. 괴로워하는 너를 봐도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야.



‘아파, 아파! 아프다고!!’



바닥을 구르며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구경해. 예전에만 해도 울면서 미안하다고 말하던 안나였지만 지금은 그래봤자 도움 될 리가 없다는걸 알게 되니 그저 보기만 할 거야. 그러다 늘어진 피부를 쥐어 잡으며 비명을 지르고, 바닥에 머리를 찧는 모습은 점점 흐릿하게 사라지겠지. 그리고 안나는 다시 혼자가 되었음을 깨닫고 꿈에서 일어날 거야.



그래, 지금처럼.



감겨있던 눈을 뜨자 머릿속에서 우웅 거리며 울림이 느껴왔어. 여전히 자신에게 아프다고 말하는 아이의 비명이 귓가를 잠식하고 있었어. 잠시 허공을 보고 있던 안나는 몸을 일으켜 욕실로 들어가 세면대에 물을 틀었어. 거침없이 흐르는 물줄기에 손을 뻗어 물을 가득 담아 얼굴에 끼쳤지. 소름 돋을 정도로 차가운 온도. 그렇게 몇 번을 세안했을까, 옆에 있는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거울을 바라봤어. 핏기가 가신 얼굴이 보였어. 그것을 가만히 보다가 다시 방안으로 나왔어.







-







“오, 세상에! 멀린이시여!”



커다란 절규가 연회장 쪽에서 들려와. 엘사는 대충 껴입은 교복을 살짝 털어내며 해그리드에게 다가갔어. 그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주변을 둘러봤더니, 어젯밤 열심히 꾸몄을 트리에 괴상한 장식들이 달린걸 발견했지. 크리스마스와 완벽하게 안 어울리는 해골 장식, 어디서 가져왔는지 모를 똥 모양의 장난감, 못생긴 개구리 인형들. 정성 들여 꾸민 트리에 어느 학생이 장난을 쳤나 봐. 와우! 심히 당혹스러워 엘사는 짧게 감탄을 하다가 울려고 하는 마음이 여린 그에게 조심스럽게 인사를 해.



“... 메리 크리스마스, 해그리드-.”

“으허... 세상에.. 누가 내 트리에!”



하하-. 인사를 끝으로 조심스럽게 연회장안으로 들어갔어.



그리핀도르의 테이블에 앉았어. 엘사가 자리에 앉자 학교에 남아있던 몇몇 학생들이 인사를 해왔어. 오늘의 인사는 다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내라는 말로 시작될 거야. 테이블 위로 가득 채워져 있는 음식들을 훑어보다 마음에 드는 칠면조 다리를 뜯어 접시 위에 올려뒀지. 향긋한 고기의 냄새를 맡으며 나이프로 썰어 먹었어.



한참을 먹고 있던 엘사는 생각한 듯 주변을 둘러보다 슬리데린쪽으로 시선을 고정했어. 다른 기숙사들과는 다르게 아주 소수의 학생이 모여있는 그곳에서 찾고자 하는 사람이 없다는 걸 깨달았어. 입안에 가득 들어있는 음식을 꿀꺽이며 삼킨 다음에 몸을 일으켰지.



“엘사, 벌써 다 먹은 거야?”



앞에서 함께 식사를 하고 있던 학생이 물어오자 대충 말을 돌리며 연회장에서 벗어났어.



어디 가면 볼 수 있을까.



엘사는 안나를 찾아다녔어. 연회장의 이중문을 지나쳐 학교 정원으로 이동하며 안나에 대해서 생각했지. 사실, 친했던 적은 없었지만, 엘사는 안나가 신경 쓰였어. 처음 만났던 열차에서부터. 인사를 건네도 투덜거리며 말하는 모습이 여간 얄미운 게 아니었지만, 말만 그런 거지 한 번도 미워했던 적이 없었어. 그게 시작이었을까 호그와트에서의 안나의 모습을 보는 게 취미가 되어버릴 정도로 엘사의 눈에는 안나가 많이 보였지. 다른 기숙사생이어서 만나기 어렵겠거니 싶었는데, 어느 순간 제 눈앞에서 움직이는 존재를 보며 그건 또 아닌 거 같다고 생각했어. 그러다 가끔 안나를 찾고 있는 자신을 깨달을 때면 이유 없이 부끄러움이 몰려왔었어.



정원에 도착한 엘사는 찾고 있는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곤 남쪽으로 다시 걸었어. 이대로 쭉 가다 보면 커다란 호수가 있을 거야. 학교에선 그 호수를 검은 호수라 부르는데 그 안엔 신비로운 생명이 있다고 했었어. 아마, 인어도 있었다고 했었지. 점점 눈 앞에 펼쳐지는 호수를 보다가 멀리서 보이는 사람의 형체를 발견했어. 새하얀 눈밭 위로 홀로 있는 안나. 쭈그려 앉아 호수를 구경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지. 엘사는 좀 더 빠른 걸음으로 움직였어.



어느 정도 가까워졌는지 눈을 밟을 때마다 뽀득거리는 소리가 뒤에서 들려오자 안나가 뒤를 돌아봤어. 아무래도 춥긴 했는지 귀마개를 쓰고 있는 안나의 모습을 보며 귀엽다고 생각한 엘사는 팔을 뻗으면 손을 잡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갔지.



제 옆에 다가온 엘사를 보며 안나는 뚱한 표정으로 지었어. 저건 뭔데 여기에 있는 거지?



“해피- 메리 크리스마스, 안나.”



인사를 건네는 엘사를 보며 어이가 없었지. 언제부터 친했다고 이름까지 부르며 행복한 성탄절을 보내라고 인사를 하는 것인지. 쯧-. 살짝 혀를 차며 엘사를 한번 훑어보다 다시 고개를 돌려 호수를 바라봤어. 호그와트에 입학하고 나서 안나가 가장 마음에 들어 했던 장소가 이곳이었어. 깊이를 알 수 없이 어두운 호수는 안나의 마음에 쏙 들어왔지. 깊고, 깊어서 들어갔다간 빠져나올 수 없는 호수. 아주 가끔 미친 척하고 빠져보고 싶을 정도로.



아무도 나를 손댈 수 없을 거야.



그 순간, 엘사가 옆으로 다가와 안나와 똑같은 자세로 앉았어.



무시하면 다시 사라지겠더니 싶었지만, 이제는 옆까지 다가와 앉아있는 엘사를 보며 정말 이상한 사람이라 생각했어. 어쩌다 한 번씩 지나가다 볼 사이었는데 이렇게 찾아올 정도로 자신에게 무언가 있나 생각했어. 그리핀도르의 마법사들은 다들 이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안나에게 생각 없이 다가오는 사람은 엘사뿐이었지. 그래, 그리핀도르답게 미쳤을지 몰라. 나중에 한번 마법으로 묶어서 병동으로 보내봐야지. 아니면, 레질리먼시로 자신과 관련된 기억들을 헤집어보는 것도 괜찮은 거 같아.



“안나.”

“아렌델이야. 이름 부르지 마.”

“생각해봤는데 아렌델은 정이 없는 거 같아...”



친한 척 하지마.



단호하게 엘사의 호감을 거절했어.



거절하는 말을 들으며 엘사는 호수를 봤어. 가끔 안나에게서 보였던 쓸쓸함이라는 감정이 호수에 담겨있는 거 같았지. 이걸 뭐라 설명해야 하나 싶지만 간결하게 표현할 수는 없는 그런 거였어. 하지만, 나는 항상 네가 신경 쓰였어. 남들에게 유명한 가문의 자손이라며 떠받으려 지는 안나는 항상 혼자 다녔어. 다른 사람들이었다면 분명 양쪽을 더불어 뒤에까지 소시지처럼 사람을 끌고 다녔을 거야. 주변에 호감을 보이며 다가오는 사람들이 있지만 가까이 둔 적이 없는 모습. 자주 보이는 예의 없는 말투, 어쩌다 보이는 외로워 보이는 모습들-. 하나같이 자신과는 정반대의 안나.



그래도 엘사는 안나가 마음에 들었어. 아마 열차에서부터 시작된 호감이었을 거야. 남들보다 뭔가 다른 싫지 않은 거슬림. 안나에게 자신이 배워왔던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었어. 한번, 안나 네가 웃는 게 보고 싶어. 한참을 생각하다 안나 쪽으로 고개를 돌려 바라봤지. 시선을 느꼈을까, 안나 또한 엘사를 바라봤어. 서로의 눈이 마주치며 비슷한 푸른 눈동자를 봤지.



“나랑 같이 눈사람 만들래?”

“... 뭐?”

“너랑 같이 만들려고 이름까지 생각해왔어.”



다 만들면 올라프라 지어줄 거야.



같이 만들자, 오늘은 크리스마스잖아.










*

애들이 너무 어려...

아, 현기증


그래도 귀여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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