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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Lullaby - 17

불멸에관하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1.31 09:12:21
조회 409 추천 21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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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음…"


  엘사는 얕은 신음을 내며 몸을 움츠렸다. 그녀를 감싸고 있는 품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으려는 것만 같이 품속으로 더욱 파고들었다. 엘사는 그녀의 손에 잡히는 옷자락을 꽉 움켜쥐었다. 마치 따스한 온기의 주인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잡고 있는 것 같았다. 이 따스한 온기가 그녀를 마치 어린 아이가 된 것처럼 어리광부리게 만들고 있었다. 


  바스락- 애정이 가득 담긴 손길이 흐트러진 엘사의 머리를 가지런히 정리해 주고 있었다. 엘사는 손의 주인이 자신을 더 편하게 만져줄 수 있도록 몸을 움직였다. 그녀의 머리를 만지는 이 손길이 어딘가 낯선 부분이 있으면서도 포근했다. 그녀를 조심스럽게 만져주는 이 손길이 그녀가 지난 며칠간 겪었던 힘든 일들을 위로해 주고 있었다. 


  "우으…"


따스한 손의 온기가 멀어지자마자 어린 아이가 된 것처럼 투정을 부렸다. 


  "조금 더 자렴, 우리 아가."


손의 주인이 피식 웃으며 그녀를 달랬다. 머리카락을 정리하던 손길은 어느새 그녀의 콧잔등을 가볍게 쓸어내리고 있었다. 


  엘사는 목소리를 듣자마자 그 목소리의 주인을 알아차렸다. 너무나 그리워했고, 너무나 다시 보고 싶던 사람. 엘사는 지금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것이라면 제발 이 꿈에서 깨지 않기를 빌었다. 적어도, 마음에 담고 있던 울분을 토해낼 때 까지 만 이라도. 찾아 헤매던 한 줄기 빛이 드디어 눈앞에 아른거렸다. 


  혹시나 말을 건네면 사라지지 않을까- 라는 걱정이 떠오른 엘사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오랜만이에요, 어머니."


  “대화를 하는 건 오랜만이지?”


이두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엘사는 마음이 간질거리는 것 같았다. 


  “잘 지내셨어요?”


  “그럼, 계속 우리 딸 생각하면서 있었지.”


  “보고 싶었어요.”


  엘사는 몸을 조금 움직여 이두나의 따스한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이두나는 살며시 웃으며 자신의 가슴팍에 얼굴을 비비는 엘사를 안아주었다. 마침내 되찾은 이 온기를 다시 잃기 싫다는 듯이 어머니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있었다.


  “우리 귀여운 딸은 무슨 걱정이 있어서 이럴까?"


이두나가 품 안에 안긴 딸의 뺨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어머니, 그게 사실, 그게… 후."


  엘사는 한숨을 푹 내쉬고선 말을 이었다.


  “죄송해요. 머릿속은 복잡한데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할지...”


  “천천히 하렴, 엘사. 엄마는 네 옆에 있단다.”


  잠시간의 정적이 흘렀다. 이것이 꿈이라는 생각이 엘사를 독촉했다. 이 꿈에서 깨게 되면 다음은 없다고. 


  “혹시 제가 겪었던 과거를 같이 보신 거에요?”


  이두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엘사는 아직도 그때의 한기가 찾아오는 듯이 몸을 떨었다. 이두나는 품에 안긴 엘사를 더 세게 안아주었다. 


  “안나한테 너무, 너무 미안해요… 저는 그저 제 힘이 너무 커져서, 제가 조절하지 못하게 될것 같아서, 그래서 다치지 않게 하려고 한 거였는데. 그렇게 고통스러울 줄은 몰랐어요…”


  엘사의 눈가에는 어느새 차가운 이슬이 고여 있었다. 


  “제 이기심인 걸까요?”


  또다시, 아무 소리 없이 시간이 흘렀다. 이두나는 아무 말 없이 엘사의 등을 토닥였다. 


  “제 대관식이 이루어진 날의 사건이 있고 나서, 내심 기대했어요. 이제 드디어 오랫동안 묻어놓았던 서로의 마음을 터놓을 수 있겠다고. 그렇게 눈을 감을 때까지 평화롭게  지내길 빌었는데…”


  엘사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렸다. 


  “아무 일 없이 조용히 살았으면 하는 제 바람은 그저 헛된 꿈인걸까요?”


  이두나의 두 팔을 잡고 있던 엘사의 두 손에 힘이 들어갔다. 엘사의 뺨에 흐르는 눈물은 어느새 강을 이루고 있었다. 


  “엄마, 너무 힘들어요…”


  이두나는 자신의 품에서 흐느끼는 소중한 딸을 꼭 안아주고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고생했어, 내 딸.”


  바로 그 순간, 간신히 잡고 있던 울음이 터져 나왔다. 엘사는 자신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져주는 이 손길을, 자신의 구멍 난 마음을 치유해주는 이 목소리를 떠나보내기 싫다는 듯이, 마치 하늘이 무너지는 것처럼 구슬피 울었다. 



  짧지만 길었던 시간이 지나고, 조금 진정이 된 듯한 엘사는 이두나의 품에 안겨 그녀의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그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바라던 어머니의 품인가. 아주 오랜만에, 동생을 다치게 한 뒤로부터 차마 할 수 없었던 어리광을 부리고 있었다. 


  이것이 꿈이 아니라면 얼마나 좋을까, 엘사는 생각했다. 그녀에겐 너무나도 달콤한 꿈이었다. 속마음 어딘가는 분명히 그녀가 안나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외치고 있었는데도 어머니가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는 불안함이 그녀를 잡아두고 있었다. 


  "엘사, 일어나렴."


  이두나가 자신도 일어남과 동시에 엘사의 몸을 천천히 일으키며 말했다. 


  '그래, 이제는 꿈에서 깰 시간이야.'


  엘사는 마음의 준비를 했다. 두 눈을 꾹 감았다. 이제는 다시 안나에게 돌아갈 길을 찾으러 가야 했다. 이제 어머니와 작별 인사를 할 시간-


  "아직 설명해 줄 것이 많아, 엘사." 


  엘사는 이두나의 말에 꾹 감고 있던 두 눈을 깜빡거렸다. 어안이 벙벙하고 떨렸다. 이게 꿈이 아니라는 것일까? 볼을 꼬집어 보자, 통증이 그녀를 반겨주었다. 


  ‘하지만, 안나가 기다리고 있는데…?’


  엘사의 머릿속이 뒤죽박죽 엉켰다. 


  "어서 일어나렴, 네게 보여주고 싶은 게 많단다."


  엘사는 차마 시야에 들어오지 못했던, 이제야 눈길을 끌게 된 주변의 풍경을 살펴보았다. 천장 없이 투명한 얼음으로 이루어진 듯한 원형 바닥에는 신비로운 느낌이 드는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가운데가 볼록 위로 솟아 있는 정사각형, 그리고 그 사각형의 각 점에서 이어지는 4개의 다이아몬드 모양 결정, 그리고 그 안에 새겨져 있는 정령의 문양들. 마치 제단 같았다.


  엘사는 그곳에서 알 수 없는 이끌림을 느꼈다. 놀라움을 표하며 제단을 향해 천천히 다가가자 볼록 튀어나온 부분에 새겨진 눈의 결정을 볼 수 있었다. 혹시 이것이 자신을 이 장소로 이끈 것일까? 엘사는 혹시나 하는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결정에 힘을 쏟아내 보았다. 하지만 그녀의 바람이 무색하게도 눈송이는 그 속내를 감추고 있을 뿐이었다. 


  이내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이두나를 따라 발을 옮기려는 찰나, 미약한 진동이 어느새 지진인 것 마냥 땅이 울렸다. 오래 가지 않아 굉음과 진동이 멎자, 엘사와 이두나는 다시 제단으로 다가갔다. 그 가운데에는 눈송이가 약한 빛을 발광하고 있었다. 


  "... 여긴 대체 무슨 장소에요?"


  엘사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이두나를 바라보았다. 그녀 또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 모르는 눈치였다. 


  "글쎄, 그저 되게 오래전부터, 까마득한 옛날부터 있던 곳이라는 것 외엔 나도 아는 것이 없단다. 나도 모든 걸 알고 있는 게 아니라서…"


  이두나의 말을 들은 엘사는 혹시나 하는 의문을 가지며 눈송이에 힘을 더 흘려보내려 했다. 하지만 마치 벽이 있는 것처럼 힘이 막히자 단념했다. 



  이 장소는 무엇일까? 어머니가 어떻게 돌아오신 것일까? 안나는 잘 지내고 있을까? 여러 의문이 공존한 채, 엘사는 이두나의 손을 잡고 그녀의 뒤를 따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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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 설명한 바닥 모양이 이해가 됐으려나 모르겠당... 사실 이게 젤 중요한거긴 한데


와 드디어 3부 시작!

여러번 갈아엎었는데도 올리기 너무 부끄러웟

아... 몰라 저질러버렸어 도망가 ㅌㅌ


항상 봐준 쥬미들 너무 고맙고 추측, 질문, 지적 언제나 환영하니까 부담가지지 말고 댓글로 알려주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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