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네일!!!
안나는 볼을 빨갛게 물들인 채 엘사의 손에 이끌려 식당으로 향했다. 스케이트 얼음 위에 너무 오래 있어서인지, 엘사가 은근히 머리 속에 붙인 불씨가 뜨거워서인지. 어느 쪽 때문에 볼이 붉은지 몰라도 안나는 얌전히 엘사가 이끄는대로 따라갔다.
어제 밤 이후로, 엘사는 안나를 결박하고 있던 사슬과 안대를 모두 풀어주었다. 그 대신 항상 엘사의 곁에 있는 조건으로. 방 안에 갇혀있는 것보다는 이쪽이 훨씬 낫지. 안나는 제 손을 꼭 잡고있는 하얀 손을 내려다봤다.
"안나. 아직 어디 불편하거나 아픈곳 있어?"
"...아니. 그만 좀 물어봐."
그 질문 오늘만 해도 다섯번째야. 아무리 첫경험이라고 해도. 안나가 귓가를 붉히며 투덜거렸다. 그 투덜거림조차 좋다는 듯 엘사가 사르르 눈 녹듯이 웃었다. 정말 눈 녹듯이. 안나가 입술을 깨물며 그 눈길을 피했다. 진짜 매번 느끼지만 저 얼굴로 저렇게 웃는건 반칙이야. 이렇게 가까이서 손까지 잡고있으면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강하고, 차가운 눈의 여왕이 오롯이 나만 사랑해주고, 나를 위해서 뭐든지 해줄것 같잖아.
"뭐 먹고싶어 안나?"
아무거나. 라고 대답하려던 안나의 발걸음이 뚝 멈췄다. 덩달아 엘사도 안나의 옆에 멈춰섰다. 중앙홀에 걸린 커다란 액자가 눈에 들어왔다. 이두나와 아그나르와 같이 찍은 가족사진. 엘사가 붙잡은 손에 힘을 줬다.
"왜 그래 안나?"
안나의 눈이 뚫어지게 사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엘사.
"나 사랑해?"
갑작스런 질문에 벽안이 동그랗게 떠졌다. Love me? 안나가 다시 한번 물었다. 그 말은 너무나 당연해서, 이렇게 물어볼거라고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정말 너무... 당연해서. 엘사가 볼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안나의 입술 위에 짧게 키스를 떨어트렸다.
"응. 사랑해."
안나 네가 없으면 난 죽을지도 몰라. 엘사가 붉어진 얼굴로 덧붙였다. 네가 있어서 난 이렇게 다시 빛 속으로 나올수 있었는걸. 잊지 않고 내 방문을 두드려주고, 모든걸 겨울로 만들고 도망간 나를 찾아서 얼음성의 문을 두드려준건 너니까. 나를 위해 얼어죽더라도 목숨을 걸어준게 너니까. 얼어버린 내 심장을 녹여준게 너니까. 이 세상에서 그 모든걸 해준건 너 하나니까.
"네가 내 사소한 일상이고... 내 모든거야."
나는 그래서 너 말고는 이제 아무것도 원하지 않아. 너만 있으면 돼, 안나. 너만. 엘사가 안나를 꼭 끌어안았다. 볼이 홧홧한 고백에 안나의 얼굴도 덩달아 붉어졌다. 그냥, 정말 그냥 한번 물어본거였는데. 이렇게 속마음을 모두 열어 보여줄줄 몰랐다. 그냥 내가 하고싶은 말은...
"사... 사진 찍을까 우리."
"사진?"
"그냥... 사랑하는 사람들이랑 사진을 찍으면 어떤 기분인가 해서."
우리 넷이서. 안나의 말에 엘사가 눈을 깜빡였다. 넷? 복도 저 끝에서 까르륵 하는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렸다. 엘사의 눈이 설마 하는 눈초리로 안나를 살피자, 안나가 맞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중앙홀을 지나쳐 걸어가자 서로 양말을 한짝씩 나눠낀 올라프와 어린 안나가 보였다. 처음보는 해맑은 얼굴에 엘사가 놀란 듯 그 둘을 쳐다봤다. 지금껏 안나말고는 누굴 잘 따르는 모습은 처음보는 것이였다.
"저 애, 올라프를 좋아하거든. 계속 만나고 싶어했으니까. 어때? 재밌을 것 같아."
안나가 엘사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물었다. 응? 사진 찍을거지? 고양이 눈을 한채 물끄러미 올려다보는 얼굴에 엘사가 볼에 열기가 오르는 걸 느꼈다.
"좋아. 안나 네가 원한다면..."
엘사의 말에 안나가 만족스럽다는 듯 빙긋 웃었다.
"그럼 일단 친해져야겠지?"
어? 안나가 엘사의 등 뒤를 가볍게 밀었다.
"엘사가 꼬셔와."
누구를? 사진사를? 안나가 당황한 얼굴을 한 엘사를 보며 웃었다. 무슨 소리야. 말했잖아. 저 애. 언니를 엄청 좋아한다고. 그러니까 언니가 꼬셔야지.
"일단 같이 밥 먹자고 해봐."
등 떠밀린 엘사가 두 사람 앞에 등장하자 두 아이들은 재잘대던 것을 멈추었다. 어린 안나는 또 화들짝 놀라 올라프의 뒤로 몸을 숨겼다.
"Oh, Hi, Elsa?"
"Hi, Olaf."
올라프가 반갑게 엘사에게 인사를 건냈다. 엘사가 두 사람 앞에 무릎을 꿇고 조심스래 몸을 굽혀서 올라프의 뒤에 있는 아이에게 인사를 건냈다.
"Hi."
올라프의 뒤에 숨은 어린 안나가 놀란 눈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Hi? Hi, me? 나한테 인사한거야? 어린 안나는 당황해서 저 뒤에 서 있는 안나를 다급하게 바라봤다. 안나는 키득거리며 자기는 모르는 일이라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눈 높이를 맞춘 엘사가 조심스레 다시 물었다.
"둘다 같이 점심 먹을래?"
엘사가 두 손을 내밀었다. 올라프가 고개를 끄덕이며 한손을 붙잡았다. 어린 안나는 머뭇머뭇 엘사의 눈치를 봤다. 정말 손을 뻗어도 되는 것인지 고민하고 있는것 같이 보였다. 정말 똑같이 생겼네, 안나의 어릴적 모습과. 자신이 피하고 도망치기만 해서 상처를 줬던 그 시절의 안나와. 그래서 더 고민하고 머뭇대는 것일까. 엘사가 올라프가 잡은 손을 끌어 제품에 끌어안았다. 우후후후훗! 올라프가 행복한 표정으로 웃으며 엘사를 껴안았다. 방패막이 사라진 어린 안나가 당황한 듯 시선을 이리저리 헤매고 있었다.
"안나."
"?!"
엘사가 가만히 웃으며 비어있는 손을 한번 더 내밀었다.
"...늦게 와서 미안해. 이제 다시는 놓지 않을테니까."
이제라도 내가 내민 손을 잡아줄래? 어린 안나와 엘사의 뒤에 서 있던 안나가 동시에 움찔거렸다. 엘사가 내뱉은 말은 두 사람에게 동시에 하는 말같이 들렸다. 순간 어린 안나의 몸이 투명하게 비쳤다. 아. 엘사가 눈을 크게 떴다.
어린 아이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엘사가 내민 손을 꾸물꾸물 작은 손으로 붙잡았다. 새하얀 눈의 여왕은 환하게 웃으며 어린 안나를 올라프처럼 끌어안았다. 작은 아이는 빨게진 눈가로 엘사의 목을 끌어안았다.
"엘사...... 화 안났어?"
나 멋대로 나타나서 엘사를 괴롭혔는데. 어린 안나가 울먹이면서 말했다. 설마 그래서 줄 곧 자신을 보면 피했던 걸까.
"나 않 싫어해?"
싫어할리가 없잖아. 엘사가 부드럽게 웃으며 안나의 양갈래 머리를 쓰다듬었다. 쓰다듬는 머리 뒤로 제 손이 비쳐보였다.
"좋아해 안나."
"...정말?"
"응. 정말."
나도 좋아해 엘사! 올라프도 덧붙였다. 엘사는 웃으며 그런 둘을 더욱 꼭 끌어안았다. 나도 둘다 사랑해. 엘사는 어딘가 가슴이 콕콕 쑤시는것 같았다.
"I Love You, Anna, Olaf."
힝. 엘사의 귓가로 어린 아이의 칭얼거림이 들렸다. 그게 귀여워서 엘사는 작게 쿡쿡거리며 웃어버렸다.
그리고 그 모습을 윗층의 난간에서 허니마린과 패비가 내려다보고 있었다. 패비는 흐뭇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고, 허니마린은 무표정한 얼굴로 난간을 손끝으로 톡, 톡 치면서 그 모습을 내려다봤다.
"...한명도 아니고 두명이나 케어하다니, 대단하네요 엘사는."
"비꼬는 걸로 들린다만?"
그럴리가요. 패비의 말에 허니마린은 계속 손 끝으로 난간을 두드리며 안나를 내려다봤다. 씻겨주겠다고 했을때 화를 내며 엉망으로 넘어지던 모습이 예뻐보였는데. 엘사가 조금만 늦게 왔었다면 우는 모습을 볼 수도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허니마린의 갈색 눈동자가 안나를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어떡하지. 이번엔 저쪽이..."
진짜 욕심이 나기 시작했는데. 목 뒤로 침이 넘어갔다. 그 전에는 마냥 귀여워만 보였는데, 아토할란 사건 이후로는 어딘가 모르게 예민미 터지는 고양이같이 느껴졌다. 짜증내거나 화내는 그 얼굴이 묘하게 색기가 흘러보이고, 그래서 그 얼굴이 무너지면 어떨까 하는... 허니마린의 손 끝이 멈췄다. 관두자. 원한다고 해봤자 얻을수 있는것도 아니고. 원래 예쁜 사람들끼리는 엮어야 되는건데, 괜히 끼어들지말고. 하지만...
"패비. 아까 그랬던가요? 제가 말했던 그 꽃. 구했다고?"
"아, 그거 말이냐. 그래 어렵게 겨우 한송이 찾아냈지. 이름이..."
"그거. 바로 가져다줄수 있나요?"
"어렵지는 않다만... 그걸 어디에 쓰려는 거냐. 그건 귀하디 귀해서 몇 년에 한송이씩 밖에 안피는건데. 게다가 그건 실수로라도 잘못 사용하면..."
알지 않느냐. 패비의 물음에 허니마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멀리서 엘사와 안나를 내려다보며 웃을뿐이였다. 어떡하죠, 나 지금 또 나쁜 장난이 떠올랐는데 패비. 허니마린의 눈 안에 안나가 계속 담기고 있었다. 그래도 작은 장난정도는, 괜찮잖아? 허니마린이 머릿속으로 꽃잎의 성분을 나열하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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