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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일과 즐거움 4-2화

믇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2.05 14: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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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화


1군에 뽑혔다는 것을 들은 하루 뒤에 안나는 마침내 자신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엘사는 점심시간에 자신이 전날 밤에 쓴 글의 논점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책상에 우쭐해 하는 미소를 띤 두 남자애가 찾아왔다. 안나는 아직 많은 이들을 알지 못했지만, 그녀는 이들이 저들처럼 9학년이 아니라는 것은 알아챘다. 좀 나이가 많아 보였고, 키가 컸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무슨 곧 이 학교를 인수할 거라는 아우라가 풍겼다.


안나와 가까이 있던 남자가--- 고급진 사립학교에 다닐 법한 남자였고, 머리카락색은 밤색이었고, 아마 생각보다 훨씬 비싼 옷을 입고 있었다--- 말을 걸었다.


“두 숙녀분, 만나서 반가워.” 그가 거만하게 말했다.


엘사는 이 두 남자의 예상치 못한 등장에 입이 얼었다. 하지만 안나는 전혀 동요하지 않고 미소를 지었다. “안녕하세요. 전 안나구요, 여기는 제 친구 엘사에요. 뭐 필요하신 거라도?”


안나 자신도 이름을 괜히 얘기했다는 것을 알았다.


“아, 이건 우리가 필요한 게 아니라, 너희에게 해줄 수 있는 뭐 그런 거야.” 그 남자는 마치 도를 아십니까 같았다.


안나는 그가 무슨 의미로 그런 말을 한 것인지 이해하지 못해서 물어봤다. “전 그게 무슨 의미인지를 모르겠는데요? 저희가 딱히 그쪽한테서 필요한 건 없는 것 같은데. 그래도 고마워요… 그게 뭐가 됐든.”


그 남자가 웃었다. “잠깐 진정해, 아가씨. 내 생각엔 너흰 우리가 해주는 게 필요한 것 같은데? 여기 나하고 내 친구는 너희를 학교에서 계속 보다가 드디어 말을 걸기로 한 거야. 음, 신사처럼. 그래서 신사같이… 너희가 혹시 우리랑 데이트할 마음이 있는지 물어보려고.”


“아니요. 괜찮아요.” 안나가 곧바로 말했다.


남자애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고, 이제는 인상이 드리웠다. “잠만, 뭐라고?”


“고맙지만 사양한다고요.” 이건 진심이었다. 적어도 안나는 진심이었다. 그리고 안나는 이 남자애들한테만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뭐 딱히 좋은 인상을 심어주지는 못하긴 했다. 안나는 그냥 남자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녀가 어렸을 때 그녀의 엄마는 항상 언젠가는 멋진 남자를 만나서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고, 정착해 살거라 말했다. 안나는 그 말에 항상 신이 났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 안나가 여러 남자에게 그 ‘사랑에 빠지게’ 할 기회를 주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안나가 이것을 엄마에게 말했을 때 엄마는 아직 어려서 사랑에 빠진다는 게 뭔지 잘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나는 그것이 아니라 약간 애초에 나와는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안나는 그들에게서 매력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그들은 그저 가슴이 납작하고, 머리가 짧고, 살짝 밥맛인 여자애들 같았다. 안나도 처음에는 자신이 남자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실망했고, 부끄럽기까지 했다. 그래도 중학교 끝자락 인정하게 되었다. 그녀는 남자에게 관심이 없었다. 그녀가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딱히 바꿀만한 가치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새로운 남자가 자기 앞에 왔을 때, 안나는 자신이 뭐라고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난 지금 네가 자신의 발로 걷어차 버리고 있는 이 기회를 잘 이해하지 못한 것 같은데? 내가 누군지 알아? 난 너를 이 학교의 인싸오브 더 인싸로 만들어줄 수 있어. 네가 지금까지 없었던 그런 평판을 얻게 해줄 수 있다고.”


안나는 갑작스러운 분노에도 놀라지 않고 반박했다. “당연히 전 그쪽이 누군지 모르죠. 아직 이름도 알려주지 않았잖아요. 저희는 알려 드렸는데. 그렇게 좋은 시작은 아니죠. 그리고 굳이 그쪽이 저희 학교생활에 간섭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라크로스부에서 활동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은데요?”


“하!” 남자가 날카롭게 말했다. “라크로스부라고 인싸가 될 것 같아? 천만에.”


“전 그런 말 한 적 없는데요. 언제 유명해지고 싶댔어요? 그렇게 자존감이 낮으셔서야… 저흰 그러지 않으니까 괜찮아요.” 안나는 굳이 마지막 말을 할 필요가 없었지만, 이 남자애가 안나의 성질을 건드리고 있어서 안나는 빨리 이 두 사람을 사라졌으면 했다.


“야, 한스 웨스터가드가 자존감이 낮다니.” 그의 친구/등신이 끼어들었다.


한스가 손을 들어 다른 애의 말을 멈추었다. 하지만 아직 가지는 않았다. 그는 안나를 보며 이를 갈며 주먹을 꽉 움켜쥐더니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그는 안나에게서 눈을 떼더니, 진심으로 여기 있고 싶지 않다는 얼굴을 한 엘사에게로 돌렸다. “그럼 넌 됐고, 너는? 어차피 난 조용한 애들이 좋더라. 걔들이 좀 요상해.”


“ㄴ,네?” 엘사가 말을 더듬었다.


“그래, 들었잖아.” 그가 다시 미소를 되찾아 나쁜 의도를 가지고 그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데이트할래?”


“걘 그런 거 관심 없어요.” 안나가 대신 말했다.


“닥쳐. 난 네 친구한테 말하고 있잖아. 그러니까 응? 이런 애랑 놀지 말고 나랑 가자?”


안나의 안쪽에서 뭔가가 끊어졌다. 엘사를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그 감정이 이 이상한 놈이 엘사를 바라봤을 때 느껴졌다. 하지만 뭔가가 더 있었다. 그가 엘사를 바라보는 매 순간 안나의 안쪽에서는 불이 더 크게 타올랐다. 그녀가 알아차리기도 전에, 이미 식당의 모든 이들의 눈은 안나에게 가 있었다. 안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크게 소리쳤다. “야!”


그리고 이것이 좋은 생각이었는지 따져보기도 전에 안나는 이미 손을 들어 한스의 오른쪽 뺨을 때렸다.


이 놈이 바닥에서 일어날 동안 주위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가 생각하던 것보다 더 세게 때렸나 보다. 재빨리 흥분한 탓인지 곧바로 정신이 들었고, 안나는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이 이후에 일어날 일에 대해 살짝 두려웠다.


그는 그냥 안나를 째려보고, 고개를 젔더니, 그대로 물러갔다. 그들이 물러갈 때 안나는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 “내가 말했잖아. 다이크*라고.” 그녀는 그것이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안 좋게 들렸다.


* 원문은 Dyke. 레즈비언을 비하하는 단어.


식당 문이 닫히자, 스위치를 껐다 킨 것 마냥, 애들은 다시 원래대로 자기들 할 얘기를 하고 이쪽에서 신경을 껐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았다.


엘사는 충격받은 것 같았다. 안나는 빠르게 뛰는 자신의 심장을 진정시키고, 숨이 찬 상태로 말했다. “괜찮아?” 무슨 탑에 갇힌 공주를 구해주는 기사 같았다.


엘사가 끄덕였다. “어, 어. 괜찮을 거야. 난 그냥… 우와. 안나, 방금 뭐야?”


안나가 으쓱했다. “나도 몰라. 그냥 뭔가 이래야 한다는 느낌을 받았어. 그래서 뭐라고? 내 동사 사용법이 뭐라고 했잖아.”


점심시간이 그렇게 썩 좋게 흘러갔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다사다난했던 점심시간이었다. 엘사를 진정시키고 다시 자리에 앉아 아까 하던 얘기를 마저 했다.


그러나 안나는 그럴 수 없었다.


엘사가 그러자고 대답할까 봐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나비, 그래 그런 느낌이었다. 나비가 뱃속에서 날아다니는 그 느낌 때문에 안나는 들떠있었다. 그리고 그 느낌은 안나가 엘사를 바라볼 때마다 느껴졌다. 그녀의 엄마는 이런 일이 있을 거라 했고, 그녀도 언젠가는 사랑에 빠질 거라고 했다. 하지만 그게 이런 식으로 일어날 줄은 몰랐다.


안나는 사랑에 빠졌다. 불행히도 그녀의 절친과 사랑에 빠졌다.


===================================================================


문에 걸려있던 현관 종이 라푼젤이 말했던 것처럼 정확하게 30분 뒤에 울렸다. 안나는 그녀의 친구를 바라봤다. 이제 둘 다 깔끔하게 보였다. “이제 시간이 됐네.” 그녀가 말했다.


라푼젤이 고개를 끄덕이고 가게 앞으로 같이 걸어갔다.


30분간 밀대질에 앞치마를 갈아입었으면 정신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준비하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4년이 충분하지 않은 시간이었다면, 어떻게 30분이 충분했겠는가?


그녀는 운명에 맡기기로 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운명이 정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맞으러 부엌을 나갔을 때는 엘사는 코빼기에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에 다른 여자가 있었다. 아시아계에 수수한 빨간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머리는 말아 올려서 핀으로 고정했다. 그녀는 이 제과점을 경멸에 가득 찬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계산대에 보이지도 않는 먼지에 얼굴을 찡그렸다.


안나는 갑자기 변경된 계획에 대처할 줄 몰랐지만, 라푼젤은 임기응변에 능했다. “안, 안녕하세요. 고운 마음씨 베이커리에 오신 것을 환영해요. 뭐... 도와드릴 거라도?”


“네, 전 여기 대표님을 대신해서 왔어요. 아까 전화받으셨죠?” 여자는 계산대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네--- 아니 제 말은 대표님께서 전화를 주셨는데요. 전 대표님이 직접 오시는 줄 알았는데.”


“대표님께서 갑자기 일이 생기셔서, 제가 대신 왔어요.” 여자가 드디어 그 검은 눈으로 우리를 응시했다. “어차피 이게 편하잖아요. 제가 그쪽 월급 지급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그럼 관리자 같은 건가요?”


여자가 라푼젤을 노려봤다. “관리자 같은 게 아니라요, 관리자입니다.”


“아, 죄송합니다. 그런 의도는… 제 말은 전 그냥---”


“제 파트너가 말하려는 건...” 안나가 말을 이었다. 그녀는 자기 자신이 목소리를 되찾았다는 것에 새삼 놀랐다. “여기 오셔서 좋다구요. 근데 대표님께서 저희한테 필요하신 거라도 있나요?”


여자가 노려보는 눈빛을 안나에게로 돌렸다. 그 눈빛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서 마치 매일 거울에 대고 연습을 한 것처럼 보였다. “대표님이 레포트, 아니 경고를 한다네요. 이 작은… 제과점에요. 분기마다 매출을 보고해야 하는 것을 알고 계시죠?”


안나는 그녀가 ‘베이커리’ 라고 말하는 것이 불편했다. 고운 마음씨라는 상호를 인정하지 않는 것 같았다. 전통적인 베이커리는 아닐지라도, 그 뭐랄까… 정이란 것이 존재했다. “네, 알고 있습니다.” 안나는 이 여자에 기가 죽지 않도록 노력했다.


“그리고 이번 분기가 이달 말에 끝나는 것도 알고 계시죠?”


“당연하죠.” 사실 안나는 몰랐다. 아마 알고 있었어야겠지만, 이 여자에게 그렇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베이커리가 최근에 개업해서, 이곳의 매출은 최대한 엄격하게 보고 있어요. 모든 지점이 채워야 할 할당량이 있는데, 만약에 못 채우신다면 사업을 지원할 필요가 없죠.”


안나는 모욕당한 느낌이 들었다. 이 여자가 그들의 베이커리에 아무런 믿음이 없다는 것이 분명했다. 그녀가 자신들을 믿지 않는다면, 안나가 믿게 만들어야 했다. “고운 마음씨 베이커리에 대해선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저흰 이곳을 최고의 제과점으로 만들 자신이 있거든요.”


노려보는 눈빛이 점차 약해졌고, 그녀가 사람의 얼굴에서 본지 오래된 미소를 띠었다. 안나의 자신감에 놀란 눈치였지만 동시에 멍청하다고 생각했다. 안나의 피가 들끓어 올랐다. 그리고 이 여자가 그 온도를 확 낮추는 말을 꺼냈다. “할당량을 채우시려면 이달 말까지 $10000의 매출액을 달성하셔야 합니다.”


라푼젤과 안나는 말문이 턱 막힌 채 그저 서 있었다. 그 숫자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그리고 둘 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생각은 하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한 달 만에 그만큼 벌지?


아니, 아니. 그들은 희망의 불씨를 살려둬야 했다. 그냥 그래야 했다. 이런 거대한 일이 앞에 놓여있어도, 그들은 이 작은 제과점에서 희망을 잃어서는 안 되었다.


여자는 둘을 혼란과 불확실성에 휩싸이게 하고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럼 이만.” 그리고 문을 열고 나갔다. 이 모든 상황을 제대로 받아들이기까지 여자가 나간 뒤 몇 분이 소요되었다. 라푼젤은 다리가 풀려 카운터를 겨우 잡고 있었다.


“안 돼, 안나...” 그녀가 말을 잇지 못했다. “그… 이만큼 벌 수 있는 거 맞지? 한 달 만에? 우리 할 수 있는 거지? 제발 안나, 할 수 있다고 말 좀 해봐.”


안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여러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혼란, 짜증, … 분노. 크고 큰 분노.


이건 그녀의 꿈이었다. 아니, 아니, 그들의 꿈이었다. 그녀와 라푼젤의 꿈. 그리고 그 어느 것도 그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그녀는 어떻게 해서든 가게를 살려내야 했다. 그의 대가가 무엇이든. 하지만 말도 안 되는 말도 안 되는 호구딜을 당하면 안나 자신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건 그 말도 안 되는 호구딜이었다.


안나는 그들의 꿈을 위해 싸우고 싶었고, 그녀는 싸울 것이었다. 하지만 일단 싸우기 전에 싸움이 성립되는지는 확인을 해봐야 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운명 뒤에 숨을 수 없었다. 이 짜증의 원인에게 가야 했다. 그리고 멱살을 잡고, 이 한마디를 해야 했다.


“뭔 지랄이야.”



작가의 말: 난 경영 이런 거 몰라서 저게 큰지 작은지 잘 몰라. 내 생각에서 만불이면 꽤 큰 거 여서 그냥 그걸로 했어.


읽어줘서 고마워. 오랜만에 이거 번역하네. 지적은 환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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