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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Lullaby - 20

불멸에관하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2.11 08: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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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이라는 것 하나가 감당할 수 없는 혼란을 불러올 수 있으니 말일세."


  쿵,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남성은 자취를 감췄다. 


  “저 아저씨는 갑자기 왜 저러실까…”


  이두나는 낮게 읊조리듯이 말했다. 그녀의 시선은 굳게 닫혀버린 문을 향해 있었다. 




  문이 닫히고, 오두막 안에는 말없이 차를 홀짝이고 있는 모녀만 남아 있었다. 


  '이름이 혼란을…?'


  무엇에 대한 경고였을까? 그녀의 머리로선 이해가 가지 않는 말이었다. 이름이 혼란을 부른다는 것, 그리고 이 곳에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몇 없다는 것. 도대체 왜 이름을 숨겨야 한다고 말했을까?


  순간, 엘사는 그 남성이 했던 말을 하나 떠올릴 수 있었다.

  

  내게도 분명히 있었을 터인데, 기억할 수가 없으니 원…


  '기억할 수가 없다. 저 사람은 기억이 없다고 했어.' 


  이곳에 온 사람은 기억이 없는 걸까? 무언가 이상했다. 그렇다면 어머니도 자신을 기억하지 못했어야 한다. 


  이미 끝나버린 것들에는 아무 미련 없다.


  '끝나버린 것들?'


  무언가 실마리가 잡히는 듯하면서도 빙빙 도는 느낌이었다. 엘사는 혼란스러운 머리를 진정시키려 찻잔을 들었다.


  “아.”


  타들어가는 갈증은 어느새 찻잔을 텅 비워놓고 있었다. 엘사는 아쉬워하면서 탁자에 잔을 놓았다. 


  “오, 다 마셨으면 잔 이리 주렴.”


  이두나는 텅 빈 찻잔을 설거지 더미 위에 얹어두었다. 


  ‘여기는 대체 어디일까?’ 


  엘사는 오두막을 살펴보고 있는 이두나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고민이 깊어질수록 복잡해지는 머리를 더 이상 참아낼 수 없었다. 


  감당할 수 있겠어?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엘사는 목소리를 의식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어머니."


  "응?"


  엘사가 말을 꺼내자 이두나는 등을 돌려 답했다. 


  엘사는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끓어오르는 머리를 식혔다. 그녀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여기는 어디예요?"


  순간이었지만 엘사는 이두나의 얼굴이, 그리고 손이 멈칫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자신이 괜한 질문을 한 것일까?


  이두나는 내키지 않는다는 듯이 숨을 푹 내쉬고는 문 앞에 섰다.


  "이제 출발하자꾸나, 엘사."


  엘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두나에게 다가갔다. 이두나는 한 손으로 엘사의 손을, 다른 한 손으로 문고리를 잡았다. 


  벌컥, 문이 열리고 환한 빛이 그들의 눈에 들어왔다. 눈부심이 가시고 나서야 보이는 평원, 그리고 그들이 지나온 숲의 모습은 마치 꿈의 한 장면 같았다.


  그들은 다시 평원을 걷기 시작했다. 거의 반나절이 지나기 직전, 왜 어머니는 답을 해주지 않을까-라고 고민하다 또다시 머리가 과열되기 직전이었다. 보랏빛 갈대밭을 걷고 있을 무렵, 이두나는 엘사에게 자장가를 다시 불러주었다. 


  북풍이 바다를 만나는 곳

  그곳에 기억이 가득한 강이 있단다

  편히 잘 자렴, 아가야.

  강에서 모든 걸 알 수 있을 거란다


  강 깊이 순수한 물에는

  널 위한 길과 답이 있단다

  그 목소리를 따라 깊이 들어가렴

  하지만 너무 깊으면 삼켜질 거란다


  이두나는 방긋 웃으며 노래를 마쳤다. 왜 갑자기 어머니가 자장가를 불러 주신 걸까? 엘사는 궁금함을 삼키고 어머니의 말을 기다렸다. 


   "여기가 어디인지 넌 이미 알고 있었단다, 엘사."


  "네?" 엘사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되물었다.


  "강의 깊은 곳, 아토할란의 심연이라고 보통 전해지지." 이두나는 보랏빛 갈대를 손으로 스치며 걸었다. 


  "이 곳은 여러 별명을 가지고 있지. 하지만 그걸 설명하기 전에, "


  이두나가 잠시 말을 멈추자 엘사는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 


  "이 곳에 오게 되는 모든 사람들은 기억을 잃게 된단다, 아까 본 족장님은 물론이고, 원래대로라면 나도 그렇지."


  그제야 엘사는 오두막의 남성을 기억해낼 수 있었다. 얼음조각으로만 보았던 노덜드라의 옛 지도자였다. 한 가지 생각이 엘사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 지도자는 살아있을 수가 없었다. 


  "글세, 나도 내가 왜 기억을 여전히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단다. 하지만 덕분에 우리 딸을 다시 볼 수 있으니 기적이 아니었을까?"


  이두나는 방긋 웃으며 엘사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이미 짐작했을 수도 있겠지만…"


  이두나는 말하기 언짢다는 듯이 말을 흐렸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전부 한 번씩 끝을 경험해 본 사람들이란다."


  엘사는 이두나의 말을 부정하고 싶었다. 


  "사후세계, 저승, 천국… 별명도 참 다양하지. 오, 말하는 사이에 어느새 도착했구나."


  이두나는 저 멀리 보이는 마을을 가리키며 말했다.


  "영혼들의 마을, 심연의 중심. 센트니세에 어서 오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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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그나르는 과연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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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49편 언제쓰지...


항상 봐준 쥬미들 너무 고맙고 추측, 질문, 지적 언제나 환영하니까 부담가지지 말고 댓글로 알려주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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