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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썰) 글핀엘사 슬덴안나 5

369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1.30 02:3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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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벅적한 연회장엔 종강 파티를 위해 네 개의 기숙사가 모였어. 길게 늘어진 테이블엔 호화로운 음식들이 즐비해. 학생들은 각자 자신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집어 먹으며 파티를 즐기고 있었지. 가끔 머리 위로 유령들이 날아들다가 학생들을 놀라게 하는 일도 있었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는지 맨 앞에 앉아있던 교장이 몸을 일으키며 들고 있던 포크로 음료 잔을 쳤어. 생각보다 맑은소리가 들려왔고, 소란스럽던 공간은 한순간에 조용해져. 잠시 코를 먹던 교장은 마법으로 목소리를 증폭시켰어. 잠이 올 정도로 지루한 연설이 시작되고 그를 보고 있던 학생들은 저마다 따분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지. 엘사도 그중에 한 명에 포함이었어.



“이거 언제 끝나냐..”



제 옆에서 퀭한 눈으로 입을 크게 벌리며 음식을 쩝쩝 씹어먹고 있던 엘라가 물어오자 ‘그러게-.’ 라는 짧게 말했어. 입학 때를 포함해서 이렇게 긴 연설을 듣고 있는 건 두 번째야. 분명 한 학년의 마지막을 즐기려고 모였는데 이런 식으로 괴롭힐 줄이야. 최고의 마법사는 최악의 말솜씨를 지닌 거 같아. 대충 교장이 하는 말을 들으며 접시 위에 올려진 음식을 안 먹고 찢고만 있었지. 옆에서 오로라가 먹는 거로 장난치지 말라는 잔소리를 해왔지만, 곧바로 흘려 넘겼어. 그러다, 쥐고 있던 식기를 내려놓고 턱에 손을 괴며 주변을 둘러봤지.



자신의 기숙사처럼 끝에 있는 슬리데린을 발견했어.



그곳에서 홀로 눈에 띄는 안나를 보았지.



모자 안쪽이 진녹색인 망토를 걸치고 있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어. 작은 체구와는 다르게 망토는 커다랗게 보였어. 저대로 다리를 오므리고 망토의 밑부분을 묶으면 얼굴만 보이는 선물 주머니가 되지 않을까 싶었지. 머릿속에서 선물이 된 안나를 상상하며 귀엽다고 작게 읊조렸어. 대부분 학생들이 그러한 듯 나름 지루한 표정을 짓다가 인상을 찡그리며 팔짱을 끼는 게 눈에 들어왔어.



그리핀도르와 슬리데린은 영원한 악연일까. 엘사는 이 말에 토를 달고 싶을 정도로 안나 아렌델이라는 존재에 대해선 관심이 많아. 남들에게 보이는 까칠한 모습은 자신을 방어하는 방법으로 보였고, 가끔 보이는 나이에 맞는 귀여운 표정, 짐짓 어른인척하며 행동하는 것. 친절하게도 자신을 구해주던 순간. 그래, 비밀의 방에서의 안나. 겁을 먹어 아무것도 못 하던 엘사를 구해줬던 건 멋있었지만 한순간에 말 한마디로 분위기를 싸늘하게 하는 순간을 생각하면-. 그 상대가 안나여서 괜찮았던 거야. 사과는 했었잖아? 제 마음을 간단하게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호감이 들어찼어. 남들에게서 듣는 안나와 자신이 생각하는 안나는 묘하게 달라.



“- 래번클로 380점, 슬리데린 410점으로 기숙사 점수 우승자는!”



이미 답은 나왔지만 잠시 뜸 들이는 소리에 엘사는 정신을 바로잡고 교장의 말에 집중했어. 그는 헛기침하다 천장에 있는 수많은 깃발을 바꿨어. 녹색을 바탕으로 중앙에 뱀이 있는 깃발. 우승컵은 슬리데린이 쥐었어. 자신들의 깃발이 홀을 가득 채운 것을 지켜보고 있던 슬리데린쪽에선 환호가 터져왔어. 그중 안나도 가볍게 박수를 치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어. 그녀의 옆에 앉아있던 학생들이 고생했다며 말을 건네왔는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지. 일학년에서 가장 많은 점수를 얻도록 도움을 준 사람은 안나가 명확했을 거야. 다른 기숙사인 엘사가 어림짐작해도 안나의 고생이 눈에 들어왔었으니.



즐거웠지만 나름 씁쓸했던 종강 파티가 마무리되고 학생들은 각자 자신들의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어.



그중, 안나도 포함이었지. 방에서 전신 거울을 보고 있던 안나는 순식간에 다가오는 긴장감에 주먹을 쥐었다, 풀기를 반복해. 주먹을 쥘 때마다 힘을 많이 줬는지 손바닥이 하얗게 변해있었어. 집으로 가는 길은 정신적으로 험난할 거야. 거울을 통해 자신과 눈을 마주해. 옅은 녹색이 섞여 있는 푸른 동공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어. 문 앞엔 이미 집으로 가기 위한 짐들이 대기 되어있었지.



마지막으로 거울을 바라보며 살짝 흐트러진 앞머리를 정리하고 가방 손잡이를 붙잡아 끌고 나왔어. 여자 기숙사를 벗어나자 그녀 앞에 한스가 다가왔지. 오늘따라 신경을 썼는지 그의 앞머리가 조각처럼 단단하게 고정되어있는걸 보고 있던 안나에게 내년에 보자며 인사를 해. 가방을 쥐고 있던 손을 붙잡아 손등에 가볍게 키스하면서. 그 짧은 순간에 맞닿은 피부에선 따끔거리며 불쾌한 감각이 몰려왔어. 대놓고 피할 수 없었어. 그저 참아냈어. 다소 특별한 안나의 반응을 기대한 적 없던 한스가 아무렇지 않게 뒤를 돌아 떠나자 그가 입을 맞췄던 피부를 손톱으로 살살 긁어냈지. 이대로 접촉한 피부의 껍질을 벗겨 아무것도 못 느꼈으면 했어.







-







열차의 머리 쪽에선 무수한 수증기들이 올라오면서 천천히 속도를 내기 시작했어. 비어있는 공간을 찾아다닌 안나는 원하는 곳을 발견해 안으로 들어갔지. 자리에 앉아 순식간에 바뀌는 창문 너머를 바라봤어. 역시 혼자가 편하다는 생각을 하며 창문에 어깨를 기대곤 눈을 감아.



내가 있는 이 공간에 아무도 안 들어왔으면 좋겠어-.



작은 소망을 빌었지만, 안나의 바람은 무참히 뭉개졌어. 십 분도 안돼서 문이 열린 거야. 불만스러운 얼굴로 문을 연 사람을 쳐다봤어. 얼굴을 빼꼼 내밀다 안나를 발견하곤 웃으며 들어오는 엘사였어. 누구랑 싸우고 들어왔나 싶을 정도로 단정치 못한 교복이 눈에 들어왔어. 확인도 안 했는지 단추가 하나씩 엇갈려 끼워져있었고, 한 쪽팔 소매는 손목이 드러날 정도로 걷어져 있었지. 거슬려. 하지만 다행이다 싶기도 할 거야. 엘사의 옆엔 대부분 같이 다니던 친구들이 안 보였으니깐. 그나마 조용하겠네-. 안나는 말없이 자리에 앉은 엘사에게 손가락질하다가 다시 고개를 창문으로 돌렸어.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엘사는 손끝이 어디를 향했었는지를 확인하다가 짧은 탄성을 내뱉곤 주섬거리며 단추를 채웠어.



“반가워, 안나!”

“아렌델.”

“열차 안에서 보는 풍경이 엄청 멋있긴 하지. 나도 좋아해.”



어쩌라는 거야.



안 그래도 집으로 돌아갈 생각에 심란해진 안나는 시끄럽게 재잘거리는 엘사의 입을 막고 싶었어. 쥐로 만들어서 가둘까-. 그렇다면 정말 조용할 거야. 이런 안나의 마음을 모르는 엘사는 여전히 하고 싶은 말을 했어. ‘오, 벌써 열차가 속력을 냈나 봐. 더 빨라졌어! 난 집에 가서-’ 시끄러워! 창문에 뒀던 시선을 돌려 엘사에게 부탁 아닌 부탁을 할 거야. 제발, 닥쳐봐-. 야단스럽게 혼자 떠들던 엘사의 입이 한순간에 조용해지겠지. 숨소리 빼곤 모든 게 조용해지자 다시 창문 너머를 바라봤어.



하지만, 조용해질 거라 생각했던 안나의 욕심은 처절하게 무너졌어. 입술을 삐죽이고 있던 엘사가 안나에게 말을 걸었기 때문이야.



“나 궁금한 거 있어.”



안나는 깊은 한숨을 내뱉었어. 왜 이곳에 들어온 거지? 자신이 있는 열차번호로 들어와서는 평소보다 ‘더’ 유별나게 말을 거는 엘사가 마음에 안 들었어. 거슬려. 너에게 난 무엇이길래 이렇게 말을 거는 거지? 호감을 내가 준 적이 있었나? 저대로 묶어서 엘사의 친구들인 오로라와 엘라에게 던져주고 싶을 정도로 마음에 안 들었어. 그들은 도대체 친구를 버리고 어디로 간 거야! 화는 올라왔지만, 안나는 엘사에게 나름 친절했어. 싫다는 표정이었지만 뭐냐고 물었지. 수락이 떨어지자 다시금 재잘거리며 궁금증을 던져.



“안나라고 부르면 안 되는 거야?”



유리창에 이마를 문대며 한숨을 쉬었지. 정말, 재수 없는 노덜드라. 고작 그런 거로 귀찮게 한다니-.



“너랑 내가 이름 부를 정도로 친하니?”

“나는 꽤 많이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



전혀.



슬리데린과 그리핀도르의 친분이라니. 정말 우습네.



“다른 애들이 너랑 내가 친하다고 생각해서 가끔 물어보던걸?”

“.... 그 머저리들이 누구지?”



엘사가 이름을 알려준다면 당장이라도 지팡이를 꺼내 한 명씩 찾아가 종기가 올라오는 마법을 걸어줄 생각이었어. 하지만, 정의로운 기숙사의 엘사는 입을 꼭 다물 거야. 자신이 불리하다고 생각했겠지. 고개를 살짝 가로저으며 이건 그냥 넘어가자는 듯 다른 말을 해.



“그래서 안나라 부르면 안 돼?”



이름에 집착하는 미친 노덜드라!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소리를 질렀어. ‘그래, 네 맘대로 해! 그러니 제발 닥쳐!’ 발악하며 한참을 열을 냈어. 용암처럼 들끓는 화를 천천히 삼켜내다가 문득 조용해진 특실에 천천히 고개를 돌려 엘사를 바라봤지. 엘사가 환하게 웃고 있었어. 한없이 맑은 그 웃음에 안나는 속에서 울렁이는 화가 잠재워지는 게 느껴졌어. 이유를 모르겠어. 다만, 자신과는 너무 달라. 나는 그렇게 웃어본 적이 없어. 네 행복은-. 아마 엘사와 비슷하게라도 해보겠다고 웃는다면 일그러진 얼굴이 되지 않을까 싶었지.



“난 엘사야, 엘사라고 불러줘.”



어깨를 으쓱이며 이름을 불러 달라 말하는 엘사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어. 한순간에 바뀐 자신의 심리상태에 당황했지. 호그와트 밖에선 마법 사용이 금지였을 건데 노덜드라가 마법을 부렸나? 말도 안 되는 생각에 인색하며 머리를 흔들었어. 그러다 조심스럽게 움직임을 멈추고 엘사를 바라봤지. 극과 극인 자신과 엘사. 다른 이들보다 관심은 있었지만 이렇게 다가올 줄 몰랐지. 나는, 너를-. 안나는 엘사와의 관계에 대해서 정의를 내릴 수 없었어. 안나의 감정선을 드나 넘는 엘사가 묘했지. 이걸 무어라 표현해야 하는 걸까. 불편하면서도 간질거리는.



아무리 생각해도 정답은 없었어. 그래서 이 불편함을 어느 정도 털어내고 싶었지.



“내 이름 부르고 싶으면 그 망할 소매나 정리해.”













*

이제 맘놓고 안나라고 부르겠지..


2학년... 너희들 언제 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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