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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Lullaby - 19

불멸에관하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2.07 07:38:22
조회 420 추천 26 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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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드덕, 발이 나뭇잎을 밟으며 나는 소리에 놀란 새가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이두나의 뒤를 따라 걸은지도 수 시간이 지났다. 얼마나 더 가야 새로운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까? 엘사는 알 수 없는 답답함에 아랫입술을 살며시 깨물었다. 


  “안녕?”


  경쾌한 걸음걸이로 숲 속을 나아가며, 마주치는 동물마다 밝게 인사를 하고 있는 자신의 어머니가 보였다. 마치 숲과 벗이 된 듯한 모습이었다. 


  자신이 모르고 있던 어머니의 모습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원래 저렇게 밝은 성격을 가지고 계셨던 것일까? 질문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물어보고 싶은 것이 산더미인데도 즐거워하는 어머니를 보고 있자니 그런 생각은 마음속 깊이 묻게 되었다. 


  네가 감정을 숨길 줄만 알았어도.


  흠칫, 귓가에서 어둠이 속삭이는 듯한 감각에 엘사는 주변을 급히 둘러보았다. 잔뜩 움츠려 든 표정으로 다급하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겁에 잔뜩 질린 토끼를 닮아 있었다. 방금 그 목소리는 무엇이었을까? 한참을 두리번거려도 결국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한 엘사는 심란한 마음을 애써 꾹꾹 쑤셔 넣으려 애를 쓰면서 이두나의 뒤를 쫓았다. 




  숲 속의 잔잔한 호숫가를 지나고, 물이 졸졸 흐르는 개울도 지나고, 가파른 내리막도 지나자 그들은 드넓은 초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단풍이 가득한 숲을 빠져나오는 엘사의 표정은 어두워져 있었다. 


  네가 저들과 어울릴 자격이 있을 거라 생각해?


  그녀가 숲 속을 걸을 때마다, 그리고 호숫가와 개울에서 어머니가 자신에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때마다 어두운 목소리가 그녀에게 한 마디씩 건넸다. 


  안나도 너를 포기했잖아.


  엘사는 고개를 흔들어 사념을 머릿속에서 털어냈다. 목소리를 간신히 무시하고, 숲을 나오고 나서야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그녀의 주위는 마치 언제 불행을 속삭였냐는 듯이 고요했다. 


  '아니야, 괜찮겠지…'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어머니의 뒤를 따라 걷는 것뿐이었다. 이렇게 계속 무시하다 보면 괜찮아질 거야,라고 애써 위안하며 엘사는 우울한 마음을 달랬다. 




  푸른 들판을 따라 걷던 중, 문득 그들의 눈에 들판 저 멀리 위에 서 있는 오두막이 보였다. 


  “오, 잠시 저기서 쉬고 가자구나.”


  이두나가 밝게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엘사의 한쪽 손을 잡고 오두막으로 다가갔다. 통나무로 지은 자그마한 오두막 앞에 선 이두나는 손을 들어 문을 쾅쾅 두드렸다. 


  "아저씨! 계세요?"


  "잠시만 기다리게!" 문 안에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곧장 문이 열리고, 하얗게 센 머리를 가진 장발의 중년 남성이 싱긋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반겼다. 


  "아저씨!" 

 

  “오, 귀염둥이 이두나 아니더냐!” 


  “에이, 제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그러세요!”


  “그게 여기서 무슨 의미가 있다고 그러나, 허허. 너는 영원한 귀염둥이란다. 그나저나 옆에 계신 아름다운 숙녀 분은 누구인고?”


  “아아! 제 딸이에요.”


  “안녕하세요, 아렌델의 엘사입니다.”


  옆에서 어머니가 처음 보는 남성과 대화하고 있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엘사는 깜짝 놀라며 인사했다. 


  “딸? 호오, 딸이라... 놀라워, 놀라운 일이야.” 


  그가 낮게 중얼거렸다. 


  “아참, 이렇게 서 있지만 말고 안으로 들어오너라. 따뜻한 차라도 한잔 내 올 테니 앉아서 기다리고 있으렴.”


  그는 엘사와 이두나를 오두막 안으로 안내했다. 오두막 내부는 단정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이상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사람의 흔적 없이 깔끔했다. 


  이두나와 엘사는 한쪽 구석에 놓인 식탁에 다가가 앉았다. 삐걱, 나무가 맞물리며 나는 불쾌한 소리가 고요하던 오두막 안에 퍼졌다. 


  '어디서 본 사람 같은데…' 


  엘사는 자신의 기억을 빠르게 훑었다. 어딘가 본 것 같으면서도 곧장 떠오르지는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조금 떨어져서 차를 우리고 있는 남성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어깨 밑으로 살짝 내려오는 길이의 백발, 그리고 회색과 베이지의 중간인 듯 해 보이는 색의 옷이 눈에 들어왔다. 


  ‘... 어?’ 


  그녀는 무언가 실마리를 찾은 듯이 눈을 끔뻑였다. 


  ‘저 색의 옷을 최근에 여러 번 본 것 같은데…’


  엘사가 남성의 정체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을 찰나,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그녀의 표정을 본 이두나가 엘사의 손을 덥석 잡았다. 엘사는 화들짝 놀라 이두나를 바라보았다. 이두나는 엘사의 손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고민을 혼자 담아 두지만 말고, 언제든지 말하렴.”


  엘사는 손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온기에 잠시 생각을 멈췄다. 지금 여쭈어보는 게 맞을까? 잠시 고민을 하던 엘사는 이내 결심한 듯이 입을 열었다. 


  “어머니, 여기는 어디…”


  “오호, 오래 기다렸지? 뜨거우니까 조심하려무나.”


  그러나 그녀의 궁금함을 해결할 기회는 시기적절하게 차를 내 온 남성에 의해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차가 담긴 찻잔을 엘사와 이두나의 앞에 놓은 남성은 자리에 앉아 자신의 차를 조금 마셨다.


  "그래, 이두나. 여긴 무슨 일로 온 게냐?"


  "센트니세에 가는 길이었어요."


  "오, 반나절은 족히 걸어야겠구나. 여기서 조금 쉬다 가려무나."


  이두나는 방긋 웃으며 고마움을 전했다. 엘사는 조용히 뜨거운 찻잔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어디 불편하신 곳은 없으세요?"


  이두나가 차를 홀짝이며 말했다. 


  "뭐, 불편할 곳이 있겠나? 여기 온 사람들이 불편한 게 있으면 신기한 거지."


  "기억 못 하는 건 불편하지 않으세요?"


  "됐구나, 이미 끝나버린 것들에는 아무 미련 없다. 아무 걱정 없으니까 얼마나 좋고말고, 암암."


  서로 차를 홀짝이며 이야기했다. 엘사는 온통 처음 듣는 이야기에 복잡해지는 머리를 진정시키며 차를 홀짝였다. 


  "고통 없이 사는 게 얼마나 편안한 줄 아느냐? 이두나, 너도 나처럼 한번 살아봐야 알게 될 건데… 쯧쯧."


  "됐거든요, 저는 그런 거 필요 없네요!"


  이두나는 입꼬리 한쪽을 삐죽 올리며 말했다. 


  잠시 정적이 이어지나 싶더니, 그가 한숨을 푹 쉬었다. 


  "가끔은 네가 부럽구나. 저렇게 딸도, 가족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내게도 분명히 있었을 터인데, 기억할 수가 없으니 원…"


  그는 말을 마치고서 찻잔에 남아 있는 차를 전부 마셨다.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겠네, 이두나, 갈 길 조심히 가려무나. 그리고, 엘사 양?"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란 엘사는 고개를 들어 남성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해서 이름을, 그리고 이 곳에 오게 된 걸 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앞길 잘 헤쳐 나가길 비네."


  남성은 오두막의 문고리를 잡았다.


  "아, 그리고 엘사 양. 노파심에 한 가지 이야기하자면…"


  그는 문을 열며 말했다.


  "이 곳에서 이름을 가진 자는 몇 없다네. 절대로 이름을 밝히지 말 것, 염두에 두고 있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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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굴까?


항상 봐준 쥬미들 너무 고맙고 추측, 질문, 지적 언제나 환영하니까 부담가지지 말고 댓글로 알려주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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